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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여우의 서재입니다.

아저씨는 내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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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여우
작품등록일 :
2024.03.28 10:40
최근연재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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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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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13
추천수 :
214
글자수 :
343,310

작성
24.05.22 08:10
조회
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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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7쪽

아이고 아파라

DUMMY

격투기장 매트 위에 헤드기어를 쓴 두 여자가 마주섰다.


유리는 준비한 옷이 없어서 소희가 관장님한테 말씀드려서 도복을 빌렸다.


권원들이 벽에 붙어 앉아서 관전 자세를 취했다.


소희의 실력을 익히 알고 있는 그들이다.


유리가 마우스 피스를 끼고 글러브를 턱에 붙이고 옆으로 스텝을 밟았다.

그리고, 왼손으로 잽을 던져 왔다.


소희에게 핸디캡이 있는 게, 유리가 복싱을 했다고 해서 다리를 쓰지 않기로 했다.

여기는 격투기 도장이고, 도희의 특기는 발차기인데.


툭 툭.


소희 헤드기어 위로 유리 주먹이 치고 빠지고 있다.


탐색전.


유리가 왼손 잽을 던지고는 있지만, 오른손을 아끼고 기회를 엿보며 오른쪽으로 사이드 스텝을 밟고 있다.


소희는 글러브를 들고 가드에 집중하고 있다.

스텝은 유리가 오른쪽으로 돌아서 제자리에서 돌고 있다.


유리가 잽을 또 던져온다.

왼발을 반 보 앞으로 뻗으며 왼주먹을 뻗고 바로 회수하고 있는데, 소희의 오른발이 살짝 지면에서 들렸다가 바닥으로 내려왔다.


평소라면 유리가 왼발을 내미는 순간 발목을 걷어차서 넘겨트리는 타이밍인데, 다리는 쓰지 말아야 하니.


툭 툭.


또, 소희 머리를 치고 빠져나가고 있다.

이번에는 소희가 피하지 못해서 오른눈 쪽으로 주먹이 왔다 갔다.


격투기를 하면서 주먹을 아껴서 한 방에 조지는 스타일의 소희다.


주먹으로는 얼굴을 치지 않고 복부 쪽을 올려 치거나, 옆구리를 치는데, 소희 주먹이 나가다가 다시 회수하기를 반복하고 있다.


여자인 소희가 관원들의 배려를 받는 부분이 얼굴쪽을 공격안하는 부분이다.

그래서 소희도 얼굴 공격은 아예 할 생각을 안하고 있다.

그런데, 오늘 얼굴을 엄청 맞고 있다.


"에잇."


소희가 계속 얼굴 쪽에 잽을 맞다가 기회를 봐서 오른 주먹을 뻗었다.


주먹은 유리 얼굴 오른쪽 허공을 지나가고, 소희가 유리 등을 안아버렸다.


유리는 맞았구나 싶었는데, 쌩하고 주먹이 귀를 스쳐지나갔고.


"우우우~"


관원들의 야유가 터져나왔다.


소희가 평소답지 않게 제대로 된 한 방을 한 번도 날리지 못하고 있어서다.


소희는 맞기만 하고 피해다니다 헛치고 유리를 껴안고 있다.


그러면서 하도 많이 맞아서 얼굴은 벌겋게 달아올랐다.


때에앵.




소희가 얼굴이 퉁퉁 불어서 분식집에 도착했다.


아저씨가 놀라서 달려오셨다.


"유리한테 맞은 거야?"


아저씨가 달걀을 소희 얼굴에 문질러 주셨다.


에이 눈물이 다 나네.

아파라.


소희가 슬픈 눈을 하고는 아저씨를 쳐다봤다.


아저씨 얼굴에 언듯 다행스런 표정이 잠시 스쳤다.


내가 맞고 돌아왔는데 그 표정은 뭐야.

그년을 응원했던거야.

실망스럽네.


"아저씨, 집에 가자."


"그렇게 잘해? 유리한테 일방적으로 맞은 거야?"


"내 얼굴 보면 몰라? 꼭 물어봐야 속 시원해?"


아저씨가 미안했던지 안쓰러운 얼굴로 꾸미시고는 나를 쳐다보셨다.




대련하면서 이렇게 일방적으로 맞아본 적이 없었던 소희다.


문득 관장님이 내가 때리는 대로 맞으시고는 나에게 잘했다고 칭찬했었던 날 기억이 떠오른다.


나는 신나서 주먹을 날리고 장딴지와 엉덩이를 걷어찼는데, 관장님은 아프다고 비명을 지르시면서도 나를 치지 않으셨었다.

나는 내 실력이 많이 늘었구나 하는 생각에 자신감으로 충만했었고.


소희가 땅바닥을 보고 말없이 집으로 걸어가자 아저씨가 슬픈 얼굴을 하고는 한 발 뒤에서 따라오셨다.


어깨가 축처진 나를 보며, 오늘 호적수를 만나서 깨졌으니 얼마나 속상해 하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신 것 같았다.


그래도 언듯 스쳤던 아저씨 표정이 머리속에 계속 떠오르고 있다.

나를 응원하지 않으셨어.


다리차기를 봉인하지 않았으면 그년을 찰 수 있었을까.

나쁜년.

신나게 나를 치고 또 쳤어.

그것도 얼굴을, 가슴을.


지가 실력이 좋아서, 내가 상대가 안된다고 생각하고 있겠지.

뭐, 그쯤이면 같은 또래 여자는 상대가 안되는 실력이긴 하지.


다시는 붙자고 얘기를 못하겠다.

도대체 때릴 데가 있어야 말이지.

내가 치는 대로 부셔지고, 터져나갈 것 같아서 그년 몸에 손을 대질 못했어.


아이고 아파라.

코 속으로 쇳내가 맡아지네.




내가 무게를 잡고 아궁이 앞에서 장작불 피어오르는 불꽃을 보고 있으니까, 아저씨가 한발쯤 떨어져 계셨다.

내 눈치를 보고 계시는 건데.


나는 얼굴이 부어올라서 기분이 영 좋지 않았다.

얼굴에서 열도 나고 입천장은 헐은 것 같고 입맛이 참 쓰다.


처음 생각에는 다치지 않을 정도로 몇 대 때려서 앞으로 까불지 않게 눌러 놓으려고 했는데, 영 체면이 말이 아니게 됐다.

그렇다고 이러쿵저러쿵 말하는 것은 더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고.


생각대로 되지 않는 게 있구나.


유리 그년이 끝나는 벨소리를 듣고나서 두 팔을 머리 위로 올리고는 깡총깡총 뛰며 승리 세레머니까지 했다.

그 모습이 예쁘긴 하데.

관원들이 박수치며 열광했으니까.


내가 엄청 맞았는데, 그렇게 좋아하다니.

너네들 다 죽었어.

내가 다 기억하고 있거든.


"소희야. 기분 풀어라. 세상에는 나 보다 뛰어난 사람들이 항상 있는 거야. 언제나 1등할 수는 없는 거고, 맞을 때도 있는거니까, 너무 속상해 하지 마라. 유리를 너무 미워하지 말고."


속 터지는 소리를 하고 계시네.

내가 어디 가서 맞고 들어온 적이 없는데.

야리야리한 유리 그년에게 맞고 들어왔다고 어떻게 생각하실 수 있는 거지.


아저씨가 눈치가 이렇게 없었나.

오늘은 아저씨가 밉다.

내 손 끝 하나 못댈 줄 알아.


내가 마음을 담아서 아저씨를 조용히 쳐다보니 움찔하시네.

이런 나의 마음은 잘도 알아채셔.


"나 졸립다. 나 온돌방에서 혼자 잘거야."


"왜?"


"몰라서 물어? 내가 맞고 분식집으로 돌아오니까, 아저씨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걸 내가 못본 줄 알아? 유리 그년이 안맞은 걸 좋아한 거잖아. 아저씨 그러는 거 아니다. 내가 지금 얼마나 아픈데."


"아니, 오해야. 어떻게 내가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니."


"됐고. 나 들어가 잘거야."


난 온돌방으로 들어가서 누워버렸다.


아궁이 쪽에서 아저씨가 길게 내쉬는 한숨소리가 들린다.


어째 가슴도 아프다.

아까 가슴도 몇 방 맞았는데, 멍이 든건가.


소희가 옷을 올려보니 퍼런 빛이 양쪽 아래 두 군데서 보인다.


아저씨가 보시면 가슴 아파하시겠네.

금이야 옥이야 아껴가며 만지시는데, 이래 스크래치가 났으니.


아저씨한테 약을 발라달라고 할까.

눈물을 흘리시며 발라주실 것 같은데.


에이, 그만두자.

오늘밤은 아저씨 손길이 내 몸에 닿을 걸 생각하기만 해도 기분이 나빠져 오니까.

내가 맞고 들어왔는데, 도대체 그 표정이 뭐람.


에이, 나쁜년.

내일 보자.

너 이제 나한테 죽었어.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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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1석2조를 꿈꾸다 24.05.24 50 3 7쪽
57 얄밉게 나오네 24.05.23 50 3 7쪽
» 아이고 아파라 24.05.22 54 3 7쪽
55 까분다 이거지 24.05.21 56 3 8쪽
54 거리를 둬야 해 24.05.20 54 2 7쪽
53 싸한 느낌이야 24.05.19 60 3 7쪽
52 너무 예뻐서 안돼 24.05.18 72 3 7쪽
51 사인을 못 알아채는 아저씨 24.05.17 58 3 7쪽
50 독재자 소희 24.05.16 47 3 7쪽
49 미워질까 두렵다 24.05.15 59 3 8쪽
48 시간도 없었을 건데 24.05.14 65 3 7쪽
47 여자들이 왜 이래 24.05.13 67 3 8쪽
46 살이 찌는 소리가 들린다 24.05.12 62 3 7쪽
45 소희야 왜 그러니 +2 24.05.11 68 2 7쪽
44 우리 사이에 틈은 없어 24.05.10 73 2 9쪽
43 다 먼 상태인 거야? 24.05.09 74 3 9쪽
42 둘이 알아서 해 24.05.08 67 2 9쪽
41 그년이 그년이니까 24.05.07 76 2 9쪽
40 아저씨 때문에 살아 24.05.06 84 3 9쪽
39 소희가 다 하겠지 24.05.05 86 3 9쪽
38 여기는 내 영역이니까 24.05.04 88 3 10쪽
37 안겠다는 욕심인거야? 24.05.03 108 3 9쪽
36 아저씨가 좋아요 24.05.02 114 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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