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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여우의 서재입니다.

아저씨는 내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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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여우
작품등록일 :
2024.03.28 10:40
최근연재일 :
2024.06.30 0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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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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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4
글자수 :
343,310

작성
24.05.05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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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9쪽

소희가 다 하겠지

DUMMY

기찬이 한결 가벼워진 발걸음으로 시장통 거리를 걷고 있다.

10년 묵은 체증이 쑤욱 하고 내려간 듯 시원한 느낌이다.


소영이 꿍하고 있을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어.


분식집이 보이고 그 앞에서 셀프 드립에 열중인 여고생들이 보인다. 벌써 하교 시간인 것이다.

민지도 보이고 은혜도 보이고 있다.


"오래 걸리네. 둘이서 할 말이 그렇게 많았어? 임신부 혼자 가게 맡기고 가서?"


"미안, 미안. 말이 길어져서."


말 만 그런 것이 아닌지 가게 안은 치워야 할 그릇들이 남아 있는 테이블이 두 개나 있고, 학생 손님들은 문 밖에 대기하고 있다.


소희하고 혜영이는 안보인다.

사업 준비하느라 정신이 없겠지. 그걸 계산에 넣지 않은 게 내 실수다.


그러고 보니 은혜와 민지가 단순하게 커피 드립하는 게 아니었다.

팔을 벌려서 거리를 계산하고, 높이도 재보고 있다.

그 바람에 뒤로 줄이 길어져 있다.


"아저씨 안녕하세요."


커피 두 잔을 빼서는 그제야 나를 알아보고 인사를 건네오는 은혜다.

바쁜 가게 안을 보더니 바로 씽크대로 돌진해 일을 돕는다.

덩덜아 민지도 가세하고 있다.


나 없을 때 지연이를 도와줬으면 더 좋았을 텐데.


그래도 덕분에 빠르게 정리가 되고 있다.

민지가 얼굴도 예쁘고 일머리가 있다. 은혜는 정신 사나운 스타일이고.


뭐, 객관적으로는 사람들이 은혜가 예쁘다 하겠지. 그런데, 내 눈에는 민지가 더 예뻐 보여.

내가 어쩌다보니 여자들 얼굴을 보고 있네.

맞다. 민지가 일하면서 웃는 얼굴이구나. 그래서 그랬구나.


은혜가 잠시 빠져나와 스마트폰을 들었다.


- 셀프드립 테이블 3열 준비해야 한다. 높이 120센티, 폭 60, 길이 150이야.


- 네가 그리면 되잖아.


- 왼쪽 벽으로 바 테이블 그려. 같은 높이, 폭은 30으로.


- 다 된거 아냐?


- 정면 벽에 선반 만들어. 회원들 머그잔 킵하게.


- 또?


- 메인 테이블이 있어야겠지. 시연용 말이야. 폭을 80으로 늘리면 되겠다.


- 또?


- 벽 말이야. 시멘트는 냄새나니까, 바로 오픈해야 하니까, 좋은 색 골라서, 벽지 말고 시트지가 낫겠다. 바다색? 하늘색 그런거.


- 또?


- 너 회원수 20명 채워.


- 미친년.


- 내일 6시 경에 작업 제대로 됐나 확인까지. 오케이?


- 또?


- 없어.


- 소희 이년을 내가..


어느새 다가왔는지 소희가 은혜 뒤에서 문자 주고받는 걸 지켜보고 있다.


"내 이름을 왜 거론하는데?"


"나한테 못덤비니까. 너한테 시비거는 거지. 쥐뿔도 없는 년들이 다 그렇지. 신경쓰지마."


"공부로 전교 1등하는 언니한테 할 얘기는 아닌 것 같은데?"


민지가 껴들고 있다.


사들고 온 인테리어 소품을 두고 나온 혜영이가 커피를 내리기 시작했다.


소희가 혜영이와 동업해서 무인카페를 열겠다고 하자 은혜와 민지가 참여의사를 밝혀왔다.

그녀들 외에도 여러 명이 참여하고 싶다고 했는데, 총 10명이나 된다.


지분을 나눠가지면 얻을 수 있는 수익도 쪼그라드는 법.


소희는 단호한 거절의사를 밝혔다.

그럼에도 미련을 못버리는 그녀 둘이 열성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소희가 말했다. 너희들 하는 거 보고, 5% 쯤 지분을 나눠줄 수도 있다고, 1%에 100만원이라고.

그 얘기를 들은 친구들이 처음에는 좋아했다가 방과 후가 되자 과하다는 반응 보였다.

열심히 계산기를 두드려 본 모양인데, 소희는 '싫으면 말던지'로 상황을 종료시켜 버린 상태다.


지금도 틈 만 나면 조정을 해달라고 말해 오고 있는 상태다. 10만원이라도 깍아달라고.

처음에는 50만원에 1%로 해달라고 했다가 이제는 90만원에 1%.


혜영이는 50만원에 1%도 좋다고 했는데, 소희가 우기는 중이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아마 1%에 100만원이 100%로 치면 얼마의 기업가치인지 계산해 보지 않은 것 같다고 생각하는 혜영이다.


소희 말대로라면 둘이서 600만원 반분 투자해서 1200만원으로 시작한 카페 사업이 하루 사이에 1억원 가치로 커진 셈이다.

셈법이 특이해서 소희에게 물어보고 싶지만 돈 얘기에는 무섭게 반응하는 소희여서 말도 못 꺼내고 있다.


그러고 보면 소희가 자기는 잘 봐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평하게 5:5 로 나눈 것이니까.

어떤 셈으로 소희가 그런 결정을 하는지는 모르겠는 혜영이다.


"아저씨, 우리 사업 얘기 좀 하자."


"응. 뭐 도울 거 있어?"


카페 회원으로 등록한 사람들이 문자를 보내면 분식집에서 계산할 때 DC를 해줄 수 있겠느냐는 제안이었다.


"분식집 매출에도 도움이 될거야. 소영이 이모한테도 똑같이 제안해서 오케이 받았어. 10% DC"


"별이네는 언제 가서.. 10%라 분식집은 곤란하겠는데? 5%로 하면 어때?"


소희가 곰곰히 생각하는 표정이다.

눈도 찡그렸다가, 고개도 좌우로 흔들어 보다가 마침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렇게 하자. 우리가 뭐 남인가? 내가 봐 드려야지."


"그래. 정말 고맙다."


"나 아이스크림집에도 가고 빵집에도 가 봐야 해. 갔다 올게."


소희가 은혜를 데리고 분식집을 떴다.

민지도 간다는 것을 나 대신 분식집 일 도와달라는 부탁을 하고 갔다.

부탁 받은 민지는 울상을 지었다.


"어디 어디 간다니?"


"시장 가게들 다 들를걸요? 순대집, 정육점, 미용실, 술집도요. 제가 지분을 빨리 챙겨놔야 하는데, 1%에 100만원 내라고 하니 아저씨가 소희한테 깍아달라고 잘 말해 주시면 안되요?"


1%에 100만원이라.


나도 에스제 카페에 지분투자가 이뤄지지 않았는데, 민지를 신경쓸 게 아니라, 나도 넣어야 되는 거 아니야? 소희가 대차게 나가는데, 뭔가 그럴 듯 하단 말이지.


카페명은 에스제로 정했다고 한다.

소희 이니셜 S에 혜영이 H를 따서 만들려다가 발음이 안좋다며 이것 저것 붙여보다가 '에스제일'에서 '일'자를 빼버리고 에스제.

뭔가 그럴듯한 카페명이어서 혜영이도 바로 수긍했다고 한다.


지연이도 골똘히 생각하는 눈치가 나와 같은 생각인 듯 하다.

나보다는 오히려 지연이가 맘이 더 급한 상황이다.


나와 소희관계는 내게 소희 거고, 소희 게 소희 거인 관계지만 지연이는 소희 치마자락을 잡고 있을 필요가 있다.

바로 옆에서 소희가 어떻게 사업을 벌이는지 아니까 더 그렇다.


망하기가 어려운 사업이지 않은가?


유료회원제에 시장의 거의 모든 가게에서 이용이 가능한 할인쿠폰을 제공하고, 무인카페여서 인건비 제로에 커피장사여서 원가 대비 마진이 뛰어난 사업이니 하루가 다르게 쑥쑥 커갈 것이 자명해 보이는 사업이다.


물론 이런 유혹에 빠져 뛰어들었다가 패가망신한 사람들도 많은 세상이지만, 될성부른 창업초기 기업에 투자할 수 있는 기회가 자주 오지 않는다는 것을 모를리 없는 지연이다.


"일단 나도 걸쳐놔야겠다. 3% 300만원!"


지연의 입에서 뜬금없는 말이 튀어나왔다.


"오빠, 소희 계좌번호 좀 찍어 줘. 딴소리 안나오게 지금 바로 송금시켜 버려야지."


"공동 창업자 혜영이가 옆에 있는데?"


"혜영이가 뭘 결정해? 소희가 다 하겠지."


혜영이가 지연이 말을 듣더니 말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혜영이 너는 관여 안하는 거야?"


"소희가 잘하니까요. 저는 리스펙해요."


"그러면 나도 300만원 넣어야겠다."


나와 지연이가 300만원을 송금한다고 나서자 마음이 급해진 민지다.

10만원 깍겠다고 버티고 있었는데, 그럴 일이 아닌 줄 알게 된 것이다.

어른들이 자신보다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으니.


민지는 100만원을 송금했다.

당장 보낼 돈이 그것 뿐이어서, 나머지는 집에 가서 엄마를 졸라볼 생각이었다.


민지가 돈을 보내고 바로 연락이 왔다.


"소희야, 왜?"


- 너 돈을 왜 보내?


"1% 100만원."


- 아저씨하고 이모가 돈을 보내서 이제 끝이야. 투자 안받아. 너 계좌번호 대. 돌려줄게.


"안돼. 너 두말하기 없기다. 난 깍지도 않고 100만원 다 보냈다고."


- 이.. 좋아. 그래 봐줬다. 그런데, 이거로 끝이야.


"집에 가서 400만원 더 보낼게."


- 안돼. 은혜도 100만원으로 끝. 이제 끝. 알았어? 끝!


민지가 입을 크게 벌렸다.

투자기회가 허공으로 사라졌다.

보낼 때 500만원 채워서 보냈어야 하는 것을 너무 여유를 부렸단 생각에 눈물이 다 고이고 있다.

50만원 정도는 더 보낼 수 있었는데, 다 보냈어야 했는데.


지연이는 안도의 한숨이 나오고 있다.

서두르지 않았으면 투자기회가 사라졌을 것이기에.


"소희가 추진력이 이렇게 좋은지 몰랐어."


"오빠는 좋겠다. 소희가 엄청 큰 부자가 될 거 같아."


"그렇지?"


어른들의 설레발에 '이게 뭐지'하는 생각중인 혜영이다.


'이게 그렇게 대단한 사업인거야?'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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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그게 뭐라고 24.05.30 42 2 8쪽
63 넘사벽 소희 24.05.29 44 2 8쪽
62 아저씨께 말이 심한 거 아니야? 24.05.28 39 2 8쪽
61 이 언니 누구야 24.05.27 53 3 7쪽
60 내가 다 속상하네 24.05.26 49 3 7쪽
59 웃음기가 사라졌다 24.05.25 50 3 7쪽
58 1석2조를 꿈꾸다 24.05.24 50 3 7쪽
57 얄밉게 나오네 24.05.23 50 3 7쪽
56 아이고 아파라 24.05.22 54 3 7쪽
55 까분다 이거지 24.05.21 57 3 8쪽
54 거리를 둬야 해 24.05.20 55 2 7쪽
53 싸한 느낌이야 24.05.19 60 3 7쪽
52 너무 예뻐서 안돼 24.05.18 72 3 7쪽
51 사인을 못 알아채는 아저씨 24.05.17 58 3 7쪽
50 독재자 소희 24.05.16 48 3 7쪽
49 미워질까 두렵다 24.05.15 59 3 8쪽
48 시간도 없었을 건데 24.05.14 66 3 7쪽
47 여자들이 왜 이래 24.05.13 67 3 8쪽
46 살이 찌는 소리가 들린다 24.05.12 62 3 7쪽
45 소희야 왜 그러니 +2 24.05.11 68 2 7쪽
44 우리 사이에 틈은 없어 24.05.10 74 2 9쪽
43 다 먼 상태인 거야? 24.05.09 74 3 9쪽
42 둘이 알아서 해 24.05.08 67 2 9쪽
41 그년이 그년이니까 24.05.07 76 2 9쪽
40 아저씨 때문에 살아 24.05.06 84 3 9쪽
» 소희가 다 하겠지 24.05.05 87 3 9쪽
38 여기는 내 영역이니까 24.05.04 88 3 10쪽
37 안겠다는 욕심인거야? 24.05.03 109 3 9쪽
36 아저씨가 좋아요 24.05.02 114 3 10쪽
35 남자이기 전에 24.05.01 110 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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