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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라한무제 님의 서재입니다.

엘루엘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즐거운무제
작품등록일 :
2007.07.01 15:07
최근연재일 :
2007.07.01 15:07
연재수 :
22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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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96,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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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966,534

작성
07.01.08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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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엘루엘(202)

DUMMY

순식간에 늙은 집사의 목이 날아갔고, 동생이라는 놈의 손엔 단검이 들려있었다.

노예들을 주물러 대던 놈은 입을 벌리고 앉아, 나와 동생이라는 놈을 번갈아 보며 몸을 떨어대고 있었다.

“킥. 누구의 작품인가?”

“더글라스님께서 당신을 너무 쉽게 생각한 것 같소.”

“미카일. 무슨 말이냐!”

“미안하게 됐어. 하지만 최선의 방법이었지…….”

“무. 무슨 말을…….”

“시끄러워!”

멍청한 놈.

이용당하는 줄도 모르고 날뛰었군.“누구든! 무엇을 위해, 무엇을 얻으려고 하는지 묻지 않겠다. 도망갈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하고, 나를 죽이고 네가 원하는 것을 얻어도 좋다. 킥. 정말 재미있는 세상이란 말이야. 가만히. 조용히 지내려고 해도 주위에서 안도와 주거든…….”

“아가씨들을 인간답게 대우해 주시오. 그럼 자결하겠소.”

“미. 미친놈 그러고 보니…….”

“한번만 더 시끄럽게 짖으면 네놈부터 죽인다. 킥. 네놈이 나를 죽이고 이곳을 차지하는 것도 좋겠지.”

“불가능하오.”

“그럼 네 형에게 부탁해라. 지금부터 이 저택의 집사이며 개들을 마음대로 할 명분을 줄 테니…….”

정말 멍청한 기사 놈들이라고 해야 할까?

이미 모시는 주인이 죽었는데도 그의 딸들을 위해 목숨까지 바치는 고지식한 놈들?

상종하고 싶지 않은 작자들이다.

“미카…….”

“이 개자식아 내 이름도 부르지 마! 수십 년 만에 돌아와서는 무슨짓을 벌이는 거야? 난 죽고 싶은 생각 없어!”

“젠장! 집안싸움은 지옥에 가서나 해!”

부들부들 떨어대는 미카였고, 뻔뻔한 동생이었다.

“부탁해 형. 그녀들을 인간답게만 대우해 줘. 형의 여자로든…….”

“개는 개일 뿐이야!”

악다구니를 쓰는 미카였지만 눈에서 흐르는 건 눈물이었다.

처량한 눈으로 나를 쳐다보는 놈이었지만 관심 없다.

킥. 소드마스터급? 아깝긴 하지만 내 집에 저런 놈을 들여놓고 싶은 생각 따위는 없다.

“미카엘…….”

밖에서 뛰어 들어온 큰 계집이 놈의 팔에 매달려 단검을 뺏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힘도 없는 연약한 여자가 소드마스터급의 무기를 뺏는다는 건 불가능하다.

한 참을 발악하던 계집이 포기한 듯 떨어져 나간다.

“저를 먼저 죽이세요. 미카엘!”

“아가씨…….”

“저를 먼저 죽이세요. 지금껏 당신만 기다렸어요. 당신을 보기 위해 지금껏 기다렸다고요. 제발이요.”

“멍멍.”

작은 계집이 언제 들어왔는지 나의 발아래에서 애교를 부리고 있었다.

킥. 웃기는 스토리였다.

“미카?”

“???”

“네게 저 년을 주지. 개든 인간이든 노예든 네 마음대로다.”

“싫어!”

순간적으로 식탁에 있는 나이프를 집어 들고 가슴을 찌르는 계집이었지만, 미카엘의 손에 잡혀 버둥거린다.

정말 시끄러운 년이다.

“주인이 말하면 끝까지 들어야지. 미카엘이라고 했나? 한 쪽 다리를 자른다면 이 저택에서 살게 해주마.”

잠시의 침묵이 식당에 흘렀다.

큰 계집의 손에서 칼이 떨어졌고, 미카엘은 스스로 오른쪽 발목을 잘랐다.

처량하게 울어대는 큰 계집과 작은 계집은 미카의 노예가 되었다.

킥. 정말 재미있는 세상이었다.


나는 언제나 밖으로 싸돌아 다녔다.

그럼으로 저택은 미카의 세상이었다.

나와의 첫날을 보낸 두 계집은 이 후 미카의 통제를 받았다.

미카는 제 세상을 만난 듯, 저택을 자기의 취향대로 모두 바꾸기를 원했다.

나의 눈치를 보는 것 같더니 뚱해져 있던 내가 허락의 눈치를 주자 일사천리였다.

고용된 하녀와 하인들을 내 쫒고, 그 수에 해당하는 노예들을 사들였고, 저택 곳곳을 자신의 취향대로 바꿨다.

저 놈이야 말로 자신의 삶을 즐길 줄 아는 놈이었다.


“눈이네?”

무미건조한 말이 내 입에서 뱉어졌다.

품에 안겨있던 제니스는 잽싸게 일어나 조금 열려있던 커튼을 걷었다.

남쪽에 치우친 곳이라 겨울에도 좀처럼 볼 수 없는 눈이었다.

“우아……. 주인님. 저 눈 맞고 싶어요. 나가요. 네? 네?”

침대에서 일어나니 급하게 옷을 챙겨주고, 씻지도 않았는데 문을 열고 잽싸게 뛰쳐나가는 제니스였다.

미카에 의해 노예로써의 교육을 확실히 받은 제니스는 노예답지 않게 제 멋대로였다.

“제니스님. 뛰지마세요!”

문밖으로 나오자 제니스의 언니인 제시카가 인사를 한다.

삼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저택의 체계가 잡혀졌다.

처음 요란을 떨어댔던 미카는 자신의 아이가 생기자 성격이 180도 바뀌어 버렸다.

그 때의 황당함에 할 말을 못했던 나였다.

그래도 제 할 일 다 하는 놈이었고, 나의 비위를 맞추며 나를 위주로 저택의 체계를 잡으니, 꼬투리 잡을 일이 없었다.

꼬투리를 잡으려면 못 잡을 리 없지만, 만사가 귀찮은 나였다.

내 한 몸 돌보기도 귀찮은데, 사소한 걸로 따지고 들자면, 내 생활에 변화를 줄 수 없었던 만큼, 신경을 끊어버렸다.

문 밖으로 나서기 무섭게 눈덩이가 날아왔고, 피하지 않고 맞았다.

잠시 멍해있던 제니스가 울먹이며 나의 앞에 엎드린다.

“죄송해요. 주인님. 피하실 줄 알고……. 때리지 마세요. 앙…….”

나는 엎드려 있는 제니스의 옷 속에 한 움큼의 눈덩이를 집어넣어 주었다.

“캬악…….”

“크하하하……. 벌이닷!”

그리고 뛰어서 거리를 벌리고 눈을 뭉쳐 던졌다.

“반칙이에욧!”

자신의 지휘를 이용하는 것도 승리의 쟁취요건 중 하나이다.

한 참을 놀고 있는데, 혀를 차며 다가오는 자가 있었다.

“자……. 알 하는 짓입니다.”

싸가지 없는 미카였고, 옆에는 두 살가량의 아이를 앉고 있는 미카엘이 있었다.

“음. 애들은 놀면서 크는 법이야. 고 조막만한 놈도…….”

“헉! 미쳤습니까? 제 아이에게 엉뚱한 짓을 한다면, 주인님이라도 가만있지 않을 겁니다.”

겁대가리를 상실한 놈이었지만 팔불출이니 봐주기로 했다.

어쩌면 마카보다 미카엘이 더 신경 쓰는 것 같다.

아이를 안고 순식간에 뒤로 물러섰으니 말이다.

잘린 발목에 인조 발을 만들어 사용했고, 익숙해지자 완벽한 발이 되어버린 듯 했다.

소드마스터이니 적응이 빠르기야 하겠지만 같은 실력자와 붙는다면 많이 딸릴 것이다.

“식사들 하세요.”

식사는 나와 미카엘, 그리고 아이만 식탁에 앉아서 했다.

미키는 집사였고, 제시카와 제니스는 노예의 신분이었다.

“주인님. 얼마 동안 산에는 가시지 마십시오. 요즘 영지가 어수선 합니다.”

“응? 먹고는 살아야지?”

짐승의 가죽과 발톱, 이빨, 약초나 독초들로 그런 대로 먹고 사는 데는 지장이 없는 생활을 하고 있었다.

큰돈이 필요하면 좀 먼 곳까지 원정을 다녀오면 되었고 말이다.

“도시에 수많은 유랑민들이 몰려들고 있습니다. 이름만 들어도 섬뜩한 자들이 많습니다. 제발 한번만 제 말에 귀 기울여 주십시오.”

못생긴 얼굴에 인상까지 써대는 놈이었다.

“누군데?”

혹시나 아는 놈들이라도?

몇 년 만에 들어보는 유랑민들이라는 소리였다.

수많은 랭커들이 몰려든다는 소리인가?

“일단 세 마녀들입니다. 세상에 퍼진 이야기가 부풀려 졌다고 해도 무시하기 힘든 마녀들입니다. 마녀신궁의 화살은 마왕도 잡을 수 있다고 하고, 얼음의 마녀가 휘두르는 검은 드레곤의 헬 파이어도 얼려버릴 수 있다고 하더군요. 마녀법사는……. 신도 재로 만들어 버릴 능력이 있다고 하던데……. 하여간 철검무적, 신검, 검신, 바람의 마도사, 화염의 마도사 등과 그들의 파티들까지 몰려들었고, 그 외에도 수많은 유랑민들이…….”

“킥. 그런 놈들이 무서워서 집구석에 처박혀 있으란 말이냐?”

섬뜩한 목소리가 나의 입에서 튀어나왔다.

삼년간 자제시키고 명상으로 억눌렀다고 생각한 그 무엇이 몸속에서 또다시 꿈틀거리는 것 같다.

미카엘이 일어나며 제시카에게 아이를 넘겼고, 제시카는 식당을 빠져나갔다.

제니스를 보니 온 몸을 떨고 있었다.

살기를 억누르고 술을 들이켰다.

마음이 찹찹했다.

잊고자 했던 여인들이 지금 이곳에 있는 것이다.

보고 싶다는 마음과 그럴 수 없다는 마음에 갈필이 서지 않는 것이다.

“그들이 몰려오는 이유는?”

“마족이 이 근방에서 나타났다 사라졌답니다.”

“크. 또 그놈들이란 말인가?”

“네?”

정말 지지리도 재수가 없다.

정말 악연인 듯싶은 악마길드인 것 같다.

어떻게 불리는지는 모르지만 떨어지려야 떨어질 수 없는 악연일까?

조용히 세상 살 만하니까 또 다시 언급이 되어지는 마족, 그리고 유저들의 퀘스트.

저택의 옥상으로 올라 흩내리는 눈들을 보았다.

모든 걸 잊고서 평안한 노후를 보내고 싶었는데…….

미카의 아들 엘루엘!

내가 지어준 이름이었다.

평소에 불리는 이름 루엔.

나의 이름을 그냥 붙여 주었지만 어떻단 말인가?

그리고 생각나는, 이름도 모를 또 다른 나의 자식. 킥킥…….

모든 걸 잊고 싶었고, 잊으려고 애쓰고 있는 나의 여인들…….

킥킥. 이것이 나에게 주어진 숙명?

찬바람이 불며 나의 몸을 휘돈다. 윈디…….


“정보길드 말입니까?”

“그래. 악마의 길드마크를 가지고 있는 용병 단을 찾아 달라고 해라. 거절하면 그날로 정보길드고 도둑길드고 간에 씨를 말려버린다고 해!”

“굳이 상대할 필요 있습니까? 지금까지 잘 숨어 살았는데…….”

“킥. 멍청한 놈. 난 숨어산 게 아니야! 잊고 싶은 과거 때문에……. 킥킥. 그렇군. 엎어 치나 매치나 같은 말이군. 난 숨어 살았던 거야. 크크. 크하하하하…….”

“주인님!”

“나와는 악연으로 맺어진 관계다. 내 소중한 사람들이 다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소중하다?

무엇이?

지금까지 무엇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이 있었던가?

“그럼 떠나시겠다는 말이군요.”

“맞아!”

“돌아오실 겁니까?”

“나 또한 유랑민이다.”

“음…….”

유랑민은 한 곳에 터를 잡지 못한다는 게 정설이다.

아니 잡을 수가 없다.

언젠가는 끝날 게임이고, 즐기기 위해선 여행을 해야 하는 것이다.

게임을 현실처럼 산다?

킥킥. 미친 개소리다.

“지금 몰려드는 유랑민과 같이 움직이실 겁니까?”

“나는 마족이나 마왕 따위에겐 관심이 없다. 그들을 불러내는 놈들에게 관심이 있다.”

“알겠습니다. 빠른 시일 내에 알아보도록 하지요.”

굳이 내가 나설 필요가 있을까?

어찌됐든 나는 유랑민이고 유저다.

언제까지 숨어 살 수는 없는 것이다.

이것이 나의 변하지 않는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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