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뱃심 님의 서재입니다.

조선은 신대륙을 발견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드라마

뱃심
작품등록일 :
2017.07.12 08:51
최근연재일 :
2017.07.31 02:25
연재수 :
2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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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41
추천수 :
175
글자수 :
139,586

작성
17.07.16 0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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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6쪽

덧없이 흘러가는 강진의 시간들

DUMMY

호비첸과 클레첸은 함께 테르미도르호에서 발견한 나무상자를 해남의 바닷가 어느 소나무 밑에 아무도 모르게 깊이 파묻었다. 그리고는 아전에게 부탁해 다음날 아침 일찍 해남을 떠나 강진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그래~배에서는 뭔가 좀 찾았는가?”

해남 아전은 탁주에 거하게 취한 얼굴로 객주로 돌아온 클레첸에게 성과를 물어 보았다.


“아닙니다요. 나으리. 암만 뒤져도 이미 마을 사람들이 다 한바탕 휩쓸고 지나간 지라 건질 만한 것이 없었습니다요.”


궁금하여 묻는 아전에게 클레첸은 배에서 아무것도 찾지 못하고 결국 이 곳에 온 아무런 소득이 없었다고 공손히 아뢰었다.


둘은 아전의 허락을 받아 이튿날 아침 곧바로 해남을 출발하여 오후에 다시 강진으로 돌아왔다.


클레첸은 해남에서 난파되어 있는 테르미도르 호를 보고 돌아온 후에는 더욱 고향 암스테르담에 돌아가리라는 희망으로부터 멀어지게 되었다.


강진에 돌아온 그 날 밤, 클레첸은 호비첸의 집을 찾아 갔다.

초롱불만 커놓은 어두컴컴한 방안에 둘은 마주 앉았다.


“이보게. 호비첸.

대체 그 총과 화약으로 뭘 하려는 건가?”


“왜?

그걸로 뭘 할지 궁금한가?

걱정말게. 클레첸.

열자루 밖에 안되는 총으로 저들이랑 전쟁이라도 할 거 같은가?”


클레첸은 그 것을 말하는게 아니였다.


“내 생각해 보니 나중에 저들한테 숨겨 놓은 총이라도 발각 되면 우리 손발가락 다 잘릴텐데 그냥 관아에 먼저 고하는 것이 좋지 않겠나?”


“자네도 상자 나르는데 도와줘 놓고 이제 와서 웃기는 소리 하지 말게.

그리고 저들이 무슨 권리로 내 손발가락을 자른다는 건가.

저들은 지금 강제로 나를 감금하고 고문을 하고 있단 말일세!

난 언젠가 이 지긋지긋하고 냄새나는 곳을 떠나 반드시 고향으로 돌아갈걸세.”


호비첸은 주먹으로 방바닥을 내리치며 끝내 성질을 참지 못하고 고함을 질렀다.


“이봐. 호비첸...

고향에 돌아가고 싶어하는 자네 맘을 나도 잘 알고 있네...

하지만 난 좀 어려울 것 같으이...”


“그건 또 뭔 소린가?

이 마을에 자네 말고 누가 날 도와 줄 수 있겠는가?”


“이봐...내 안사람이 아이를 가졌네”


“뭐?

허 참 나...일을 더 꼬이게 만드는구만”


“그러지 말고 자네도 운명이라고 생각하고 이제 이곳에 정 붙이고 살 방도를 찾아 보게.

계속 이렇게 살아봐야 자네만 힘들고...”


순간 호비첸은 억센 손으로 클레첸의 멱살을 잡았다.


“이봐. 잘들어. 이 말랑말랑한 서기 양반아.

배에서 내렸지만 난 아직도 테르미도르 호의 일등항해사고 사망한 선장의 대리인이야.

너의 직속상관이라고!”


“컥컥...그래 알았네....이 거 좀 놓고 얘기하세”


“난 이 곳 음식도 싫고 옷도 싫고 집도 싫고 저들이 지껄이는 말도 듣기 싫어.

저 납작하게 생긴 냄새나는 여자들은 더 싫고 말이야.”


호비첸이 거칠게 클레첸의 멱살을 풀어 주었다. 그리고 꿈을 꾸듯 말했다.


“난 다시 돌아가서 암스테르담 술집에서 코가 삐둘어지게 달걀술을 마실테야.

그리고 성 니콜라스 성당 광장 앞에서 홍등가의 여자들을 끼고 보란 듯이 성모 마리아상 앞에서 그 짓을 할거라구.

마리아님 내려다 보는 앞에서 말이야.

신이 정한 운명 따위는 개나 줘버리라구 외치면서!

왜? 난 어떠한 고난과 역경에도 굴하지 않는 천하의 뱃놈! 호비첸 이니깐!”


흥분한 호비첸을 혼자 두고 클레첸은 무거운 걸음으로 집으로 향했다. 그리고는 임신한 아내를 옆에 둔채 클레첸은 밤새 뒤척이며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는 호비첸은 절대 고향에 가는 것을 포기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직감했다. 하지만 저렇게 날뛰다가는 이 곳 사람들한테 큰 봉변을 당할 것이 분명해 보였다. 클레첸은 어떻게 하든 호비첸을 말리고 싶었다.


그렇게 그 가 지나고 다음 해가 왔다. 출항한지 벌써 이년이 지났으니 1666년이 된 것이다.


해가 바뀌어 변한 게 있다면 클레첸에게는 만삭이 되버린 아내와 농사일을 할 수 있는 재주가 생긴 것 뿐이었다.

그리고 클레첸은 호비첸이 신경쓰여 이틀에 한번 정도는 그의 집에 들렸다.


처음에 활발했던 호비첸은 점점 말수가 줄더니 어떤 날은 아에 방안에 처박혀 집밖으로 나오지도 않았다.

워낙 강인한 성격이니 그럴리는 없다고 생각했지만 혼자만 그렇게 지내는 걸 보니 클레첸은 마음이 좋지 않아 만삭인 아내를 시켜 몇 번 반찬이라도 갖다 주었다.

그리고 술을 좋아하는 그를 위해 클레첸은 부엌에서 누룩을 띄워 남몰래 약간의 과실주를 빚기도 하였다.


얼마뒤 클레첸과 그의 아내는 건강한 남자 아이를 낳았다.

그는 아들의 이름을 조선이름으로 지어야 하나 네덜란드 이름으로 지어야 하나 고민하다 결국 둘 다 짓기로 했다.


네덜란드식 이름으로는 자신의 이름을 따서 고향을 잊지 않도록 자신의 이름에 쥬니어만 붙이기로 했고 조선이름으로는 조선 유생이 지어준 성씨 구(具)가에 풍요롭게 살라고 만석(萬石) 이란 이름을 붙여 주었다. 호비첸은 그에게 찾아 왔지만 축하한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어느 날 밤, 클레첸이 아내와 아기를 사이에 두고 자고 있는데 누군가 방문 밖에서 그의 이름을 나즈막히 불렀다. 방문을 열고 나가보니 호비첸이 흠뻑 물에 젖은 채로 방문 앞에 쓰려져 있었다.


“이봐. 호비첸.무슨 일인가?

대체 어디서 오는 길이야?

이 꼴은 도대체 뭐고?”


“음...배를 타고 한 5킬로 정도 나간 거 같네...”


“배라니? 무슨 배?

누구 다른 사람 배라도 훔친 건가?”


“걱정말게. 다시 제자리에 갖다 놨으니 눈치 못챌거야.”


“정말 대단하군....자네의 그 집념이...”


“근데 그 고깃배로는 그 정도가 한계야.

거기서 더 나갈 수가 없어.

같이 노 저을 사람도 필요 하고 돛이나 키를 조정할 사람도 필요해...

여기 물길도 익숙치 않고 물이나 식량들도 더 준비해야 돼...

저런 조그만 조각배 말고 더 큰 배와 나를 도와 줄 사람이 필요하다구...”


애절하게 부탁하는 호비첸에게 이제는 한 여자의 지아비와 아이의 아버지가 된 클레첸은 할 말이 없었다. 이제 조선땅에 맘을 붙이고 살 수 밖에 없는 클레첸이 대답했다.


“이제 그만하게. 호비첸...

나도 이젠 아이를 가졌고 가족을 두고 나 혼자 갈 수는 없어...”


클레첸의 말에 용감한 바다 사나이 호비첸은 쓸쓸한 눈으로 그를 바라 보았다.

클레첸은 그가 얼마나 대단한 집념의 소유자인 줄 알기에 자신의 충고가 무슨 도움이 되겠냐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의 우울한 눈동자를 보니 마음이 조금 흔들렸다.


“젠장...나가사키까지 지척인데...”

호비첸은 그 지척이란 것이 사실은 지금 상황에서 얼마나 먼 거리인지 잘 알고 있었다.


호비첸이 축 처진 어깨로 자신의 낡은 초가집으로 돌아갈 때 클레첸은 자신이 알고 있던 강인한 바다 사나이, 대륙을 오가며 선원들을 호령하던 경험 많은 일등항해사 호비첸이 아니라 낮선 땅에서 늙어가는 중년의 이방인 남자가 눈에 밟혀 밤새 편히 잠을 이루지 못했다.


클레첸이 그런 고민속에 빠져 있는 동안 세월은 사람들의 번뇌에 아랑곳 하지 않고 그렇게 몇 해가 또 바람처럼 지나 갔다.


*****


1670년에는 세가지 큰 일이 있었다.


우선 첫번째로 클레첸과 그의 아내는 여자아이를 낳았다.

요번에도 클레첸은 이제 다섯 살이된 아들과 마찬가지로 쥴리와 옥녀라는 네덜란드식과 이름과 조선식 이름의 두가지 이름을 아이에게 지어 주었다.


그리고 두번째로 그 무렵, 마을에 큰 잔치가 열렸다.

그 잔치는 전임 사또가 떠나고 새로운 사또가 부임하면서 열린 부임연(赴任宴) 잔치였다.


전에 과부와 혼사건을 놓고 호비첸을 곤장 쳤던 전임 사또가 떠나는 지라 호비첸은 그 날따라 기분이 좋아 보였다.


그동안 호비첸은 마을 사람이 가져다 주는 쌀과 자신이 잡아온 날짐승들을 몰래 구워 먹거나 그도 아니면 갯벌에서 조개등을 캐 먹으며 살아왔다.

그리고 가끔씩 산으로 나물 따위를 캐러 들어가서 며칠씩 보이질 않았다.


이젠 이 마을 사람들도 그에게 익숙해져 파란눈의 이방인에게 큰 경계와 감시를 하지 않는 듯 했다.

그도 그럴것이 오년이란 세월은 강산이 반번 정도는 바뀌는 꽤 오랜 세월이기도 하고 또 이 정도 됐으면 이방인들도 도망 갈 것을 체념했을 것이라 생각 했기 때문이였다.

게다가 이방인 중에 한 명인 클레첸은 이곳 여인과 결혼하여 자식들도 있지 않은가.


하지만 문제는 호비첸이였다.

그는 정붙일 가족도 없고 마을 사람들과 필요 이상으로 말을 섞고 다니지도 않았다.

누구도 호비첸의 속마음과 그가 혼자서 뭘 하고 다니는지 아는 사람은 없었다.


한번의 마을의 나이든 과부 하나가 호비첸의 큰 코와 남자다운 큰 덩치를 맘에 들어 했다. 그녀는 밤중에 남자보쌈을 하러 호비첸의 집에 월담을 하였다.


오랜동안 금욕을 해왔던 뱃사람이라면 능히 눈감고 정을 통할 법도 한데 호비첸의 행동은 단호했다.


여인을 그대로 들어다가 싸리문 담장 밖으로 집어 던져 버렸다.그 과부는 한동안 다리를 절뚝이며 다녔지만 자신이 밤중에 월담을 했다가 그 꼴이 됐다고는 말하지 못하고 다녔다.


새로 부임한 사또는 민사또라고 불렸는데 소문에는 한양에서 많은 돈을 내고 관직을 사서 이곳 강진으로 부임한 것이라고 했다.


소문에는 원래는 더 물 좋고 짭잘한 나주 목사 자리를 노렸는데 다른 사람한테 밀려서 한직으로 취급받는 이 곳 강진 현감으로 부임한 것이라 했다.


그런 민사또가 부임한지 얼마 안되서 관아로 호비첸과 클레첸을 불렀다. 사또는 그들에게 그동안의 행적을 고하라고 명했다.

대충 그동안의 사정을 말하고 난 뒤 돌아가려는 그들을 사또가 불러 세웠다.


“그래···자네들이 타고 온 배에는 값진 금은보화 가득했다든데 지금 그것들이 다 어디로 갔는고?”

가느다랗게 실눈을 뜨고 민사또가 물어봤다.


“난파 중에 배의 무게를 덜기 위해 대부분은 바다에 던져버렸고 남은 것들은 해남의 바닷가에 배가 표류해 있을때 그 곳 주민들이 다 갖고 간 모양입니다.”


“헹~그럼 가진게 아무 것도 없단 말이냐?”


“네···.사또···몸만 간신히 살아나온지라 아무것도 가지고 있는게 없사옵니다.”


클레첸은 너무나 뻔한 사실을 사실대로 대답했다. 그러한 그에게 사또는 몇가지 더 돈 될만한 것을 묻다가 별 소득이 없으니 짜증을 내며 그만 가보라고 내처버렸다.


소문에는 민사또, 그가 마을일에는 관심이 없고 오로지 돈 되는 일만 찾아 다닌는 이야기가 파다했다.


실제로 민사또는 당시 나주에서 강진으로 구역을 옮겨온 <황가>라고 하는 상단의 행수하고만 어울려 다니며 여러 기생집을 전전하고 놀러 다니는데만 정신이 팔려 있었다.


당시 관아에 클레첸이 아는 수다쟁이 아전 한명이 있었다.

그가 전하길 민사또가 원래는 뒷돈이 많이 생기는 꿀 빠는 자리인 나주 목사 자리를 원하고 많은 돈을 한양의 나으리에게 바쳤다는 것이다.


당시 나주(羅州)로 말하자면 나주평야 일대에서 한양으로 올려보내는 세곡선이 출발하는 곳이자 주변에 금강(錦江)이 있어 사통팔달(四通八達) 교통이 잘 발달되어 있는 곳이였다.


이렇게 조선시대에 전라도의 거읍(巨邑)인지라 선창(船倉)이며 객주(客酒)며 여각(旅閣)이 잘 발달되어 당시에 ‘작은 한양’이라 불릴 정도 였다. 그만큼 나주에는 돈이 많이 돌고 나주 목사는 이권이 많은 자리라는 뜻이였다.


이런 이유로 민사또가 이런 작은 고을의 현감보다는 물좋은 나주 목사 자리를 노렸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해 보였다.


특히 나주에는 전라도 일대의 이쁜 기생들이 있기로 소문난 기생집들이 모여 있지 않은가. 그 어떤 이보다도 술과 여자와 돈을 좋아하는 민사또에게는 나주야말로 더할 나위 없이 입맛에 맞는 곳이기도 했다.


그런 연유로 그리도 원했건만 그보다 급이 낮은 이 곳 강진의 현감으로 오게 되면서 민사또는 불만이 대단했다. 그리고 자신의 불만을 공공연히 여러 사람에게 말하고 다녔다.


그 수다쟁이 아전은 민사또가 술자리에서 이러한 불만을 토해내는 것을 직접 들었다고 하면서 마치 벽에 붙은 방(榜)이라도 되는 것처럼 온 마을사람들에게 이 사실을 파다하게 소문 내고 다녔다.


클레첸은 전임 현감이 비록 포악하였으나 딱히 다른 문제로 그를 괴롭힌 것은 아니였기에 그동안 현감에 대해서는 별 불만 없이 지내온 터였다.


그러나 생김새가 간사하게 생겨 돈과 여자를 밝히는 신임 현감 민사또를 보고는 일말의 서늘한 불안감이 생기는 것을 어쩔 수 없었다.


마지막 세번째 사건은 조선 전체가 고통스러워 했던 일인데 이 때가 바로 경신대기근(庚辛大飢饉)이 시작되는 첫해로서 바로 경술년(庚戌年),1670년,현종(顯宗) 11년 이 되는 해였다는 것이다.


날씨가 평년보다 추워지고 해가 드는 날이 적어지면서 그 해 농사가 대흉작이였다.

조선팔도에는 굶어 죽은 시체들이 어딜 가나 발에 치일 정도로 가득했다.먹을 것이 없는 백성들은 동네에서 부모들이 서로 자식을 맞교환해 잡아 먹기도 하였다.


먹을 것 없는 들짐승들은 마을로 내려와 주민들을 해꼬지하였고 때마침 가뭄에 역병도 들어 온나라가 쑥대밭이 되었다.


이곳 바닷가 강진 마을도 이런 재앙을 피해가진 못하였다.


나주에서 강진까지 오는 백리 길에도 굶어 죽은 아이들의 시체가 길가에 널려 있었다.

나이 든 사람들은 이때가 임진왜란때보다 더 가혹하다고 입을 모았고 관아에서는 구휼(救恤)한다고 쌀을 풀었건만 기아(飢餓)에 시달리는 백성들에게는 뺨에 붙은 밥풀 만큼이나 간에 기별도 안가는 양이었다.


게다가 9월에는 강진 앞 바다에서 해일이 밀려 들어와 배와 어구(魚具)들을 초토화 시키는 바람에 갯벌로 먹고 사는 고을이 아에 절단이 날 지경에 이르렀다.


그 때 즈음 이였다.

나주에서 장사를 하던 ‘황가’ 란 자의 상단(商團)이 강진에 내려와서 터를 잡고 이 곳의 특산물을 입도선매(立稻先賣)하여 한양의 난전(亂廛)상인들과 거래하는 장사를 시작했다.


아무리 흉년이 들고 사람이 죽어나가도 공물은 진상해야만 했다.

그리고 지역의 특산물을 원하는 한양의 마님댁의 수요는 꾸준했기 때문에 황가 상단은 도리어 이런 난리통에 값싸게 물건을 매점매석(買占賣惜)해서 큰 이문을 남길 수 있었다.

이러한 피해는 배고픔을 참지 못한채 제 값을 받지 못하고 평년보다 헐값에 물건을 넘길 수 밖에 없는 백성들한테 돌아갔다.


이문의 일정분은 이러한 사정을 눈감고 묵인해준 강진 현감 민사또의 밑구멍으로 들어가 그의 기생질과 술값으로 탕진 되었고 민사또는 자신이 얻어 먹은 만큼 확실히 강진에서의 황가 상단의 활동을 보장해주었다.


이를테면 황가의 요구대로 물건을 넘기지 않고 버티는 어부가 있다면 관아로 불러 갖은 구실을 붙여 곤장을 때리고 물건을 뺐는 식으로 말이다.


그러나 빼앗길 것도 없고 그동안 험한 꼴을 많이 보아온 클레첸과 호비첸은 마을에서 벌어지는 그런 난리법석인 일들이 자신과 별 상관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고만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클레첸은 아내가 밭일을 나간 동안 말동무나 할 겸 호비첸을 불러 둘이서 마당의 싸리문 울타리를 고치고 있었다.


이때 이 마을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상인 ‘황가’ 가 길을 가다 우연히 울타리를 고치던 파란눈의 이양인들을 보며 다가와서 말을 건넸다.


“이보게~거기 코 큰 양반네들”


클레첸은 고개를 돌려 자신에게 말을 건넨 사내를 쳐다 보았다.


마흔 정도 되어 보이는 통통하게 생긴 사내가 가느다랗게 실눈을 뜨고 자신들을 내려다 보고 있었다.


그의 눈빛은 마치 먹이를 탐색하는 삵쾡이처럼 날카롭게 빛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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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실종된 배 - 테르미도로 호(號) +2 17.07.13 470 16 17쪽
5 1679년, 암스테르담, 동인도회사 (2) +1 17.07.13 467 17 12쪽
4 1679년, 암스테르담, 동인도회사 (1) +1 17.07.12 556 17 16쪽
3 회색모자의 남자, 디포씨 +1 17.07.12 647 16 12쪽
2 암스테르담 항구의 남매 +2 17.07.12 874 15 10쪽
1 프롤로그 +4 17.07.12 1,498 19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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