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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여우의 서재입니다.

아저씨는 내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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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여우
작품등록일 :
2024.03.28 10:40
최근연재일 :
2024.06.30 06:35
연재수 :
94 회
조회수 :
9,733
추천수 :
214
글자수 :
343,310

작성
24.05.15 12:30
조회
59
추천
3
글자
8쪽

미워질까 두렵다

DUMMY

소희가 아저씨 오른손 검지 손가락에 연고를 발라주고 있다.


이빨 자국이 선명하고 살갗이 살짝 찢어져 피가 흐르고 있다.


"아팠겠다. 미안해."


"으으, 아프다, 살살."


소희가 약을 발라주고는 본채에서 나와 별채 온돌방으로 들어갔다.


아저씨가 부엌으로 들어가는 소리가 들린다.


별채 온돌방은 보일러 난방이 되지 않아서 아궁이에 불을 지펴야 방이 따뜻해 진다.


겨울은 지나가고 있고, 평년에 비해 온도가 올랐다지만 새벽 밤은 춥기에, 온돌방에서 잠을 잘 때면 아궁이에 불을 어느 정도 지펴놓아야 한다.


"소희야, 오해야. 오늘 다해하고 아무런 일 없었어."


"와아아~ 또 다해라고 불러. 선미 언니 엄마가 아저씨 친구라는 걸 실토하는 거잖아."


온돌방 문이 살짝 열려 있고, 아저씨가 부엌에서 고개를 내밀어 대화를 시도하고 계시다.


"그러면 전화가 오는 걸 안 받아? 나는 선미 엄마가 나에게 오빠라고 불러서 말을 놓았을 뿐이야."


"아저씨는 여자가 안겨와서 안았을 뿐이라고, 아무런 잘못이 없다고 변명하는 거예요?"


"사실이 그래. 그러면 안겨오면 밀쳐? 그러면 상처받을 거잖아."


"내가 상처 받는 건 괜찮고요?


내 질문에 말문이 막혔는지 아무 말씀 못하시는 아저씨다.


쾅.


내가 온돌방 문을 닫아 버렸다.


"또, 각방 쓴다고?"


"그러면 아무일 없다는 듯 아저씨 품에 안겨 자라는 거예요? 도대체 몇 번째.. 엉엉엉.."


뭐, 이런 사소한 일 가지고 눈물이 나오지는 않지만 내가 별의별 방법을 다 쓰고 있다.


우는 시늉을 하면 아저씨가 놀라시는 것 같아서.


"소희야 울지마. 아저씨 마음이 안좋잖아."


"우허허엉! 우와아앙."


우는 연기를 하고 있는 내가 한심하네.


그런데, 이 방법이 잘 먹히니까, 몇 일은 가니까.


그나저나 배가 좀 고픈데, 아까 달리기를 좀 세게 했더니.


그러고 보니 샤워도 안했어. 몸이 근질근질 가렵고 느낌 참 안좋네.


"아저씨가 잘못했어. 그러지 말고 방을 바꾸자. 소희가 안방에 들어가서 자. 내가 여기서 잘게."


아저씨가 방을 활짝 열어 젖혔다.


나는 열려진 문틈으로 잽싸게 빠져나갔다.


아저씨가 불을 얼마나 지폈는지 방 밖으로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고 있다.




다음날 아침 일찍 집을 나섰다.


아무리 생각해도 아저씨가 이해가 안된다. 밤새 자다 깨다 해서 몸이 무겁다.


아침에 눈 뜨자 마자 씻고 밖으로 나오자 동이 어슴푸레 뜨고 있다.


어젯밤 밥을 먹지 않았고, 오늘 아침도 일어나서 바로 나와서인지 뱃속에서 밥 넣어달라고 꼬르륵 소리가 나고 있다.


휴대폰 전원도 꺼 놓고 자전거길을 걸어서 시내로 들어가는 길이다.


아저씨는 내 휴대폰 전원이 꺼져 있으면 못견뎌 한다.


아마 아저씨가 일어나서 내가 집에 없다는 걸 알고, 전화했는데 전원이 꺼져있으면, 한 번은 더 생각하고 조심하게 될 거다.


중학교 다닐 때 이랬다가 아저씨에게 엄청 혼났었다.


반성문도 쓰라고 하셨다.


나는 끝내 안쓰고 버텼지만 그 후로 전화를 안받거나 전원을 꺼놓지 않았었다.


그러다가 고등학교 3학년 때 진짜 화가 나서 3시간 동안 전원을 꺼놓은 적이 있었다.


혜영이 그년 때문에.


그때 아저씨가 그년하고 딥키스하는 장면을 나한테 들켰었다.


눈에서 불이 난다고 하는데 그때 내가 직접 경험했다.


혜영이 혀가 아저씨 입안으로 들어간 상태에서 나한테 들켜었다.


둘이 몸이 굳어서 놀란 눈을 하고 나를 보고 있는데, 얼마나 열불이 났던지 혜영이 머리끄댕이를 잡아당겨서 뒷다리 걸어서 바닥에 내동댕이쳤었다.


그랬더니 아저씨가 혜영이한테 몸을 날리셨었다.


바닥에 넘어지면 다친다며.


바닥에 넘어져서, 아저씨에게 안겨서 나를 노려보는 꼴이라니, 그때 이래서 사람들 간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만나는 여자마다 썸씽이 만들면 어쩌라고.




카페 문을 열고서 시간을 봤더니 오전 7시.


가게 문을 열고 늘 하던 루틴대로 커피를 내려서 머그컵에 한 잔 받아서 테이블 위에 올려 놓고 소파에 앉아 향을 맡으며 눈을 감았다.


커피향을 맡으니 배가 더 고파온다.


내가 살이 쪄서 그렇다.


아저씨가 끼니 때 마다 잘 먹여놔서 두 끼를 안 먹었더니 몸에서 난리가 난 것이다.


가게 안에 컵라면 먹을 게 있나 선반을 아무리 뒤져봐도 아무 것도 없다.


진열장에 넣어질 빵이며 과자는 8시가 넘어야 들어온다.


카페 안에 봉지 라면, 컵라면 하나 없다는 걸 오늘 처음 알았다. 그러고 보니 라면이 있다고 해도 끓여먹을 냄비 하나 없었고.


근처 마트 열면 제일 먼저 라면 한 박스 사놓고, 옆 가게 천원샵에서 냄비 하나 사야겠다는 다짐을 할 때 카페안으로 아저씨가 들어왔다.


시간은 7시 20분.


아저씨 손에는 검은 봉다리가 하나 들려있었다.


나는 애써 외면했는데 테이블 위에 검은 봉다리에서 군고구마 4개를 꺼내 놓으셨다.


차게 식은 주름진 고구마 네 알.


아마도 어제 저녁에 온돌방에 불을 지피면서 나 먹으라고 넣어두셨던 고구마였던 것 같다.


그러고 보니 아저씨가 뛰어오셨는지 이마며 목에 땀이 줄줄 흐르고 있다.


마음이 약해졌지만 나는 고개를 옆으로 돌려서 아저씨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식었지만 같이 먹자. 나 배 고프다."


"흥~"


아저씨가 고구마 껍질을 까서 내게 내밀고 있다.


나는 아저씨 눈을 잠시 노려보았다.




"하루에 밀키트 3개 해주실 수 있나요?"


"그거 전용 비닐에 담고 진공 포장해야 하지 않나?"


닭갈비집에 소희가 찾아와 밀키트 제품 공급의사를 타진하고 있다.


"식용비닐에 담아서 저희 카페 오셔서 눌러주시면 될 것 같아요. 즉판으로 사장님이 직접 파시는 방법으로, 저는 매장 일부를 내어드리는 계약을 별도 맺어야 해요. 가게 한가하실 때 3시 쯤 어떠세요?"


"포장주문을 받는 거니까 나야 좋지. 가격은 정상가에서 얼마를 낮춰서 공급해야 하지?"


"15%만요. 가능할까요?"


"그거 가지고 돼?"


닭갈비집 사장님은 내 마진을 먼저 생각해 주셨다.


제휴한 가게들에 카페 손님들이 오면서 손님이 늘었다고, 사장님들이 나를 보면 고맙다는 말을 입에 달고 계시다.


닭갈비집을 시작으로 감자탕, 부대찌개, 해장국, 마라탕 집을 한바퀴 도는 소희다.


3시에서 4시 사이 직접 가게로 공급해주십사 말씀드리니 거절하는 가게는 없었다.


일단 계획을 잡기 위한 사전조사라고 말씀 드렸다.


오픈하고 첫 날은 3개로 시작하고 고객분들 반응보고 수량을 늘려갈 거라고 말씀드렸다.




분식집에 가까이 오자 인삼 냄새가 나고 있다.


가게 밖에 화구를 내놓고 들통을 올려 놨는데 김이 펄펄 오르고 있고 익숙한 냄새가 나고 있다.


내가 보이셨는지 아저씨가 뚝배기에 닭 한마리를 담아서 주방을 들고 들어가신다.


그리고는 가게 테이블에 밥상이 떡하니 차려졌다.


아저씨는 내 맞은편에 앉아 어서 먹으라고 손짓을 해주시고 계시다.


아저씨한테 조금 미안한 마음이 생겼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아직 화가 풀리지 않았으니 앞으로 조심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무표정으로 일관하려고 했는데, 국물을 입에 넣자마자 내 얼굴이 바로 일그러졌다.


"앗 뜨거워."


"식혀서 먹어."


아저씨가 접시를 가져와서 닭 뼈를 발라내 주셨다.


내 눈치를 보면서 뼈를 발라내시고 있는 아저씨를 보니 내 마음이 짠해져 온다.


그래도 마음이 약해지면 안된다.


실망하고 또 실망하다가 아저씨가 미워질까 두렵다.


그것은 막아야 한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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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그게 뭐라고 24.05.30 42 2 8쪽
63 넘사벽 소희 24.05.29 44 2 8쪽
62 아저씨께 말이 심한 거 아니야? 24.05.28 39 2 8쪽
61 이 언니 누구야 24.05.27 53 3 7쪽
60 내가 다 속상하네 24.05.26 49 3 7쪽
59 웃음기가 사라졌다 24.05.25 50 3 7쪽
58 1석2조를 꿈꾸다 24.05.24 50 3 7쪽
57 얄밉게 나오네 24.05.23 50 3 7쪽
56 아이고 아파라 24.05.22 54 3 7쪽
55 까분다 이거지 24.05.21 57 3 8쪽
54 거리를 둬야 해 24.05.20 55 2 7쪽
53 싸한 느낌이야 24.05.19 60 3 7쪽
52 너무 예뻐서 안돼 24.05.18 72 3 7쪽
51 사인을 못 알아채는 아저씨 24.05.17 59 3 7쪽
50 독재자 소희 24.05.16 48 3 7쪽
» 미워질까 두렵다 24.05.15 60 3 8쪽
48 시간도 없었을 건데 24.05.14 66 3 7쪽
47 여자들이 왜 이래 24.05.13 67 3 8쪽
46 살이 찌는 소리가 들린다 24.05.12 62 3 7쪽
45 소희야 왜 그러니 +2 24.05.11 68 2 7쪽
44 우리 사이에 틈은 없어 24.05.10 74 2 9쪽
43 다 먼 상태인 거야? 24.05.09 74 3 9쪽
42 둘이 알아서 해 24.05.08 67 2 9쪽
41 그년이 그년이니까 24.05.07 76 2 9쪽
40 아저씨 때문에 살아 24.05.06 84 3 9쪽
39 소희가 다 하겠지 24.05.05 87 3 9쪽
38 여기는 내 영역이니까 24.05.04 88 3 10쪽
37 안겠다는 욕심인거야? 24.05.03 109 3 9쪽
36 아저씨가 좋아요 24.05.02 114 3 10쪽
35 남자이기 전에 24.05.01 110 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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