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뱃심 님의 서재입니다.

조선은 신대륙을 발견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드라마

뱃심
작품등록일 :
2017.07.12 08:51
최근연재일 :
2017.07.31 02:25
연재수 :
2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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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58
추천수 :
175
글자수 :
139,586

작성
17.07.13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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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7쪽

실종된 배 - 테르미도로 호(號)

DUMMY

소년은 힘들었지만 그의 목소리는 또렷하고 힘이 있었다.


“아버지께서 남기신 이 일기장에 의하면 실종된 그 배의 이름은 <혁명의 여름>을 뜻하는 테르미도르 <Thermidor> 입니다.”


그 이름을 듣자 백발노인은 잠시 눈을 감고 신음 소리를 냈다.


“테르미도르...그래... 오래만에 들어 보는 이름이로군...내가 젊은 시절 이곳에 처음 들어와서 보조 경리사원으로 있을 때 였지...

여기서 북쪽에 있는 텍셀항이란 곳에서 이 회사 역사상 가장 큰 배의 진수식을 가지는 파티가 열렸네···

당시 이 회사의 주인의 마누라가 그때 한참 유행하던 시의 제목,<혁명의 여름> 이란 뜻의 프랑스식 이름을 그 배한테 선물했던 것이 기억나는구만···허허

그러고 보니 벌써 이십년도 훨씬 더 지난 일이로군...”


백발노인은 옛 생각이 나는지 눈을 지그시 감고 잠시 침묵에 빠졌다.


순간 달깍 하고 문이 열리고 아까 그 하녀가 쟁반에 주전자와 찻잔을 들고 들어왔다. 하녀는 작은 간이 티테이블을 남매의 앞에 놓아 주고 찻잔에 따뜻한 황금빛 홍차를 따라 주었다.

남매는 처음 보는 홍차맛이 궁금했다. 하지만 백발노인은 차 마실 틈조차 주지 않고 다음 이야기를 재촉했다.


“자..자...차는 천천히 나중에 마시고 어서 얘기를 계속 해보게나”


백발의 재촉에 소년을 숨 돌릴 틈도 없이 다시 이야기를 이어 가야만 했다.


“이 일기장에 의하면 1663년 늦은 여름, 나의 아버지, 미스터 클레첸은 동인도회사의 주력 범선 테르미도르호에 서기 및 회계 담당자로서 승선하였습니다.

이 배는 암스테르담에서 출발하여 자카르타로 거쳐 다시 이 곳 암스테르담으로 돌아오게 되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항해는 나의 아버지의 첫번째 대륙간 항해 였습니다.

배에 탑승한 선원은 아버지를 포함해 모두 98명.

일기장에 의하면 배에는 무역을 하기 위한 금과 은, 면화 등 수천 길더 어치의 화물이 실렸다고 적혀 있습니다.


처음 계획은 자카르타에서의 체류 기간을 포함해서 약 1년 정도를 예상하고 출항하였습니다.

그러던 것이 바보같은 그 배의 선장이 그만 자카르트에서 교활한 아랍인들에게 사기를 당하는 바람에 가져간 돈의 절반을 손해 보게 되었습니다.

그러자 회사의 문책이 두려운 선장은 자신의 실수와 손해를 만회하고자 저 멀리 나가사키라는 곳까지 가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거기서 그 곳의 값 싼 구리나 비단 등을 사서 다시 자카르트로 돌아와 향신료로 바꾼 다음 유럽에 되팔아 손실을 만회할 생각이었던 것입니다.”


소년은 수십번 읽어본 일기장의 내용을 기억해가며 설명을 했다.


“ 선장은 결국 계획에도 없이 나가사키로 항로를 변경했고 테르미도르 호가 선장의 명령에 따라 자카르트를 떠나 북동쪽의 나가사키를 향한 시기는 이미 출항한지 8개월이 지난1664년 늦은 봄이였습니다.

선원들은 불만이 대단했지만 어쨌든 빨리 나가사키에서 도착해 물건을 교환해서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 뿐이였습니다.”


“그래···거기까지는 1664년 자카르트에 있는 동인도회사 출장소에서 보고한 것과 정확히 일치하는군.”


백발노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점점 소년의 말에 신뢰가 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가는 도중에 무슨 사고를 당해 처음 보는 땅에 상륙했다 이런 말인가?

아까 자네가 왔다는 하는 <쪼옷선> 인가 하는 그 곳에?”


백발 노인이 성급하게 말을 끊고 대머리와 안경잽이를 가리키며 명령을 내린다.


“자 이봐. 누가 빨리 가서 항해 지도 좀 가져 오게.”


가장 막내처럼 보이는 대머리는 백발노인의 명령에 발딱 일어나서 책장에서 큰 두루마기 뭉치 하나를 갖고 온다. 그리고는 쨉사게 노인 앞의 테이블 위에 지도를 펼쳐놓으며 지도상에 자카르타와 나가시키 중간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부의장님. 제가 지도를 좀 볼 줄 아는데 이 최신판 지도에도 <쪼옷선> 이란 곳은 없습니다.”


그는 손가락으로 지도를 쿡쿡 눌러가며 마치 자신이 그 곳에 가본 적이 있는 것처럼 설명했다.


“이 곳이 우리 동인도회사 아시아 본부가 있는 자카르타,

그리고 바로 그 위가 아시아지역 상관(商館)이 있는 <마카오>이고 북동쪽으로 가면 <나가사키>인데 그 주변은 전부 <차이나> 라는 지역 뿐입니다.


쪼옷선?...어디에도 그런 지명은 없고 그런 이름조차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안경잽이가 같이 한마디 거든다.

“저도 태어나 그런 이름은 여태껏 한번도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흠....”

백발은 책상 위 펼쳐진 지도를 뚫어져라 쳐다보며 신음소리를 낸다.


“부의장님.아무래도 저 꼬마가 가져온 일기장은 믿을 수가 없습니다.

보십시요. 글이나 제대로 읽게 생겼습니까?

이 곳 암스테르담에 온지 불과 3년밖에 안된 녀석입니다.

게다가 저 일기장은 선장이 직접 쓴 공식적인 항해일지도 아니지 않습니까?

단지 처음 대양 항해를 나간 어떤 젊은 서기가 쓴 개인의 일기장일 뿐입니다.”


“그렇습니다.여기 온 지 불과 3년 밖에 안 된 열세살 꼬마한테 뭘 기대하겠습니까?

그저 용돈이나 좀 줘서 돌려보내면 될 듯 합니다.”


얍샬한 표정의 안경잽이와 대머리가 고민하고 있는 백발한테 연달아 속삭인다. 한참을 고민하던 백발노인이 드디어 입을 뗐다. 그는 대머리와 안경잽이를 향해 말했다.


“이봐들···”


“네?”

백발노인은 신경질적인 말투에 대머리와 안경잽이가 당황해서 멀꿈히 두꺼비 같은 눈을 꿈벅거렸다.


“내가 지금 저 꼬마 얘 일기장 검사하고 있는 줄 아나?”


“네?...아니 그럼...저 무어 때문에...”


“우린한텐 새로운 땅이 곧 사업 밑천이고 돈보따리야. 우리가 자카르타나 나가사키를 포루투칼 놈들보다 늦게 발견하는 바람에 얼마나 손해를 봤는지 잊었나!”


“아...네 죄송합니다.부의장님”


대머리와 안경잽이가 백발노인의 호통에 동시에 머리를 조아렸다. 백발은 둘을 내려다 보고 한심하다는 듯 혀를 끌끌 찼다.


“새로운 땅이야말로 우리 회사가 존재하는 이유일세.

먼저 깃발을 꼽는 자가 그 곳에 있는 금은보화와 원주민까지 모조리 차지할 수 있다는 것을 잊었나? 하물며 알려지지 않는 노다지 땅이라면 무조건 먼저 깃발을 꽂아야 된단 말일세!”


“아!네...네. 잘 알겠습니다. 부의장님! 당장 그런 지명이 있는지 찾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백발노인의 호통에 대머리와 안경잽이가 지도에 얼굴을 파묻고 열심히 찾아 보는 시늉을 하기 시작했다.

뒤에 앉은 디포씨는 그 모습이 가소롭기도 하고 상황이 웃겨서 큭하고 남몰래 웃었다.


옆에서 지도를 살펴보던 백발노인이 어느 한 곳을 손가락으로 짚었다.

“여기 이 곳은 어떤 곳인가?”


그는 가느다랗고 비쩍 마른 손가락으로 정확히 나가사키 왼편 위쪽의 작은 점 하나를 가리키고 있었다.


“아...여긴 지도에는 <퀠파트>라고 써있는데...<퀠파트>라면 제 기억으론 수년전에 우리 동아시아지역 범선 중 하나인 퀠파트호가 나가사키 가는 길에 항로를 벗어나 잠시 물을 찾아서 들린 곳으로 알고 있습니다.”


안경잽이가 끙끙대며 설명을 계속 했다.


“근데 아직 탐험도 되지 않고 별로 중요치 않아서 지도에는 발견한 배의 이름으로 그냥 <퀠파트> 섬이라고만 적어 놓은 것 같습니다.”


그나마 회사에서 몇년 더 근무한 안경잽이가 대머리보다 자세히 알고 설명을 한다.


“그럼 그 <퀠파트>라는 곳과 <차이나>라는 지역 사이의 여기는 어디인가?”


“거기도 아직 탐험이 되지 않은 지역입니다. 포르투칼이나 네덜란드 선원 중에는 아직 그 곳에 갔다와 본 자가 없습니다.”


안경잽이가 머리를 긁적이며 힘겹게 대답했다.


백발은 심각한 표정으로 이제는 지도에서 눈을 돌려 날카로운 눈으로 소년을 바라 보았다.


“이봐.클레첸 쥬니어군.

보다시피 난 성미가 좀 급하네.

그래서 좀 빨리 설명을 듣고 싶네···

그래.자네의 그 일기장에 그 다음에는 무슨 일들이 적혀 있나?”


백발이 식지도 않은 뜨거운 홍차를 한번에 후루룩 마시며 여러가지를 묻기 시작했다.


“대체 그 배는 어디 갔고 테르미도르 호의 선원들은 어찌 된건가?

어디 도착한 섬의 원주민한테 잡혀 먹히기라도 한건가?

그 곳에 금이나 은 같은 것은 많던가?


원주민들이 황금으로 온몸에 장신구를 하고 다닌다고 되있던가?

후추나 샤프론은 같은 향신료는 쉽게 구할 수 있다던가?


대체 배는 어떻게 된거야?

혹시 배안에 선상 반란 이라도 일어난 것 아닌가?


답답하군. 빨리 말해 보게. 대체 어찌 된거냔 말이야!”


소년은 정신이 아득해질 정도로 한꺼번에 여러가지 질문을 한꺼번에 쏟아내는 백발 노인 때문에 잠시 혼란스러웠다.

소년이 지금 자신이 얘기하려는 이야기가 노인이 원하는 것이 정확히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버지의 일기장은 그 정도로 모든 것을 세세하게 기록하지 않았다. 그야말로 개인의 일기장이지 공식적인 항해일지는 아니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저 성미 급한 백발노인이 자신한테 간절히 원하는 무엇이 있다는 것은 쉽게 알 수 있었다.


‘그래! 이럴수록 좀 더 뜸을 들여도 되겠다’

소년은 본능적으로 이렇게 생각했다.


“제가 네덜란드어를 제대로 배우지 못해 여기 쓰여진 일기장을 읽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또 이 책에 빠진 아버지의 과거 행적을 이해하는데도 어려웠구요.”


“이봐 누가 그 따위가 궁금하고 했나?!

그냥 묻는 말에만 째깍 대답하란 말이다.”


갑자기 대머리가 끼어 들면서 백발앞에서 충성심을 발휘하려는 듯 소리 쳤다.


‘저 대머리 돼지세키가...오늘 돼지세키들이 왜 이러냐...’


소년의 목구멍까지 다시 욕지기가 치밀어 올라왔다. 하지만 옆에 앉아 순진한 얼굴로 지켜보는 여동생 쥴리를 보면서 소년은 가까스로 치밀어 오르는 욕을 참아 삼켰다.


백발노인이 대머리를 진정시킨 후에 다시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

“그래.....자네 말대로 자네의 아버지가 실종된 미스터.클레첸 이라고 하자.

그럼 자네 어머니는 누군가?

어디선가 자네 아버지를 만나 자네를 낳았을거 아닌가?

자 자...편안하게 기억나는대로 우선 그것부터 시작 해보게.”


백발노인은 소년이 빨리 말을 하지 않자 이번엔 천천히 구슬리기 시작했다.


“그렇습니다.출항 때 기록이야 자신이 태어나기도 전의 일이니 잘 모르겠지만 부모님과 관련된 일이라면 아무리 머리가 나빠도 기억하고 있을 겁니다.”

백발과 안경잽이 한꺼번에 나서서 소년의 대답을 재촉한다.


소년은 일부러 말없이 일기장만 뒤적거렸다. 그는 백발과 저들이 원하는 것을 순순히 내어주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그렇게 순순히 그들이 궁금해 하는 것을 말해 준다고 해서 자신을 아버지의 상속인으로 인정하리라는 보장이 없는 상황이였다. 소년은 자신을 보호해 줄 수 있는 방법을 궁리했다.


“어허. 요런 버르장머리 없는 자식. 부의장님께서 이렇게 친절하게 말씀하시는데도!”


“고아라고 부모에 대한 기억이 없는 거냐?

아니면 제대로 글도 읽을 줄 모르는 것 아니냐?”


대머리와 안경잽이가 이렇게 비아냥 거리든 말든 소년은 아랑곳 하지 않았다. 드디어 백발노인이 신중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


“만일 니가 실종된 선원,미스터 클레첸의 아들임이 확인된다고 하자.

아니지···설사 아니라고 해도 니가 그날 테르미도르한테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만 말해준다면 그렇다면 나는 너에게 즉시 그동안 밀린 너의 아버지의 임금과 보험금을 지불할 것이다.

그 돈이면 너와 너의 여동생은 이 곳에서 평생 놀고 먹을 만큼 충분한 돈이란다.

어떠냐? 이제 빨리 그 날 있던 일을 말해 보거라”


백발노인이 원하는 바는 분명했다. 소년은 비록 열세살이지만 지난 몇 년동안의 경험으로 눈치가 웬만한 어른 수준이였다.


‘테르미도로호에서 일어난 모든 일을 알려달라고? 그러면 당신은 그 사실을 가지고 문제를 일으킨 책임자들을 찾아 내겠지. 그리고는 그들한테 배상을 받아내고 보험사에는 회사의 귀책에서 벗어나 이미 지불한 보험금을 다시 회수할테고.

그러면서 회사가 얻는 돈에 비하면 나한테는 아주 작은 돈을 주겠지···

그래...지금 나는 저들한테서 그들이 얻는 몫에서 얼마든지 나의 것을 더 요구할 수 있는 거야!”


소년은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더 이상 서두를 것이 없단 생각이 들었다.


‘아예 이번 기회에 시내에 있는 5층짜리 건물과 그 앞의 토지까지 전부 달라고 하자. 그 정도면 나와 쥴리의 그동안의 고생에 대한 보상이 될거야’


소년은 처음에는 아버지의 밀린 임금과 보험금만 받을 생각이었다. 하지만 초조해하는 백발노인과 그가 얻을 막대한 이익을 생각해 보니 간이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웬만한 어른 쌈싸먹을 만한 순발력과 배짱이였다.

소년은 저들이 지쳐서 백기투항할때까지 입을 다물 생각으로 가만히 있었다.


“하~이 놈이 오냐 오냐 하니까~

너 혹시 그 일기장으로 한 몫 챙기려는 거 아니냐?”


눈치빠른 안경잽이가 대번에 소년의 속셈을 알고는 치고 들어왔다.


“이런 버르장머리 없는 놈 같으리라구! 당장 부의장님께 사실을 말씀드리지 못하겠느냐!

어디서 그 따위로 배워 처먹었느냐.

고아 세키들,,, 부모도 없이 자라 도둑질이나 하던 년놈들은 인간적으로 대해 줄 필요가 없어.

저런 것들을 낳은 년놈들도 아마 똑같이 멍청하고 교활한 것들이겠지....”


이번엔 대머리가 부모님까지 언급하면서 욕을 해댔다. 소년은 이런 모욕을 더 이상 참기 힘들었다. 하지만 참아야만 했다. 더 많이 것을 그들로부터 얻어 내기 위해서.


그 때 예상치 못한 곳에서 배고프고 서러운 울음 소리가 터져 나왔다.


“아니에요! 우리 부모님은 누구보다도 훌륭하신 분이에요, 우릴 사랑하고 휼륭히 가르치셨어요!”


조용히 앉아 있던 여동생 쥴리가 부모님 욕을 듣자 갑자기 고개를 쳐들고 울음을 터뜨린 것이다.


“머야’? 저 소녀는 여지껏 졸고 있던 거 아니였나?”


쥴리가 작은 체격에 걸맞지 않게 큰 목소리로 소리를 지르자 방안의 사람들이 일제히 소녀를 쳐다 보았다.


“우리 부모님은 아무 잘못이 없어요. 누구보다도 우리를 사랑했어요.

이건 모두가 다 바로 그 개자식 때문이에요!”


절대 욕이란 걸 모를 것 같은 순진한 여동생의 입에서 개자식이란 욕이 갑자기 튀어 나왔다. 소년은

여태까지 여동생을 잘 달래왔지만 이제 쥴리는 배고픔으로 지쳐서 거의 한계에 다달았다.


‘쥴리...그만해..좀 기다려야 돼···저들한테 얼마든지 더 받아낼 수 있단 말이야’


아무리 눈치를 줘도 흥분해 울먹이는 여동생한테는 소용이 없었다.


“누구? 너 지금 누구한테 개자식이라고 욕을 한거냐?이런 버르장머리 없는···”


백발노인은 가만히 있는데 계속해서 안경잽이와 대머리가 바람을 잡고 흥분했다. 대머리의 목적은 오직 아이들을 일찍 돌려보내고 집에 가서 닭다리와 술을 처먹고 싶은 그런 욕심 밖에는 없어 보였다.


한번 울음이 터진 여동생 쥴리는 멈추지 않고 계속 큰 소리로 외쳐댔다.


“악마 같은 자식...바로 그 자식때문에 우리가 그 꼴을 당하고 수년 간 쫒겨 다녔어요...

그 놈만 아니었다면 우리 가족은 지금도 행복하게 잘 살고 있었을 거라구요!”

소녀가 악을 쓰듯 외쳤다.


“대체 누굴 얘기하는 거냐?

그 놈이 누군데 그러냐?”


백발은 침착하게 울먹이는 소녀에게 물었다.


“그 놈이 달콤한 말로 마을 사람들을 속여서 결국 모두들 그렇게 만들었어요...”

끝내 소녀가 고개를 파묻고 서럽게 울기 시작했다.


이미 시각은 저녁 7시를 넘어 가고 있었다. 하루종일 먹은 것 없이 죽 한숟갈로 끼니를 떼운 소년의 배는 찢어질 듯이 아팠고 마부에게 얻어 맞은 뺨은 아직도 욱신거렸다.


이제 소년은 지쳤다. 지독한 장사꾼들인 이들에게 조바심을 이끌어 내서 조금이라도 자신한테 유리한 상황을 전개하고자 한 자신의 생각이 부질 없었음을 깨우쳤다.


이제 소년은 오직 진실만이 자신과 여동생 줄리를 지켜주리라 믿었다. 그는 잠시 동안 눈을 감고 신에게 기도했다. 그리고 그 길고도 운명적인 이야기를 시작하기로 했다.


“저는 지금도 피투성이가 된 아버지를 내려다 보던 그 악마 같은 녀석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소년은 울고 있는 여동생을 바라보면서 본격적인 이야기를 꺼냈다. 오늘 밤은 굉장히 길고 힘든 밤이 될거라고 예상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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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표류자들 17.07.14 435 7 15쪽
» 실종된 배 - 테르미도로 호(號) +2 17.07.13 472 16 17쪽
5 1679년, 암스테르담, 동인도회사 (2) +1 17.07.13 469 17 12쪽
4 1679년, 암스테르담, 동인도회사 (1) +1 17.07.12 557 17 16쪽
3 회색모자의 남자, 디포씨 +1 17.07.12 647 16 12쪽
2 암스테르담 항구의 남매 +2 17.07.12 875 15 10쪽
1 프롤로그 +4 17.07.12 1,500 19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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