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너무나 못 쓰는 글쟁이입니다.
글을 쓰는 건 좋아합니다.
못 쓰면서 쓰는 걸 좋아하니, 조금 문제가 생기는 것 같습니다.
요즘 예전에 완결시키지 못했던 무협을 다시 재연재하면서 독자분들의 따끔한 지적을 종종 받습니다.
(하지만 그분들의 요구를 들어주지 못해, 너무나 죄송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문제가 되는 부분은 바로, 무협소설에서의 폭력적인 묘사입니다.
크게 보면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남성에 의한 여성에 대한 성적인 폭력이고.
나머지는 무공으로 상대방의 목숨을 해치는 과정을 묘사함에 있어서의 폭력입니다.
(아무래도 후자가 일반적이죠.)
그 폭력성에 있어서, 어떤 것이 더 잔인하고, 어떤 것이 덜 잔인할까요?
제 무협에서는 실제로 겁간을 당하는 장면은 나오지 않습니다.
(그러는 시늉만 여러 번 나옵니다.)
왜냐하면 제가 그런 범죄행위를 굉장히 싫어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도 겁간(강간입니다.)을 암시하는 내용은 자주 나옵니다. 직접적으로는 나오지 않지만 말이죠. 왜냐하면 폭력을 바탕으로 움직이는 세계에서 상대적으로 우월한 힘의 남성의 폭력인 성적인 폭력을 외면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씀 드리지만, 그러면서도 결코 강간 장면은 나오지 않습니다. 제가 극도로 싫어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범죄를 시도하는 자들은 반드시 응징을 당하게 쓰고 있습니다.
최근의 무협소설을 보면 강간을 별 것 아닌 소재로 다루는 것을 자주 보게 됩니다.
마치 그냥 당연한 일이니, 적당히 사람이 눈으로 페이지를 넘기도록 묘사하다가 슬쩍 끝내지요. 아니면 장난끼가 심한 주인공이 상대를 골려줄 생각으로 옷을 벗기고 이런 저런 짓을 하는 것도 자주 봅니다. 그리고 그러한 묘사는 결코 제가 쓰는 것처럼 (제 경우는 절대 강간을 당하지는 않지만.) 처절하고 잔인하게 표현되지 않습니다. 무난하거나, 때로는 코믹하게까지 표현되지요.
무엇이 더 잔인할까요?
슬쩍 강간에 대한 내용을 넣는 것과.
그러한 행위의 잔학함에 대해 적나라하게 표현하는 것과 말입니다.
(마지막으로 말씀드립니다. 성적인 폭력의 행위 자체를 표현한다는 것이 아닙니다. 그 전까지의 과정을 말하는 것입니다.)
다음으로는,
비무장면 등의 폭력적인 장면에 대한 묘사입니다.
제 무협에서는 사람을 죽이는 행위에 있어서 그 행위는 대단히 잔인하고 폭력적입니다. 또한 목숨을 잃는 상대는 처절한 모습을 보이며 죽습니다.
그래서, 제 글에서 많은 사람이 죽을까요?
오히려 어지간한 무협소설보다 죽어나가는 사람의 숫자는 적은 편입니다. 몇 백 명이 검기 한 방에 썰리거나, 천하제일의 무공을 지닌 주인공에 의해 몰살당하는 일 따위는 일어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사람의 목숨에는 경중이 없다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하찮은 등장인물 하나가 죽을 때도 최대한 자세하게 묘사를 합니다.
어느 날, 대단한 힘을 지니게 된 주인공이 무림을 종횡무진하면서 마교건, 썩은 정파건, 상대를 아주 쉽게 베어넘기며 코믹하게 진행하는 것은 잔인하지 않은 것일까요?
보기에는 눈쌀을 찌푸리지 않겠죠. 팔다리가 잘려나가거나, 처절하게 울부짖는, 그리고 죽어가는 사람 때문에 눈물을 흘리는 이가 보이지 않으니까요. 단순히 숫자로 표기되는 사람의 목숨이 날아가고 만 것이니까요.
저는 이것이 더욱 더 잔인하고 큰 폭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의 생명은 소중합니다.
한 명이 죽더라도, 그 생명의 무게는 같습니다.
그러한 생명의 죽음은 그만큼 엄숙해야 한다 생각합니다.
관점의 차이라고 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사람 한 명이 죽는 장면을 잔인하게 표현하지만 결국 내용이 이어지면 그러한 행위에 대한 결과가 나오고, 사람의 생명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되는 것.
한 번 격돌하면, 수십에서 수백까지의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것이 너무나 자연스럽고 쉽게 묘사되는 것.
대부분의 독자분들께서는 자세하게 묘사하는 것이 도가 지나치고, 더 잔인하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습니다.
제가 쓰는 글에서
사람 한 명이 죽습니다.
그렇다면,
그에게는 가족이 있고, 그를 사랑하는 사람이 있고, 그가 사랑하는 사람이 있을 것입니다. (혹은 없을 수도 있습니다.)
저는 그것을 표현하기 위해서 조금은 잔인한 설정을 하게 됩니다.
사람 한 명이 죽음으로 인해서 파생되는 결과를 보이고 싶기 때문입니다.
이는 후반부에 주인공의 내면이 성장하게 되는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입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 중에 저와 비슷하게 생각하시는 분은 계시지 않은지 조심스레 물어보고 싶습니다.
(그렇다면, 상당한 소수의 성향을 가지고 계신 분일 겁니다. 흐흐.)
날씨도 춥고, 잔인한 표현을 싫어하는 독자분께 미안한 마음도 들어, 횡설수설을 조금 했습니다.
이런 한담도 받아주실 아량이 넓으신 문피아의 협사분들이라 생각해 염치불구하고, 이렇게 두서없는 글을 한번 올려봅니다.
날씨가 춥습니다.
다들 감기조심하세요.
(목도리는 필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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