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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여우의 서재입니다.

아저씨는 내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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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여우
작품등록일 :
2024.03.28 10:40
최근연재일 :
2024.06.30 0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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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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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214
글자수 :
343,310

작성
24.05.10 07:30
조회
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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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9쪽

우리 사이에 틈은 없어

DUMMY

에스지 카페 앞이 소란스럽다.


10여 명의 여고생들이 주말을 맞아 사복을 걸치고 커피 드립을 해 본다며 까르르거리고 있고, 주변으로 남학생들이 모여 있는 참이다.


여고생들과 안면이 있는 남학생들 또 그 친구들과 또 그 친구들.


한 다리 건너면 다들 친구들인 좁은 동네다.


잠시 브레이크 타임인 듯 쉬고 있는데 그 가운데, 민지와 은혜가 부지런히 인파속을 헤치며 사인을 받고 있다.


회원 가입을 받고 있었던 것인데, 선듯 1만원을 내며 가입해 주고 있는 남학생들이다.


카페 안은 큰 틀은 마무리가 된 상태다.


드립 테이블 네 개가 배치되어 있고, 전면 머그컵 선반도 벽면 바 테이블도 만들어져 있다.


이제 색을 입혀야 한다.


벽과 송판에.


그 전에 청소를 해야 한다. 먼지를 몰아내고 물청소를 해야 하는데, 오늘은 그것 만 하고 끝내기로 했다.


여럿이서 함께 하니 청소도 금방이다.


"오늘 수고 많았어. 내일도 부탁하자."


친구들을 모두 보내고 카페 안에 동업자들이 모여 앉았다.


민지와 은혜가 열성을 보이고 있다.


지분 2%의 힘인건지는 모르겠지만 열심이다.


가끔 혜영이 지분이 너무 과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하는 것도 없고, 하려고 하지도 않고, 의견도 안내고 그냥 자리 만 차지하고 있다.


내가 카페 일로 바빠 분식점을 비운 사이 아저씨 옆에 꼭 붙어서 실실거리며 웃어대고 있는 그림이 머리속에 가끔 떠오르고 있다.


백치가 된 여자 마냥 헤벌쭉 웃는 모습.


정말 미워 죽겠어.


"기계가 들어올 때 되지 않았나?"


"응. 태블릿 키오스크니까 별 거 없어. 그래도 테스트를 해봐야겠지."


민지와 은혜가 자기 일 처럼 해줬다.


다른 친구들은 완전 수동적이고 머리를 쓰는 사람들은 학교에서 공부 못하기로 첫 번째, 두 번째를 다투는 민지와 은혜였다.


뭔가 비합리적이지만 실상이 그러했다.


학교에서 배우는 국영수를 잘해서 머리가 좋다고 인정 받는 친구들이 카페 일을 도와주는 걸 보니까 낙제점이다.


그래서 일을 돕는 친구들을 가려냈다.


와도 도움이 안되는 친구 리스트가 만들어졌고, 와서 시키는 일을 잘하는 친구들, 잠시 맡겨도 해나가는 친구들 세 분류로 나눠진 것이다.


일부러 리스트를 적어가며 뽑아내고 걸러낸 것이 아니라 자연스레 내일 도와줄 정예를 뽑아보니 의견이 거의 일치했다.


내일은 오늘같이 테이블을 조립하는 일이 없어서 3명에게 만 도와달라고 했다.


그런데, 웃긴게 그 뽑힌 정예라는 친구들 또한 공부하고 친하지 않는 아이들이라는 점이다.


공부 못하는 사람들이 사업을 하는 가 보다.


공부잘하는 사람들은 그 밑에서 어벙벙하게 일을 하고.


셋이 수다를 떨고 있는데 태블릿 키오스크 설치 기사님이 오셨다.


별다른 건 없었다.


카페집에 메뉴가 많은 것도 아니고 별다른 기능이 더 필요한 것도 아니었다.


이제 내일 가게에 나와 색 만 입히면 월요일에 오픈 할 수 있다.


***


물소리 길을 따라서 퇴근하는 길이다.


아저씨 옆에는 혜영이가 붙어서 수다를 떨고 있다.


내가 잠시 내일 할 일 생각에 빠져서 잠시 멈춰 서 있었더니 냉큼 내 자리를 차지하고 들어가 있는 혜영이다.


얄미운 년.


내일 친구들 많이 안온다고, 아저씨한테 음식 많이 하지 마시라고 말씀드렸다.


월요일이 분식집 정기 휴일이어서 아저씨가 카페를 하루 봐주시겠다고 하셨다.


쉬는 날인데 괜한 일 만 만들어 드린 거 같아서 죄송한 마음도 드는데, 아저씨는 별일 아니라고 걱정 말라고 하셨다.


지연 이모가 볼을 부풀리며 싫은 내색을 보이시지만 이모는 원래 그런 분이니까.


말은 그렇게 해도 일은 또 열심히 해주시는 엄마 같이 믿을 수 있는 그런 분.


카페 앞 테이블을 두고 커피장사를 처음 한 건데도 매출이 꽤 나왔다.


분식집 앞에서 할 때 만큼은 나온 것 같다.


첫 날임을 감안하면 좋은 장사였다.


"무슨 생각이 그렇게 많은 거니?"


아저씨가 발걸음을 멈췄다가 내가 가까이 오자 물어봐 주신다.


"할일이 많아졌으니까."


아저씨가 손을 잡아 온다.


손금이 안보일 만큼 일을 많이 해서 우둘툴하게 거친 아저씨 손.


물을 많이 만져서 부르텄다 말랐다 반복하면서.


내 손에는 물을 안묻히게 해주시는 아저씨.


"소희야 회원수는 몇 명이나 됐니?"


"이모도 관심을 갖네?"


"나도 네 사업에 투자했으니까, 내가 감시할 거야. 나중에 주식회사로 전환되면 감사 자리는 나한테 줘야 한다."


"알겠어요. 오늘 75명."


회원 가입이 많이 이뤄졌다.


수기로 가입한 회원들이다.


회원관리는 은혜가 맡아 하기로 했다.


그래도 넷 중에서 사람 관리는 은혜가 잘하니까.


발이 넓어서 아는 사람들도 많고 시간을 배분해서 연락을 해서 사람들을 잘 챙기는 은혜다.


오늘 가입한 회원 절반 정도는 은혜 지인들이다.


민지가 혜영이 처럼 점심시간에 나와서 카페 일을 보기로 했다.


그래서 아저씨께 부탁드렸다.


분식집에서 식사를 준비해 달라고.


혜영이 먹을 때 같이 먹으면 될 것이다.


나는 그 시간에 학교에서 영업을 뛰어야지.


은혜하고 회원수 늘리기에 들어갈 계획이다.


3학년 언니들을 공략하는 것은 온전히 내 몫이다.


뭐 좋은 언니들이 워낙 많으니까.


걱정하지 않는다.


벌써 지혜와 선미 언니 반은 잡아 놓았으니까, 다른 6개 반을 돌아다니면 된다.


두 언니를 앞세우고 돌아다닐 생각이다.


나혼자 다녀도 괜찮을 것 같긴 한데.


자신들을 패싱하면 서운해 하겠지.


언니들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같이 다니려는 거다.


잠자코 걷고 있는데, 내 머리가 헝클어졌다.


아저씨가 내 머리를 만진 건데.


내가 인상을 쓰고 노려 보니까, 다시 정리해 주신다.


"머리카락 건드리지 말라고 했지? 여자 머리는 스타일의 반이라고!"


"아, 미안해. 내가 깜빡했지 뭐야. 소희가 너무 예뻐서."


"예뻐서 머리를 흐트러트려서 못생기게 만든다고?"


내가 다시 눈을 찡그리자 머리를 쓰다듬어 주셨다.


"소희는 화내는 모습도 예쁘다."


보기 싫은 장면이었던지 지연이 이모는 발걸음을 빨리 하셨다.


혜영이는 눈을 반짝이며 유심히 관찰하는 중이고.


내가 혜영이를 쳐다보자 고개를 슬쩍 돌리는 폼이 나중에 아저씨한테 써먹을 게 분명하다.


늘 그래왔으니까.


"혜영이 너는 엄마가 뭐라고 안하시냐? 매일 10시 넘어서 들어가는데."


"이제는 걱정 안하셔. 지연이 이모하고 엄마가 얼굴 텄어. 믿을 수 있게 한마디 해 주셨고 해서."


"이모가 뭐라고 했는데?"


"여자끼리 있으니까 걱정하지 마시라고."


무슨 말인가 싶어서 물었더니, 지연이 이모는 아저씨를 남자로 치지 않는단다.


먼저 여자를 건드리지 않는 남자는 남자가 아니라고.


저번 일은 어떻게 된거냐고 여쭤보니 그런 일은 10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하는 천재지변 같은 거라고 말씀해 주셨단다.


"그런데, 그날 정확히 무슨 일이 일어났던 거니?"


"별일 아니야. 서로 좋아하는 남녀 사이에 흔하게 일어나는 사고 중 하나일 뿐이지."


"너 이제 내 앞에서 대놓고 그런 말을 하는거야?"


"뭐 사실인데, 너도 우리 사이 알거잖아."


"우리 사이?"


뻔뻔한 년.


맘대로 생각하고 맘대로 안겨봐라.


그래봐야 너 만 다치지.


"가게 안에서 성교를 한 건 아닐거잖아."


"으음. 뭐, 깊이 들어오진 않았지."


"뭐라고?"


혜영이가 나를 자극시키려고 못하는 말이 없네.


그런다고 내가 믿을 거 같으냐.


아저씨와 나 사이에 이간질을 시키려고 별짓을 다하네.


뭐? 들어가긴 했다고?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그동안 나는 그렇게 노력해도 아파서 엄두를 못내고 포기하다시피 하고 있는데,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 믿지.


아저씨와 잘 때 한 번씩 대보기는 하는 데, 그럴 때 마다 아파서 그쪽 성장이 더 이뤄져야 하나 보다 하고 생각중이다.


그래서 어른 나이가 정해져 있다고 말씀하시는 아저씨 말을 듣고 불안감을 떨쳐낼 수 있었다.


처음에는 내 몸이 뭔가 잘못된 건가 걱정했었다.


이제는 편한 마음으로 2년 후를 기다리고 있다.


의미심장한 표정을 짓는 폼이라니.


그런다고 내가 믿을 것 같지?


옆에 서 있는 아저씨는 등돌리고 흘러가는 강물을 쳐다보고 계셨다.


둘이 나누는 대화에 끼어들어 한마디 하실 만도 한데, 한마디 없이 그렇게 강물 만 쳐다보셨다.


혜영이가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해대니까, 아저씨가 가만 계시는 거겠지.


"아저씨 가자. 배고프다. 김치 썰어넣고 고추장에 밥 비벼먹고 싶다. 고기 몇 점 얹져서."


"그래. 가자. 비빔밥 맛있게 해줄게."


아무리 도발해봐라.


아저씨하고 나 사이를 벌려 놓으려고 마무리 해봐도 우리 사이에 틈은 없어.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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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는 내 거야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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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그게 뭐라고 24.05.30 42 2 8쪽
63 넘사벽 소희 24.05.29 44 2 8쪽
62 아저씨께 말이 심한 거 아니야? 24.05.28 39 2 8쪽
61 이 언니 누구야 24.05.27 53 3 7쪽
60 내가 다 속상하네 24.05.26 49 3 7쪽
59 웃음기가 사라졌다 24.05.25 50 3 7쪽
58 1석2조를 꿈꾸다 24.05.24 50 3 7쪽
57 얄밉게 나오네 24.05.23 50 3 7쪽
56 아이고 아파라 24.05.22 54 3 7쪽
55 까분다 이거지 24.05.21 57 3 8쪽
54 거리를 둬야 해 24.05.20 55 2 7쪽
53 싸한 느낌이야 24.05.19 60 3 7쪽
52 너무 예뻐서 안돼 24.05.18 72 3 7쪽
51 사인을 못 알아채는 아저씨 24.05.17 58 3 7쪽
50 독재자 소희 24.05.16 47 3 7쪽
49 미워질까 두렵다 24.05.15 59 3 8쪽
48 시간도 없었을 건데 24.05.14 65 3 7쪽
47 여자들이 왜 이래 24.05.13 67 3 8쪽
46 살이 찌는 소리가 들린다 24.05.12 62 3 7쪽
45 소희야 왜 그러니 +2 24.05.11 68 2 7쪽
» 우리 사이에 틈은 없어 24.05.10 74 2 9쪽
43 다 먼 상태인 거야? 24.05.09 74 3 9쪽
42 둘이 알아서 해 24.05.08 67 2 9쪽
41 그년이 그년이니까 24.05.07 76 2 9쪽
40 아저씨 때문에 살아 24.05.06 84 3 9쪽
39 소희가 다 하겠지 24.05.05 86 3 9쪽
38 여기는 내 영역이니까 24.05.04 88 3 10쪽
37 안겠다는 욕심인거야? 24.05.03 108 3 9쪽
36 아저씨가 좋아요 24.05.02 114 3 10쪽
35 남자이기 전에 24.05.01 110 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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