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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촉권법 님의 서재입니다.

회귀한 신선이 너무 강함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무협

아촉권법
작품등록일 :
2020.03.19 04:47
최근연재일 :
2022.07.29 0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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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14,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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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7.25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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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33화.

DUMMY

콰아앙-! 콰아앙-!


폭렬거진은 미친 듯이 날뛰면서 산을 헤집어 놓았지만, 어디에도 도일의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황당할 따름이었다.

풍겨오던 냄새(거인의 피)가 희미해지고 그 자취가 완전히 흔적을 감추었으니까.


“아이고-! 꼬맹이를 죽인 놈을 놓치다니.”


폭렬거진은 수염을 쥐어뜯으며 얼굴을 잔뜩 찡그렸다.


‘반드시 그 수도자를 찢어 죽여야 하는데.’


그때, 거진의 앞에 익숙한 얼굴이 등장했다. 도일의 전생에서 산둥마두라고 불렸던 ‘왕지적’이었다.


“어엉? 너는 오 년 전에 마을에서 나간 꼬맹이 녀석 아니냐?”

“폭렬거진 어르신 아닙니까?”


왕지적은 산적같이 풍성한 수염을 길렀는데, 평범한 중년의 사내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는 인간이 아니라 일족의 마을에서 빠져나온 거인이었다.


“에잉, 너도 목숨 조심하거라. 근래에 벌써 두 명의 꼬맹이들이 죽었어.”


폭렬거진은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네, 뭐 알겠습니다.”


하지만 왕지적은 역겨워서 참을 수가 없었다.

일족의 마을에서 그는 언제나 멸시당하고 학대당했으니까. 아무도 왕지적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고 친구는 당연히 없었다.


‘오 년 전에 마을에서 나온 것도 제발로 나온 것이 아니라, 내쫓긴 것이지.’


이유는 바로 거인의 피가 옅다는 것이었다.

거인의 기운을 강하게 타고난 자는 거진이 되어 인계에서 가장 강대한 존재 중 하나가 된다. 좀 약한 기운을 타고났다면 거인이 된다.


가장 적은 기운을 가지고 태어나면 어떻게 될까?


‘거인화할 수도 없지.’


거인화(巨人化).

몸집을 키워서 거인 일족 특유의 장대한 힘을 최대로 발휘할 수 있게 하는 것으로, 일족의 본능과도 가까운 기본적인 술법이었다.

왕지적은 그 거인화조차 제대로 해낼 수 없었다.

왜냐하면 어머니가 범인(凡人)이었으니까.

보통 거진이나 거인들은 수도자나 무림인 여성들을 납치해와 강제로 부인으로 삼는다. 좋은 자질을 가진 여성일수록 강한 아이를 낳는 것이 당연지사.

하지만, 그의 어머니는 범인이었다.

당연히 왕지적이 가진 자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나저나 요즘에 너는 뭘 하고 지내느냐?”


폭렬거진이 무심하게 물었다.

별로 알고 싶지도 않지만, 어른으로서 도리로 물어보는 것이었다.

“예, 요즘 산둥 무림 양대 세가가 제 돈을 떼먹어서 복수를 좀 해주고 있습니다.”


계투 조작 사건 때문에, 왕지적은 지급되기로 약속된 보수를 못 받았다.


“뭐, 그래. 알았다.”


고개를 끄덕이더니 폭렬거진이 떠났다.


콰아앙-!


“으아아아아아!”


위주조의 비명과 함께 하늘로 사라지는 폭렬거진이었다.



“요란하군.”


왕지적은 발길을 옮겼다.

거인 일족 사이에선 무시 받고 천대받으면서 서러운 인생을 살았지만, 새로운 삶은 달랐다! 화전민 마을을 사람들은 그를 인정하고 받아들여 주었다.

평생을 모진 핍박 속에서 산 왕지적에겐 너무나도 낯설고 또 가슴이 따뜻해지는 장소였다.


“촌장 어르신이 무릎이 아프다고 했지? 내가 약초를 하나 구해왔는데 좋아하실지 모르겠네.”


저물대에서 약초를 싼 봉지를 들고 노래를 부르며 화전민 마을로 다가가는 왕지적···.


“씨···. 씨발 이게 무슨 일이야!”


왕지적 그의 새로운 가족들이 살아가던 화전민 마을은 쑥대밭이 되어 있었다. 검은색 연기가 솟아오르고 듬성듬성 잔불이 타고 있었다.


-끄어억···.

-아파···. 아파···.


사람들의 비명소리를 듣고 그는 마을로 달려나갔다.

그중 한 사람을 구해서 물었다.


“안 서방!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야! 도대체 누가 우리 마을에 이딴 짓을 한거야!”

“거인···. 거인이···. 흑 내 딸을 잡아먹었어···. 흑흑흑.”

“뭐···. 뭐라고?”


왕지적은 잔해에서 사람을 꺼내고, 약초를 먹여 치료하기 시작했다. 대부분 사람은 모두 죽어 버렸다.

생존자는 고작 몇 명.

왕지적의 얼굴에 짙은 분노가 새겨졌다.

손에서 피가 흘러나왔다. 너무 꽉 쥔 나머지 손톱이 피부에 박혔기 때문이었다.


‘감히···. 내 가족을! 폭렬거진 이 개새끼가!’


왕지적은 언젠가 복수하기로 다짐했다.

절대 용서치 않으리라.


“복수를 위해선···.”


왕지적의 몸뚱이는 거인답게 금강불괴.

날붙이가 감히 상처를 낼 수 없는 육신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였다.

특출난 술법을 부릴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다른 거인들처럼 엄청난 용력을 가지지도 않았다.


“어쩔 수 없지.”


여우 요괴는 강한 음기를 가졌다.

만약에, 그녀를 반려로 들여서 쌍수(双修)수련을 한다면? 이 약점을 모두 해결하고도 남았다. 음과 양의 기운이 만나면 그 힘은 배가 되니까.

쌍수 수련이란 여성과 남성이 짝이 되어 영기를 수련하는 것이다. 이 쌍수 수련하는 남녀의 관계는 대부분 부부로 발전한다.

즉!

왕지적은 여우 요괴를 부부로 맞이하려는 것이었다.


“그 여자를 내 걸로 만들어야 해. 이번 기회에 반드시!”


왕지적은 여우 요괴의 거처로 향했다.


*


미호의 눈동자는 청강옥(靑鋼玉)이 하나 박힌 듯 푸르렀고 머리카락은 금빛으로 광채로 빛나고 있었다. 입술은 분홍색으로 투명했는데, 대단히 화려한 미녀의 모습이었다.


“도와준다니까, 넌 무슨 상상을 하는 거야?”


보통의 수도자라면 눈이 뒤집혀 달려들었겠지만, 혼백이 크기가 예사가 아닌 도일은 참아냈다.


‘목적은 그게 아니니까.’


도일의 목표는 이 여우 요괴를 통해서 자기 몸이 가진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었다. 그것을 위해선 이 여우 요괴와 우호적인 관계를 만들어 나가야 했다.


‘보통의 방법으론 안 되겠지.’


여우 요괴는 남자를 매우 싫어한다.

특히나 친절하고 자상한 남자를 제일 싫어한다.


‘누구나 친절한 남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지.’


얼마나 많은 남자가 여자 하나 꼬시려고 착한 척 자상한 척을 하는가? 친절함이란 누구나 가지고 있는 흔한 자원에 불과하다.

이 여우는 그런 남자를 무수히 보았을 터.


‘오히려 상남자처럼 행동해야 해.’


마치 무심한 듯 그녀를 대한다면?

그녀는 오히려 도일을 편하게 대할 것이다.

그게 오늘 도일이 세운 전략이었다.


‘그러면서 친해지는 거지.’


한편.


미호는 놀랐다.


‘뭐? 날 덮치지 않아?’


특이한 사내였다.


‘아무리 그래도 노인이라도, 나를 보면···.’

입으로 말하긴 민망하지만 아무리 노인아라도 성욕은 있었으니까. 수많은 남자의 추파를 받아본 미호는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어쨌든, 남자는 위험했다.


“이봐요. 당신 주제에 누가 누굴 고친다는 거예요? 지금이라도 여기서 나가는 게 좋을 거예요. 나는 요괴에요. 요괴! 콱 잡아먹어 버리기 전에.”


미호는 송곳니를 드러내며 위협했다.

그 모습을 도일은 가소롭다는 듯 바라보았다.


‘귀엽네.’


화살에 박혀서 아무것도 못 하는 주제에 몸을 잔뜩 부풀리고 반항하는 꼴이라니.


“뭘 웃는 거야! 이 노인네.”

“뭐 노인네?”


수도자에게 ‘노인’이라고 말한다?

이것보다 더한 모욕은 없었다.


‘이년이.’


아무리 검법과 무공을 익히는 등 수도자로서 이해할 수 없는 기행을 일삼는 도일이었지만, 이런 말을 참아 줄 순 없었다.


“안 되겠다. 넌 혼 좀 나야겠어.”


빠른 속도로 미호에게 다가가는 도일.


“흑흑흑.”


미호는 드디어 올 게 왔다고 생각했다.

그녀의 도자기 같은 피부를 타고 두 줄기 눈물이 흘러내렸다.


‘승천은 물 건너갔어···.’


여우 요괴는 남자를 유혹해서 간을 씹어먹어야 꼬리를 늘리고 경지를 올릴 수 있지만, 절대로 처녀를 잃어버려선 안 된다.

처녀를 잃어버리는 즉시 평범한 인간으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강대한 영력을 가진 요괴에서 범인이 된다?

그 어떤 바보가 그런 일을 바라겠는가?


‘남자는 싫다고!’


몇몇 사랑에 빠진 여우 요괴들은 인간과 사랑에 빠져 그녀들의 반려가 되기도 한다지만, 그 끝은 비참하기 그지 없었다.

여우 요괴였던 시절의 미모는 순식간에 쇠퇴하여 노화(老化)가 찾아오기 때문이었다.

미호의 눈을 질끈 감았다.

괜히 반항하다 맞으면 아프니까.


“푸하하하.”


도일은 그녀의 표정이 시시각각 변하는 게 너무 웃겼다.


“으응?”


다시 눈을 뜨고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확인하는 미호.


“잠깐 기다려봐. 치료해줄게.”


도일은 저물대에서 침을 하나 꺼냈다.

저번에 시장통에서 산 싸구려 침이었지만, 도일은 낙천신선이라 불렸던 수도자. 이 침으로도 죽은 직전의 사람을 되살릴 수 있었다.


“뭐야, 너 수도자도 아닌 것 같은데, 내 상처는 너 같은 무림인은 절대 못 고쳐.”

“입 다물고 가만히 있어.”


미호는 진지한 눈으로 자신의 상처를 살피는 도일을 바라보았다.

무림인도 아니고 수도자도 아닌 것 같은 기이한 느낌을 풍기는 남자였다. 수염 난 노인인데 그 기세가 당당한 것이 마치 한창의 사내 같았다.


“자, 이제 준비는 됐고.”


도일의 고장난 단전에서 미약한 영기가 흘러나와 뾰족한 침에 맺혔다. 아주 미약한 기운, 현재 도일이 가지고 있는 전부였다.


‘이 노인네 정체가 뭐야?’


미호의 분홍색 입술이 떨렸다.

영기를 조작할 수 있는 인간은 수도자밖에 없으니까.


*


도일의 눈매가 깊어졌다.


‘영기가 깃든 화살, 즉 법기다.’


미호의 배에 박힌 화살에서 강대한 영기가 느껴졌다.

이 영기가 몸에 침투하여 혈도를 꼬이게 만들고, 여우 요괴의 단전 입구를 봉쇄하고 있었다.

그녀의 힘은 거의 모두 봉인되어 겨우 평범한 아낙 정도의 수준밖에 되지 않았다.


‘완전 무방비 상태군.’


왜 그리 그녀가 자신을 두려워했는지 이해가 되었다.

다행인 점은 이 화살 법기가 특출나게 기묘하고 신비로운 원리로 만들어진 건 아니라는 점이었다.


‘그저 강하다.’


강대한 영기를 뿜어내는 것에 가까웠다.

이 정도는 특별한 장비가 없어도, 도일 스스로 해결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물론 엄청나게 집중해야 하고, 단 한 번의 실수로 여우 요괴가 죽을 수도 있었다.


“그럼 시작한다.”

부우욱-!


도일은 미호의 배쪽의 옷 부분을 잡아 찢었다. 하얀색 도자기 같은 살결이 드러났다.

옷을 뚫고 화살이 박혔기 때문에, 침으로 혈도를 찌르려면 그 방법밖에 없었다.


“꺄아아아! 어딜 보는 거야.”


미호는 비명을 질렀지만, 도일은 신경도 쓰지 않고 침을 여러 군데에 박아넣기 시작했다.


“아···. 앗!”


미호는 비명을 지르며 몸을 이리저리 꼬았다.

민감하기 그지없는 혈도에 침이 꽂히자 간지럽고 따끔한 고통 때문에 정신을 차릴 수 없었으니까.


“어허, 가만히 있으라고 했을텐데?”


도일은 그녀의 배를 철썩 때렸다.

미꾸라지처럼 움직이니 도저히 정확하게 혈도에 침을 찔러넣을 수 없었으니까.


“이 변태 노인네! 배 만지지 마!”


철썩-!

다시 한번 배를 때리는 도일.


“화내면 니가 어쩔 건데. 내가 고쳐주고 있는데.”

“이이익-!”


미호는 미간을 찡그리며 도일을 노려봤다.

그녀는 너무 분해서 말이 안나올 지경이었다.

항상 남자의 머리 꼭대기 위에서 그들의 생각을 훤히 꿰뚫어 보았던 미호였지만, 도일이 어떤 마음을 품고 있는지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도일이 수도자고 단전이 파괴되었으며, 음양신공을 익혔고 거진에게 쫓기다가 노인의 모습이 되었다는 걸 누가 알겠는가?


“움직이면 또 때릴 거야.”

“뭐···. 뭐? 감히. 아···. 앗!”


침을 꽂자 미호는 발끝을 세우며 신음을 흘렸다.

도저히 움직이지 않으려고 해도 참을 수 없는 감각에 몸이 덜덜덜 떨렸다.


철썩-!


그럴 때마다 도일이 배를 한 대씩 때려 그녀를 진정시키려 했지만, 미호는 오히려 버럭 성질을 내며 짜증을 냈다.


‘내 배를... 내 배를..’


누구에게도 허락하지 않은 배를 외간 노인네한테 까뒤집고 맞으며 혼나고 있었다.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에 미호는 미쳐버릴 것 같았다.


“흐···. 흐아앗!”


하지만, 몸 깊은 곳에서 느껴지는 기이한 감각.

미호는 그 느낌에 거부하려고 기립근을 바짝 세우며 몸의 중심을 잡았다.


‘이게 도대체 뭐야!’


수치심에 볼이 사과처럼 붉어졌지만, 미호는 얌전하게 도일의 치료를 받아들였다. 꼬였던 혈도가 원 상태로 돌아가고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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