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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여우의 서재입니다.

아저씨는 내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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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여우
작품등록일 :
2024.03.28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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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30 0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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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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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4
글자수 :
343,310

작성
24.05.20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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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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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거리를 둬야 해

DUMMY

용문 5일장 구경을 하는 것도 오랜만이다.


아저씨와 함께 다니며 1,000원 짜리 꿀호떡도 먹었다.


아저씨도 드시라고 하니, 내 입가에 묻은 얼룩을 손수건으로 닦아주시며, 고개를 흔들며 가만히 나를 보고 계셨다.


온 김에 내일 백반 거리를 사신다며 산나물을 구매하셨다.

산나물 비빔밥 하신다며.


취나물, 머위, 곤드레, 시래시, 새송이 버섯에 무도.


내가 닭발 아저씨를 만나서 공급해주십사 말씀을 드렸더니 소포장해서 해주는 건 안되고, 양념한 닭발을 벌크로 구입해서 소분해서 파는 건 어떠냐며 역제안을 해주셨다.


벌크라, 200g씩 소분해서 파나, 10kg을 주신다는데, 몇 개가 나오는 거야.


내가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고 있으니, 아저씨가 오해하셨는지 kg당 20,000원에서 2,000원 빼주시겠단다.


그러면 또 계산이 어떻게 되는 거야.

또, 머리속으로 계산을 하고 있는데.


"거, 지독하네. 1,000원 더 빼줄게. 더이상은 안돼."


그러면 잘 사는 거야, 뭐야. 아, 머리 아프다.

학교 다닐 때 수학 공부를 해놨어야 하는 건데.

아, 200g에 10,000원, 1kg에 5개니까, 50,000원이니까.

조금 할인해서 8,000원에 팔면.


"예. 받을 게요. 다음주 월요일부터 분식집으로 갖다 주세요."


"내가 너무 싸게 주는 거 같다. 닭발 원물 가격이 많이 올랐어. 내가 받아오는 데가 오래 거래한 육계 공장이어서 그 가격에 맞춰주는 거야."


"제가 밀키트 사업을 처음 시작하는 거라 조심스러워서 그래요."


흥정을 마치고 돌아서는 데, 아저씨가 바로 뒤에 서 계셨다.

양손에 검정 봉다리를 들고서.


"계산하느라 머리 아파 죽는 줄 알았네. 아저씨가 옆에 있었으면서 왜 가만 있었어요?"


"잘하던데? 좋은 가격이야. 그리고, 당장 결정하다 보면 실수가 나와. 헷갈리면 한 발 물러서서 연락해 주겠다며 빠지는 것도 한 방법이야."


***


분식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에스지 2호점에 들렀다.


유리 언니가 벽에 수첩을 대고 뭔가를 그리고 있었다.

나와 아저씨가 가게에 들어온지도 모르고.


가게 안은 앉을 의자나 책상이나 이런 것이 하나도 없다.


유리 언니가 골똘히 생각하며 뭔가를 적어 넣고 있는 모습을 아저씨가 한동안 지켜보고 계셨다.


엉덩이를 살짝 뒤로 빼고, 왼팔꿈치를 벽에 대고, 왼손으로 수첩을 잡고, 오른손으로 뭔가를 적고 있었는데, 그게 뭐 볼게 있다고.


"치, 아저씨는 가지?"


"아, 오셨어요?"


유리 언니가 그제야 뒤로 돌아서 입꼬리를 올리며 눈웃음을 치며 웃고 있다.


가식적인 언니.

눈웃음은 왜 치는 거야.


"아저씨!"


"응? 어, 나는 갈게."


아저씨는 떨어지지 않는 무거운 걸음을 간신히 옮기셔서 분식접으로 돌아가셨다.


유리 언니는 뭐가 재밌는지 그런 아저씨를 보고 미소를 지었고.


웃지 말라고 얘기하기도 그렇고.

언니가 언제나 방글방글이네.


유리 언니 덕분에 카페 장사는 잘되겠다.

아저씨하고의 거리를 벌려 놓으면 되겠지.

접근금지.


"언니 친구들이 주말에 온다고요?"


"예. 일당을 챙겨주면 줄을 서니까요. 다들 돈이 궁한 처지니까요. 알바 더 필요하지 않으세요? 예쁜 애들 더 있는데요."


"언니 보다 더 예뻐요?"


"에이, 그럴리 있나요?"


뭐야, 주제 파악을 제대로 하고 있는 언니네.

겸손을 떨지도 않고, 얼굴에 자신감이 넘치는 무서운 언니야.


"다들 공부 잘히는 분들이니까, 고액 알바가 많지 않나요? 과외같은 거요."


"과외하는 애들도 있고, 사회경험을 겸해서 알바하고 싶은 애들도 있고, 괴외하고 싶은 데 여건이 안되는 애들도 있고요. 어쨋든 카페 알바하려는 애들이 줄 섰어요. 더구나 에스지는 카페 프랜차이즈로 가는 스타트업이어서 관심이 높을 거고요."


이 언니가 오해를 하고 있구나.

스타트업, 프랜차이즈는 무슨.

그저 1차 목표가 100개 분점내는 것 뿐인데, 무슨 거창하게.


괜히 환상을 깰 필요는 없겠지.

적은 페이로 예쁜 언니들이 일을 해주면 매출이 크게 오를테니까.


"에스지가 그렇게 대단하지 않고요. 민지에게 인테리어 컨셉은 들으셨지요?"


"예. 셀프드립 테이블 1 메인, 2열 6좌석에 밀키트 용 대형 진열 냉장고에 머그컵 킵 테이블, 커피머신 2대 공간, 색은 바닥은 초록에 꽃을 피우고 천장쪽은 하늘색요."


언니가 머리가 좋긴 하네.

말도 조근조근 잘하고, 나를 피곤하게 하는 언니네.

느릿한 것도 안 보이네.

디자인이 전공이어서 그런 모양이다.


"좋아요. 견적은 나왔어요?"


"세 명이 붙고요. 필요 자재는 제가 리스트를 뽑아드릴 테니까, 구입을 해주시면 되고요. 뭐, 저에게 맡기신다면 제가 해도 되고요. 인건비는 주말 이틀 한 사람 당 12시간 시급을 주시면 될 것 같아요. 제 시급으로 12,000원을 주시니까, 저보다 많이 주시면 제 배가 아프니까, 11,000원으로 맞춰주시면 될 거 같아요."


유리 언니는 내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을 했는데, 내 얼굴을 보며 뭔가를 관찰하는 모습이었다.


그런 건 내가 진작에 많이 경험했지.

내 얼굴을 세세히 들여다 보려는 남자들 시선을 늘 받아왔으니까.

그런데, 여자인 언니는 왜 그런 눈으로 내 얼굴을 보나 모르겠다.


가만 있자.

여자면서 나를 이런 시선으로 본 친구가 있었나?


소희가 생각에 잠기면 입을 일자로 하고 눈을 반쯤 감는 버릇이 있는데, 유리가 눈을 껌벅이며 그 모습을 다 담으려는 듯 진지하게 쳐다보고 있다.


말없이 있는 소희를 보채지도 않고, 같이 말없는 시간이 길어졌다.


아, 이 눈빛 어딘가 익숙하다 했더니.

강혜영.

그년 눈빛과 닮아 있다.


잘라버릴까?

싹을 잘라야 하는 거 아닐까?


소희가 눈에 힘을 주면서 노려보자 유리가 뒤로 주춤거리고 있다.


아니지.

유리 언니가 돈을 많이 벌어다 줄거야.

남자 손님들이 줄을 서고 지갑이 열릴 거라고.


소희가 눈에 준 힘을 풀면서 미소를 띄자 유리가 언듯 숨을 몰아쉬는 것도 같다.

그러고 보니 두 주먹을 꼭 쥐고 있었다.

소희가 미소를 짓자 주먹쥔 손을 풀었고.


"그렇게 해요. 인건비 맞춰 드릴게요. 자재는 일하는 사람들이 알아보고 구매하는 게 맞겠죠. 영수증을 주시면 제가 꼼 꼼 히 보면 될 것 같아요."


"예. 알겠어요. 사장 언니는 생각이 많으신 것 같아요. 그 생각을 저하고 공유하시면 안될까요? 제가 궁금한 걸 못 참아서요."


"유리 언니는 주제 파악을 잘하시는 분이라고 봤는데, 꼭 그런 건 아닌가 보네요."


"아, 죄송해요."


유리가 사장 언니인 소희에게 고개를 숙였다.


언니가 귀여운 면이 있네.

나한테 말 한마디 들었다고 나를 무서워하고.

하긴 학교시절에 나한테 한소리 듣고 목을 뻣뻣하게 들고 다니는 년들은 없었지. 놈들도.


"다음에는 조심하세요. 사람은 뭐 가끔 실수하니까. 하지만 앞으로 조금만 줄이세요."


"예. 알겠어요."


유리 언니하고는 친하게 지내면 안되겠다.

거리를 둬야 해.

친해지면 나한테 대들지.

혜영이 그년처럼.


앞으로 그런 일은 다시 없어야 돼.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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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그게 뭐라고 24.05.30 42 2 8쪽
63 넘사벽 소희 24.05.29 44 2 8쪽
62 아저씨께 말이 심한 거 아니야? 24.05.28 39 2 8쪽
61 이 언니 누구야 24.05.27 53 3 7쪽
60 내가 다 속상하네 24.05.26 49 3 7쪽
59 웃음기가 사라졌다 24.05.25 50 3 7쪽
58 1석2조를 꿈꾸다 24.05.24 50 3 7쪽
57 얄밉게 나오네 24.05.23 50 3 7쪽
56 아이고 아파라 24.05.22 54 3 7쪽
55 까분다 이거지 24.05.21 57 3 8쪽
» 거리를 둬야 해 24.05.20 54 2 7쪽
53 싸한 느낌이야 24.05.19 60 3 7쪽
52 너무 예뻐서 안돼 24.05.18 72 3 7쪽
51 사인을 못 알아채는 아저씨 24.05.17 58 3 7쪽
50 독재자 소희 24.05.16 47 3 7쪽
49 미워질까 두렵다 24.05.15 59 3 8쪽
48 시간도 없었을 건데 24.05.14 65 3 7쪽
47 여자들이 왜 이래 24.05.13 67 3 8쪽
46 살이 찌는 소리가 들린다 24.05.12 62 3 7쪽
45 소희야 왜 그러니 +2 24.05.11 68 2 7쪽
44 우리 사이에 틈은 없어 24.05.10 73 2 9쪽
43 다 먼 상태인 거야? 24.05.09 74 3 9쪽
42 둘이 알아서 해 24.05.08 67 2 9쪽
41 그년이 그년이니까 24.05.07 76 2 9쪽
40 아저씨 때문에 살아 24.05.06 84 3 9쪽
39 소희가 다 하겠지 24.05.05 86 3 9쪽
38 여기는 내 영역이니까 24.05.04 88 3 10쪽
37 안겠다는 욕심인거야? 24.05.03 108 3 9쪽
36 아저씨가 좋아요 24.05.02 114 3 10쪽
35 남자이기 전에 24.05.01 110 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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