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뱃심 님의 서재입니다.

조선은 신대륙을 발견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드라마

뱃심
작품등록일 :
2017.07.12 08:51
최근연재일 :
2017.07.31 02:25
연재수 :
21 회
조회수 :
9,550
추천수 :
175
글자수 :
139,586

작성
17.07.19 22:45
조회
280
추천
5
글자
19쪽

밀무역을 모의하다 (2)

DUMMY

“ 자~ 이만 하면 어떤가? 껄껄껄 ”

한바탕 호비첸이 걸걸하게 웃어대는 통에 잠시 집에 있는 아이들 생각에 빠져 있던 클레첸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세계 지도로 쓸만하지 아니한가? 안그런가?”

클레첸은 정신을 차려 그가 만든 지도를 다시 한번 찬찬히 살펴 보았다.


호비첸이 만든 지도(地圖)는 비록 몇군데가 듬성듬성 비워져있기는 했지만 각 지명을 알아볼 수 있을 만큼 지도로서의 최소한의 형태는 갖추고 있었다.

그들이 떠나온 고향 암스테르담, 그리고 중간 기착지 였던 자카르타 그리고 최종 목적지였던 나가사키까지 주요 지명들이 얼추 그 위치가 지도 위에 그려져 있었다.


“이젠 물감을 구해 채색만 하면 되겠네...”

호비첸은 스스로를 자랑스러워하며 밖에 나가기 위해 옷을 주섬주섬 챙겼다.


“근데 색깔까지 칠해서 이 지도를 어따 쓸데라도 있는 것인가?

당장 끼니 떼울 걱정을 해야지 이런 것이 지금 뭔 소용이 있단 말인가? ”

클레첸은 호비첸이 먹을 것은 구하러 다니지 않고 방안에서 엉뚱한 짓만 하고 있는 것 같아 걱정이 되서 물어 봤다.


“무슨 소용이 있긴...자네가 그리 말하니 내가 섭섭하네 그려.

의심 많은 놈한테는 암만 말로 해봐야 소용이 없다네.

우리가 어디서 왔는지, 무엇하던 사람들인지,.

그리고 우리랑 같이 무엇을 하면 떼돈을 벌 수 있는지...

백번 입으로 떠들어 봤자 이런 지도하고 물건 한번 보여주는 것만 못하네.”


“이봐. 호비첸!

도대체 저들에게 뭘 보여줘서 믿게 하겠다는 건지 나는 잘 모르겠네.

괜한 헛고생만 하는 것 아닌가?

만일 배가 온전했다면 배에 선적한 사슴이나 담비가죽, 향신료, 망원경, 그림책 등 갖가지 진귀한 것들을 보여주고 그들의 신뢰를 받을 수 있겟지···

하지만 누가 덜렁 지도 한장 갖고 떠드는 자의 말을 믿겠는가.

다들 허풍쟁이라고 생각할 것이 뻔하네.”


그 말에 호비첸이 주섬주섬 일어나더니 방안 한켠 옷장에서 지난번 해남에 갔을 때 테르미도르호에서 찾은 향료 주머니들을 꺼내 왔다.

호비첸이 그 중 주머니 몇개를 열자 순식간에 방안 가득히 향료의 향기가 가득찼다.


“용뇌(龍腦)는 귀한 거니까 따로 잘 보관해두고

일단 육두구(肉荳蔲)와 백리향(百里香)만 보여줘야 겠다.”


용뇌,육두구와 백리향이라···

클레첸도 익히 들어서 잘 알고 있는 향신료들이었다. 너무 고가여서 직접 먹어본 적은 없지만 유럽에서는 왕족과 최상위 귀족만이 음식이나 향수로 사용한다고 들었다.


육두구는 사향 향기가 났고 향이 백리를 간다는 백리향은 그 은은한 꽃향기가 일품이었다.

하지만 그 중 으뜸은 단연 용뇌로서 인도 산간지방에서만 소량으로 구할 수 있는 것으로 그 썁살한 향기가 코를 찔렀다.


“엉? 그걸 누구한테 보여 주겠다는 건가?”


“누구긴 누구야. 우리를 집으로 데려갈 사람이지...”


호비첸은 신이 나서 향료 주머니들을 다시 정리해 옷장안에 정성스럽게 차곡차곡 넣었다.


바로 그 순간 이었다.

밖에서 누군가 호비첸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이보게. 코 큰 양반~안에 계신가”

어디선가 한번 들어본 목소리였다.


“누군가? 이런 추운 날씨에 나말고 자네를 찾아오는 조선 사람이 다 있네 그려...”

클레첸이 대신해서 방문을 빼꼼히 열어 밖을 내다 보았다.


긴 비단 저고리에 좀 작은 테두리의 갓을 쓴 그는 지난번에 그의 객주로 가서 같이 술을 마셨던 황음이였다.


그는 짧은 염소 수염을 쓰다듬으며 마치 양반처럼 잘 차려입고 또 다시 호비첸의 집을 방문하였다.


‘저 인간은 왜 또 다시 여기를 찾아 온 것일까?

설마 지난번에 얘기한 밀무역에 관심이 있어서 온 건 아니겠지.

자기 입으로 분명 밀무역을 하다 잡히면 참수형에 처해 진다고 하지 않았던가.’


클레첸은 대체 이 장사꾼이 또 무엇하러 이 곳에 왔는지 잘 감이 잡히지 않았다.


“무슨 일이시오. 이런 추운 날에 누추한 곳에까지 행차를 다 하시고. 허허헛”

호비첸이 호탕하게 웃으며 이젠 능숙한 조선말로 황음을 맞이했다.


“내 지나가는 길에 자네들 밥이라도 굶지 않나 걱정이 되서 이렇게 찾아 왔네.허허헐”

황음은 그 능구렁이 같은 혓바닥을 굴려 댔다.


“이유야 어찌됐든 추우니 어서 이리 들어오소”

여우같은 호비첸이 자신의 냄새나는 초가집 방안에 능구렁이같은 황음을 맞아 들였다.


이 방은 원래가 퀘퀘한 냄새가 나는 방인데다가 호비첸 특유의 노린내가 섞여 있었다. 거기다 아까 꺼냈던 향신료냄새까지 온갖 냄새가 더 해져 있었다.

이 냄새들이 한꺼번에 뒤섞여서 코안으로 밀려들어오자 황음은 그만 토가 나올 뻔하여 헛구역질을 몇번씩 하였다.


“우웩...우웩...이게 대체 무슨 냄새란 말인가...

제발 방문 좀 열어 주시게...”

그는 정말로 괴로워하며 울듯이 애원했다.


옷차림으로 하나만 보아도 알 수 있듯이 온갖 깔끔을 다 떨고 다니면서 기생 속곳의 얼룩하나까지도 트집을 잡는 황음이 이렇게 구역질 나오는 초가집 방안에 자진해서 들어 온 것은 그만큼 그의 신세가 뭔가 급하다는 뜻이기도 했다.


*****

황음이 차행수로부터 급습을 당한 그날 이후, 그는 한동안 넋이 나간 채로 허공만 쳐다보고 지냈다.


부하중에 가장 믿었던 놈에게 장부를 맡겼더니 장부를 조작하고 열쇠를 훔쳐 창고의 물건을 빼돌려 팔아 먹고 야밤도주를 해버렸다.

게다가 하필이면 악독하기로 소문난 부산 동래(東來)의 차동팔에게 자신의 이름으로 사기를 치고 달아났다. 지

지금 황음한테 남은 그 놈이 남기고 간 은자 오백냥의 빚더미와 너덜거리는 조작된 장부 뿐이였다.


-아모개...이...찢어 죽여도 속이 시원찮을 놈...

어떻게 이 놈을 잡아다 물고기밥을 만든 단 말인가···


황음은 생각만 해도 이가 부드득 갈려 밤중에 누었다가도 이불을 걷어 차고 몇 번이고 벌떡 일어났다.


‘내가 어떻게 해서 여기까지 왔는데...

다시 나주로 진출해서 삼남일대 최고의 대방이 되는 것이 목표인 내가 어찌해서 이런 개같은 일에 휘말렸단 말인가...’


후회해도 이미 엎질러진 물이고 깨진 항아리 였다.


황음은 행수 차동팔이 그 난리를 치고 떠난뒤 서둘러 사람을 풀어 차행수의 뒷배를 조사시켰다.


차행수는 그의 장담처럼 한양과 동래 왜관(倭館)에 정기적으로 납품을 하면서 당시 조정의 실권을 쥐고 있던 서인(西人)계열의 관료들과 손이 닿아 있었다.


‘나도 한양에 연줄이 있다면 이런 수모를 당하지 않았을텐데..’


장사하면서 항상 그놈의 뒷배와 연줄이 문제였다. 그리고 천한 장사치 출신인 자신 같은 자들이 그런 연줄을 만들기 위해서는 한양에다가 엄청난 재물을 갖다 바쳐야 한다는 것도 그는 잘 알고 있었다.


황음은 옛날에 자신이 심부름꾼으로 데리고 있던 불알 없는 고자(鼓子)놈이 무슨 재주로 한양에까지 연줄이 닿았는지 신기하기도 하였거니와 한편으로는 자신이 너무 안일하게 세상을 살아왔다는 생각에 자신을 질책하기도 하였다.


이번 일로 황음은 다시끔 마음을 다잡았다.


‘내 무슨 일이 있어도 크게 재물을 모아 오늘의 수모를 갚고 조선 최고의 거상(巨商)으로 이름을 날릴 것이다!’


하지만 그 전에 차동팔에게 무려 은자 오백냥부터 갚아야 했다.


그리하여 황음은 오늘 무언인가를 담판 짓기 위하여 이 냄새나는 골방에 노린내 나는 이양들과 마주하고 앉아 있는 것이다.


황음이 먼저 입을 떼었다.


“흠...내가 지난 번 만난 이후로 곰곰히 생각을 해보니 그때 자네가 얘기한 무역건 말일세...”


“아~ 지난번에 말씀 드린 그 국법에 의해 엄하게 처벌된다는 잠상(潛商) 말이지요...?”


“흠흠....그렇게 대놓고 말할건 아니고....

만일 그렇다면 내가 뭘 도와주면 자네가 그리 할 수 있겠나?”

황음은 누가 들을까봐 조용히 속닥이면서 말했다.


‘옳거니. 내 예상이 맞아 떨어졌구만.

역시 장사치는 이런 대박 돈 냄새 나는 곳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법이지’

호비첸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흠...그야 뭐 장사할 밑천으로다가 물건이랑 배 한척만 내주시면 제가 그곳까지 뱃길을 잘 아니까 제가 아는 사람 몇명이랑 해서 큰 건 한번 물어 오겄습니다요.”


호비첸은 이제 그가 미끼를 물었으니 그냥 잡아 채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가 간과한 것이 하나 있으니 호비첸 자신이 서양의 여우라면 맞은편의 황음은 어린 나이부터 산전수전 다 겪은 조선 능구렁이 였다.


‘허~요놈 보게나.

자기를 믿고 무조건 내 돈과 내 배를 맡겨라...

똥물에 빠뜨려 죽일 건방진 코쟁이놈 같으니라구....

내가 널 뭘 믿고 내 재산을 맡긴단 말이냐...

내가 믿는 부하놈한테 장부 정리를 맡겼다가 지금 목이 날아가게 생긴 사람이다.’


황음은 호비첸의 제안에 구미가 당기는 척 쓱 한번 웃어주기만 하고 좀처럼 시원하게 대답을 하지 않았다.


이번엔 호비첸이 약간 조바심이 났는지 아까 그려 놓은 지도를 꺼내와 펼치면서 장황하게 설명 하기 시작했다.


“자~이거 한번 보시오. 이게 바로 세상 돌아가는 모습이요”


황음의 앞에 넓게 펼쳐진 지도에는 조선이 손가락 한마디만큼 정도로 작게 그려져 있었고 넓은 종이에서 청나라도 겨우 손바닥 만하게 그것도 중앙에서 벗어나 한쪽에 치우치게 그려져 있었다.


만일 누군가 세계지도를 처음 보는 조선의 양반이라면 당장 노발대발하며 오랑캐의 지도라고 하며 지도를 찢고 불태워 버렸을 것이다.


특히 그 자가 성리학을 공부하는 유생이라면 지도를 만든 자를 사문난적(斯文亂賊)이라 하여 관아에 고발했을 것이다.


그러나 황음은 그리 하지 않았다. 황음이 비록 조선 사람이기는 하나 세상 돌아가는 물정에 그리 꽉막힌 사람은 아니였다. 무엇보다도 그는 성리학을 공부하는 양반이 아니였다. 그는 장사꾼이였다.


예전에 그가 어린 시절 그러니까 한양 서문 난전에 오기도 전의 상단의 막내 심부름꾼 때였다.

그는 의주 만상(灣商)들을 따라 청나라 상인들과 무역을 할때 청나라 상인들이 들고 다니는 만국전도(萬國地圖,세계지도)를 어깨 너머로 본 적이 있다.


그 지도에 의하면 지금 호비첸이 그린 지도처럼 조선은 넓은 세상에서 손가락 마디같이 작은 나라요 세상엔 청나라 말고도 더 넓은 대륙이 있고 더 많은 나라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당시 지동설 개념도 없고 청나라가 세상에서 전부라고 알고 있던 시절에 어린 황음은 이 지도를 보고 놀랍기도 했지만 큰 깨달음을 얻었다

.

‘세상은 넓고 내가 벗겨 먹을 놈들은 널렸구나...’


그러한 연유로 황음은 지금 호비첸이 보여준 이 세계 지도를 보고도 내심 그리 놀라지 않은 것이다.


“자~보시오.

이 곳이 바로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조선의 강진이요

여기가 내가 온 나의 고향,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이요.

여기서 배를 타고 요렇게 밑으로 바다를 건너 쭉 오면 이곳 바타비아(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옛지명)에 도착할 수 있소.

나는 원래 그 곳을 거쳐 왜국의 나가사키로 가는 도중에 폭풍우를 만나 표류하여 이 친구와 함께 이 곳으로 오게 된 것이요.”


“나가사키라···.혹시 왜나라에서 이양인들과 무역을 하기 위해 개방했다는 그 낭가삭기(郎可朔其)말인가?

나도 그곳에서 눈이 파란 이양인들이 오가면서 비단과 금은을 거래한다는 것을 들은 바 있지”


“맞습니다. 어르신.

제가 여기 와서 처음으로 말이 통하는 조선사람을 만나는 것 같습니다. 푸화하하학”

호비첸은 이제 기분이 들떠서 황음을 나으리 라 부르며 호탕하게 웃어 제끼고 더욱 신이 나서 설명을 계속 하였다.


“자. 보십시요.

우선 조선에서 가장 귀한 것들인 인삼이나 비단 등을 여기 나가사키로 갖고 가서 그곳의 금은 이나 구리로 교환을 합니다.

우선 그것만으로도 여기 조선에 갖고 들어오면 적지 않은 이문이 보장됩니다.


하지만 엄청난 이문을 남기기 위해서는 그것으로는 부족합니다.

왜나라에서 교환한 금은동을 바타비아로 갖고 가서 그곳에서 인도에서 온 상인들이 가져온 향신료로 또 교환합니다. 왜냐하면 인도사람들은 오직 금은동으로만 거래를 하기 때문입지요.


그런 다음 교환한 향신료를 유럽에 갖고 가서 팔면 처음 조선에서 가져간 것의 수십배도 넘는 이문이 생기게 되는 겁니다. 어떻습니까? 간단하지요. 푸화하하학”

호비첸은 스스로도 자신의 설명이 대견한지 자꾸만 웃음을 터뜨렸다.


“흠...그러니까 자네 말은 물건을 자꾸 바꿔서 멀리 갖고 갈수록 돈이 불어난다는 거구만”


“맞습니다.바로 그겁니다.

물건이 흔한 곳에서 물건이 귀한 곳으로

물건을 찾는 사람이 없는 곳에서 물건을 찾는 사람이 많은 곳으로 옮겨다니며 파는 것이지요.”


황음이 갑자기 고개를 돌려 클레첸에게 질문을 던졌다.

“이 자의 말이 사실인가?”


“네?”

클레첸은 황음의 갑작스런 질문에 당황했다.


“이 자가 말한 향신료라는 것이 정말 그렇게 비싼 가격에 팔리느냔 말일세?”


“아···그것은 사실이 맞습니다. 같은 크기의 금보다 서너배는 더 비싸게 팔리고 있습니다.”

솔직히 대답한 클레첸의 말에 황음은 만족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황음은 호비첸의 말은 잘 신뢰가 가지 않았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진중하게 앉아 있는 빨간머리 클레첸의 말만큼은 호비첸과 달리 좀 믿음이 갔다.


‘빨간 머리 저 놈은 이곳 조선의 여인과 결혼해서 조선 땅에서 자식까지 낳은 자 아닌가.

이 자라면 자기 가족이 해꼬지를 당할 수도 있는데 내 앞에서 거짓을 고하지는 못할 것이다.

자고로 잃을 것이 있는 놈이 몸조심을 하지 않겠는가...’


그는 연달아 호비첸에게 다음 질문을 던졌다.


“그래...그럼 돈을 받아 다시 여기로 돌아 오는데 얼마나 걸리나?”


“네?”

의외의 질문에 호비첸이 당황했다.


“자네 말대로 조선의 비단과 인삼을 가지고 낭가삭기에 가서 왜나라의 금은으로 교환해 다시 바타비아에서 항신료로 바꿔 암스테르담까지 갔다가 돈을 받아 돌아 오는데 얼마나 걸리느냔 말일세”


-이런 젠장할....미처 그건 계산을 못했는데....

지금 사실대로 일년이상을 얘기하면 안 될 거고...


호비첸은 순간 머리를 굴려 확 줄여서 답한다.


“한 대여섯 달 정도면 됩니다.”


“대여섯 달?...”


“네. 배만 좋고 바람만 잘타면야 여섯달이면 갔다 오는데 충분합니다.”


호비첸이 말도 안되게 크게 줄여서 답하였지만 여섯달이란 시간조차도 황음에는 먹히지 않는 너무 긴 시간 이였다.


“흠...안되겠네...여섯달이면 너무 오래 걸리네....

반년이나 넘게 돈을 회수 못하고 바다 위에서 놀릴 수는 없네”


황음은 장사꾼의 단호함으로 호비첸의 제안을 단칼에 잘라 버렸다.


여유롭던 호비첸은 이제 반대로 자신이 조바심이 났다.

애당초 그의 목적은 바타비아나 암스테르담까지 가는 것이 아니였다.

그건 도망가기 위해 지어낸 구실에 불과했고 일단 나가사키까지만 가면 그로서는 목적 달성이였다.

그곳에서 동인도회사 상관으로 도망쳐서 네덜란드 행 배를 타면 그만인 것이였다.


이제 그는 황음을 설득하기 위하여 새로운 핑계거리를 찾아야만 했다.


“하하하 바로 그렇습니다.

아주 당연하신 지적입니다.

육개월 동안을 그냥 하릴 없이 바다에 떠있다니요...그럼 안되지요....푸후호하하학”


“그래...그럼 얼마나 걸려서 얼마만큼 이문이 남겠는가?”


황음은 노련한 장사꾼답게 흥정에 들어갔다.


“저...그럼 멀리 암스테르담까지는 말고 가까운 바타비아까지만 오가는 걸로 해서 석달이면 됩니다.

유럽까지 직접 가져가면 더 큰 이문이 남겠지만 너무 오래 걸린다면야 할 수 없습죠.

대신 조선의 인삼과 비단을 가져다 왜국의 금은동과 바꾸고 바타비아로 가는 길에 잠시 청나라 오문(澳門,마카오의 옛 지명)에 들려 그들의 향신료를 구해다 팔면 그 이문이 좀 줄기는 해도 여전히 스무 곱절 이상은 충분합니다.”


호비첸의 혼을 빼놓는 듯한 장황하고 시끄러운 설명에 황음은 잠자코 듣고만 있었다.


“돌아오는데까지 석달 이라.. 석달.....”


과연 바타비아에 가서 왜국의 금은동과 청나라의 향신료를 갖다 팔면 수십배의 이문이 남는지는 그리고 그 과정이 전부 석달안에 왕복까지 가능한지 그건 호비첸도 해본적이 없어서 잘 모르는 일이였다.


하지만 지금 당장 호비첸은 어떻게든 황음을 설득하기 위하여 우선 엉터리라도 시간과 이문을 크게 부풀려 설명할 수 밖에 없었다.


“음....석달이라 석달···”


황음은 아직도 쉽게 결정을 내리지 않고 계속 그의 염소 수염만 쓰다듬으며 조바심을 나게 했다. 그러면서 그는 호비첸의 흔들리는 눈빛을 살폈다.

한참을 그렇게 계속 혼잣말로 중얼거리며 사람을 조바심나게 했다.


“석달에 스무 곱절이라...석달에 스무 곱절···석달에 스무 곱절....”


이제는 아에 주문을 외우듯이 같은 구절을 계속 반복했다.

호비첸은 답답하고 긴장돼서 침을 꿀꺽 삼켰다.

그 소리가 너무 커서 황음은 겉으로 슬쩍 웃음이 새어 나왔다.


-이놈들아.

니놈들이 그런다고 내가 내 배와 물건을 그리 쉽게 내줄 것 같으냐.

내가 뭘 믿고 니놈들한테 그리 쉽게 내 물건을 맡긴단 말이냐.

그랬다가 니 놈들이 물건을 갖고 달아나기라도 하면 나는 어디가서 하소연 하란 말이냐.


황음은 우선 이자들이 무턱대고 거짓말 하는 것 같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히면 당시 왜나라와는 비단과 인삼만 갖고 무역을 해도 어느 정도는 큰 돈을 만질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청나라와 이양인들과 장사를 하면 짭잘한 이문이 생긴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그것은 그동안 오랜 시간동안 장사를 해오면서 소문과 경험으로 잘 알고 있던 터이기 때문 이였다.


황음은 계속 고민하였다.

만일 두사람을 그리도 믿기 어려우면 담보나 인질을 잡아서 묶어 두면 될 터였다.

‘옳거니. 그리하면 되겠구나.

어라. 저 빨강머리 클레첸이란 놈은 조선여인과 결혼하여 아내와 자식도 있다고 들었지만

저 노랑머리 호비첸이란 놈은 가족도 없고 재산도 없으니 내가 인질로 잡을 게 없지 않은가?


황음은 어떻게 하면 호비첸과 클레첸을 골수까지 빼먹으면서 부려서 자신이 취할 이문을 극대화 할 수 있을지 요리조리 머리를 굴렸다. 그러면서 그들이 도망갈 수 없도록 단단히 안전장치도 마련해 놓아야 했다.


능구렁이 황음과 여우 호비첸의 눈알 굴러가는 소리가 방안에서 또르르 들리는 듯 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조선은 신대륙을 발견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임시글은 새벽에 다시 올리겠습니다. 17.07.19 144 0 -
공지 1화.프롤로그를 1,2화로 나누었습니다. 17.07.12 147 0 -
공지 <대체역사 - 드라마> 로 인사드립니다. 17.07.12 482 0 -
21 다시 범선을 일으켜 세워야 한다 17.07.31 376 2 9쪽
20 서로의 뒤통수를 치다 +2 17.07.24 301 3 13쪽
19 거부할 수 없는 제안 (2) 17.07.22 239 2 20쪽
18 거부할 수 없는 제안 (1) 17.07.20 258 3 17쪽
17 친구를 위험에 빠뜨리다. 17.07.20 265 3 19쪽
16 밀무역을 모의하다 (3) 17.07.19 272 2 9쪽
» 밀무역을 모의하다 (2) 17.07.19 281 5 19쪽
14 밀무역을 모의하다 (1) +1 17.07.18 315 5 11쪽
13 동래(東來)에서 온 고자(鼓子), 차동팔 +1 17.07.17 372 6 20쪽
12 강진 상단의 행수 <황음> 과의 조우 17.07.17 339 6 14쪽
11 덧없이 흘러가는 강진의 시간들 +1 17.07.16 415 7 16쪽
10 해남에서 다시 만난 테르미도르 號 17.07.16 352 8 19쪽
9 멀어지는 고향, 작아지는 희망 17.07.15 383 7 18쪽
8 낯선 그 곳, 강진으로 가는 길 17.07.14 410 9 19쪽
7 표류자들 17.07.14 435 7 15쪽
6 실종된 배 - 테르미도로 호(號) +2 17.07.13 470 16 17쪽
5 1679년, 암스테르담, 동인도회사 (2) +1 17.07.13 468 17 12쪽
4 1679년, 암스테르담, 동인도회사 (1) +1 17.07.12 557 17 16쪽
3 회색모자의 남자, 디포씨 +1 17.07.12 647 16 12쪽
2 암스테르담 항구의 남매 +2 17.07.12 874 15 10쪽
1 프롤로그 +4 17.07.12 1,500 19 6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