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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라한무제 님의 서재입니다.

엘루엘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즐거운무제
작품등록일 :
2007.07.01 15:07
최근연재일 :
2007.07.01 15:07
연재수 :
22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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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96,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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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70
글자수 :
966,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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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2.27 0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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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8쪽

엘루엘(194)

DUMMY

10여 마리의 와이번들이 내가 누워있는 상공을 돌고 있었다.

“토네이도로 저놈들을 묶을 수 있을까?”

“흠. 강제소환이나 소멸을 각오한다면 잠간동안은…….”

“부탁한다.”

“흐흐…….”

소멸당하는 페널티에도 징그럽게 웃는 윈디였다.

나는 신급화살을 꺼내 연통폭탄 6개를 달아 묶었다.

폭발로 인해 화살이 사라진다 해도, 내 목숨보다 귀할 순 없다.

옵션이 사라졌다 해도 신의 금속으로 만들어진 화살이었다.

그리고 금속재료로 만든 화살 두 개를 더 꺼내 연통을 하나씩 달았다.

저놈들만 확실하게 잡는다면 도주에는 자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왜!

왜 내가 남에 싸움을 대신하고 있는 거지?

“시작하자. 헤이스트. 근력강화.”

윈디의 회오리가 형성되며 하늘 높이 떠 있는 와이번들을 휘어감아 한쪽으로 몰아붙인다.

강력한 회오리에서 벗어나려는 듯 날개를 요동치는 와이번들이었고 말이다.

“토네이도.”

나의 마법에 모든 마나를 불어 넣었다.

다섯 개의 마나고리에서 나오는 마나의 양과 질로는 저 높은 곳의 와이번에게 미치지 못하겠지만 윈디에게 조금의 도움은 될 것이다.

하늘에서 휘도는 토네이도와 나를 중심으로 형성된 토네이도가 맞붙어 회전속도를 더욱 높여 갔고, 나는 활에 연통이 매달린 신의 화살을 걸었다.

와이번은 물론 윈디까지 소멸될 확률 백프로였다.

커다란 바위로 쌓아올린 성벽을 파괴하며 무너뜨리는 폭발력을 가지고 있는 폭발물이었다.

그것도 여섯 개씩이나 말이다.

“파이어볼…….”

화살이 토네이도의 중심부 상공으로 날아올라갔고, 나는 토네이도를 켄슬하고 뛰었다.

‘콰콰콰쾅…….’

사방으로 흩어지는 폭풍이 내 몸에 휘몰아쳤지만, 뒤에서 운디네가 물의 장막으로 나를 보호하고 있었다.

얼마나 뛰었을까?

숲이 시작되는 곳에서 많은 사람들이 무기를 들고 뛰어오고 있었다.

나는 활에 연통이 달린 화살을 걸고 당기고 앞서오는 놈을 겨냥해 화살을 놓았다.

앞서 달리던 놈의 검에서 검강이 내품어지며 화살을 쳐내는 모습이 보인다.

‘쾅.’

멍청한 놈들…….

그런데, 소드마스터가 도대체 몇 명인거야!

폭발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중심부로 뛰었다.

뛰어가는 곳에서 갑작스레 눈앞에 나타난 화염에 창이 앞으로 쏘아져 나갔다.

셀레멘더의 화염에 창이었다.

‘쾅.’

또 다른 폭발의 여파로 나는 뛰기를 멈추어야 했고, 서서히 드러나는 눈앞의 공간에 전에 붙었던 소드마스터 중급의 검사가 써늘한 기운에 광기의 눈빛을 내품으며 노려보고 있었다.

정말 끈질긴 놈이었다.

갑옷은 찌그러지고 산발한 머리, 흙먼지사이로 피를 철철 흘려대는 놈이었지만, 살기를 내품는 눈빛은 악마의 눈빛이었다.

“마검사! 이노옴…….”

거리는 30미터도 안 된다.

마지막 화살을 날리기 무섭게 뒤로 몸을 뺐다.

소드마스터의 속도는 눈으로 잡기도 힘들다.

활을 떠난 화살은 나의 바로 눈앞에서 놈의 손에 잡히는 순간이었다.

‘쾅.’

“으악…….”

“크악…….”


암흑이었다.

정신은 든 것 같은데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았다.

온몸에 힘도 없다.

그러나 어디선가 속삭임이 들려온다.

무슨 소리인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죽은 게 아닌가?

아니면 지옥?

오프라인이든 게임속이든 살아있기만을 바랐다.

더 살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이대로 억울하게 죽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무엇이 억울한 걸까?

“음…….”

조금씩 몸의 감각이 돌아오고 손가락과 발가락의 움직임이 느껴진다.

한참의 노력으로 감각이 돌아왔음을 느꼈지만, 더 이상 움직여지진 않는다.

서서히 나의 몸이 떠밀려지는 듯 한 느낌이었고, 나의 몸을 억누르고 있는 무엇인가가 흩어져 내리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눈을 뜨니, 화려한 별들이 하늘을 밝히고 있었다.

“하……. 아하하하……. 아하하하하…….”

나는 살아있었다.

눈앞에서 터진 폭발의 여파에서 살아있는 것이다.

“으하하하하…….”

역시!

화끈한 뉴월드게임이었다.

그런데 웃음에 얼굴이 땅기고 아프다.

몸을 움직여 몸 상태를 확인했다.

“으…….”

일어서려다 그 자리에 주저앉고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온몸에 징그럽게 나있는 화상자국들…….

늘어지고 당겨진 살들…….

손가락에 늘어 붙어있는 여인의 반지 한 쌍…….

손을 들어 얼굴을 더듬자 느껴지는 징그럽고 섬뜩한 느낌들…….

잡히지 않는 머리카락.

“으아아아아……. 이건 살아있는 게 아니야……. 으아아아아아…….”

차라리 죽는 게 나았을까?

“로그아웃!???”

뭐지?

도대체 이게 무슨 현상이지?

왜 로그아웃이 안 되는 거야!

벌렁 드러누워 하늘의 별을 세어보았다.

아무 생각도 하고 싶지 않았다.

찬바람이 휘몰아쳤고, 주위의 흙들이 나를 덮어 가는데도 멍청하게 하늘의 별만 쳐다보았고, 날이 밝자 하늘의 구름만 쳐다보았다.

“죽고 싶다면 죽여주지. 아무런 고통도 없이…….”

“노움?”

조막만한 흙인형이 나의 눈앞에 나타났다.

“모두 소멸됐어. 나 혼자만 남아 너를 품고 있었지. 인간들 시간으로 5개월은 지난 것 같군…….”

5개월?

그럼, 오프라인으로 한 달이 넘었다.

내 정신은 지금 게임 속에 있는데 로그아웃이 안 된다.

오프라인상 식물인간일 확률이 높다.

결국은 생각하고 싶지 않은 최악의 상황이 되어버린 것이다.

차라리 죽게 내버려두지 끝까지 살리려고 하는 이유가 뭐냐!

유나. 연아. 정아!!!

이제는 내게서 떠나도 좋을 여인들이다.

아직도 앞날이 창창하게 남아 있는 것이다.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 모습으로 세상을 주유할 수 있을까?

크크. 망토나 로브를 뒤집어쓴다면 가능할 것이다.

차분하게 앉아 나의 몸을 점검했다.

4서클 마스터에 5서클 유저.

풀을 뽑아 마나를 주입하니 검기가 어리다 메말라 버린다.

능력은 그대로인데…….

육체가 개판이었다.

이래서야 오러소드 초급이나 겨우 상대할 수 있겠지 싶다.

나의 배낭까지도 사라져버렸다.

눈앞에서 폭발한 연통으로 인해 모든 게 사라져 버렸는데, 웃기게도 나의 육체는 유니크급 배낭보다 더 질겼다는 것이다.

어쩌면 당연했을지도 모른다.

8서클 현자에 소드마스터 상급의 육체였으니 말이다.

무엇부터 해야 할까?

일단 옷부터 챙겨야 했다.

이런 꼴을 누군가가 본다면 키메라내지는 마족으로 생각하고 달려들 테니 말이다.

나는 5개월 전에 폐허로 만들었던 놈들의 야영지를 찾아 움직였다.

화상으로 당겨진 살과 근육들…….

5개월 동안 노움의 도움으로 땅속에서 치료가 되었다지만, 완벽한 치료는 불가능 했다.

치료라…….

“리커버리…….”

하얀 빛무리가 내 몸을 감싸고 사라졌지만, 그 상태 그대로였다.

크크……. 유희를 끝내던지, 이 상태로 탈퇴환골이라도 해야 제 모습을 찾을 수 있겠지 싶다.

나의 키보다 큰 수풀을 헤치고 걷기가 이리 힘들 줄이야…….

먹을 것도 없고, 식수도 없다.

풀숲을 헤매다 아사당하기 딱 좋은 것이다.

양쪽다리에 폭발의 여파가 달라 왼쪽 다리를 절며 아무생각 없이 하루를 걸었다.

지금의 육체에 적응이 되어야 보조마법이라도 써서 달릴 수 있을 것이다.

처음 헤이스트를 걸고 달리다 넘어지기를 수차례하고는 포기해 버렸다.

정말이지 고통에 눈물을 찔끔거리며 걷는 심사가 더러웠고, 별의별 생각을 다해봤다.

도대체 내가 왜?

이런 고생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행복 후의 불행이라고, 딱 그 꼴이었다.

아니!

불행의 연속이라고 해야 할까?

배고픔을 참으며 겨우 찾아온 폐허의 야영지에는 뼈만 남은 자들의 옷과 배낭들을 주었다.

마법사의 로브를 걸치고 후드를 눌러쓰고, 주은 배낭속의 음식을 씹으며 하염없이 흘러내리는 눈물을 물 삼아 음식물을 삼켰다.

크크……. 잘난 체하다 당한 나의 인생을 누구에게 하소연하기도 뭐 하지만…….

무언가 꼬인 듯 한 내 인생을 설명해 줄 인간도 없을 것이고…….

신의 장난인 듯 한 생각에 아리아와 카오스를 욕하며 미친 듯이 발악도 해봤지만, 묵묵부답이었다.

오프라인의 신과 게임속의 신에 장난?

어처구니없는 상상이었지만, 나에겐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오프라인과 게임속을 현실처럼 공유하는 나이기 때문이다.


“누군가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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