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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여우의 서재입니다.

아저씨는 내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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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여우
작품등록일 :
2024.03.28 10:40
최근연재일 :
2024.06.30 06:35
연재수 :
9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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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50
추천수 :
214
글자수 :
343,310

작성
24.05.06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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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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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9쪽

아저씨 때문에 살아

DUMMY

소희가 순대국집에 들어가 주인 아저씨에게 새로 오픈하는 카페 회원이 오면 할인해 주실 수 있으시냐고 말씀드렸다.

돌아오는 반응은 우리는 그런 거 필요없단다.


5일 마다 장이 서는 오일장 초입에 있는 순대국집이고, 밥 끼니 때 마다 줄을 서는 집이어서, 주인 아저씨 말에 수긍을 하고 돌아섰다.

내가 수긍을 못한다고 뭐 어떤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소희를 따라다니는 은혜 표정이 더 안 좋다.

귀찮다는 듯, 손님들로 바쁜 시간이라는 말을 여러 번 해가며 빨리 가줬으면 하는 눈치를 줬기 때문이고, 이런 대접을 어디 가서 경험하지 못했었기에.


소비자로서의 권리 만을 생각하며 가게를 다녔지. 아쉬운 부탁을 하러 다닌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게다가 어디를 가나 예쁘다는 말을 들으며 환영받는 게 익숙한 은혜 입장에서는 자존심 상하는 일이기도 했다.


그런 면에서 소희도 다를 것 없는 같은 입장인데, 자기 보다 의연한 표정이어서 그 점에서 놀라고 있다.

사실 가게 다니며 부탁말을 하는 건 소희가 도맡아 했다.

자신은 소희 한 발 뒤에서 어색한 미소를 짓고 있었을 뿐이고.


소희 발길이 순대집에서 200미터 떨어진 주택가로 향했다.

시장거리 초입에서 30미터 안쪽에 오픈 예정인 카페집이다.

반경 1km 안에서 할인점을 늘린다는 취지에서 벗어나는 곳에 있는 해장국 집으로 소희가 들어가고 있다.


밥 때를 살짝 지난 시점인데, 순대집은 만석인 반면 여기 해장국집은 세 테이블에서 만 식사가 이뤄지고 있다.

소희와 은혜가 들어가자 주인 이모님이 반갑게 인사해 온다.


여기 해장국집은 한 번도 와본 적 없는 식당이다.

소희가 이모님에게 설명을 드렸다.

카페 회원들에게 할인해 주실수 없으시냐고 정중히 말씀드렸다.

소희 표정은 웃음기가 사라지고 자못 진중해져 있는 상태였다.


이모님이 굳어 있는 소희 얼굴을 보고, 그 뒤에서 어색한 미소를 짓고 있는 우리를 보며 말씀하셨다.


"그 나이에 커피 사업을 시작하는 거야? 앉아. 앉아서 얘기하자고."


이모님이 우리를 반겨주셨다.

둘에게 탄산 음료수를 한 잔씩 따라주셨다.

어린 나이에 험한 길에 들어섰다며 응원도 아끼지 않으셨다.

할인10% 기꺼이 해주시겠단다.


소희가 잠시 가게 안을 둘러보더니, 벽에 붙어 있는 해장국집 광고 전단지를 보고는, 한 장 달라고 말씀드렸다.

가게를 나설 때 소희 손에는 해장국집 광고지가 들려 있었다.


해장국집을 시작으로 다음 번 미용실, 수제 빵집에 들렀다가 나올 때 마다 광고 전단지가 한 장씩 늘어났다.

과일집도, 양곱창집도 전단지를 받아서 나왔다.


처음에 소희가 같이 가자고 해서 따라 나설 때 만 해도 별일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은혜다.

순조롭게 할인점을 늘려갈 줄 알았다.

우린 잡상인이 아니고, 서로 윈윈하는 사업가 대 사업가 미팅에 나선 길이니까.

B2B 비즈니스 않은가.


삼겹살집, 곱창집은 문전박대 당했다.

말을 꺼내자 말자 일 없다며 돌아서는 가게 아저씨를 보며 씁쓸한 마음을 숨길 수 없었다.


그때 마다 소희는 경쟁점을 뚫었던 것 같다.

삼겹살 집에서 거절당하면 돼지부속구이집에 가서 전단지를 받아왔고, 돼지곱창집에서 거절당하자 닭갈비집 전단지를 얻어왔다.


거절에 굴하지 않고 다음 가게로 묵묵히 걸음을 옮기는 소희의 작은 등이 그렇게 든든할 수 없었다.

나는 서러워서 눈물이 다 나는데..

이런 거 안해도, 할인점을 늘리지 않아도 문제되지 않으니까 이런 거 하지 말자고 소희를 말리고 싶었다.

하지만 입을 앙다물고 발길을 돌리는 소희에게 차마 그 말을 할 수 없었다.


그러다 은혜 본인도 직접 해보고 싶었다.

소희에게 말하고 떨어져서 혼자서 가게 안에 들어가 말씀을 드렸다.

통닭집이었다.

말을 하는데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더듬더듬.


말을 배운 이래 남 앞에서 이렇게 더듬어 본 적이 없었던 은혜다.

통닭집 아저씨는 말을 더듬는 내 말을 끊지 않고 끝까지 들어주셨다.

그리고, 흔쾌히 오케이해 주셨다.

통닭집 전단지를 들고 가게 밖으로 나오자 이를 본 소희가 환하게 웃어줬다.


왜 눈물이 나오는지 모르겠다.

소희가 다가와 손수건을 들어 내 눈가를 훔쳐줬다.

그리고, 손을 잡아 끌어줬다.


"가자. 너 울보였어? 뭐 이런 걸로."



간판도 걸리지 않은 가게 문을 따고 들어가 걷어온 전단지를 앞면 유리창에 붙이는 소희다.

크고, 작은 전단지를 모두 붙이니 소희 가슴 높이까지 올라왔다.

다 붙이고 가게 밖에서 이를 휴대폰으로 찍는 소희다.


"이제 가게 더 안도는 거야?"


"이제 됐어. 더 늘리면 이분들 홍보효과가 떨어질 테니까 그만 해야지."


그러고 보니 걷어온 전단지는 동일 업종에 한 군데 씩이다.

미용실도, 정육점식당, 치킨집, 부속구이집, 닭갈비집 모두 한 집씩이다.


"가게에서 우리 카페 회원임을 어떻게 알게 하지?"


"가게 안에 포토존을 만들어서 인증사진을 찍게 하자."


은혜가 바로 휴대폰을 들었다.


- 에스지(Sje) 로고 예쁘게 만들어서 인증사진 찍을 수 있게 가게 안에 포토존도 만들어라.


- 왜?


- 카페 회원들은 협력점에서 10% 할인을 받는다고. 우리 회원임을 가게 주인들이 알아야 하니까.


- 무식한 년들. 지금이 어느 세상인데 조잡하게시리. 그거는 선미 좀 찔러봐라. 걔 엄마 부동산중개 어플 만들어 줬었어.


- 송선미 언니 말하는 거야? 소희한테 까불다가 한 대 맞더니 꼬리내리고, 잘못했다고 때려달라고 엉덩이를 소희에게 내밀었던, 너하고 공부 1등 다투는 그 언니?


- 그래. 왜 나만 갖고 지랄이야. 공정하게 경쟁하게 해줘야지.


- 잔머리 쓰고 있네.


은혜가 소희에게 말을 전했고, 송선미 연락처를 받았다.


송선미가 어플을 만들줄 안단 말이지.

그러면 당연히 어플을 만들어야 폼나지.


- 나 소희.


- 어? 어.


- 너 어플 만들 줄 안다며. 하나 만들어 줘. 알지? 내가 카페를 하나 오픈하는 거. 카페명이 에스제(Sje)야. 회원제로 운영할 거고, 협력점들이 할인을 해 줄거거든. 회원인 줄 협력가게에서 알아야 하니까. 로고도 예쁘게 만들고, 알겠지?


- ??


- 소통이 잘 안되고 있는 것 같은데, 우리 만나서 얘기할까?"


- 뭘 만나니.


- 언제까지 되는데?


- 내가 지금 공부해야 해서 시간 없는 건 알고 있지?


- 금방 만들 거잖아.


- 나한테 왜 그러니.


- 서로 돕고 살자는 거지. 커피 공짜로 2잔 줄게. 어때.


- 2잔? 후우..


- 오픈이 월요일. 그 전까지 만들어 줘.


- 모레까지 하라고?


- 그래. 내가 언니를 한 번 믿어볼 게.


- 내가 네 언니는 맞고?


- 그년 말 엄청 많네. 더 할 말 있으면 분식점으로 나 찾아와.


공부 잘하는 머리좋고, 능력있는 언니들이 있으니까 사업하기 참 편하네. 지혜 언니도 그렇고, 선미 언니도 그렇고.


어플 만들 때 협력가게들 등록하게 하고 회원들에게 할인 이벤트 정보를 날릴 수 있게 해주면 도움이 될까.

동네서 어차피 한달에 한 두 번씩은 가는 가게지 않나.


역으로 협력가게서 식사한 분들을 우리 카페에서 할인해 줘도 되겠다.

커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으니까.


자판기를 하나 둘까.

드립커피가 익숙치 않은 어른들이 꽤 있으니까.


"가자. 아저씨 떡볶이를 먹고 싶다."



시장통 순대집.

그 집은 아저씨랑 같이 가서 순대국을 먹곤 했던 집이었다.

엄마가 있을 때 손잡고 가서도 먹었었고, 내 얼굴을 순대집 아저씨가 알아보고 반갑게 인사를 건네오기도 했었다.


그래서 순대집 아저씨가 거절할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뭐, 거절할 수는 있지.

그런데, 대놓고 싫은 표정을 지으며 장사 방해하지 말라고 눈치를 주던 아저씨 표정이 생생하다.


내가 손님이 될 수도 있는 사람인데, 단골까지는 아니더라도 가끔 가서 식사하던 식당이었는데.


지금 생각해 봐도, 그때 내가 무슨 생각이었는지 모르겠는데, 멀리 떨어진 해장국집까지 가서 전단지를 받아왔다.

피가 끓어 오르는 느낌이 이러할까.

해장국집에서도 퇴짜 받았으면 나는 어떻게 했을까.

길 건너, 4차선 길 건너 곰탕집까지 갔을까.


분식집으로 돌아가는 짧은 시간에 별에 별 생각이 다 드는 소희다.

느낌이 이상했는지 은혜가 내 손을 꽉 잡아준다.

내 손안에 땀이 촉촉하게 묻어나네.


카페 회원들 중에 그 멀리 까지 가서 해장국을 먹을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나를 믿어주고 응원해주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

어떻게 하면 해장국집에 손님들로 메어 터지게 할 수 있을까.


어느덧 다가온 분식집 앞에는 아저씨가 나를 지켜보고 서 있다.

나는 분식집 바로 코 앞에 와서야 아저씨를 발견했다.

나도 모르게 시선을 땅에 두고 있었나 보다.


아저씨가 보이니 내 얼굴이 활짝 펴지는 게 느껴진다.

그래. 이거지.

내가 아저씨 때문에 웃고, 그리고 살아.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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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는 내 거야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64 그게 뭐라고 24.05.30 43 2 8쪽
63 넘사벽 소희 24.05.29 44 2 8쪽
62 아저씨께 말이 심한 거 아니야? 24.05.28 40 2 8쪽
61 이 언니 누구야 24.05.27 53 3 7쪽
60 내가 다 속상하네 24.05.26 50 3 7쪽
59 웃음기가 사라졌다 24.05.25 50 3 7쪽
58 1석2조를 꿈꾸다 24.05.24 50 3 7쪽
57 얄밉게 나오네 24.05.23 51 3 7쪽
56 아이고 아파라 24.05.22 54 3 7쪽
55 까분다 이거지 24.05.21 57 3 8쪽
54 거리를 둬야 해 24.05.20 55 2 7쪽
53 싸한 느낌이야 24.05.19 60 3 7쪽
52 너무 예뻐서 안돼 24.05.18 73 3 7쪽
51 사인을 못 알아채는 아저씨 24.05.17 59 3 7쪽
50 독재자 소희 24.05.16 48 3 7쪽
49 미워질까 두렵다 24.05.15 60 3 8쪽
48 시간도 없었을 건데 24.05.14 66 3 7쪽
47 여자들이 왜 이래 24.05.13 67 3 8쪽
46 살이 찌는 소리가 들린다 24.05.12 63 3 7쪽
45 소희야 왜 그러니 +2 24.05.11 68 2 7쪽
44 우리 사이에 틈은 없어 24.05.10 74 2 9쪽
43 다 먼 상태인 거야? 24.05.09 75 3 9쪽
42 둘이 알아서 해 24.05.08 67 2 9쪽
41 그년이 그년이니까 24.05.07 76 2 9쪽
» 아저씨 때문에 살아 24.05.06 85 3 9쪽
39 소희가 다 하겠지 24.05.05 87 3 9쪽
38 여기는 내 영역이니까 24.05.04 88 3 10쪽
37 안겠다는 욕심인거야? 24.05.03 109 3 9쪽
36 아저씨가 좋아요 24.05.02 114 3 10쪽
35 남자이기 전에 24.05.01 111 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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