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뱃심 님의 서재입니다.

조선은 신대륙을 발견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드라마

뱃심
작품등록일 :
2017.07.12 08:51
최근연재일 :
2017.07.31 02:25
연재수 :
21 회
조회수 :
9,535
추천수 :
175
글자수 :
139,586

작성
17.07.12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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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2
추천
15
글자
10쪽

암스테르담 항구의 남매

DUMMY

17세기, 암스테르담 항구의 가을은 유난히 을씨년스럽다.


왜냐하면 이곳에는 높은 산맥이 없고 대부분 얕은 구릉지대나 평지여서 차가운 북해의 바다 바람이 그대로 도시 안쪽까지 휭하니 밀려 들어오기 때문이다.


이런 날씨라면 부자들은 마차를 타고 다니고 마차를 탈 여유가 없는 평민들은 추위를 피해 서둘러 집으로 가거나 하다 못해 근처의 선술집이라도 들어가 술한잔에 몸을 녹일 것이다.


이런 날씨에 밤까지 길거리를 배회하는 자들은 아마도 손님을 찾아 헤매는 홍등가의 여자이거나 부랑자일 것이다. 그리고 이들은 이 어두운 도시에서 가장 손쉬운 먹잇감이 된다.


싸늘한 늦가을, 거리에 땅거미가 내릴 무렵, 좁은 골목길 사이로 무언가 스르륵 하고 미끄러지듯이 나타난다. 처음엔 길 잃은 강아지 인가 싶었지만 두발로 서서 걷는 것을 봐서 틀림 없는 사람이다. 그것도 작은 체구의 두명의 사람 말이다.


그들 중 하나는 어린 소년으로서 마른 체구에 낡은 베이지색 외투와 얇은 여름 바지를 입었다. 소년은 바람을 맞닥드릴 때마다 가느다란 다리가 그대로 드러나 보였다.


그는 야윈 얼굴에 갈색 눈동자가 빛나고 있었다. 깊게 눌러 쓴 낡은 모자 사이로 붉은 색 머리카락이 보였다. 이런 외모는 이곳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노동자 집안의 아이의 모습이였다. 소년은 열살 정도로 보였는데 하지만 앙 다문 그의 굳은 입술에서 나이에 맞지 않는 고집과 어른스러움이 묻어 나왔다.


다른 한 명은 여닐곱살 정도 되어 보이는 작은 체구의 소녀였는데 그녀도 누더기 외투를 입은 채 낡은 구두를 질질 끌며 힘겹게 거리를 걷고 있었다.


야윈 모습은 바람만 불어도 후하고 날라갈 것만 같았다. 소녀는 영양상태가 안좋아서인지 얼굴은 푸석해보였고 양갈래 땋은 붉은 색 머리카락은 끝이 갈라져 있었다.


둘은 외로워 보였지만 그것을 감추기 위해서인지 서로의 손을 꼭 잡고 있었다. 마침 등 뒤에서 한줄기 칼바람이 불어와 거리를 휩쓸고 지나가자 어린 소녀는 추위에 입술을 파르르 떨었다. 여자아이는 덜덜 떨면서 칭얼거렸다.


“오빠....나 너무 추워.”


“···”

소년은 앞을 응시하며 걸어갈 뿐 아무런 대꾸가 없다.


“오빠!나 너무 춥다고!”


여자아이는 소년이 대답이 없자 그의 손을 잡아 끌며 가냘픈 목소리로 간신히 말했다.


오빠라고 불린 남자아이는 이제서야 여자아이를 뒤돌아 보고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좀 참지 못하겠어!

배고픈 건 나도 마찬가지라구.”


소년은 소녀에게 빽 소리를 지르고 그녀의 손을 잡아 챘다. 그리고 지친 발을 끌며 다시 터벅터벅 시내 쪽으로 걷는다. 여자아이는 금방이라도 주저 앉아 울고 싶은 걸 참으며 어쩔 수 없이 손목이 잡힌채 소년을 쫒아서 걷는다.


소년과 소녀는 벌써 두 블록을 걸어서 이제는 마차들이 많이 다니는 대로변에 도착했다.


소년이 잠시 멈추고 뒤돌아 서서 여자아이를 쳐다 본다.아까 화를 낸것이 미안해서인지 좀 다정한 말로 여자아이를 달래려고 한다.


“이봐 쥴리.

그래도 아까 나오기 전에 꿀꿀이죽 한 그릇 먹었자나···좀 참아봐...제발...”


여자아이는 고개를 저으며 눈물을 글썽이기 시작했다.


“싫어...대체 언제까지 이렇게 걸어야 하는 건데.

그리고 왜 자꾸 날 쥴리라고 부르는 거야.

내 이름은 옥년이! '구옥년' 이라구!”


소녀는 자신의 이름이 <구옥년> 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붉은 색 머리카락의 소녀의 이름이 구옥년이라니···그녀는 분명 암스테르담 거리에서 이 곳 암스테르담 사람의 모습으로 조선사람의 이름을 쓰고 있었다.


남자아이는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 자신을 ‘옥년이’라고 하며 투정하는 소녀를 내려다 보며 말했다.


“이봐. 쥴리.

다시 한번 더 얘기 하는데 잘 들어.

이 곳은 이전에 우리가 살던 그런 곳이 아니야.

완전히 다른 동네, 다른 사람들 이라구.

제발 그 똥같은 동네에서 쓰던 똥같은 이름은 머리속에서 지워 버리라구!

난 클레첸 쥬니어!

넌 쥴리라구!

알겠어?!”


여자아이는 소년이 화가 잔뜩 나서 고함을 치자 울먹울먹 하면서 메마른 입술을 파르르 떤다. 그리고는 기어코 그 자리에 쪼그리고 앉아 앙하고 울음을 터뜨렸다.


소년은 여동생의 갑작스런 울음에 당황했다.


“쥴리···내가 소리질러 미안해.

이제 조금만 참어.

이 일만 해결되면 저 돼지세키네 꿀꿀이죽도 안녕이라고···

우린 예전처럼 행복하게 살 수 있어.

제발 조금만 참자...응?”


남자아이는 소녀가 울음을 터뜨리자 소리 지른 걸 후회하면서 어떻게든 울음을 그치게 하려고 같이 옆에 쪼그려 앉아 그녀를 달랬다.


한참을 울고 난 뒤 어린 여자아이는 울음을 멈추었다.


“다신 나한테 소리지르지마! 나도 이제 내년이면 열살이야. 소리 안질러도 알 건 다 안다구!”


소녀는 남자아이한테 바락 소리를 질렀다. 그러고는 다시 일어나서 앞장서서 걷기 시작했다.


하지만 곧 여자아이는 소년의 손을 다시 꼭 잡았다. 둘 사이는 마치 세상에 둘만 남겨진 외로운 쌍둥이 별처럼 보였다.


큰 길가로 나가자 북해 바다에서 불어오는 거센 바람이 얼굴을 때렸다. 바람이 불때마다 소녀는 바람의 방향에 따라서 나무가지처럼 휘청거렸다. 하지만 그녀의 손을 잡고 앞장 서 걷는 소년의 눈빛 은 여전히 날카롭게 빛나고 있었다. 이윽고 한 블록을 더 가서 소년은 여자 아이의 손을 힘주어 잡고 외쳤다.


“저기야.저기!”


“응···.어디···..?”


“저기 큰 길 건너 모퉁이 저 높은 회색 건물!”


남자 아이는 모퉁이에 위치한 회색 건물을 손가락 끝으로 가리켰고 그제서야 소녀도 눈을 들어 그들의 목적지인 길 모퉁이에 높은 회색빛 건물을 바라 보았다.


그 건물은 멀리서도 알아 볼 수 있을 만큼 주변에 우뚝 높이 솟아 있었다. 5층 정도는 족히 되보일 정도로 높았으며 정면에 4개의 커다란 대리석 기둥이 'ㅅ'자 모양의 웅장한 지붕을 떠받치고 있었다. 이 정도로 높은 건물은 이 도시에서 성 니콜라스 성당 밖에는 없었다.


이제 찾아 헤매던 목적지가 눈 앞에 들어 오자 둘은 없던 힘도 짜내서 빨리 걷기 시작했다.


이제 막 땅거미가 내린 암스테르담 항구의 거리는 희미한 가로등에 의지해서 간신히 사물의 윤곽만을 비춰주고 있었다.


“어서 어서···쥴리···빨리 가자구···

혹시 저기 앞에 우리를 기다리는 사람이 보이지 않아?

틀림 없이 건물 앞에서 만나기로 했는데...혹시 늦어서 먼저 가버린건 아니겠지?”


“오빠...빨리 가자....나 배고프고 다리 아퍼···”


소녀도 마지막 힘을 내서 빨리 걷기 시작했다.

둘은 이제 건물로 가기 위해 서둘러 큰 길을 가로 지르기 시작했다. 큰 길가에는 어두워진 거리를 마차들이 무서운 속도로 질주하고 있었다.


여자아이가 빨리 걷기 시작하면서 소년을 앞서자 둘이 맞잡은 손이 약간 떨어졌다. 그 순간 소녀의 몸이 휘청하며 공중에 띄는 듯 싶었다. 소년은 필사적으로 그녀의 팔을 잡아 끌면서 외쳤다.


“옥년아!”


귀를 찢는 듯한 콰르르 하는 소리와 함께 소녀의 몸을 덮치듯 무서운 속도로 마차가 그들의 옆을 지나갔다.


휘청거리며 땅바닥에 쓰러진 소녀 옆으로 검게 번들거리는 말들이 끄는 마차가 길가의 돌멩이를 튀기면서 비스듬이 스쳐 지나갔다.


소년은 서둘러 땅에 쓰러진 여동생을 끌어 안고 소리 쳤다.


“옥년아! 괜찮아? 어디 다친덴 없어?”


“아야야...거기 팔...”


넘어지면서 외투의 왼쪽 팔꿈치 부분이 찢어져 있고 가뜩이나 얇은 바지의 무릎이 찢어져 흐미하게 피가 베어 나오고 있었다.


“으....이 쌍!”


소년이 입술을 꽉 깨무는가 싶더니 벌떡 일어서서 마차가 지나간 방향으로 온 힘을 다해 목이 찢어지라 외쳤다.


“야이 개자식아!

눈깔 똑바로 뜨고 다녀!!!”


어린 소년은 마치 어른들처럼 뱃사람이 쓰는 쌍욕을 내뱉었다. 그러고도 소년은 분이 안풀리는지 몇마디 더 지나간 마차에다 대고 욕을 했다. 그는 씩씩 거리며 아파하는 여동생 옆에 쪼그리고 앉았다.


그런 소년의 등뒤로 히히힝 거리는 거친 말울음소리가 들렸다. 이어서 끼기긱 하는 급히 마차 바퀴 멈추는 쇳소리가 들렸다.


소년은 피가 베어 나오는 소녀의 무릎을 살펴보며 걱정과 짜증이 동시에 밀려 왔다.


“도대체 어딜 보고 다니는 거야?

쥴리....내가 길 다닐때 분명히 마차 조심하라고 했지.”


“아야야...이잉...”


소녀는 아픈 무릎을 부여 잡으며 참았던 울음을 다시 터뜨렸다.


소년은 어린 여동생의 울음에 마음 한구석이 아련해져 오는 것을 느꼈다.그리고 자신의 눈앞에서 마치 세상으로부터 버림 받은 것처럼 어깨를 들썩거리며 우는 소녀의 어깨를 애처롭게 감싸 안았다.


잠시 서로 안고 있으면서 소년은 자신의 연약한 여동생을 보호 해주지 못한 자신을 질책하였다.


'내가 좀 더 바깥쪽으로 걸었더라면 다치지 않았을텐데...'


잠시 둘이서 그렇게 서로를 아파하며 보듬고 있는 동안 소년의 등 뒤로 거칠게 씩씩 거리는 숨소리와 함께 누군가 멧돼지처럼 둘 사이로 뛰어 들었다.


“야이 쌍노무 시키야”


작가의말

거친 항구의 분위기를 표현하려다 보니 본의 아니게 비속어를 많이 쓰게 되었습니다. 넓은 이해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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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친구를 위험에 빠뜨리다. 17.07.20 265 3 19쪽
16 밀무역을 모의하다 (3) 17.07.19 272 2 9쪽
15 밀무역을 모의하다 (2) 17.07.19 280 5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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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해남에서 다시 만난 테르미도르 號 17.07.16 352 8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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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실종된 배 - 테르미도로 호(號) +2 17.07.13 470 16 17쪽
5 1679년, 암스테르담, 동인도회사 (2) +1 17.07.13 466 17 12쪽
4 1679년, 암스테르담, 동인도회사 (1) +1 17.07.12 556 17 16쪽
3 회색모자의 남자, 디포씨 +1 17.07.12 646 16 12쪽
» 암스테르담 항구의 남매 +2 17.07.12 873 15 10쪽
1 프롤로그 +4 17.07.12 1,498 19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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