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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라한무제 님의 서재입니다.

엘루엘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즐거운무제
작품등록일 :
2007.07.01 15:07
최근연재일 :
2007.07.01 15:07
연재수 :
223 회
조회수 :
1,296,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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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70
글자수 :
966,534

작성
07.01.16 11:57
조회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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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자
8쪽

엘루엘(208)

DUMMY

“체시야!”

“왜?”

“나 이렇게 살고 싶지 않다. 죽여줄래?”

놀란 얼굴로 나를 보는 체시였다.

“무슨 소리야! 시간이 지나면 감각이 돌아올 거라고 했어. 기다리면 되는데 죽긴 왜 죽어! 그 재수 없는 도마뱀을 잡아 죽여야 하잖아! 희주 언니도 구해야 하고……. 그러니까 악착같이 살아야지.”

“킥킥. 지금도 악착같이 살아가고 있는 거다. 혹시 아냐? 죽어서 새로운 곳에서 시작하면 지금에 상처가 싹 나을지?”

“흥! 혹시 모르지. 지금 죽으면 세 번째 죽는 건지도……. 그리고 게시판이나 방송매체에서 하는 이야기를 들어보면, 오프라인상 식물인간은 온라인상 뉴월드 케릭이 죽으면서 죽을 확률이 높다던데?”

“???”

그런 말도 있었나?

어째든 감각이 없으면서도 보이고 들리고 말도 한다?

그럼 몸도 움직일 수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잠시 후 침묵이 지나고 체시로부터 경과보고를 들었다.

희주가 사라지고 내가 품어낸 무지갯빛이 하얀 방을 날려버렸고, 그 힘에 생명수까지 소멸해 버렸다고 한다.

생명수는 엘프들이 모여 사는 곳에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였지만, 사라지면 또 다른 생명수가 자라난다고 하니 엘프들에게 눈총 받을 일은 없단다.

더군다나 날려버린 생명수 덕분에 환대 받았던 동료들이었단다.

나는 그 직후 쓰러져 죽은 듯이 3개월간 의식불명이었고 말이다.

정신을 차렸는데 또 얼마나 누워있어야 할지 모르겠다.

체시가 나가자 조용히 나의 눈앞에 나타나는 노움…….

“이제는 같은 관조자끼리도 치고 박냐?”

조그마한 흙 인형인 주제에 팔짱까지 끼고 이죽거린다.

“그 놈이 관조자?”

“많은 드레곤이 존재하지만 관조자는 많지 않아. 신이내린 직업이라 할 수 있지.”

“내가 먼저 시작한 게 아니야!”

“웃기네. 상대가 뭘 했는데? 드레곤이 인간을 식용으로 먹는 게 어제 오늘이냐? 너를 먹는 것도 아닌데. 혼자 난리 브루스를 춘건 너라고! 도대체 관조자로써 의식이 있기나 한 거야?”

“???”

무슨 헛소리?

그럼 그놈이 날 가지고 장난친 거란 말인가?

옆의 놈들은 맛있게 먹어 치우고 나는 돌려보내 준다?

그럼?

인간의 감정을 지니고 있는 내가 ‘고맙다!’라고 하면서 순순히 물러섰어야 하나?

모르겠다.

그때엔 누가 죽던 말든, 잡혀먹던 말던 상관없다고 생각했었지만, 막상 희주가 사라지고 나니 제정신이 아니었었다.

그냥 화가 나고 분노가 일었다.

“내 지금 상태는?”

“나도 몰라. 내게 많은 걸 바라지 마!”

“킥킥. 그럼 왜 나타났는데?”

하여간 지 할 말만 하고는 내 물음엔 모르세로 일관하는 정령이었다.

노움은 측은하다는 눈으로 나를 쳐다본다.

“인간이 관조자가 된 것 자체가 말이 안 되지. 하여간 내겐 지루하지 않은 즐거움을 주니…….”

지 할 말만 하고 사라져 버린다.

맞는 말이다.

인간인 내가 세상을 관조한다는 자체가 잘못된 발상이다.

이성보다 그 순간순간 변하는 감정을 앞세우는 게 인간이다.

두 마리의 개미가 서로 물고 뜯는다고 해도 누가 이길까 구경하다 지는 쪽 개미를 응원하는 게 인간인데 관조라니?

지나가던 개가 짖겠군…….

나의 생활은 항상 누워서 천정이나 보는 것으로 소일하고, 밖으로 운동 삼아 옮겨질 때 보는 세상뿐이었다.

시간이 흘러도 나의 몸 상태는 나아질 줄 몰랐다.

그 후로 휠체어식 의자를 만들어 목을 고정하고 엘프마을을 구경했다.

주위의 시선은 신경 쓰지도 않았다.

엘프들이 신경 쓰는 것도 아니니 말이다.

아예 삶에 대한 의미를 잊었다고 해야 할까?

관조? 유희? 삶? 죽음?

보이면 보이는 데로, 들리면 들리는 데로, 말하고 싶으면 무슨 말이든 제멋대로 지껄이며, 생활을 보냈지만, 나는 나였다.

신도 드레곤도 관조자도 아닌 인간…….

인간은 인간다워야 한다.

감정을 지니고, 이성으로 제어하며 컨트롤 할 수 있어야 인간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살아있는 동안은 인간이고 싶다.

숲속의 조용한 곳에 자리를 잡고 앉아 자연의 마나를 느꼈다.

무엇이라도 해야 했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명상으로 마나를 느끼는 것뿐이었다.

온몸의 감각이 사라진 지금 마나도 느낄 수 없다?

나는 아직도 마나의 개념을 잘못 알고, 이해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세상의 모든 것에는 그들만의 마나가 존재한다.

처음 마법을 익힐 때 배운 적이 있는 것이다.

나는 그들의 마나를 몸으로 익혀야만 하는가?

당연히 몸으로 느껴야하니 옳은 말이다.

그럼 지금은?

당연하다고 생각되어진 진리가 모순이 되어버리는 현상을 격고 있는 나였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할 수 있는 짓은 이 짓뿐이었으니 말이다.

눈을 떴을 때 눈앞에 보이는 내가 있었다.

유체이탈?

이놈에 게임 정말 골고루 하는 것 같았지만, 재미는 있다.

혹여나 꿈일지도 모르겠다.

일단 온몸에 화상을 입은 징그러운 괴물이 눈을 감고 앉아 있으니 꿈치고는 현실감이 적나라하다고 해야 할까?

거울로 보고 또 보면서 괴로워했던 나였지만, 역시나 또 다시 봐도 구역질나는 몸뚱이였다.

손을 뻗어 만지려고 했지만 나는 없었다.

가까이에서 보고 멀리서 보고, 귓구멍과 콧구멍 속까지 들여다보았다.

암흑이었다.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나니 육체로 돌아온 듯 했다.

그리고 또 다시 눈을 떴을 때 보이는 나의 육체.

오랜 시간 동안 유체이탈을 하지는 못하는 모양이다.

이제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나무와 나무를 뚫고 지나갔다.

가도 가도 끝이 없는 숲이었고, 하늘로 올라 숲을 내려다보기도 했다.

그리고 또 암흑이었다.

처음 보다는 조금 긴 시간인 것 같았지만, 10여분 정도?

이상한 소리에 눈을 떠보니 체시가 보였다.

나의 앞에 무릎 꿇고 앉아 하염없이 바라보는 체시의 얼굴을 구경했다.

가까이에서 보는 얼굴의 미세한 벌레들…….

멀리서는 보이지 않는 미생물들이었다.

인간은 자신의 눈으로 볼 수 있는 것만을 인정한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벌레들이 입속, 콧속, 귓속에 수십, 수만 마리가 살고 있어도 느끼지도 못하고 보지도 못한다.

배워서 알고는 있겠지만, 그것에 신경쓰다보면 인생 포기해야한다.

이런 생각을 하자니 내 몸도 그런 대로 조금은 괜찮다 싶어 보인다.

나도 환경에 적응하는 듯하다.

다시 어둠속에 들고 유체이탈을 하는 시간이 지속되었다.

그리고 유체이탈을 계속하다보니 지루해진다.

그래서 유체이탈을 한 후에 명상을 한다.

그리고 느껴지는 주위의 많은 생명들…….

세상은 보이지 않는 생명들이 살아 숨 쉬고 있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미생물도 살기위해 발버둥치는 모습이 눈에 선하게 보인다.

인간 또한 이 세상을 이루는 하나의 생명체!

보이든 보이지 않던, 모두가 이 세상에 존재하며 존재하고자 하는 이유를 가지고 있다.

나도 살아있는 이유가 있을 테고, 살려고 또 이렇게 발버둥 치는 것이겠지.

나는 마나를 새롭게 느꼈다.

세상의 모든 살아있는 것들에게 존재하는, 서로 다른 성질의 마나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품어 낼 수 있는 순수한 마나!

온 몸의 신경이 되살아나듯 느끼지는 마나로 서클을 돌렸고, 단전으로 이끌었다.

아홉 개의 마나서클이 돌고, 단전을 채운 마나가 또 다른 마나 서클을 만들고 있었다.

이제는 스스로 움직이는 마나들이었고, 나의 육체는 사라져갔다.

“???”

눈앞에서 사라져가는 육체를 멀뚱거리며 쳐다보는 나는, 내 육체가 아닌 타인의 육체를 보는 듯했다.

내가 죽은 것일까?

젠장!

이게 아니잖아?

정신은 멀쩡한데 육체가 사라지면 나보고 어쩌라고?

그리고 나는 바람이 되었다.

있지도 않은 육체에 매달리기보다 미풍과 순풍, 광풍에 회오리가 되어 세상을 휘돌아 보고 다녔다.

어디인지도 모르는 곳.

산이면 산을 돌고, 넘고, 나무들을 스치며 많은 생명체들의 주위를 돌아 장난치듯 세상을 구경했다.

육체가 사라진 후, 바람이 된 나는 정신까지 바람에 흩어지고 있었다.

나도 없고 바람도 없었으며 세상이 사라져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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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11

  • 작성자
    Lv.83 jisung12..
    작성일
    07.01.16 12:39
    No. 1

    아~~ 영광의 1타!! 냐핫핫!! 재미있게 보고갑니닷!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 l의l
    작성일
    07.01.16 12:41
    No. 2

    오호 좋은데요 정말 좋은데요
    잘봤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 새우는깡
    작성일
    07.01.16 13:02
    No. 3

    음?.... 점점 알쏭달쏭하게...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1 이긍투
    작성일
    07.01.16 13:22
    No. 4

    헐..설마 이렇게 끝나는건....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4 혼돈마왕
    작성일
    07.01.16 21:43
    No. 5

    12시간 걸리는군요. 잘 읽었습니다. 아...계속 읽을꺼구요.^^
    단숨에 여기까지 읽은 감상이라면 교향곡을 듣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요.
    제 멋대로 변덕스럽게, 노래하듯이, 빠르게, 느리게, 점점 작아졌다가 또 커지고, 속삭이듯이, 몰아치듯이...
    (음악용어로 카프리치온이니 칸타빌레라든지 안단테,포르테니 하는 말들이죠)
    중간중간 나오는 "설정에 관계없이 읽어"란 말에 더 재밌게 읽었습니다.
    주인공의 붕괴되는 정신상태에 대해서는 참으로 애석하고 안타깝기도 하고...
    그만 갈때가 됐으면 보내주긴 해야하는데 이 괴팍한 변태 노인네....참 보내주기 힘들군요.^^
    마지막까지 좋은글 부탁합니다.
    건팔하시구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 무싯날곽재
    작성일
    07.01.16 21:47
    No. 6

    끝!!!
    ...인가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1 사이닉
    작성일
    07.01.16 21:48
    No. 7

    음음..괴팍..한 인간이..이제 겨우..우화등선(?)하면서..겨우 관조자다워지는군요...이제서야 본괴도에 오르는듯한..;;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래인(來引)
    작성일
    07.01.16 21:51
    No. 8
  • 작성자
    Lv.3 장곰
    작성일
    07.01.16 22:48
    No. 9

    할배 죽는거야?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 섀도
    작성일
    07.01.17 01:41
    No. 10

    이렇게 끝????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 빛나는아이
    작성일
    07.01.17 21:08
    No. 11

    쥔공 다시 부활?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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