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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라한무제 님의 서재입니다.

엘루엘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즐거운무제
작품등록일 :
2007.07.01 15:07
최근연재일 :
2007.07.01 15:07
연재수 :
22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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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966,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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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2.30 0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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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엘루엘(197)

DUMMY

여신관의 정성스런 간호로 몸은 평화를 찾았다.

조금의 고통이 수반되기는 했지만 못 참을 정도는 아니었다.

“고맙군.”

“제 직업이니 보고도 못 본 척 할 수는 없어서요.”

하얀 신관복을 입는 일본계의 유저는 얼굴을 붉혔고, 내겐 그 모습이 아름답게 보였다.

가죽옷과 마법사의 로브를 뒤집어쓰고, 7명의 파티에 얹혀 여행을 시작했지만, 여신관을 제외한 파티원들은 나에게 말도 걸지 않았고, 나머지 한명의 여성유저는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내가 생각해도 혐오감을 넘어서는 육체인 것이다.

나 또한 누구와 얼굴을 맞대거나 대화하고 싶은 생각도 없다.

파티는 마을에 들어서면 이곳저곳을 돌며 탐문을 했다.

나는 방에만 틀어박혀 명상만 했고 말이다.

나의 말투는 싸늘하다 못해 항상 살기가 묻어나오는 듯 했기에 사람들에게서 무언가를 알아볼 수가 없었던 것이다.

이삼일 탐문이 끝나면 또 다른 마을로 향하고, 마을로 들어서면 탐문하는 식의 여행은 계속 되었다.

간간히 나타나는 몬스터들을 처리하는 데에는 내가 필요 없었다.

아니, 웬만한 몬스터들은 파티원 모두가 시큰둥해 했다.

“또 오크냐? 정말 귀찮아 죽겠네…….”

말에서 내리지도 않고 주위를 휘휘 둘러보는 리더였다.

나는 말없이 말에서 내려 신검을 꺼내들었다.

그리고 뛰었다.

뒤뚱거리며 달리는 나를 보며 코웃음을 치는 파티원들 이었지만 언제나 그렇듯 신경 쓰지 않았다.

아니꼽기는 하지만, 일단은 동료고 내게는 필요한 파티원들인 것이다.

신검이 있는 이상 저들 모두가 덤빈다고 해도 무서울 것이 없다.

이전처럼 여유가 없는 것도 아니니 화도 나지 않는다.

지쳐 들어오는 오크들에게 뒤뚱거리며 검을 휘둘렀고, 걸리는 족족 무기건 오크 몸뚱이건 자르고 지나가는 신검.

크크. 앞으로 지금의 육체에 맞게 검술에도 변화를 주어야겠다.

파티 주위를 돌며 간간이 오크들을 처리하는 동료들의 주위 오크들을 죽였고, 그 외의 오크들이 괴성을 지르며 도망가 버린다.

“도대체 그 검의 이름이 뭐죠?”

쳐다보지도 않던 여성유저가 대뜸 물어보지만 대꾸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

얼굴을 한번 쳐다보고 말에 올랐다.

오크들이 나무 몽둥이를 들고 설칠 리도 없고, 쇠몽둥이를 댕강 댕강 자르며 오크의 몸통까지 잘라버리는 보기에 그저 그렇고 그런 검.

그저 그런 검이라고, 절대 허접한 검으로 보지는 않을 것이다.

신검의 이름이 오프라인에 회자되고는 있겠지만, 자세히 들여다 본 자들이 몇이나 되겠는가.

“흥! 좋은 검 하나 지녔다고 생색은…….”

궁사인 계집.

콧대가 높으니 콧방귀소리도 크게 들린다.

삐친 듯 박차를 가하며 앞서 나가는 계집이었고, 씁쓸하게 그 뒤를 따르는 파티원들이었다.

그들도 검의 이름이 궁금할 것이다.

“신경 쓰지 마세요. 저 얘의 성격이 좀 그렇긴 해도, 마음씨는 곱거든요. 호호…….”

글쎄? 환영받을 마음씨는 절대 아닌 것 같은데?

“와이번?”

한참 달리던 궁사 계집이 소리를 지르며 급하게 박차를 가하며 달려 나가며 활에 화살을 건다.

“멈춰. 티파니!”

산의 중턱정도의 상공을 맴도는 와이번이었다.

화살로 잡을 수 있는 거리도 아니고, 웬만한 화살에 뚫릴 리도 없는 와이번이었다.

게다가 앞쪽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도 모르는 판에 저렇게 달려 나간다면 위험할 수도 있다.

“저 얘가 미쳤나?”

여신관 또한 빠르게 앞으로 달려 나갔다.

남은 나는 배낭에서 활을 꺼냈다.

“소환.”

손에 잡히는 신의 화살. 역시…….

잡을 수 있으려나?

활은 좋은 것이 아니지만, 신의 화살에 붙은 버그성 옵션만 제대로 작동한다면…….

화살을 당기고 놓았다.

보이지 않게 날아간 화살에 와이번이 휘청 이며 산봉우리를 넘어 사라져 버렸다.

활을 가방에 넣고 달렸다.

무기가 부딪치는 소리와 고함소리가 들리는 곳에 도착하자, 삼십 여명의 두 무리가 숲의 작은 공터에서 피터지게 싸우고 있었다.

나의 파티들은 한쪽 구석에서 구경만 하고 있고 말이다.

괜스레 어느 한쪽을 도와주고 욕먹을 수는 없는 것이다.

나는 동료들의 곁으로 다가가며 싸우는 두 무리를 보다 말에서 내려 신검을 소환해 손에 들었다.

크크……. 악마의 길드 마크!

그리고 신나게 싸우는 그들에게 다가갔다.

“루엔님, 물러서요.”

여신관이 불렀지만 악마의 길드마크를 단 자들에게 다가갔다.

나의 눈치를 보며 어정쩡하게 대치하며 물러서는 놈들이었다.

“악연이야. 날 원망하지 마라…….”

대치상태에 들어간 두 파티는 나의 말에 어리둥절해 하며 나에게 검을 겨누었다.

“브링크.”

‘깡.’

“크…….”

“악…….”

상대가 적이라면 인정 따위 개에게나 줘버려라.

순간적으로 다가오는 나에게 검기를 휘두르는 놈이었지만, 본래의 능력을 찾은 신검을 검기 따위로 막아낼 수는 없다.

검과 어깨를 가로지른 신검은 그 옆에 멍청한 계집년의 목을 베고 지나갔다.

“브링크, 윈드커터.”

사방에서 몰려오는 검기를 피하며 마법을 날렸다.

그리고 한 번의 휘두름에 걸리는 족족 검과 목이 동강나는 악마 길원들이었다.

나또한 검기를 담을 수 있는 실력자인 것이다.

‘쾅.’

검강?

그러나 괜히 신검이 아니다.

놈이 자세를 잡기도 전에 신검은 놈의 목을 날려버렸다.

왜? 왜 이렇게 화가 나는 것일까?

크크…….

저놈들만 아니었다면, 나는 편안한 게임과 노후를 즐기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저 놈들 때문에 지금의 처참한 몰골로 변해 버렸다.

“크하하하……. 죽어. 죽어. 죽어……. 네놈들 때문이야. 그러니 다 죽어버려…….”

정말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었다.

통제가 안 되는 분노였고 살심이었다.

검기가 여기저기서 날아오고 화살이 날아왔지만, 이미 어느 정도 육체에 적응한 나였다.

수십, 수백가닥의 검강을 날리는 소냐와도 맞짱뜬 나였다.

‘콰콰콰쾅…….’

“브링크. 죽어 이 개자식들아…….”

검의 부딪침에 이는 폭발이나 반탄력 따위를 무시하는 나였다.

피를 흘리며 팔을 늘어뜨린 적이, 멍청하게 신검에 의해 목이 떨어져 땅바닥을 뒹굴었다.

“크크. 크하하하하……. 다 죽여 버린다아……. 날 건들인 놈들은 다 죽여 버릴 거야! 크하하하하하…….”

웃느라 목소리가 잠긴다.

그리고 찾아오는 적막감이었고, 주위를 둘러보며 아이템을 챙겼다.

그러면서 또 미친놈처럼 웃었다.

미친놈처럼, 미친 듯이 살인을 해댔으면서도 돈이 궁하다는 생각에 돈이 될 만한 것을 챙기는 것이다.

아이템을 모두 챙기고 동료들을 바라보았다.

눈이 마주치기 무섭게 고개를 돌려버리는 파티원들이었다.

파티?

나에게 파티가 필요한가?

필요하다.

혼자서 여행하기도 그렇고, 게임상의 정보도 알아야하는 것이다.

지금은 게임이 아닌 현실의 정보인가?

마을의 정보길드나 도둑길드를 찾아 알아내면 되지만, 온, 오프라인을 왔다 갔다 하는 유저들만 하겠는가?

나를 미친놈 보듯 한다 해도 있으면 좋은 게 파티이고 동료인 것이다.

“저쪽 파티에도 물의 정령사는 없는 듯 하군요.”

물의 정령?

나의 멍청한 눈빛에 여신관이 손가락질을 해댄다.

나는 온몸은 피를 뒤집어쓰고 있었던 것이다.


침묵의 여정이 시작됐고, 개울을 만나 야영지를 조성했다.

조용한 곳을 찾아 물속에 몸을 담그고 피에 절은 옷에 피를 닦아냈다.

이렇게 살아야 할까?

피를 보기 무섭게 변해버린 내 자신이 무서웠다.

이건 아니다 싶으면서도 주체할 수 없는 살육에 미쳐 광란하던 나였다.

이런 식으로 가다간 언젠가는 동료들도 위험해질 수 있다.

나는 왜 이렇게 변해가는 것일까?

혐오스럽게 변해버린, 내 스스로도 인정할 수 없는, 볼 때마다 미쳐 버리고 싶은, 생각할 때마다 돌아버리고 싶은 육체 때문에?

킥킥……. 이건 사는 게 아냐!

그럼 어떻게 살아야하지?

“혼자 히죽이는 버릇은 좋지 않은 버릇이죠."

개울가의 바위에 앉아 하얀 발을 담그고 물장난을 하는 여신관이 싱글거리면 바라보고 있었다.

“내 몸이 그렇게 보기 좋나?”

“설마요. 지금 몸속에서 난리가 났어요. 목구멍까지 쓴물이 올라올 지경이라고요.”

“무슨 할 말이 있나?”

고개를 숙이며 물장난하는 발을 바라볼 뿐이었다.

“파티원들이 당신과 헤어지고 싶어 해요. 무서워서 말도 꺼내지 못하는 겁쟁이 들이죠. 전에는 할 말 못할 말 다 했는데…….”

크크……. 그렇겠지. 내가 생각해도 나 같은 살인마, 광인, 미친놈과 여행을 하고 싶을 리 없다.

“떠나지. 그동안 고마웠다.”

“저기요…….”

“닥치고 꺼져! 기분이 별로 좋지 않거든!”

“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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