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과 꽃 한 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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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량한 신의 거처
신이 구부린 종이
보지 못한다.
눈을 매만지고
침묵
가자
가자
어딘가로 가자
벽에 부딪히고
부딪치고
간다
노인은 본 것을 말할 수 없다.
그래서 본 것을 말해야 한다
수의를 입은 눈 뜬 자들이여
앙상한 팔뚝을 붙잡는다
그러나
그 눈은 그를 벗어나고
그 손톱은 그를 할퀴니
그가 눈을 감는다.
2
강은 고향을 떠나 흐르고
흘러넘친 강물이 대지를 휩쓴다
침묵하는 꽃 한 송이
노인이 그를 감싼다.
꽃은 왜 피었는지 모른다
가죽이 찢기어 울고
피가 연회가 되는 이야기
꽃은 왜 피었는지 모른다
욕정하는 아이가 어둠에 몸을 가리고
굶주린 이가 굶주리지 않는 이야기
꽃은 왜 피었는지 모른다
무덤에도 꽃은 피고
그에게도 해가 비춘다는 이야기
꽃은 왜 피었는지를 모른다
황야에도 꽃은 피고
그에게도 이름이 붙는다는 이야기
꽃은 왜 피었는지를 모른다
여기에도 꽃이 피었고
너에게도 물을 주겠다는 이야기
꽃은 왜 피었는지를 알 것 같다.
.
-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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