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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여우의 서재입니다.

아저씨는 내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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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여우
작품등록일 :
2024.03.28 10:40
최근연재일 :
2024.06.30 06:35
연재수 :
94 회
조회수 :
9,736
추천수 :
214
글자수 :
343,310

작성
24.05.09 06:35
조회
74
추천
3
글자
9쪽

다 먼 상태인 거야?

DUMMY

"왜 이렇게 늦었어요?"


"나 바빴어. 카페 오픈 준비하는 거 도와주는 소희 친구들 오전, 오후 조가 바뀌어서 파스타 해주느라고."


소영이 기찬에게 커피 한 잔을 내어준다.


"나 파스타 먹을 동안 옆에 있어줄 시간은 있죠?"


"그래. 먹어라. 덕분에 나도 좀 쉬어가지 뭐. 예쁜 소영이 얼굴도 실컷 보고."


기찬이 수선실 방 벽에 등을 기대고 앉았다.


소영이가 왜 나를 찾을까. 외로운건가. 하긴 별이 학교가고 나면 허전하겠지.

혼자서 잘 키웠어. 별이도 구김살없이 잘 자란 걸 보면.

소희도 잘 키워줬고.


기찬이 소영이 스파게티 먹는 모습을 보며 생각에 잠겨 있는 동안 소영은 정말 맛있게 먹고 있다.


"내 스타일인데? 비린내를 어떻게 잡았어?"


"해산물을 밀가루 속에 파묻어 놨었어. 요리하기 전에 씻어내서 볶았지."


"동영상 보고 따라한거야?"


"음식하는 건 다 비슷한데 뭘 보고 해. 볼 시간도 없어."


한 때 사랑했던 남자.

세 친구 끼리 경쟁이 붙었다가 소희 엄마에게 빼앗기고.

정연이가 내게 소희 맡기고 도망가고.


소희를 내 딸 같이 키운다고 했지만 마음 처럼 쉽지 않았었다.

사실 정을 주기 어려웠다.

소희에게 빠져들었던 남자때문에.


"점심 밥은 챙겨먹고 있었던 거야?"


"그동안 안 먹었을까 봐?"


"그래 보여. 살도 많이 빠졌고."


정이 많은 남자.

옆에 있는 사람들 모두에게 다 잘하는 남자.

그걸 귀신같이 먼저 알아내서 분식집 일을 함께 하며 남자를 채간 소희 엄마 정연이.


"다 먹었어. 이제 가요. 발동동 구르지 좀 마요. 내가 오빠 눈치 보여서 빨리 먹었어. 이러다 체하지."


"내가 언제 발을 굴렀다고."


"소희 하는 일 돈은 되는 거예요?"


"별이가 얘기 안해줬어?"


별이는 요즘 공부에 빠져 있다.

그동안 공부하라고 날마다 잔소리를 해도 들을 체 안하고 놀기만 하더니 한 달 전인가 부터 책 붙들고 싸우고 있다.


그러면서 별이와 집에서 대화할 시간이 엄청 줄어들었다.

공부한다고 하니까, 괜히 건드렸다가 변심하면 안되니까, 별이 기분을 살살 맞춰주고 살고 있는 소영이다.


"별이와 얘기할 시간이 없어요."


"별이가 소희 사업에 2% 지분 투자했어. 네 몫인데 별이한테 준거야. 카페 일을 봐준다고 했어서."


"공짜는 아닐거잖아요."


"별이가 소희한테 200만원 입금했지. 나도 지연이도 300만원 씩 투자했고, 잘 될거야. 소희 장삿속이 타의 추종을 불허하니까."


"그건 그렇죠. 소희 통장에 얼마가 들어있는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오빠가 로열티로 넣어주는 돈이 통장에 들어가면 나오는 걸 못 봤으니까요. 작은 집 한 채 살 돈이 들어있지 싶어요."


"그래. 소희가 돈을 참 좋아해. 나 이제 가봐야겠다. 또, 봐."


"예. 가세요."


내게 주어지는 시간은 이게 다인 모양이네요.


기찬이 쟁반을 들고 가게 밖으로 나가자 힘이 빠지는 듯 중얼거리며 수선실 방바닥에 주저앉는 소영이다.



기찬이 몇 걸음 걸어가자 카페 앞에 나와 서성이고 있는 소희다.

별이네 가게와 에스지 카페는 두 가게 건너 있다.


"나를 기다린거야?"


"아니야. 안이 시끄러워서 잠시 나왔을 뿐이야. 얘들이 말이 좀 많은 게 아니어서."


소희가 기찬에게서 쟁반을 빼앗아 들고 있다.


"아저씨가 들게 놔두지. 왜 그러니."


"내가 보기 싫어서 그래. 남자가 쟁반 들고 다니는 거. 내가 갖다 준다니까, 이모는 왜 아저씨 보고 직접 가지고 오라고 해서."


소희가 이제 내 체면을 다 생각해주네.

뒷모습 만 보면 이제 다 어른이다.

청바지에 햐얀 티셔츠 차림의 늘씬한 내 여자.


분식집이 가까워지자 줄을 서 있는 손님들이 보인다.


"어? 뭐지? 김밥 줄이 아니야."


기찬이 서둘러 분식집 안에 들어가서 확인해 보니 스파게티 웨이팅 줄이란다.

혜영이나 지연이 차마 파스타를 못만들겠어서 내가 오길 기다렸단다.

해물크림파스타여서 엄두가 안났단다.

손님들께도 양해 말씀을 드렸다고 하고.


기찬이 서둘러 프라이팬을 잡았다.


"혜영아 다 못해드리는 것 알고 있지?"


"예. 안그래도 세고 있어요. 두 분 더 받을 수 있고요. 그 다음에도 줄을 서시면 제가 막을 게요."


둘의 대화를 들은 웨이팅 중인 손님들 얼굴이 밝아졌다.


4인분 스파게티를 완성해서 손님들 테이블에 직접 내가며 넌지시 물어봤다.


"여기서 스파게티를 하는 줄 어떻게 알고 오셨어요?"


"카페집에서 여학생들 먹는 거 보고요. 그러던데요. 사거리 분식집에서 한다고요. 한정 메뉴라고 해서, 그래서 서둘러 왔어요."


"스파게티 전문점이 요 앞에 있는데요."


"거기는 해산물을 이렇게 많이 주지 않아요. 비린내도 진동하고요. 카페집을 지나며 음식평을 들었거든요. 짜지 않고, 비린내가 나지 않고, 달지 않고, 고소한 맛이 쩐다고요. 가격도 여기는 5,000원이고, 스파게티 전문점은 12,000원이고요."


그래도 이해가 안가는 기찬이다.

잠시 잠깐 사이 카페집을 지나가다가 스파게티 맛 품평하는 말을 들은 사람들은 기껏해서 서너 명 일텐데, 15명 이상이 줄을 선다는 걸 이해할 수 없었다.


그게 말이 되는 거야? 손님이 나를 놀리는 건가?


고개를 가로저으며 프라이팬을 다시 잡았는데 소희가 와서 말해 준다.


"아저씨 표정관리 좀 해. 내가 창피해 죽겠다. 한 사람이 정보를 알아내서 SNS에 띄우면 벌떼같이 모이는 거야. 그리고, 가격 5,000원 맞아?"


"우리 가게는 5,000원 짜리 메뉴가 최고가인 줄 알고 있으면서, 왜 그래."


"원가 계산 했어? 큼직한 새우 세 마리에, 관자 한 알에 갑오징어 반 마리가 들어가는 데? 내가 보기에 재료값 만 해도 6,000원은 넘어갈 것 같은데?"


소희 말이 맞다.


이번 해물크림파스타는 카페 오픈 준비를 돕겠다고 주말인데도 일하러 와준 소희 친구들에게 점심 맛있는 거 해주겠다고 준비한 거 였다.

당연히 원가 계산 자체가 안되었던 거고.

해산물 양 많이, 나름 건강식으로 레시피를 변경해서 맛있는 음식을 대접하려고 준비한 것이다.


"계산 안해봤어. 소희 친구들 주려고 만든 거니까."


"그러면 분식집에서 따로 팔지 말았어야지. 왜 손해보면서 팔아."


소희가 화가 났는지 얼굴에 핏기를 세우며 아저씨에게 따져 묻고 있다.

돈에 관한한 철저하게 따지고 드는 짠순이 소희.

카페 일을 벌인 것도 돈을 벌겠다고, 아저씨 일 안하게 해주겠다고 벌인 일인데, 아저씨가 손해를 보고 파스타를 팔고 있다고 생각하니 짜증이 밀려온 소희다.


"이번에 아저씨가 깜빡했다. 다음엔 안그럴 게. 소희야 화 풀어라."


"소희 네 친구들 해주려고 그런건데, 그렇게 몰아세우기 있니?"


지연이 둘 사이를 가로막으며 소희 앞에 섰다.


"이모는 왜 나서요. 우리 끼리 하는 얘긴데요?"


"그래. 소희 말이 맞아. 내가 잘못한 게 맞다고."


소희 목소리가 컸기에, 전후사정을 파악한 손님들은 횡재했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지만 한 편으로는 미안한 생각도 들었는지 가격 현실화에 대한 말들이 나왔다.


"지금이라도 가격을 올려 쓰세요. 5,000원에 먹기 미안하네요."


"무슨 말씀을요. 괜찮습니다. 맛있게 드세요."


아저씨가 답답한 소리를 해가며 스타게피를 만들어 내고 있다.

혜영이가 손님들께 서빙하고 있다.


혜영이 표정이 영 못마땅한 소희다.


지가 뭐라고 아저씨를 안쓰럽게 보고 있어.

옆에 계속 있었으면, 아저씨가 실수하는 게 보이면 알려드려야 맞지.

무슨 생각으로 아저씨 옆에 있는 건지 알다가도 모르겠네.


설마 아저씨 옆에 있으면서 머리속을 텅 비워 놓고 있는 건 아니겠지.

아저씨를 보면서 아무 이유없이 실실 쪼개고?

그건 중증인데.

백약이 소용없는 불치병으로 전이되면 안되는데?


"아 참! 지연아 웨이팅 줄 끊어라. 너도 안먹었어. 혜영이도."


"아저씨는?"


그러고 보니 점심 때 아저씨가 식사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는 소희다.

평일에 학교 갔을 때는 당연히 못보는 거지만 주말에 나와 있을 때도 못 봤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걱정하지마. 나 잘 챙겨먹고 있으니까."


"입에 침도 안바르고 거짓말 잘 하네."


"왜요? 아저씨 안먹어요?"


"밥에 물 말아서 반찬없이 먹기 일수야. 체기가 있다고 하면서."


"언제부터요?"


"한참 됐어. 아마 소희가 별이네서 나왔을 때 쯤인 것 같아."


내가 무심했나 보다.

나만 모르고 있었나 봐.

그래서 아저씨가 살이 빠졌던 건데, 그동안 내 생각 만 하고 있었어.


"나 카페 갔다 올게요."


괜시리 울적한 기분에 분식집을 나왔다.


왜, 갑자기 눈물이 나냐고?

혜영이 이년은 도대체 뭐하는 거야. 지도 아저씨 좋다고 붙어 있는 거면 아저씨 끼니 걱정도 해야 맞지 않나?

정말 눈에 뵈는 게 아무것도 없는 건가?

정말로 머리속 뿐 아니라 눈도 귀도 다 먼 상태인 거야?


잠시 고개를 돌려 혜영이를 보니 아저씨를 꿈꾸듯 구름 위에 오른 듯 망연히 보고 있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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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는 내 거야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64 그게 뭐라고 24.05.30 42 2 8쪽
63 넘사벽 소희 24.05.29 44 2 8쪽
62 아저씨께 말이 심한 거 아니야? 24.05.28 40 2 8쪽
61 이 언니 누구야 24.05.27 53 3 7쪽
60 내가 다 속상하네 24.05.26 49 3 7쪽
59 웃음기가 사라졌다 24.05.25 50 3 7쪽
58 1석2조를 꿈꾸다 24.05.24 50 3 7쪽
57 얄밉게 나오네 24.05.23 50 3 7쪽
56 아이고 아파라 24.05.22 54 3 7쪽
55 까분다 이거지 24.05.21 57 3 8쪽
54 거리를 둬야 해 24.05.20 55 2 7쪽
53 싸한 느낌이야 24.05.19 60 3 7쪽
52 너무 예뻐서 안돼 24.05.18 72 3 7쪽
51 사인을 못 알아채는 아저씨 24.05.17 59 3 7쪽
50 독재자 소희 24.05.16 48 3 7쪽
49 미워질까 두렵다 24.05.15 60 3 8쪽
48 시간도 없었을 건데 24.05.14 66 3 7쪽
47 여자들이 왜 이래 24.05.13 67 3 8쪽
46 살이 찌는 소리가 들린다 24.05.12 62 3 7쪽
45 소희야 왜 그러니 +2 24.05.11 68 2 7쪽
44 우리 사이에 틈은 없어 24.05.10 74 2 9쪽
» 다 먼 상태인 거야? 24.05.09 74 3 9쪽
42 둘이 알아서 해 24.05.08 67 2 9쪽
41 그년이 그년이니까 24.05.07 76 2 9쪽
40 아저씨 때문에 살아 24.05.06 84 3 9쪽
39 소희가 다 하겠지 24.05.05 87 3 9쪽
38 여기는 내 영역이니까 24.05.04 88 3 10쪽
37 안겠다는 욕심인거야? 24.05.03 109 3 9쪽
36 아저씨가 좋아요 24.05.02 114 3 10쪽
35 남자이기 전에 24.05.01 111 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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