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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여우의 서재입니다.

아저씨는 내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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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여우
작품등록일 :
2024.03.28 10:40
최근연재일 :
2024.06.30 06:35
연재수 :
94 회
조회수 :
9,744
추천수 :
214
글자수 :
343,310

작성
24.05.18 20:30
조회
72
추천
3
글자
7쪽

너무 예뻐서 안돼

DUMMY

분식집에 소희 혼자 남았다.


아저씨는 중개사 사무실에 계약하러 가셨다.


분식집이 한가할 시간이라시며 10시 30분 쯤 자리를 비우셨는데, 웬걸 손님들이 몰려들고 있다. 밥 때도 지났고 지금 시간이면 업무를 한창 봐야 할 시간인데, 손님이 계속해서 들어오신다. 가게에 나 혼자 있는데.


라면에 떡볶이에 김밥 주문이 밀려 들어오자 내가 뭐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


"김밥은 지금 안되고요."


말아놓은 김밥이 다 나가자 손을 들었고, 만들어 둔 떡볶이가 다 나가자 역시 손을 들었다.


나갈 수 있는 메뉴는 면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볶음밥류는 아저씨가 와야 하는 거고.


손님들은 근처 가게 직원들 또는 사장님들이시다.


주문이 몰려서 어쩔줄 몰라 하는 내 모습을 귀엽다는 듯이 봐주시는 고마운 분들이시다.


라면 주문한 테이블에 쫄면이 나가고, 잔치국수를 주문한 테이블에 라면으로 나가는데도 그냥 드시겠단다.


한숨 돌리고 테이블을 보자 이제야 손님들 얼굴이 눈에 들어온다.


내 쪽을 보시는 분들께 감사한 마음을 담아 에쁘게 미소지어 드렸다.


내 눈길을 감당 못하시는 분들도 계셨는데, 흠칫 놀라시며 고개를 돌리시더니 얼굴이 발개지는 귀여운 손님들도 보인다.


아, 한가한 게 아니구나. 김밥!


불찰을 깨닫고 바로 김밥을 말았다.


김밥을 주문하셨는데, 못해 드린 테이블 오더가 4줄이다.


서둘러 만들어 갖다 드리니 좋아하신다.


이 세상에 실수에 관대하시고, 오랜 기다림에도 싫은 내색 안하시는 고마우신 분들이 참 많아.


11시가 안된 시간에 손님들이 이 정도 몰리면 점심 때가 되면 어떻게 되는 거야.


부지런히 김밥을 만들어 놔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알바 이모가 손목이 아파서 그만두신 이유를 알 것도 같다.


내 손목이 시큰해져 오고 있다.


***


"어서 오세요."


김다해는 기찬이 중개사사무실로 들어오자 달려가서 반갑게 맞이했다.


손을 덥석 잡아서 소파로 이끈 것인데, 기찬은 뒤를 돌아봤다.


소희가 다해를 건드리지 말라고 했지만 먼저 잡아오는 손을 나보고 어쩌라고, 어떻게 매정하게 뿌리치냐고.


"별일 없었어?"


"그럼요. 오빠 못보는 거 빼고는요."


다해가 캡슐 커피를 눌러 놓고 맞은편에 앉았다.


"거기 자리 안좋지 않나?"


"왜요. 제가 옆으로 앉아요?"


다해가 기찬 옆으로 자리를 옮겨 앉았다.


그리고, 기찬을 올려다 보고 있다.


"후우, 그게 아니고 소희가 본 가게 말하는.."


"급하시긴, 뭘 그렇게 서둘러요. 그건 도장찍으면 간단하게 끝나는 일인데."


다해가 내 얼굴에 보푸라기가 묻었는지 입으로 불어주고, 손으로 쓸어주고, 떼어주고 있다.


내가 케어받고 있다는 느낌을 갖게 하는 다해.


순식간에 딱딱하게 굳어 있는 내 몸을 풀어주는 여자.


긴장이 풀리자 나는 소파 등받이에 등을 기대고 반쯤 누웠다.


"시간내서 들리시더니 요새 왜 뜸하셨어요."


"가게 일이 바빳어."


차마 소희 등쌀에 못왔다고는 말하지 못하겠다.


"제가 보고 싶지 않았어요?"


"보고 싶었지."


만지고 싶었고, 손잡고 바람 쐬고도 싶었고, 입을 맞추고도 그리고..


정신 차리자.


"나 가봐야 해."


"오빠가 오늘 왜 이러실까?"


다해가 나를 덮쳐왔다.


뭐, 사전예고 이런 거 없이 바로 내 몸 위로 올라타고 있다.


여기는 전철역 후문 앞 2차선 도로가 공인중개사 사무실이고, 통창으로 되어 있어 길가를 오가는 사람들이 눈 만 돌리면 바로 보이는 열악한 환경임에도 아랑곳 없다.


나는 먼저 손대지 않았다.


나는 다해를 건드리지 않았어.


"누가 들어오면 어쩌려고 해."


"말이 많으시네."


다해가 내 몸을 구석구석 더듬어 왔다.


나는 열심히 해주는 다해가 고마워서 머리를 쓰다듬어 줬다.


그러니까 다해가 초롱초롱한 눈으로 나를 올려다 보는데 미치는 줄 알았다.




소파테이블 위에 계약서가 놓여져 있다.


잠시 후 가게 주인이 사무실로 들어오셨고.


나는 사회초년생들이 사업해 보겠다고 나서는 것이니, 세를 조금 낮춰달라고 부탁드렸다.


다해가 옆에서 맞장구를 열심히 쳤고.


할아버지가 다해 말을 듣더니 고개를 가만히 끄덕이셨다.


계약이 성사됐다.


2,000만원에 90만원으로 10만원을 깎아주셨다.


계약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다해가 따라와줬다.


전철길 건너에 있는 분식집으로 가기 위해서는 2층 전철 승강장을 지나가야 한다.


에스컬레이터에 오른 나를 아래서 지켜보고 있는 다해다.


내가 뒤돌아 멀어져가는 다해 얼굴을 보고 있는데, 손을 가만히 들어 흔들어준다.


내 오른손이 내 의지와 상관없이 올려지고 있다.


***


분식집으로 돌아오니 소희가 혼자서 정신없어 하고 있다.


"아저씨, 왜 이렇게 늦게 와. 볶음밥을 해 드려야 해."


아저씨가 서둘러 주방 안으로 들어가셨다.


아저씨가 가게를 나간지 1시간은 더 걸려서 돌아왔다.


10시 30분에 나간 분이 11시 50분이 돼서 들어오다니.


30분도 걸리지 않을 일인데, 남는 시간에 뭐 하신거야.


잠시 아저씨에게 따져 물어볼까 했지만 밥 때를 맞이하여 손님들이 계속해서 들어오시는 바람에 다해 이모와의 썸씽 생각이 멀어져 갔다.


나는 주문을 소화하지 못했던 볶음밥을 어떻게 하시는지 눈여겨 봤다.


볶음밥은 두 종류 중화식과 김치 볶음밥이다.


그것도 잠시, 밀려오는 주문에, 계산에, 말 걸어오는 손님에 지켜볼 수 없었다.


아저씨는 볶음밥을 만들어 손님들께 내드리고는 오늘 백반용 메뉴인 카페를 준비하셨다.


분식집에 할일이 많다.


나는 카페 보느라 이렇게 바쁜 줄 몰랐어.


학교 다닐때도, 졸업하고 나서는 카페일 보느라, 알바생을 빨리 구해야겠다.


소희가 종이에 큼지막하게 써서 유리창에 종이를 붙였다.


<직원 구함, 오래 가족같이 함께 할 성실한 남자 우대>


여자 말고 남자를 직원으로 뽑아야 해.


내가 신경이 쓰여서 안되겠어.


"저기요. 직원채용을 함에 있어 여자는 불이익을 받나요?"


말소리에 고개를 돌려보니 눈을 바로 돌려버리고 싶게 하는 여자가 서 있다.


안돼.


당신은 안돼. 저리 가.


너무 예뻐서 안돼.


앗차. 카페.


"여기 말고 카페일은 생각 없으신가요?"


화사하고 인형같은 키 큰 대학생 언니가 눈을 반짝이며 서 있다.


"페이 때문에요. 카페는 적던데요."


분식집에 어울리지 않는 언니이기도 하고 아저씨 때문에.


"그러면 오전, 오후 나눠서 하실 수 있나요? 오전부터 점심 밥 때까지는 분식집에서 일하시고, 오후에는 카페에서요. 일 하시는 거 보고 페이는 조정해 드릴게요."


"두 집 다 사장님이신 거예요?"


"여기는 아니고요. 저는 카페를 해요."


언니가 잠시 갈등하는 것 같다.


아마도 페이가 우선인 모양이다.


카페 알바는 최저시급에 맞춰져 있고, 분식집 알바는 10% 쯤 높다.


"언제부터 일할 수 있어요? 지금부터 할 수 있어요?"


당장이라도 손을 걷어부치고 일하려는 자세가 보인다.


참 좋은 자세다.


"아저씨~ 언니가 여기서 일하겠데요."


나는 언니 손을 잡아 분식집 안으로 일단 들였다.


지금 일이 많아도 너무 많아서, 잠시 직원을 구할 때 남자를 뽑아야 겠다는 생각은 이미 멀리 달아나 있었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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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그게 뭐라고 24.05.30 42 2 8쪽
63 넘사벽 소희 24.05.29 44 2 8쪽
62 아저씨께 말이 심한 거 아니야? 24.05.28 40 2 8쪽
61 이 언니 누구야 24.05.27 53 3 7쪽
60 내가 다 속상하네 24.05.26 50 3 7쪽
59 웃음기가 사라졌다 24.05.25 50 3 7쪽
58 1석2조를 꿈꾸다 24.05.24 50 3 7쪽
57 얄밉게 나오네 24.05.23 50 3 7쪽
56 아이고 아파라 24.05.22 54 3 7쪽
55 까분다 이거지 24.05.21 57 3 8쪽
54 거리를 둬야 해 24.05.20 55 2 7쪽
53 싸한 느낌이야 24.05.19 60 3 7쪽
» 너무 예뻐서 안돼 24.05.18 73 3 7쪽
51 사인을 못 알아채는 아저씨 24.05.17 59 3 7쪽
50 독재자 소희 24.05.16 48 3 7쪽
49 미워질까 두렵다 24.05.15 60 3 8쪽
48 시간도 없었을 건데 24.05.14 66 3 7쪽
47 여자들이 왜 이래 24.05.13 67 3 8쪽
46 살이 찌는 소리가 들린다 24.05.12 63 3 7쪽
45 소희야 왜 그러니 +2 24.05.11 68 2 7쪽
44 우리 사이에 틈은 없어 24.05.10 74 2 9쪽
43 다 먼 상태인 거야? 24.05.09 75 3 9쪽
42 둘이 알아서 해 24.05.08 67 2 9쪽
41 그년이 그년이니까 24.05.07 76 2 9쪽
40 아저씨 때문에 살아 24.05.06 84 3 9쪽
39 소희가 다 하겠지 24.05.05 87 3 9쪽
38 여기는 내 영역이니까 24.05.04 88 3 10쪽
37 안겠다는 욕심인거야? 24.05.03 109 3 9쪽
36 아저씨가 좋아요 24.05.02 114 3 10쪽
35 남자이기 전에 24.05.01 111 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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