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뱃심 님의 서재입니다.

조선은 신대륙을 발견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드라마

뱃심
작품등록일 :
2017.07.12 08:51
최근연재일 :
2017.07.31 02:25
연재수 :
21 회
조회수 :
9,542
추천수 :
175
글자수 :
139,586

작성
17.07.20 23:47
조회
257
추천
3
글자
17쪽

거부할 수 없는 제안 (1)

DUMMY

“바로 지난 번에 만난 황음, 바로 그 자라네”


“황음? 대체 그 사람이 뭐가 아쉬워 갑자기 나를 돕겠다고 나선건가?

한낱 돈만 밝히는 장사치가 나를 도와줄 이유가 없지 않나?”


“내가 가서 자네 사정을 설명하며 간청을 했다네.

가장 절친한 벗이 어이없는 일을 당했다고 하면서 사정하니 마지못해 도와주겠다고 하더군”


물에 빠진 클레첸은 지금은 지푸라기라도 잡고 심은 심정이었다. 그래서 어색하게 쭈볏거리는 호비첸의 말을 진심일거라고 그대로 믿었다.


이튿날 날이 밝자 마자 호비첸은 클레첸과 함께 강가에 있는 황음의 객주로 그를 찾아 갔다.

객주에 가니 황음이 없었다. 그들은 객주에서 알려준 대로 황음이 있다는 강진의 기생집으로 발걸음을 바꿔 향했다.


기생집으로 가는 도중에 호비첸이 클레첸에게 알려 주었다.


“내가 좀 물어 보니까 자네한테 행패를 부린 그 불한당놈들은 이 마을 일대에서 오랫동안 건달짓으로 먹고 산 놈들이라고 하네.

내 경험상 그런 놈들은 말이나 법이 아니라 주먹으로 뭉개버려야 해결이 된다네.

황음, 바로 그자 주위에 힘 좀 쓰는 어깨들이 많으니 그자말고 자네를 도울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이미 사또를 찾아가 문전박대를 당한 클레첸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네. 누가 되든 상관 없네.

내 가족을 구해주는 사람이라면 난 평생 은인으로 모시겠네”


사람이란 원래 어려움에 빠져야 꺼내준 사람이 고마운 줄을 아는 법, 지금 클레첸은 누가 되든 간에 가족들로부터 저 양아치같은 놈들을 떼어내줄 사람이면 길가의 강아지라도 은인으로 모시겠다는 생각이었다.


황음의 수하들이 알려준 대로 기생집에 도착하여 방문을 여니 시큼한 술냄새가 코를 찔렀다. 방안에는 사방에 술병과 안주 접시가 아무렇게나 널부려져 있었다.


클레첸은 간밤에 황음이 기생들을 불러다 놓고 얼마나 질펀한 술자리를 가졌을지 능히 상상하고도 남았다.


빼곰히 열린 안쪽 내실의 문틈으로 기생들과 한이불 속에서 뒹굴던 황음이 뻘건 얼굴로 엉금대며 간신히 기어 나왔다. 얼핏 보이는 그 문틈으로 클레첸 그가 어제 그토록 뵈고 싶어 했던 민사또가 헤롱거리는 모습으로 기생들과 뒹구는 모습도 같이 보였다.


그 꼴을 보고 호비첸이 클레첸에게 귓속말로 속삭였다.


“자 저자들 좀 보게. 저들 꼬라지를...

백성들은 먹을 것이 굶어 죽어 가고 있는데 마을의 사또라는 놈은 장사치하고 어울려 밤새 술이나 처먹고 기집질이나 하고 다니는 저 꼴을...

저런데도 자네는 저런 놈들 밑에서 개돼지 취급을 받으며 이런 곳에 살고 싶은가?”


클레첸은 별로 할 말이 없었다.

왜냐하면 호비첸의 말은 전부 구구절절이 옳은 말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신이 이곳에서 살기로 한 것은 그의 가족들이 여기 조선땅에 있기 때문이였지 딱히 사또가 좋다거나 이곳이 마음에 들어서 그런 것은 아니였다.


“그래....자네들 왔구먼...

간밤에 사또가 외롭다고 하시는 바람에 내가 말동무 좀 하면서 한잔만 한다는 게 말이야...끄윽”


황음은 역거운 트림을 토해낸 뒤 그들을 다른 방안으로 불러서 앉혔다.

그리고는 자신은 냉수 한사발 들이키고 아직도 술에 취해 시뻘건 얼굴로 말을 꺼냈다.


“그래...빨강 머리...내 자네의 딱한 사연은 이 친구한테서 전해 들었네...

어쩌자구 그런 동네 양야치놈들한테 꼬리가 잡혔누 끌끌...”


황음은 혀를 차며 그의 신세를 동정해 주었다.

옆에 앉은 호비첸은 이 자리가 불편한 지 자꾸만 엉덩이를 들썩거렸다.


클레체은 머리를 조아리며 지금 유일하게 기댈 언덕인 황음에게 하소연을 했다.


“억울합니다.

다섯살 짜리 아이가 자기보다 훨씬 큰 장정을 넘어뜨려서 도자기를 깼다니요.그게 말이 됩니까?

어제 하루종일 사또를 찾아가도 얼굴조차 뵐 수 없더니 오늘 여기서 사또의 얼굴 뵌 김에 내가 하소연이라도 좀 하고 갈랍니다.”

클레첸은 벌떡 일어나서 아직도 기생과 이불에서 뒹굴고 있는 옆방의 사또를 찾아가려 했다.


“어허...이 미련한 사람아....

사또는 지금 어제밤 못 치룬 거사를 치루느라 바쁘다네...

저 사또가 제일 싫어하는게 그거 할때 누가 방해하는 거라네.


그리고 이 눈치 없기가 한여름 동태 썩은 눈깔같은 사람아.

사또가 아무래도 여기 쭉 살아온 그놈들 편을 들지 자네 말을 들어줄 성 싶은가...

세상 물정 모르는 안타까운 사람 같으니라구...끌끌”


황음은 도리어 혀를 차며 클레첸을 걱정 해주었다.

정말 옆에서 들어서는 지금 황음처럼 클레첸을 걱정해주는 사람은 세상에 없는 듯 하였다.


잠시 뒤 황음은 머리를 싸매고 괴로워하는 클레첸을 위해서 기생을 시켜 또 술상을 내오도록 했다.


“들으면 들을수록 참으로 나쁜 놈들이구만...

그놈들이 툭하면 써먹는 수법이지...괜한 사람한테 시비걸어 쌩돈을 뜯어 내는 수법이라네...”


황음은 클레첸 옆으로 다가가 그의 손을 잡으며 애처로이 말했다.


“내가 힘닿는대로 해결해 볼 터이니 걱정일랑 내려놓고 일단은 집에 가 계시게...

바로 되는게 아니고 나도 그놈들을 만나볼 시간이 필요하니깐.”


황음은 다정한 목소리로 그를 안심시켰다. 그 목소리에 클레첸은 너무 감격해서 목소리조차 나오지 않았다.


“그렇게만 해주신다면 그 은혜를 평생 잊지 않겠습니다. 나으리...”


이때만큼은 클레첸은 황음이 하늘에서 보내신 천사로 여겨졌다. 이 낯선 조선땅에 와서 몇 년동안 여태까지 이렇게 자신을 위해 힘을 써준 사람은 없었다.

아직 황음이 무슨 일도 해결해 준 것이 없는데도 클레첸는 황음의 말만 듣고는 너무나 고마워서 고개 숙여 여러번 감사하다는 절을 하고 물러났다.


마침내 클레첸이 떠난 방안에는 호비첸과 황음 둘만 남았다.


*****


호비첸은 황음이 클레첸을 위해 마련해준 술상에 있던 술을 정신없이 마시고 있었다.


이 때 황음은 성질을 내면서 호비첸이 들고 있는 술잔을 확 빼앗으려 했다.


“이 돼지같은 노랑머리 코쟁이 같으리라구. 그만 좀 처먹지 못해!

이 흉년에 술상 하나 차리는데 내가 얼마나 내는 줄 알고 누구 맘대로 이렇게 처먹는겐가!”


호비첸은 다시 황음의 손에서 술잔을 빼앗으려 했다.


“내가 지금 마음이 무거워서 술 한잔 해야 겠으니 제발 이리 주시오.”


“뭐라구 마음이 무겁다구? 니가?”

황음은 괴롭다는 호비첸 말에 껄껄 웃음을 터뜨린다.


“이놈아. 니 친구를 이번 밀무역에 끌어들인 것은 니 놈 아니더냐.

담보를 제공하라고 했더니 친구의 가족을 담보 대신에 인질로 잡으라고 알려 준 것도 니 놈이고.

근데 지금 와서 내 앞에서 괴로운 척을 해?”


“나으리께서 반드시 담보가 있어야 배를 내준다고 하니 나도 할 수 없이 내 친구를 배에 태우고 대신 친구의 가족을 담보로 데리고 있으라고 한 것 아니오.

나도 친구와의 의리를 져버리면서까지 그리 하고 싶지는 않았소.”

호비첸이 술을 병째 벌컥벌컥 마시며 힘겹게 말을 내뱉었다.


“머? 친구와의 의리?

허허 그놈 조선땅에서 몇 년 살아보더니 아주 말재주가 좋구나...

그럼 내가 지금 가서 저놈한테 니가 한 짓을 그대로 전해볼까? 뭐라고 할지?”


황가는 호비첸을 어르고 겁주면서 데리고 놀고 있었다.


“아무튼 뭐 어찌 됐든 좋다. 니 말대로 저 놈 가족들을 담보로 잡아 두지.

단 저놈이 배를 타야만 한다는 조건하에서이다.”


근데 의리? 친구 뒤통수나 치는 니놈이 의리?

그딴 거는 저거 뒷간 똥통에나 처박아 두고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 똑똑이 잘 들어 두게.

노랑 머리!”


황음은 호비첸이 마시던 술병을 거칠게 나꿔채 밖에 마당으로 집어 던져 버렸다. 바닥에 술병이 깨져서 산산조각 흩어져 버렸다.


“난 자네가 말한 밀무역에 내 전재산을 쏟아 붓는 걸세...

이게 뭔 말인지 아나?

만일 이번 일이 잘못되거나 자네가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내가 뭔 짓을 할지 모른다는 거지.

저 친구의 가족뿐만 아니라 자네와 니 친구까지도 전부 다···

내말 잘 알아 듣겠나? 이 노랑 머리 코쟁이 선생?”


황음은 호비첸의 귀에다 대고 다시 한번 똑똑히 알아 듣도록 말했다. 그리고는 그가 먹다 남긴 술잔을 자신의 입속으로 털어 넣었다.


“뭣이...친구와의 의리?

푸하하하...

니놈 친구가 니놈이 자기 가족까지 담보로 넘긴 걸 알면 그걸 뭐라고 부를지 모르겠군.

니네 나라에선 그런 걸 의리라고 하는지 모르겠지만...푸하하학”


황음은 호비첸이 말한 의리가 그렇게도 우습던지 계속 껄껄거렸다. 하지만 그렇게 웃으면서도 그의 머리속은 정신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이놈아. 친구도 팔아 넘기는 너를 내가 쉽사리 믿을 성 싶으냐.

내가 니 친구놈을 이용해서 너를 꼼짝 못하게 옭아 맬 테니 딴 마음일랑 아예 먹지 말거라’


황음은 묶어놓은 사냥개마냥 호비첸을 도망치지 못하게 한 다음 그를 이용해서 두고두고 밀무역에 이용해 먹을 생각이었다. 정 안되면 한두번 밀무역에 그를 이용해 먹고 그의 수법을 배운 다음에 바다에 던져 버려도 그만 이었다. 물론 그의 친구 클레첸까지도.


여러모로 보나 호비첸보다 몇 수 위인 황음 이었다.


*****


황음과 헤어지고 난 뒤 집으로 돌아간 클레첸은 마음이 심란했다.

왜 황음이 나타나고 자신한테 이런 안좋은 일이 생기는 건지. 하지만 지금 제일 중요한 것은 마을 불한당들의 시비에서 벗어나는 것이였다.


해가 저물어 아이들을 재우고 등잔불 밑에서 새끼를 꼬면서 그는 아내와 앞으로 닥칠 일들을 걱정하고 있었다.


“이보게..클레첸...”


그때 또다시 호비첸이 밤늦게 나타나 싸리문 울타리 밖에서 그를 불렀다.


호비첸은 심각한 얼굴로 그를 뒷마당으로 불러냈다.


“그래? 어떻게 됐는가?

황음 그자가 그놈들을 무마시켜 줬는가?”


“아..그게 말일세 좀 기다려야 될 거 같네...”


호비첸의 말에 클레첸은 펄쩍 뛰며 소리를 질렀다.


“그게 무슨 소린가?

이 마을에서 그런 양아치 불한당놈들을 누를 자는 황음 그 자밖에 없다고 자네가 얘기 하지 않았나?”


“아...물론 황음 그자가 그런 자들을 잘 다루긴 하지...”

호비첸은 어떻게 말을 꺼낼지 망설였다.


“근데 그게 말일세...”


“답답하군. 제발 속 시원히 말 좀 해보게.

우리 가족은 오늘도 지난번 자네가 가져다 준 좁쌀 한줌으로 겨우 한끼를 떼웠네.

그런데 어찌해서 이 흉년에 그놈들한테 쌀 세가마니를 해 줄 수 있단 말인가?”


“사실 그게 내가 가져다 준 생선과 좁쌀 한되도 사실 황음 그자가 준 거라네...”

호비첸은 쓴 입맛을 쩝쩝하고 다셨다.


“황음이 그놈들은 처리하는 것은 내가 약속을 받았네.

그 대신 그 댓가로 황음이 자네에게 원하는 것이 있네”


“나한테 원하는게 있다구? 내 재주래야 기껏 밭 갈고 갯벌일 하는 것 뿐인데 무슨 나한테 원하는게 있단 말인가?”


“자네가 나와 같이 배를 타고 이번 잠상(潛商)에 같이 동행하라는 것이 이번 일을 해결해주는 댓가일세.”


호비첸으로부터 이 말을 듣는 순간 클레첸은 뒤통수를 돌로 얻어 맞은 기분이었다.


“뭐라구? 나보고 그 밀무역에 동참 하라구?

내가 그때 발을 뺀다고 분명히 말하지 않았는가?”


“알지. 자네가 분명히 그랬지. 나도 그렇게 알고 여태까지 쭉 그자에게 그렇게 얘기했지.

근데 황음 그자가 날 절대 못 믿겠다면서 꼭 자네를 함께 데리고 가라고 하지 뭔가”


“이런 말도 안되는...”

지금 클레첸은 호비첸의 말을 어디까지 믿어야 할 지 혼란스러웠다.


“이보게...자네 아들한테 시비를 건 그놈들...그놈들이 보통 독한 놈들이 아닐세...

황음 그자가 막아주지 못한다면 자네 자식놈은 그놈들한테 끌려가서 어느 섬의 염전으로 팔려 갈 수도 있어.

듣기로는 염전에 팔려가면 죽을 때까지 발에 쇠사슬을 차고 소금바닥만 긁다가 죽는다고 하던데...”


호비첸은 기왕 이렇게 된 거 내친 김에 아주 크게 겁박을 주려고 필사적으로 거짓말을 했다.


“이익! 자네 지금 그걸 말이라고 지껄이는겐가!”

참지 못한 클레첸은 결국 호비첸의 멱살을 거세게 잡아 틀었다.


호비첸은 나이는 더 들었지만 완력으로 치자면 결코 서기 출신인 클레첸에게 밀릴 사람이 아니였다. 웬만한 조선사람보다 머리가 하나 더 큰 덩치에 오랜 뱃놈 생활 동안 칼쓰는 법, 주먹 쓰는 법이 웬만한 군인보다도 훨씬 더 나은 수준이었다.


그러나 그는 지금 클레첸의 화난 멱살질에 그냥 참기로 했다. 아니 참아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그것이 조금이라도 자신의 죄책감을 더는 방법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리라.


클레첸은 차마 호비첸의 턱을 때리지는 못하고 그냥 멱살을 풀었다.

그리고는 자신의 머리를 쥐어 뜯으며 그 자리에 주저 앉았다.


호비첸도 잠시 막힌 숨을 고르다 아궁이에서 곰방대에 불을 붙여 연기를 뻐끔거리며 다시 클레첸이 있는 뒷마당으로 왔다.


클레첸의 아내 염씨가 걱정이 되서 나와 봤지만 클레첸은 그녀가 너무 걱정할까봐 그녀를 집안으로 돌려 보내고 다시 호비첸과 마주 앉았다.


둘은 서로 곰방대를 돌려 가며 빨아대며 한참 동안 말없이 있었다.


한참만에 클레첸이 먼저 말을 꺼냈다.


“이봐, 호비첸...자네는 왜 그리도 고향으로 돌아가려고 하는가?

자네는 고향에 부모님이나 가족이나 연인도 없다고 하지 않았는가...

이땅이 그리도 싫은 건가 아니면 고향이 그리운 건가?”


“굳이 따지자면 반반 아니겠나...

난 그냥 이나라 음식도 싫고 집도 싫다네. 특히 저 납작하고 쭈그러진 여자들...그 여자들이 나는 그냥 꼴뵈기 싫다네.

기생이고 그냥 동네 처자고 내 눈엔 다 그냥 똑같이 무슨 찌그러진 요강처럼 보일 뿐이네”


“풋...찌그러진 요강이라...

그럼 자네 눈엔 내 마누라도 그리 보이든가?...”


클레첸은 굳이 그의 말에 크게 반박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조선의 여인들에 대해 너무 심한 표현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호비첸은 그것 말고 또 다른 얘기를 꺼넸다.


“그리고 암스테르담 선술집의 달콤한 달걀술...

배에서 석양의 노을을 감상하며 마시는 쌉살한 럼주...

또 안트워프 항구에서 마시는 그 진한 맥주 한모금....

이런 것들의 즐거움을 어찌 여기서 마시는 탁주(濁酒) 따위에 비하겠는가...”


‘달걀술과 럼주와 안트워트 항구의 맥주라...’

그 맛을 클레첸이 모르는 것은 아니였다. 하물며 타고난 술꾼인 호비첸한테는 절대 거부할 수 없는 천상의 맛이였으리라...

클레첸은 고향에 돌아가고자 하는 호비첸의 마음을 전혀 이해 못하는 것 아니었다. 하지만 그 둘의 입장은 서로 판이했다.

호비첸은 죽어도 조선땅에서는 낙도 없고 감시받는 삶도 싫고 타고난 천성 탓에 바다로 나가고야 말겠다는 생각이었고 클레첸은 차마 가족을 주고 떠나지 못하니 그냥 이땅에 어떻하든 정 붙이고 살자는 생각이였던 것이다.


이때 호비첸이 고심하는 클레첸 옆으로 바짝 다가와 속삭였다.


“이봐. 기왕 이렇게 된 거 나하고 같이 잠상을 핑계로 같이 바다로 나가세”


“그럼 내 가족은?

자네가 나가사키에 도착하고 난 뒤 어떻게 할지 내가 뻔히 아는데 그런 소리가 나오나?

자네가 도망가면 나와 인질로 잡힌 내 가족은 어떻게 되는 건가?”


“이봐. 왜 자꾸 내가 도망 간다고만 생각하나?

그럼 지금 그냥 이대로 있어도 자네나 나나 더 나아지는 건 없지 않은가?

자네는 자네 아들이 그 불한당놈들한테 잡혀가도 괜찮다는 건가?”


클레첸은 호비첸의 말에 크게 맘이 흔들렸다. 무슨 일이 있어도 가족들만큼은 지키고 싶었다.

이때 마침 호비첸이 그의 가장 약한 부분을 파고 들었다.


“이봐. 무슨 일이 있어도 내가 자네와 자네 가족들한테는 해가 안가게 해주겠네...

일단은 나와 같이 잠상을 핑계로 나가사키까지 같이 가세.

그러면 황음 저 자는 자네 가족을 인질로 잡고 잠상에 필요한 배와 물건을 내줄걸세. 물론 자네 가족은 잠시 황음에게 붙잡혀 있겠지. 하지만 내가 무슨 묘수를 내볼 테니 제발 내 말 좀 듣게나.

내가 나가사키에서 도망을 가든지 아니면 황음에게 붙잡혀서 평생 그의 잠상에 동원되든지 간에 절대 자네한테는 해가 되는 일은 절대 없도록 하겠네. 성모 마리아님 앞에서 이렇게 성호를 긋고 맹세하겠네.

지금이야 자세히 말 못하지만 제발 나를 좀 믿어 주게”


호비첸은 계속해서 클레첸을 어르고 달랬다.

그렇게 한참을 고민하던 클레첸이 마침내 숙였던 고개를 들었다.


“황음...내가 내일 아침 일찍 가서 그자를 만나겠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조선은 신대륙을 발견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임시글은 새벽에 다시 올리겠습니다. 17.07.19 144 0 -
공지 1화.프롤로그를 1,2화로 나누었습니다. 17.07.12 147 0 -
공지 <대체역사 - 드라마> 로 인사드립니다. 17.07.12 482 0 -
21 다시 범선을 일으켜 세워야 한다 17.07.31 376 2 9쪽
20 서로의 뒤통수를 치다 +2 17.07.24 301 3 13쪽
19 거부할 수 없는 제안 (2) 17.07.22 238 2 20쪽
» 거부할 수 없는 제안 (1) 17.07.20 258 3 17쪽
17 친구를 위험에 빠뜨리다. 17.07.20 265 3 19쪽
16 밀무역을 모의하다 (3) 17.07.19 272 2 9쪽
15 밀무역을 모의하다 (2) 17.07.19 280 5 19쪽
14 밀무역을 모의하다 (1) +1 17.07.18 315 5 11쪽
13 동래(東來)에서 온 고자(鼓子), 차동팔 +1 17.07.17 372 6 20쪽
12 강진 상단의 행수 <황음> 과의 조우 17.07.17 339 6 14쪽
11 덧없이 흘러가는 강진의 시간들 +1 17.07.16 415 7 16쪽
10 해남에서 다시 만난 테르미도르 號 17.07.16 352 8 19쪽
9 멀어지는 고향, 작아지는 희망 17.07.15 382 7 18쪽
8 낯선 그 곳, 강진으로 가는 길 17.07.14 410 9 19쪽
7 표류자들 17.07.14 434 7 15쪽
6 실종된 배 - 테르미도로 호(號) +2 17.07.13 470 16 17쪽
5 1679년, 암스테르담, 동인도회사 (2) +1 17.07.13 467 17 12쪽
4 1679년, 암스테르담, 동인도회사 (1) +1 17.07.12 556 17 16쪽
3 회색모자의 남자, 디포씨 +1 17.07.12 647 16 12쪽
2 암스테르담 항구의 남매 +2 17.07.12 874 15 10쪽
1 프롤로그 +4 17.07.12 1,498 19 6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