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뱃심 님의 서재입니다.

조선은 신대륙을 발견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드라마

뱃심
작품등록일 :
2017.07.12 08:51
최근연재일 :
2017.07.31 02:25
연재수 :
21 회
조회수 :
9,536
추천수 :
175
글자수 :
139,586

작성
17.07.13 05:02
조회
4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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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글자
12쪽

1679년, 암스테르담, 동인도회사 (2)

DUMMY

“네! 증명할 수 있습니다.”


소년의 확신에 찬 대답에 방안의 분위기기 대번에 반으로 갈라져 버렸다. <과연> 이라고 의심하는 사람들 반과 <니까짓게 무슨> 이라고 여전히 소년을 사기꾼 정도로 경멸스럽게 받아 들이는 사람들로.


소년은 생각했다.

‘디포씨 정도면 그래도 나를 사기꾼으로 몰지는 않겠지. 제발 단 한명만이라도 내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었으면....아니 최소한 내 이야기를 다 듣고나서 의심이라도 해주었으면···’

소년은 간절히 바랬다.


막상 이야기를 하려 하자 너무 길어질 것 같아서 디포씨가 소년과 소녀에게 의자를 가져다 줬다. 이제야 어수선한 방안의 분위기가 조금씩 정리되는 듯 했다. 소년은 의자에 앉고 나서야 한 숨 돌리고 천천히 방안을 둘러 볼 수 있었다.


방 구석 한쪽에는 벽난로가 타닥타탁 타오르고 있었고 동인도 회사의 나으리들이 앉아 있는 책상 뒤 위쪽으로 커다란 원과 화살이 교차하는 듯한 기하학적 종교 표식 같은 것이 벽에 걸려 있었다. 아마도 그것은 이 회사를 상징하는 구조물 일 것이라고 소년은 생각했다.


이제는 바깥은 충분히 어두워져서 창밖으로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남매는 넓은 책상을 사이에 두고 세명의 남자들과 마주 앉았다. 디포씨는 구석에 있는 작은 책상에 앉아 두꺼운 서류가방에서 필기도구와 서류뭉치등을 꺼냈다.


“자.그래 그럼 시작 전에 꼬마 손님한테 따뜻한 홍차라도 대접할까.”


백발노인이 책상 위 조그만 종을 땡 하고 한 번 쳤다.


소년은 백발노인의 작은 친절에 갑자기 울컥해지며 하루 종일 상한 마음이 좀 누그러지는 듯 싶었다. 오늘 종일 굶은데다가 아까 마부한테 얻어 맞은 뺨은 아직도 욱신거렸다.


‘아니야.절대 긴장을 늦춰서는 안돼.저 사람들은 악명 높은 장사꾼 들이야. 빚대신 생살을 떼어간다는 바로 그 유태인 장사꾼들 말이야.’


소년은 속으로 마음을 다잡았다. 그리고 부스럭 거리며 외투안에서 두꺼운 가죽 책을 한 권 꺼냈다.


소년이 꺼낸 낡고 헤어진 가죽책은 얼마나 많이 손때를 탔는지 검은 가죽 표지가 뺀질하게 닿아서 윤이 났고 붉은 줄로 안의 속지가 삐져나오지 않게 모서리가 잘 감아져 있었다. 소년은 감겨진 줄을 풀고 책장의 겉표지를 열면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이 책은 나의 아버지, 미스터.클레첸씨가 16년전 암스테르담 항구를 떠나면서부터 쓰기 시작한 일기장 입니다. 이 책에는 출항에서부터 1차로 도착한 경유지 자카르타에서 교역한 일, 자카르타를 경유해 최종 목적지 나가사키로 가는 길에 표류한 일, 그리고 낮선 땅에서 오랜 감금생활, 그리고 탈출까지 그 모든 그동안의 일들이 빼곡히 전부 다 적혀 있습니다.”


소년은 책을 한 손에 쥔채 이번엔 바지 주머니에서 뭔가를 하나 꺼낸다. 그것은 소년의 손가락에는 좀 크게 보이는 반지였다.


“그리고 이렇게 저에게 자신의 아들임을 증명할 가문의 상징인 반지를 주셨습니다.”


가만히 듣고 있던 안경잽이가 별로 대수롭지 않은 듯 퉁명스럽게 끼어 든다.


“그게 다인가?

내가 자네가 들고 있는 그 일기장이란 것은 아직 읽어 보지 않아서 모르겠네만 그 반지야 얼마든 비슷하게 위조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안그런가 법원 서기 양반?”


디포씨는 다소 어정쩡하게 대답한다.


“아...네...그거야 그럴수도 있죠...일기는 우선 필적 감정을 하고 반지도 위조 여부를 판단해봐야 하긴 하지만...”


소년은 디포씨의 말을 끊었다.

“그리고 이 편지...”

소년은 이번엔 책에 끼워져 있던 한 통의 두툼한 봉투를 꺼낸다.


“이 문서는 이것을 소유한 자에게 자신의 모든 권리와 재산을 상속한다는 아버지의 친필 서명이 되어있는 각서 입니다. 저는 문서의 효력을 이 자리에 있는 법원 서기가 확인 해 줄 것을 요청 합니다.”


디포씨는 지난 주에 이미 법원에 제출된 사본을 확인했기에 사실 그대로 문서의 법적인 효력을 인정하는 발언을 했다.


“법원은 지난 주에 이미 클레첸.쥬니어군의 요청으로 제출된 편지를 검증 해보았습니다.

저 문서의 내용은 문서의 소지자에게 실종된 미스터 클레첸이 자신의 모든 권리를 상속한다고 하는 내용이 맞습니다.


만일 저 문서에 날인된 서명이 실종된 미스터.클레첸의 친필 서명이 맞다면 법에 따라 문서의 법적 효력이 발생하게 됩니다.”


소년은 디포씨가 이런 혼란스러운 상황을 명확히 정리해 준 것이 너무나 고마웠다.


“허...그래 흠...”


빈정대던 안경잽이가 갑자기 조용해지고 이젠 방안의 분위기는 모두 한쪽으로 기우는 듯 하였다.

<니까짓게> 라고 했던 경멸스럽게 대하던 사람들과 <과연>이라고 의심했던 사람들도 모두가 이제는 <혹시 사실인가?> 하면서 소년의 말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한 것이다.


“그래...클레첸 주니어 군. 아주 흥미롭군. 흥미로워”


소년의 말을 다 듣고는 한참만에 백발노인이 손바닥을 비벼 대며 기댔던 의자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호기심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차심부름을 시킨 하녀가 빨리 나타나지 않자 신경질적으로 다시 벨을 땡땡 쳤다. 소년의 눈에는 백발노인은 모든 사람이 자기의 명령에 바로 반응하지 않으면 성질을 내는 그런 종류의 인간처럼 느껴졌다.


“자....그럼 오늘 이 자리는 저 편지의 진위를 파악하는 자리인가? 디포씨?”

백발이 뒤에 앉은 법원 서기에게 물어 보았다.


“아닙니다. 그것은 나중에 법원에 가서 재판장 입회 하에 정식으로 하고 지금은 정식 재판 이전에 당사자간 사전 합의할 수 있도록 우선 서로의 입장을 듣기 위한 자리입니다.”


디포씨가 어쨌든 법원의 관리 답게 백발노인에게 정중하게 설명드린다.


그러자 이번엔 백발노인이 가느다랗게 눈을 뜨더니 매가 사냥을 하듯 날카롭게 소년에게 물었다.


“만일 자네의 그 반지가 진품이고 문서의 서명이 사실이라도 우리는 반드시 그 전에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이 있네.”


“네? 이 문서가 진짜라도 말인가요?”


문서가 사실이라도 반드시 확인해야 될 문제가 있다니? 소년이 뭔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백발노인은 자세를 고쳐 앉고 소년의 질문에 차분히 대답하기 시작했다.


“16년전 자네가 아버지라고 하는 버미스터 클레첸은 우리 회사에 일등서기이자 경리로 고용되었네. 그는 큰 돈을 벌기 위해서 암스테르담 북쪽에 있는 텍셀(Texel)이란 항구에서 1663년 여름에 출항을 했었지···”


백발노인은 눈앞에 놓인 서류를 참고하면서 천천히 설명했다.


“그 배에는 아시아에서 교역할 수천 길더의 보물과 백여명의 선원들이 타고 있었네. 그런데 그 배가 자카르트에서 교역을 마치고 나가사키로 가는 도중에 갑자기 실종되는 되었고 회사는 화주들에게 화물의 손실에 대한 피해을 보상해주고 그 결과 막대한 손실을 입게 되었지.

우리는 지금도 그 배가 어떻게, 어디서 실종되었는지 알지 못하네”


백발노인의 설명을 들으며 소년은 자신의 생각처럼 일이 쉽게 풀리지 않겠다는 것을 예감했다. 지금 저 노인은 순순히 소년의 권리를 인정해줄 생각이 없음을 은근히 내비치고 있는 것이였다.


“자...이제 자네의 설명에 따라 나는 십여년전에 화주들에게 지불한 막대한 보상금과 손해를 어떻게 만회할 것인가 고민할 것이네.

만일 배의 실종이 선원들의 과실이나 다른 선박에 의해 침몰된 것이라면 우린 그자들을 찾아 끝까지 그 책임을 물을 걸세.”


“그것이 제가 받아야 할 보상과 상관이 있습니까? 저는 그것과 상관없이 아버지의 밀린 임금과 보상금을 받을 자격이 있을텐데요”


“후후. 그건 전적으로 자네한테 달려 있네. 클레첸 주니어 군.

만일 자네가 거짓으로 나와 회사를 속이려 든다면 모든 수단을 강구해서 자네한테 단 한 푼도 돌아가지 않게 하겠네. 아무리 자네가 법적 권리가 있다고 해도 말이야. 그리고 나와 이 회사는 충분히 그럴 만한 능력이 있다네.”


소년은 지금 자신이 제안을 받고 있는 건지 협박을 받고 있는 건지 혼란스러웠다.


“하지만 자네가 만일 16년전의 사건에 관련해 진실을 우리에게 말해준다면 우리는 자네의 법적 권리를 굳이 방해할 생각이 없네.”


법원 서기를 앞에 두고도 법을 무시하는 발언을 서슴없이 하는 백발노인을 보고 뒤에 앉은 디포씨는 말문이 막혔다.


하지만 저 사람들은 이곳의 시장도 갈아 엎을 만큼 막강한 권력을 가진 지배자들이기 때문에 법원의 말단 서기인 디포씨는 백발노인의 거침 없는 주장에 아무런 대꾸도 할 수 없었다.


소년은 백발노인이 자신의 상속을 방해할 수도 있고 또 그럴만한 힘이 있는 사람이란 것을 확실히 알게 된 순간 그에 대한 반발과 경계심이 강렬히 싹트기 시작했다.


차음에는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지 못했는지 몰라도 이젠 어렴풋이 이 방에 앉은 회사 중역들의 속셈이 보였다..


눈치 빠른 소년은 이제는 알아챘다. 지금 이 백발노인은 자신을 통하여 그날의 진실을 밝혀 내고 그 관련자들에게 돈을 환수함으로써 지난 날의 막대한 손해를 만회하려는 목적이 있음을.


“자.어서 시작하게.미스터 클레첸 쥬니어..

도대체 16년전 그 배에 무슨 일이 벌어 졌던 건가?

수천 길더의 보물은 다 어디로 갔으며 백여명의 선원들은 다 어디로 갔단 말인가?

십수년이 지난 지금 나타나 자신이 실종된 선원의 아들이라니. 그럼 자네의 아버지는 어디있나? 그자가 살아서 어디에서 결혼이라도 했단 말인가.

도대체 16년 동안 뭐가 어떻게 된 것인가? 자 어서 말해보게···”


“근데 잠시만...”

옆에서 조용히 듣기만 하던 안경잽이가 뭔가를 발견한 듯 갑자기 중간에 끼어든다. 그러면서 책상 너머 소년에게로 다가서더니 소년의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 본다.


“이제 보니 눈동자색이 희한하구나···

첨에는 어두워서 잘 몰랐는데 자세히 보니 좀 특이하군

짙은 밤갈색 눈동자에 붉은 색 머리카락이라니...마치 에스페니아나 사람들같기도 하고...너의 아버지가 이 곳 남부지방 출신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안경잽이는 손에 들고 있던 종이를 꼼꼼하게 살펴 보았다.


“여기 남겨진 신상명세에도 자네가 아버지 주장하는 미스터 클레첸은 빨간머리에 푸른 눈동자색이라고 적혀 있는데 말이야···자네는 아버지와 다른 외모를 갖고 있군”


안경잽이가 꼼꼼하게도 실종된 아버지의 신상명세를 파악하고 있을 줄은 소년은 꿈에도 알아채지 못했다.


안경잽이는 계속 소년을 추궁했다.

“만일 너의 아버지의 외모가 그렇다면 자네 같은 그런 눈동자색은 나오기 쉽지 않은데 조상중에 아랍에서 온 무어인이라고 있던건가? 아니면 너의 어머니가 아랍이나 인도인 인가?”


“아니요.우리 조상 중엔 아랍인이나 인도사람은 없어요.

그래요. 보시다시피 우린 아버지와 다른 눈동자색을 가졌어요. 그리고 왜 그런지 이제 부터 설명할 겁니다”


“그래. 그래...자 어서 빨리 설명 해보게.”

백발노인은 신경질적으로 또 벨을 쾅쾅 울렸다.


“도대체 왜 차를 안가져오는거야. 이런 게을러터진 년들 같으니라구”


소년은 노인의 조바심에 아랑곳하지 않고 조심스럽게 책을 열어 일기장의 첫페이지를 손으로 집어가며 읽기 시작한다. 그리고 큰 호흡을 하면서 속으로 기도했다.


‘자. 이제 시작이다! 아버지···제가 흔들리지 않고 이 세상에 숨겨진 진실을 밝힐 수 있도록 저에게 용기를 주세요’


소년은 굳게 마음을 먹었다. 그리고는 이 도시에서 가장 힘쎈 세명의 남자 앞에서 더 이상 머뭇거림 없이 진실을 향한 첫마디를 던졌다.


“아버지가 타고 나간 그 실종된 그 배의 이름은 바로 테르미도르 호 입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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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실종된 배 - 테르미도로 호(號) +2 17.07.13 470 16 17쪽
» 1679년, 암스테르담, 동인도회사 (2) +1 17.07.13 467 17 12쪽
4 1679년, 암스테르담, 동인도회사 (1) +1 17.07.12 556 17 16쪽
3 회색모자의 남자, 디포씨 +1 17.07.12 646 16 12쪽
2 암스테르담 항구의 남매 +2 17.07.12 873 15 10쪽
1 프롤로그 +4 17.07.12 1,498 19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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