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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여우의 서재입니다.

아저씨는 내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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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여우
작품등록일 :
2024.03.28 10:40
최근연재일 :
2024.07.02 08:15
연재수 :
96 회
조회수 :
10,066
추천수 :
214
글자수 :
349,370

작성
24.05.29 07:30
조회
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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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8쪽

넘사벽 소희

DUMMY

분식집 앞에 화구가 하나 더 놓여졌다.

들통도 하나 더 꺼내와서 펄펄 끓고 있는 장터국을 절반 덜어냈다.

그리고, 양쪽 들통에 물을 들이부었다.


소희가 말하고 아저씨가 작업하고 있다.


옆에서는 혜영이가 무를 씻고, 깍고, 얇은 원반 모양으로 썰어서 스티커 모양으로 잘라내 준비하고 있다.


옆에 쌓여 있는 무는 13개.

한 들통에 무 7개를 썰어넣었다.


아저씨가 국자로 떠서 맛을 보시고는 고개를 흔드신다.


백반 메뉴를 11시 30분 부터 판매를 하니까, 시간이 30분 정도가 남았다.


무가 방금 들어가서 맛이 우러나지 않은 상태다.


"소희야, 200 그릇이 팔릴 수 있을 거라 보는 거니?"


"아저씨는 말을 그렇게 하면 안되지. 200 그릇을 팔아야 돈을 벌수 있으니까, 팔아야 만 한다고요."


혜영이가 장터국을 나무국자로 휘휘 젓고 있다.

살짝 건드리기만 하면 울음을 터트릴 것 같은 상을 하고 있다.


소희가 그랬다.

아저씨에게 붙잡혀 몸을 쓰지 못하면서 말을 한마디했는데, 그 한 방이 주효했다.


"아저씨가 나쁜 길로 가시려고 하면 말릴 줄 알아야지. 아저씨가 장사를 아시는 것 같아? 내가 안 말렸으면 벌써 들어 먹었다고, 애초에 쫄딱 망했다고!"


아저씨가 내가 하는 말을 들으시고는 힘 줘 잡았던 나를 풀어주셨다.

아니, 자신도 모르게 힘이 빠지신 것 같았다.


내가 혜영이에게 다가가서 오른손으로 어깨를 잡자 지레 놀라서 사과를 했었다.


"미안해."


그 후는 소희 주장대로 장터국밥 분량 늘이기에 돌입했다.


국밥 사단이 나자 에스지 카페 본점에 있는 은지를 콜했다.

은지는 오자마자 상황을 파악하고는 들어오시는 분식집 손님을 도맡아 처리하는 수완을 발휘해 줬다.


아저씨와 나는 상황이 급한지라 사실 은지 언니에게 신경쓸 새가 없었다.


혜영이는 정신이 반 쯤 나가 있는 상태였다.


소희가 그렇게 막말을 하는 데도 아저씨는 꿀먹은 벙어리 행세를 하셨다.

혜영이 생각에는 소희에게 야단까지는 아니더라도 한소리를 하실 것 같았는데, 100% 인정하고 얼굴에 반성하는 빛을 띄우시고는 소희 뜻대로 따르고 계신다.


혜영이에게 큰 충격으로 다가온 사건이었다.

소희에게는 국밥 사건, 혜영이에게는 아저씨 사건이 일어난 셈이다.


넘사벽.


아무리 발버둥치고 넘으려고, 빼앗으려고 해봐도 도저히 넘을 수 없는 벽같은 것이 느껴지자, 속에서 울음이 터져나오려고 해서 간신히 눌러 참고 있는 중이다.

다 눌러지는 것도 아니고 눈가로 슬금슬금 눈물이 새 나오고 있다.

장터국에서 솟구치고 있는 하얀 수증기에 눈물이 감춰져 있을 뿐이다.


"아! 밥도 해야 되잖아."


소희가 분식집 안으로 들어가자 은지가 벌써 큰 밥솥 두 개에 쌀을 앉혀 놓았다.


그제서야 분식집 안 상황이 눈에 들어왔다.

4개 테이블이 만석이었고, 손님들 마다 떡볶이며, 김밥, 라면을 드시고 계셨는데, 소희 눈이 커지며 큰일 났다는 듯 입이 떡 벌어졌다.


"테이블이 부족하다."


소희가 밖으로 나가 아저씨에게 말하자 당황하신다.


200인분의 장터국밥을 팔려면 좌석이 부족하다.

4개 테이블로는 한 번에 16명의 손님 만 받을 수 있으니.


"혜영아, 테이블이 몇 회전되어야 하는 거니?"


혜영이는 눈을 깜박이며 버퍼링 중이고, 소희도 셈을 하고 있지만 쉽게 답이 안나올 때 구원의 소리가 들려왔다.


"12.5회전이예요. 점심시간 2시간 안에 소화할 수 없어요. 테이블 6개 더 들여야 해요. 분식집 밖에다 놓으면 될 것 같은데요."


S대 다니는 은지 언니 머리가..

아, 소영이 이모가 있었지.


"이모! 야외용 테이블 6개에 의자 24개 구해야 하는데요."


- 지금 당장?


"예."


- 사람을 상인회 사무실로 보내. 나도 가면서 연락할테니까.


소희가 아저씨와 혜영이를 사무실로 보냈다.


은지 언니는 앞접시를 가져와서 국물을 맛보고 있다.


"감칠맛이 들어가야 해요. 액젓을 넣으면 맛이 좋아질 거예요."


"언니가 끓여봤어요?"


"가게에 참치액젓 없죠. 내가 사올게요."


은지 언니가 내 대답을 듣지도 않고 달려가 버렸다.


소희가 멀리 사라지고 있는 은지 방향을 멀뚱히 쳐다보고 있다.


그쪽이 아닌데, 마트는 왼쪽 골목으로 들어가야 하는데, 언니가 머리가 좋아서 상황판단을 빠르게 하는 것 같은데, 몸과 따로 노는 건가.


잠시후 앞쪽으로 달려갔던 은지가 다시 되돌아와서 마트길을 찾아 뛰어가는 게 보인다.


그래도 언니가 경로 수정을 바로 하네.


아저씨와 혜영이가 야외용 테이블을 가져오고, 그 뒤로 상인회 관계자들이 함께 의자를 들고 오셨다.


원래는 가게 앞에 테이블을 놓으면 상인회에서 단속을 한다.

화구를 내놓고 들통에 뭘 끓이는 것도 뭐라 하는 건데, 테이블 6개에 의자 24개를 빌려주고, 직접 운반까지 해주시고 있다.


뒤에서 상인회 회장님과 소영이 이모가 대화를 나누시며 걸어오고 계시다.


상인회 회장님이 분식집에 오셔서 나에게 말씀하셨다.


"여기다 테이블을 펼치면 차량 통행이 안되니까, 광장으로 옮겨서 거기서 장사해. 천막도 쳐 줄게."


그리고는 일사천리다.


LPG가스통이 공수돼 오고, 화구와 들통이 수레에 실려서 옮겨지고, 밥솥을 들어 날르고, 뚝배기 50여 개가 공수돼 왔다.

수돗가 꼭지에 호스가 연결되고 큰 대야가 놓여지고 테이블 위에 햐얀 비닐이 씌워졌다.


소희는 진행되는 상황을 볼 뿐이었다.

시장회 관계자들이 동원되어 일처리가 이뤄지고 있기에.


무슨 상황인거야.

소영이 이모가 뭐라고 회장님께 말씀드렸길래 이렇게 적극적으로 돕는거야.


테이블이 세팅되고 국밥이 준비되자 제일 먼저 상인회 분들께 국밥을 내드렸다.

상인회 회장과 소영이 이모가 동석해서 국밥을 드셨다.


"소희야, 이리 오렴. 회장님 말씀 좀 들어라."


"예. 이모."


소영이 이모가 회장님을 구슬리셨단다.

처음에는 말도 안된다고 반대를 하시는 회장님께 제안을 하셨단다.

5일장이 열리는 날에 5,000원 국밥을 팔겠다고.


이에 회장님이 물어보셨다고 하셨다.

몇 인분?


소영이 이모가 이에 답하셨는데, 1,000인분을 말씀하셨단다.

상인회 회장님은 플러스를 외치셨고.


"1,500인분! 모레 장날에 여기 이 장소에서 국밥을 팔아야 해. 5,000원 가격으로, 지금 국밥 퀄리티면 오케이야."


"푸드천막 상인분들이 싫어하실텐데요."


"그건 신경쓰지마. 잔치국수 한 그릇에 5,000원을 받는 장사꾼들이 뭐라 하면 내가 가만 안있을 거니까."


상인회에서 말들이 많았단다.

5일장 먹거리 가격이 너무 올라서 전통시장을 방문하는 관광객들이 줄어들었다고.


1년 전 만 해도 3,000원이면 비빔밥, 잔치국수를 5일장에서 먹을 수 있었는데, 이제는 5,000원을 줘야 한다.


상인회에서 시장 대표 먹거리를 기획중이셨단다.

지역 특산물을 이용한 값 싸고 맛있는 음식.

관광객들이 '양평 시장'하면 떠오르는 음식 또 먹고 싶은 음식.


시장회 회장님이 국밥이라는 소리를 듣고 물어보셨단다.

혹시 국밥 안에 소고기가 들어가냐고, 소영이 이모는 이렇게 대답하셨단다.


"그 사람이 만든 거니까, 아마 들어갔을 거예요."


그렇게 해서 5일장 대표 먹거리가 결정되었단다.

소희나 아저씨 의견을 묻지도 않고.


<양평 개군 명품 한우를 이용한 소고기 해장국 5,000원!>


상인회에서 5일장이 열리는 날에 현수막을 만들어 시장입구 마다 걸어 주시겠다고 하셨다.

이제 5일장이 열리는 날 소고기 해장국 1,500인분을 팔아야 한다.


아저씨는 지금 손님들께 내드릴 국밥을 뚝배기에 수북이 퍼 담고 계신다.


그걸 본 소희가 달려나갔다.


"아저씨! 장사 망칠 일 있어요?"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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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왜 그러는 거야 24.06.01 50 2 7쪽
65 아프게 하지마 24.05.31 60 2 8쪽
64 그게 뭐라고 24.05.30 45 2 8쪽
» 넘사벽 소희 24.05.29 47 2 8쪽
62 아저씨께 말이 심한 거 아니야? 24.05.28 43 2 8쪽
61 이 언니 누구야 24.05.27 56 3 7쪽
60 내가 다 속상하네 24.05.26 52 3 7쪽
59 웃음기가 사라졌다 24.05.25 52 3 7쪽
58 1석2조를 꿈꾸다 24.05.24 52 3 7쪽
57 얄밉게 나오네 24.05.23 53 3 7쪽
56 아이고 아파라 24.05.22 56 3 7쪽
55 까분다 이거지 24.05.21 59 3 8쪽
54 거리를 둬야 해 24.05.20 58 2 7쪽
53 싸한 느낌이야 24.05.19 62 3 7쪽
52 너무 예뻐서 안돼 24.05.18 76 3 7쪽
51 사인을 못 알아채는 아저씨 24.05.17 61 3 7쪽
50 독재자 소희 24.05.16 50 3 7쪽
49 미워질까 두렵다 24.05.15 62 3 8쪽
48 시간도 없었을 건데 24.05.14 68 3 7쪽
47 여자들이 왜 이래 24.05.13 69 3 8쪽
46 살이 찌는 소리가 들린다 24.05.12 66 3 7쪽
45 소희야 왜 그러니 +2 24.05.11 71 2 7쪽
44 우리 사이에 틈은 없어 24.05.10 77 2 9쪽
43 다 먼 상태인 거야? 24.05.09 82 3 9쪽
42 둘이 알아서 해 24.05.08 72 2 9쪽
41 그년이 그년이니까 24.05.07 80 2 9쪽
40 아저씨 때문에 살아 24.05.06 87 3 9쪽
39 소희가 다 하겠지 24.05.05 91 3 9쪽
38 여기는 내 영역이니까 24.05.04 93 3 10쪽
37 안겠다는 욕심인거야? 24.05.03 113 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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