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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는 내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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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여우
작품등록일 :
2024.03.28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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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4
글자수 :
343,310

작성
24.05.12 07:30
조회
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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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7쪽

살이 찌는 소리가 들린다

DUMMY

아직은 찬기운이 도는 2월, 소희가 등교를 준비하고 있다.


감회가 남다른지 아저씨가 빗질하고 있는 나를 멍하니 지켜보고 계시다.


"준비 다 됐니?"


"잠시 만요."


소희가 갈아입을 옷을 담은 쇼핑백을 하나 챙겨 나오고 있다.


여느 날과 다르게 오늘은 아저씨가 차로 등교를 시켜주시겠단다.


마지막 고등학교 등교일, 걸어가며 땀 빼지 말라시며, 조수석에 올라타자 내 안전벨트도 직접 매 주셨다.


"이제 소희가 어른이 거의 다 됐네. 이제 세 달 남았어."


"뭘 따져요. 고등학교 졸업하면 어른이지."


소희는 대학교 안가겠다고 노래를 부르더니 그 마음 변치 않았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사업을 시작한 카페 사업이 본궤도에 올라서 공부에 신경쓸 겨를도 없었다.


이제는 어엿한 사장님 소리를 들어도 될 만큼 카페 사업규모가 커졌고.


5평 카페에서 시작한 에스지 카페가 건너편 아이스크림 가게 자리로 옮겨가면서 규모가 30평대로 커졌다.


"이제 아저씨 분식점 안해도 되는데, 왜 계속하려고 그래요?"


"직원 식당이라고 생각해. 밥은 먹어야 될거잖아."


어느덧 학교에 도착했다.


아저씨가 교문을 배경 삼아서 같이 사진을 찍자고 하신다.


이따가 졸업식에도 오실 건데 왜 지금 찍느냐고 여쭤보니, 그때는 정신없을 것 같다고 하셔서 여러 장 찍었다.


마침 등교하는 민지가 찍어줬다.


나란히 서서, 브이자도 그리고, 내가 아저씨한테 업혀서도 찍었다.


아저씨가 정말 기쁘신 듯 활짝 웃어주셨다.


***


소희가 시장 골목 진입로 바로 옆에 위치한 카페에서 개시 커피를 내리고 있다.


옆에는 알바생으로 보이는 대학생인 듯 한 여자가 연한 녹색 앞치마를 걸치고 있다.


카운터 옆으로 커피머신 한 대가 놓여 있고, 셀프 커피 드립 테이블이 6개가 준비되어 있고, 앞에 진열장에는 디저트용 케잌과 과자가, 옆 쪽으로 작은 빵집을 옮겨 놓은 듯 바타입 테이블에 빵류가 올려져 있다.


손님용 테이블은 12개 규모로, 오픈한지 10분 여가 지났는데, 3개 테이블에 손님이 들어오셨다.


"늦었지?"


혜영이 카페문을 열고 들어왔다.


"나 이제 갈게."


혜영이를 힐끔 보더니 소희가 가게를 나서고 있다.


소희 손에는 테이크 아웃 용 컵커피 두 잔이 들여 있다.


카페를 나와서 건너편 안쪽 별이네 옷가게에 들어가서 한 잔을 소영 이모에게 드리고 분식집으로 방향을 잡는 소희다.


소영이 소희를 보며 인상을 찌푸리고 있다.


"이년아. 좀 웃어봐라."


소희가 뒤돌아서서, 얼굴 근육으로 볼을 통통하게 만들어 보여주고 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웃음이 나올 수가 있나요. 이제 비빌 언덕이 없어졌잖아요. 이제 학생 신분이 아니어서 어디 도말갈 데도 없다고요. 그래서 핑계를 댈 수도 없고요.


분식집에 가까이 다가가자 분주하게 움직이는 아저씨가 보인다.


잠시 일을 봐주시는 아주머니는 김밥을 말고 계시다.


"오늘 메뉴는 곰탕이네요."


"소희 왔구나. 너 먼저 시식 삼아 밥 말아 먹어 봐라."


아저씨가 내 의향을 물어보지도 않고, 바로 작은 국그릇에 밥 한 술, 소면 조금 올리고, 수육 세 점에 곰탕 국물 부어서 내게 내미셨다.


"이거 먹고 점심 때우라고요?"


"아니야. 맛 만 보라고."


먹어 보나마나 아저씨 음식은 싱거운 게 맛이 진짜 없다.


저번에 간이 안 맞아서, 내가 소금을 조금 쳐서 먹었더니, 아저씨가 삐치셔서는 2시간 동안 말 한마디 안하셨었다.


나는 기대없이 한 술 입에 넣었지만 역시나 맛은 없고 고소한 맛이 혀 끝에 향이 살짝 나는 정도다.


얼굴 표정은 밝게 하고, 간이 안맞지만 소금이나 후추는 일절 치지 않고, 주신 국사발을 깨끗이 맛있게 먹는 것 처럼 연기했다.


진짜 맛 없었다.


단골 손님들은 국종류가 백반 메뉴로 나오면 으레 소금 반 술 넣고 맛을 보신다.


그러고도 양이 안차 한 번 더 소금을 치시는 분들이 많은데, 그분들에게는 말 한마디 안하시면서, 내가 손으로 한 꼬집 넣기만 하면 토라져 버리신다.


나이든 아저씨가 초등생 여자아이 마냥 샐죽 토라지는 모습은 정말 꼴보기 싫다.


남자가 체통이라는 것이 있지.


어찌 야시꾸리한 표정을 짓는단 말인가.


그 표정 한 두번 보고 나서는 일절 간 맞추기를 하지 않았다.


그러니까 아저씨가 흐뭇한 표정을 지으시며 좋아하셨고, 더 먹으라고 국을 더 담아 주셨고, 나는 또 꾸역꾸역 다 마시는 게 일상이 돼 버렸다.


그래서 내 허벅지가 부풀어 오르고 몸에 살집이 붙었을 거다.


그러데, 아저씨는 또 그게 좋다고 하신다.


내 오른 살을 만지며 좋아라 하셔서, 내가 '돼지가 되면 좋아'하고 여쭤보니 그러면 더 좋을 것 같다는 망언을 서슴치 않으셨다.


지금도 맛보라고 주신 국사발 양의 곰국을 먹었더니 배가 볼룩하고 오른 것 같은데, 조금 있다가 지금 양의 세 배는 더 먹어야 한다.


이러니 내가 살이 오르지.


나는 살이 찌면 특이하게 허리나 배 쪽으로 붙지 않고 위쪽으로 많이 붙어서 움직이기도 불편한데, 그래서 살을 찌우려고 하시나 의심을 하기도 한다.


잘 때 보면 얼굴을 파묻고 주무시니까.


내가 곰국을 맛보고 으레 엄지 손가락을 들어드리자마자 손님들이 들이닥치고 있다.


밥 때가 된 것이다.


이럴 때 지연이 이모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마는.


알바하시는 아주머니는 김밥 말기로 한정을 지어서 고용을 하셨다.


분식집 서빙이나 계산 이런 거 일절 안하시고 김밥 만 마신다.


그래서 손님들이 우르르 몰리는 시간이면 아저씨가 쩔쩔 매시고.


그래서 내가 이시간에 아저씨 옆에 붙어 있으려고 하는 것이다.


전에는 혜영이가 있었지만 내가 막았다.


꼭 안주인처럼 하는 행동이 꼴보기 싫어서다.


"사장님 곰국 진하네요. 이래서 믿고 와요."


"제가 다섯 시간 고았어요. 제가 할 수 있는 게 그것 뿐입니다. 맛있게 드세요."


단골 손님이 곰국을 보자마자 소금 한 숟가락 부우신 걸 아저씨가 못 봤나 보다.


웃긴 게 단골분들도 간 맞추기를 아저씨 몰래 하신다는 거다.


그렇게 간을 다 맞춰 놓고 아저씨 칭찬을 하시는 분들이 한, 둘이 아니시다.


이런 것도 아저씨 상대로 사기치는 건데, 아저씨는 그저 허허 하며 칭찬을 좋아하신다.


아저씨도 장사 마감할 때 꽉 채워져 있던 소금 그릇이 절반 이상 비워져 있는 것을 매일 보실텐데, 무슨 영문인지 아직 모르겠다.


"이제 우리 밥 먹자."


내가 우려했었던 시간이 돌아왔다.


뚝배기에 고기를 절반 쯤 담으시고 밥 조금, 소면 몇 가닥 넣으신 곰국을 내 주셨다.


이렇게 먹으니 내가 살이 안찔 수 있나.


살이 뱃살으로 가면 꼴보기 싫어서 찌우려고 하지 않으실 것 같은데, 허벅지와 윗쪽으로 붙어서 왜 내 몸은 이런걸까 고민하고 있다.


이러다 내 온몸에 살이 이곳저곳, 덕지덕지 붙은 걸 보셔야 그만 하실래나 하는 생각도.


빨리 먹고 산책로에 나가서 어제 보다 더 오래 달리기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곰국을 들이마시고 있다.


살이 찌는 소리가 들린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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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넘사벽 소희 24.05.29 44 2 8쪽
62 아저씨께 말이 심한 거 아니야? 24.05.28 40 2 8쪽
61 이 언니 누구야 24.05.27 53 3 7쪽
60 내가 다 속상하네 24.05.26 49 3 7쪽
59 웃음기가 사라졌다 24.05.25 50 3 7쪽
58 1석2조를 꿈꾸다 24.05.24 50 3 7쪽
57 얄밉게 나오네 24.05.23 50 3 7쪽
56 아이고 아파라 24.05.22 54 3 7쪽
55 까분다 이거지 24.05.21 57 3 8쪽
54 거리를 둬야 해 24.05.20 55 2 7쪽
53 싸한 느낌이야 24.05.19 60 3 7쪽
52 너무 예뻐서 안돼 24.05.18 72 3 7쪽
51 사인을 못 알아채는 아저씨 24.05.17 59 3 7쪽
50 독재자 소희 24.05.16 48 3 7쪽
49 미워질까 두렵다 24.05.15 60 3 8쪽
48 시간도 없었을 건데 24.05.14 66 3 7쪽
47 여자들이 왜 이래 24.05.13 67 3 8쪽
» 살이 찌는 소리가 들린다 24.05.12 63 3 7쪽
45 소희야 왜 그러니 +2 24.05.11 68 2 7쪽
44 우리 사이에 틈은 없어 24.05.10 74 2 9쪽
43 다 먼 상태인 거야? 24.05.09 75 3 9쪽
42 둘이 알아서 해 24.05.08 67 2 9쪽
41 그년이 그년이니까 24.05.07 76 2 9쪽
40 아저씨 때문에 살아 24.05.06 84 3 9쪽
39 소희가 다 하겠지 24.05.05 87 3 9쪽
38 여기는 내 영역이니까 24.05.04 88 3 10쪽
37 안겠다는 욕심인거야? 24.05.03 109 3 9쪽
36 아저씨가 좋아요 24.05.02 114 3 10쪽
35 남자이기 전에 24.05.01 111 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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