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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여우의 서재입니다.

아저씨는 내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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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여우
작품등록일 :
2024.03.28 10:40
최근연재일 :
2024.06.30 06:35
연재수 :
94 회
조회수 :
9,729
추천수 :
214
글자수 :
343,310

작성
24.05.03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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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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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9쪽

안겠다는 욕심인거야?

DUMMY

가게 출근길에 소희가 말한 반찬가게를 둘러보고 있다.

분식집하고는 100미터 떨어진 곳이고, 별이 엄마가 장사하는 옷가게와 멀지 않은 곳이다.


"하필 위치가 별이네 가게 옆에 옆이네."


아직 별이네 옷가게는 열려 있지 않다.

10시 넘어서야 오픈이고 지금은 9시가 안 된 시간이다.

소희 등교 시간에 맞춰 집에서 같이 나오면서 출근시간이 많이 앞당겨진 것인데.


"1000에 50이 정상 가격 맞아? 흥정 여지가 있지 않을까?"


"나보고 해보라는 얘기야?"


"이 가게 사정은 별이 엄마가 잘 알겠네. 아따가 만나봐야 겠다."


표정이 급격히 어두워지는 지연이다.

둘이 앙숙 관계이고 엊그제 혜영이 귀가 문제로 한 번 붙었었다.

나보고 뭐라 할 일인데 굳이 지연이를 찾아서는 스트레스를 풀어댔던 별이 엄마 주소영이다.



분식집 문을 열고 셀프 드립 테이블을 내놓고 커피 한 잔을 내렸다.

마케팅의 일환으로 가게를 열자마자 커피 향을 내 보라는 혜영이 얘기가 있었다.

전부터 그런 얘기를 했었는데, 잊고 있었다가 오늘에 와서 가게를 열자마자 커피를 내린 것이다.


아직 소희 만큼은 아니지만 내 마음 속에 자리하기 시작했고, 무시할 수 없는 수준으로 자라나 있는 혜영이의 존재다.

내가 지은 죄가 있으니 잊혀질 때 까지 갚아 나가야 한다.


자극을 받으면 충동적으로 삐뚤어질 수 있는 위험한 시기라 관찰을 해줘야 한다.

소희 같이 잘 지나가주면 좋을텐데 혜영이는 어떨지 모르겠다.

어디로 튈 지, 나에게 어떻게 대해 올지.


소희는 거의 한 달간 나를 괴롭혔었다.

나의 여자가 됐다고 이것 저것 잔소리에 와이프 행세를 하려고 했다.

내가 적응된 건지 소희가 누그러진 것인지는 분명치 않지만 한 달간 스트레스가 많았었다.

일단 주변 사람들 눈치가 많이 보였다.

혜영이는 어떻게 나올지 그게 제일 걱정이다.


지연이 내린 커피를 한 모금 마시더니 나에게 건네준다.

마셔보면 이제 제법 그럴 듯 하다.

숯불에 직화로 볶아내는 요령을 알아내서 원두 로스팅 상태가 많이 균일해졌다.


구수한 콩 향기가 난다.

메주 띄우기 위해 백태을 삶아서 널어놓을 때 향도 나고, 짜장면에서 나는 카라멜 비스무리한 향도 나고 있다.


무인카페를 열기 위해서는 비닐에 원두가루를 소포장할 필요가 있다고 해서 시험삼아 20봉지를 만들어 왔다.

밀봉은 하지 않았다.

비닐 밀봉 접착기를 어제 밤에 주문해 놓았다.


사업 준비할 때는 생각나지 않았던 것들이 이제 마구 튀어나올 거다.

공동 사업주인 소희와 혜영이는 학교에 가 있는 동안 바지사장이 된 내가 챙겨야 한다.


분식집에 오기 전에 들렀던 반찬가게 위치를 보고, 머리 속에서 소영이 얼굴이 밤하늘에 보름달처럼 밝게 빛나는 색다른 경험을 했다.

조금 있다가 커피를 테이크아웃 포장해서 들를 참이다.

소영이가 카페를 봐줄 수 있을 것 같다.

지연이가 가면 역효과가 날 것 같아 내가 가기로 했다.


"가서 밀린 수다 떨고 오라니까, 진짜 안간다고?"


"걔하고 할 얘기 없다니까 그러네."


지연이는 김밥이나 말고 있겠단다.

가게 오픈시간이 앞당겨지면서 아침 출근길에 김밥을 사가려는 손님들이 제법 늘었다.

전철역 앞 도로가에 김밥집이 2군데나 있는데, 여기서 30미터 만 가면 있는 데도 우리 가게 김밥을 사려는 손님들.


가격이 500원 싸서 그런가 싶어 넌지시 단골손님에게 물어봤더니 돌아오는 대답이 내 가슴을 찔렀었다.

고드름이 뒤통수에 닿는 느낌이었다.


많이 안 만들어놔서 사러 온다고 한다.

나나 지연이가 김밥 속재료 만드는 걸 눈으로 가끔 보게 된단다.

생 시금치를 바로 데치고, 생 우엉도, 조미료를 치지도 않고, 소금과 설탕을 조금, 간이 밍밍하지만.

허술함이, 아마추어 같은 미숙함이 우리 분식집에 오게 만든단다.


지금 그 말을 한 분이 줄서 계시네.

곱상하고, 깐깐하게 생긴, 알고보니 소희를 괴롭히려 했다가 큰코다쳤던 송선미의 엄마란다.

전철역 앞에서 공인중개사를 하고 있고.


아, 맞다. 공인중개사!


"안녕하세요."


"어? 사장님이 아는 체를 다 하시네요. 얼마 전부터 냉랭하게 대하시더니요."


"무슨 그런 말씀을. 저는 손님을 왕처럼 모시고 있는데요."


선미 엄마가 나를 보는 눈초리가 가늘어지고 있다.

나에 대한 소문이 어떠한지, 얼마 전에 지연이 말해줬었다.


뭐, 여자쪽으로 안좋은 말이었다.

지금 선미 엄마도 그런 쪽으로 경계하는 중이고.

팔짱을 끼고, 상체를 뒤로 당기고, 눈에 힘을 주고, 무표정으로 입을 앙다물며 방어태세를 완비하고 있다.


"저기 반찬 가게요. 매물로 등록되어 있어요?"


선미 엄마의 견고한 방어 자세가 급격한 태세전환이 이뤄지고 있다.

팔짱을 바로 풀었고, 두 손을 맞잡으며 몸을 내 쪽으로 내밀고, 눈웃음까지 만들며 다가온 것인데.


"그 가게 임대하시려고요?"


"아, 예. 가격이 어떻게 나와 있나 알아보고요."


"1000에 50이죠. 그 가게 주인이 저한테 일임해 놓은지 10년은 넘었어요."


독점 매물이라는 얘기다.

그렇다면 소희도 알아봤을 텐데, 모른 척하는 건가?


"손바뀜이 자주 일어나는 이유가 있지 않아요?"


"으음."


말할까 말까 망설이는 얼굴이다.

이런 표정은 익히 많이 봐 왔어서 척 보면 알아버린다.

소희 눈치를 하도 많이 봐와서 저절로 터득한 바디랭귀지 캐치술이다.


나이 불문 예쁘네.

사람이 뭔가 골똘히 생각하는 모습.

내 취향이 그런 쪽인건가?

선미 엄마가 예뻐 보인다니, 내가 어제 오늘 미쳐가는 것 같다.


선미 엄마가 내 얼굴을 언듯 보더니 방어자세로 전환하려다가 긴장을 푸는 모습이 보이고 있다.


내 얼굴 표정이 잘못된거네.

소희가 그랬지.

표정에 아저씨 마음이 다 들어난다고.

조심하자.


"중개업자가 말하긴 뭐하지 만요. 사실 가게 손바뀜이 자주 있는 건 좋은 일이어서 말을 하지 않아야 하는 게 맞는데요. 그 가게는 제 독점이니까요."


생각을 하면서 말하고 있어.

내 반응을 보면서 말을 할건지 결정하겠다는 건데.


"말 안해주셔도 괜찮아요. 제가 괜한 질문을 한 것 같네요. 지연아 김밥 다 됐니?"


지연이에게서 비닐봉투에 담은 김밥을 받아서 선미 엄마한테 들려줬다.

선미엄마는 잠시 미동없이 내 눈을 보고 있다.

눈동자가 약간 흔들리는 것도 같다.


소희도 저런 모습을 보이다가 말이 쏟아져 나왔었다.

등을 돌리거나, 고개를 돌리면서 관심이 없다는 몸짓을 보이면 바로 나왔었다.

내가 스르르 몸을 돌리려는데.


"거기 자리는 아이스크림에 김밥집, 천원샵, 탕후루 집이 모여 있어요. 반찬가게는 엄마들 상대 장사인데요. 그 전 가게도 수제 두부집이었고요. 거기 가게 근처를 제일 많이 오가는 사람들이 20대 초반 이하예요. 거기까지 말씀드려도 아시겠지요?"


"세는 디스카운트 안되요? 독점이시고, 일임받으셨다니까. 힘이 있으실 것 같으신데요."


이번에는 말을 하고 돌아서려는 선미엄마를 내가 붙잡았다.

말문이 터지면 그대로 쏟아져 나오는 경우가 많았다.

생각하지 못한 횡재를 한 경우도 많았는데.


선미 엄마가 눈을 껌벅거리더니 생각에 빠진 얼굴을 하고 있다.

역시 소희하고는 레벨이 다른 모양이다.

산전수전 다 겪은 노회한 중개꾼이니.


"5만원 내려 드릴게요. 거기까지 만. 처음이네요. 이렇게 깍아주는 거요."


기찬이 환하게 웃어주자, 선미 엄마가 흠칫 놀라고 있다.

그리고는 손님을 대하는 접대성 미소가 나왔는데, 미묘하게 사적인 맘이 섞여 있는 것도 같다.


다들 마음을 숨기려 한다.

그런 여자들 많이 봤지.

남자에게 호감이 생겨나면 여자들 몸이 먼저 경직된다고.

특이하게 코 위쪽, 눈, 눈썹, 이마 쪽에서.


"계약하러 갈게요."


선미 엄마 얼굴 표정이 곧바로 접대 수준을 넘어섰다.


이럴 때 스킨십 들어가면 소희는 무방비 상태로 나에게 안겨와서 볼을 비비적거렸었다.

선미 엄마도 뭔가 아쉬움이 남아 있는 건 맞는데, 그러면 안되니까.

내 눈에 여자 머리 속이 보이는 건가?

소희와 같이 살면서 능력치가 엄청 올라가 있는 것 같다.

이게 좋은 일인건가?


한동안 선미 엄마는 자리를 뜨지 못했다.

내가 고개를 돌리고 딴 일을 보는 데도.


저 모습은 소희가 나에게 삐졌을 때 보이는 모습인데.

툭 쳐 주면 사르르 풀어져서 활짝 웃어줬는데.


"지금 가요?"


"예에에? 예에."


선미 엄마 표정이 활짝 피어났다.

내가 선미 엄마 손을 툭 건드려줬다.

우연인 듯 실수로 가장해서, 툭 툭 툭.


정신 차린 선미 엄마 손에 내 손이 살풋 얹어져 있다.

맞잡은 내 손을 잠시 보지만 손을 내빼지는 않았다.

사실 그 전에 내가 먼저 손을 놓았다.

거부할, 싫다고 할, 화낼 기회를 원천 차단한 것인데.

내 손이 그대로 빠져나가자 선미 엄마 얼굴이 발그래졌다.


뺄까, 말까, 에이 그냥 잡고 있자.

빠지는 내 손을 잡으려 힘을 주었던 선미 엄마다.

내심을 들켜서 선미엄마 얼굴이 반응을 보인 거 였다.


그런데, 지금 내가 뭐하는 거지?

이래서 어쩔 건데?

하아, 어제에 이어 내가 진짜 제정신이 아닌가 보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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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그게 뭐라고 24.05.30 42 2 8쪽
63 넘사벽 소희 24.05.29 44 2 8쪽
62 아저씨께 말이 심한 거 아니야? 24.05.28 39 2 8쪽
61 이 언니 누구야 24.05.27 53 3 7쪽
60 내가 다 속상하네 24.05.26 49 3 7쪽
59 웃음기가 사라졌다 24.05.25 50 3 7쪽
58 1석2조를 꿈꾸다 24.05.24 50 3 7쪽
57 얄밉게 나오네 24.05.23 50 3 7쪽
56 아이고 아파라 24.05.22 54 3 7쪽
55 까분다 이거지 24.05.21 57 3 8쪽
54 거리를 둬야 해 24.05.20 55 2 7쪽
53 싸한 느낌이야 24.05.19 60 3 7쪽
52 너무 예뻐서 안돼 24.05.18 72 3 7쪽
51 사인을 못 알아채는 아저씨 24.05.17 58 3 7쪽
50 독재자 소희 24.05.16 48 3 7쪽
49 미워질까 두렵다 24.05.15 59 3 8쪽
48 시간도 없었을 건데 24.05.14 66 3 7쪽
47 여자들이 왜 이래 24.05.13 67 3 8쪽
46 살이 찌는 소리가 들린다 24.05.12 62 3 7쪽
45 소희야 왜 그러니 +2 24.05.11 68 2 7쪽
44 우리 사이에 틈은 없어 24.05.10 74 2 9쪽
43 다 먼 상태인 거야? 24.05.09 74 3 9쪽
42 둘이 알아서 해 24.05.08 67 2 9쪽
41 그년이 그년이니까 24.05.07 76 2 9쪽
40 아저씨 때문에 살아 24.05.06 84 3 9쪽
39 소희가 다 하겠지 24.05.05 86 3 9쪽
38 여기는 내 영역이니까 24.05.04 88 3 10쪽
» 안겠다는 욕심인거야? 24.05.03 109 3 9쪽
36 아저씨가 좋아요 24.05.02 114 3 10쪽
35 남자이기 전에 24.05.01 110 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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