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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여우의 서재입니다.

아저씨는 내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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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여우
작품등록일 :
2024.03.28 10:40
최근연재일 :
2024.07.02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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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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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05
추천수 :
214
글자수 :
349,370

작성
24.04.28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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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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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9쪽

혜영을 봐 버렸네

DUMMY

"넌 왜 따라오니?"


물소리길을 따라 걸으며 퇴근하고 있는 소희와 기찬이다.

그 뒤를 지연이 따르고 있는데.


"아저씨가 집에 놀러와도 된다고 했어."


"뭐?"


소희가 올려다보자 기찬은 눈을 데굴데굴 굴리며 뒤돌아 혜영 얼굴을 찾았다.

혜영 얼굴은 톡하고 살짝 건드리면 터질 것 같은 빨간색 물풍선 같다.

빨개진 얼굴로 기찬의 눈을 마주 보지 못하고 아래로 내리고 있고, 잘못해서 교무실로 불려가 선생님한테 벌을 받는 모습이랄까.


"보면 혜영이가 참 독해. 순진하게 생겨서 하는 짓은 어쩜 제멋대로일까?"


지연이 혜영의 옆구리를 찌르자 오버액션이 나오고 있다.

옆으로 애처로이 쓰러지는 듯 비틀거린 것인데.


"이따가 지연이가 집에 데려다 줘라."


"그걸 왜 내가?"


기찬의 허락이 나오자 언제 슬픈 얼굴을 하고 있었냐는 듯 영화속에서 처럼 한송이 꽃이 활짝 피어나는 듯한 혜영의 얼굴이다.

너무 극적인 변화여서 기찬이 입을 한껏 벌리고 놀라워 하는 중이다.


놀랍다.

예쁘다.

안아주고 싶다.


소희가 뭐라고 할만 한데 입을 꾹 다물고 있다.

대신 기찬의 손을 잡고 걸음을 빨리하고 있다.


남한강을 오른쪽으로 끼고 있는 둑방길인 물소리길이다.

길가 옆 가로수에서는 벚꽃이 활짝 만개해 있었는데 바람이 불어오는 대로 꽃비를 날리고 있다.

꽃잎이 소희 머리 위에도 또 혜영이 어깨에도 떨어지고 있고.

아름다운 꽃의 계절 봄이고, 꽃보다 더 예쁜 그녀들이다.


지연은 꽃잎이 떨어지는 족족 파리 쫓듯 손을 휘둘러 날리고 있다.

지연이 떨어지는 꽃잎을 많이 닮았다고 생각중인 기찬이다.

자신은 힘이 없어 꽃잎을 잡지 못하는 나무같이 느껴지고.


어느새 떨어지는 꽃잎 사이로 뛰어다니는 두 여고생이다.

언제 갈등이 있었냐는 듯 뭔 할말이 그렇게나 많은지 소란스럽다.


"준호가 너 엄청 좋아하나 봐. 눈을 보니까 하트가 뿅뿅 박혀 있어."


"걔는 너무 어려. 유치하게 몰래 남의 몸 냄새나 맡고 말이야."


"준호 얼굴 빨개지고 손 떠는 거 봤어?"


"남자가 소심하긴.. 박력이 없어."


"너 본다고 날마다 오는 거 알아?"


"그런 애가 한 둘이야?"


둘이 앞서 걸으며 나누는 대화를 들으며 입맛을 다시는 기찬이다.

같은 생각인 듯 지연이 옆에서 혀를 차고 있다.


기찬하고 있을 때 나오지 않는 고딩 말투가 속사포같이 쏟아지고 있다.

이럴 때 보면 어려도 너무 어린 그녀들이다.


내가 도둑놈 맞지.

경험해 봐야 할 것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엄청 많을 텐데 나한테 매여 있으니.

사실 내가 소희를 잡고 있는 것은 아닌데.


"아직도 어린 소희가 나를 진작에 밀어냈단 말이지. 지금 생각해 봐도 어이없다니까."


"넌 좋은 남편 만났잖아. 들어올 때 안됐니?"


일주일 갔다 온다고 떠난 지연의 남편은 귀국날짜가 무기한 연기됐다고 한다.

회사 일이 꼬였다고 하는데.


"몰라요. 올 때 되면 오겠지. 여자하고 바람나서 베트남으로 도망간 건지도 모르지."


"무슨.. 너 없으면 못사는 남자를 그렇게 얘기하면 되니. 너 하나 먹여 살리겠다고 타지에 나가 열심히 일하는 사람인데."


거리는 벌어져서, 아무리 뛰고 걸어도 지치지 않는 두 여고생은 저멀리 언덕 위에서 빨리 오라고 손짓하고 있다.

그녀들 머리 위로 벚꽃잎이 휘날린다.

뭔 그림인지 모르지만 둘이 팔을 벌려 서로 껴안는 포즈를 취하고 있다.

소희 왼손에는 스마트폰이 들려 있고,


"부럽다. 나도 저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


지연이 기찬을 보며 안아달라고 팔을 옆으로 들지만 돌아오는 것은 이마에 부딪쳐오는 알밤 뿐이다.

기찬이 한 대 먹이고 저멀리 달아나고 있다.

그를 부르고 있는 소희에게로다.



집에 돌아오자 마자 살구꽃이 그녀들을 반기고 있다.

은은하게 살구향이 집안에 감돌고 있는데.

소희 몸에 밴 바로 그 향이다.


들어오자 마자 욕조에 물을 받고 거름망에 살구 으깬 것을 준비하는 소희다.

그리고는 셋이 욕실에 들어가 버렸다.

기찬 만 남기고.


아직 밤낮 온도가 크게 벌어지는 시기라 집에 돌아와 제일 먼저 하는 일은 아궁이에 불지피기다.

혜영이 자는 방이기도 하고 숯을 만들어서 원두를 볶아야 한다.

오늘은 5kg을 볶아야 한다.


눕힌 통나무에 앉아 불씨를 살리고 장작을 던져놓고 본채 주방 앞에 선 기찬이다.

식사 준비는 언제나 기찬의 몫이니.


여자들이 씻고 나오면 바로 식사할 수 있게 준비해 놓아야 한다.

씻고 나온 소희가 제일 먼저 내뱉는 말은 '배고파'라는 말이다.


욕실에서 누군가 나와서 앞꿈치로 살금살금 걸어다니는 소리가 들리지만 기찬은 돌아보지 않았다.

전에 고개를 돌렸다가 발가벗은 채 수건을 찾으러 거실까지 나온 소희와 눈을 마주친 적이 있었는데.


몸을 웅크리고, 두 다리를 오므리고, 고양이 처럼 움직이는 소희가 놀란 얼굴을 하며 몸이 얼어붙었었다.

그때 기찬이 여간 힘들었던 게 아니다.

다시 그 고통을 맛보고 싶지 않다.


아마 지금도 소희가 벗고 돌아다니는 중이리라.


오늘 저녁 메뉴는 김치찌개로 정했다.


애호박에 두부, 파, 양파를 꺼내려고 냉장고를 열었다가 살짝 거실 쪽으로 눈이 돌아가고 말았다.

기찬 눈에 하얗게 빛나는 자그만한 생명체가 살금살금 조심스레 욕실로 걸어가고 있다.

기찬 쪽을 바라보며.


눈을 마주쳤는데 소희가 아니라 혜영이다.

소희인 줄 알았는데 혜영이라서 기찬이 깜작 놀랐다.


얼음으로 변한 것은 기찬이다.

오히려 혜영은 웅크리고 있던 몸을 바로 세우고 기찬을 빤히 쳐다보고 있다.

대치상황이 얼마쯤 지났을까, 고개를 돌리지도 그대로 보기 있기도 민망한 상황이 연출되고 말았는데.

혜영이 아무렇지 않은 듯 욕실로 들어갔다.

희미한 미소가 입에 걸린 것 같다.


지나 생각해 보니 혜영의 손에는 아무것도 들고 있지 않았다.

뭔가 가지러 나왔으면 뭔가 손에 쥐고 있는 게 있어야 하는데.

찾다가 못 찾은 건가?


하긴 자기 집이 아니니까 뭐가 어디에 있는지 모르는 게 당연한 거겠지.

그러면 소희가 나와서 찾아야 하는 것이 정상아닐까.

모르겠다.


그나저나 혜영을 봐 버렸네.

어쩜 그렇게 당당하게 나를 빤히 쳐다보지?

소희 보다 더 뻔뻔하네.

소희는 그래도 가리는 척은 하는데.

물론 가릴 곳은 안가리고 엉뚱한 곳을 가리긴 하지만.


기찬이 고개를 좌우로 몇 번 돌려보고는 다시 음식 준비를 시작했다.

돼지고기를 참기름에 볶다가 멸치 우린 육수를 붓고 고추장을 풀고..


뒤로 또다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이번에는 기필코 고개를 돌리지 않겠다고 굳은 다짐을 하고 김치찌개에 눈을 고정시켰다.


눈으로 볼 수 없어서 그런지 귀로 들려오는 미세한 소리로 거실 상황이 머리속에 그려지기 시작했다.

귀에 들리는 대로, 머리속에서 그림이 그려지고 있는데, 한 명이 아니라 두 명이 거실로 나온 것 같았다.


잘 들리지는 않지만 작게 소근거리는 소리를 들어보니 목소리 톤이 소희다.

아마 방금 전에 혜영이가 못찾아온 것을 알려주고 있는 것 같다.

그것 하나 못가져오냐고 타박하는 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잠시 정적이 흐른다.


이제 그녀들이 욕실로 들어간 모양이다.


그제서야 얼음 땡하고 기찬의 몸이 풀렸다.

잠시 거실쪽을 돌아봤는데..


재빨리 고개를 돌려서 아까 그 아이스 모드로 다시 돌아갈 수 밖에 없었다.

두 여자가 나란히 서서 물끄러미 주방쪽을 보고 있었기에.


순간적으로 두 여자와 아이컨택이 된 상황이었고.

소희가 아차 싶었던지 혜영이 손을 잡아 끌고 욕실로 들어가는 소리가 들린다.


눈으로 본 투샷이 머리속에서 사라지지 않고 있다.

소희는 내 여자니 아무래도 상관없지만 혜영이는 왜 저러나 싶다.


소희는 평소에도 알몸으로 돌아다니는 걸 즐긴다.

내가 놀라는 모습이 너무 귀엽데나.

재밌어서 그런지 몰라도 일부러 노출을 하기도 한다.

이제는 의식하지 않고도 보여주는 경지에 올라와 있는 소희.


그러니 소희가 발가벗고 거실을 돌아다니는 것이 전혀 놀랍지 않은 나다.

평소에 봐왔던 모습이니까.


처음 보여줄 때 엄청 놀랐지.

두 세번 반복되자 소희의 벗은 몸을 보며 이러하니 저랬으면 좋겠다며 농담하며 즐기는 여유까지 갖게 된 자신이다.


그러나, 혜영은 다른 문제다.

소희가 하는 말과 행동을 유심히 관찰하고 있다가 그대로 따라한다는 걸 모르는 내가 아니다.


하지만 집안에서 옷을 벗고 돌아다니는 걸 따라할 줄은 정말 몰랐다.


그게 가능한건가?

혜영이 머리 속에 나라는 존재가 어떻게 각인되어 있어야 그런 행동이 자연스럽게 나오는 걸까?


김치찌개는 소란스런 상황임에도 잘 끓여졌고 밑반찬을 식탁에 내어 놓는데, 귀로 또 다른 움직임이 포착됐다.


해도해도 너무하는 구만.

또 벗고 나온다고?


기찬은 또다시 아이스 모드로 빠져들었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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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는 내 거야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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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아프게 하지마 24.05.31 60 2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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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넘사벽 소희 24.05.29 47 2 8쪽
62 아저씨께 말이 심한 거 아니야? 24.05.28 43 2 8쪽
61 이 언니 누구야 24.05.27 56 3 7쪽
60 내가 다 속상하네 24.05.26 52 3 7쪽
59 웃음기가 사라졌다 24.05.25 52 3 7쪽
58 1석2조를 꿈꾸다 24.05.24 52 3 7쪽
57 얄밉게 나오네 24.05.23 54 3 7쪽
56 아이고 아파라 24.05.22 58 3 7쪽
55 까분다 이거지 24.05.21 60 3 8쪽
54 거리를 둬야 해 24.05.20 58 2 7쪽
53 싸한 느낌이야 24.05.19 62 3 7쪽
52 너무 예뻐서 안돼 24.05.18 77 3 7쪽
51 사인을 못 알아채는 아저씨 24.05.17 62 3 7쪽
50 독재자 소희 24.05.16 50 3 7쪽
49 미워질까 두렵다 24.05.15 64 3 8쪽
48 시간도 없었을 건데 24.05.14 70 3 7쪽
47 여자들이 왜 이래 24.05.13 70 3 8쪽
46 살이 찌는 소리가 들린다 24.05.12 68 3 7쪽
45 소희야 왜 그러니 +2 24.05.11 72 2 7쪽
44 우리 사이에 틈은 없어 24.05.10 78 2 9쪽
43 다 먼 상태인 거야? 24.05.09 83 3 9쪽
42 둘이 알아서 해 24.05.08 72 2 9쪽
41 그년이 그년이니까 24.05.07 80 2 9쪽
40 아저씨 때문에 살아 24.05.06 88 3 9쪽
39 소희가 다 하겠지 24.05.05 92 3 9쪽
38 여기는 내 영역이니까 24.05.04 93 3 10쪽
37 안겠다는 욕심인거야? 24.05.03 113 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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