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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도행 님의 서재입니다.

외계신공(外界神功)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무협

무도행
작품등록일 :
2023.10.09 16:36
최근연재일 :
2023.11.10 21:15
연재수 :
25 회
조회수 :
13,673
추천수 :
194
글자수 :
138,660

작성
23.11.06 07:15
조회
326
추천
6
글자
12쪽

21편 새장에 갇힌 제갈언 (4)

DUMMY

제갈언의 일에 황후와 성도왕 사마영이 깊숙이 관여됐다는 얘기에 탕명은 절망하였다.


당소소는 탕명의 표정을 살피고는 탕명이 안쓰럽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탕명! 네가 제갈언을 좋아하는 것은 알겠는데, 제갈언도 너를 좋아하는 게 맞아?”


당소소의 오해를 풀어줄까 생각했지만, 지금 탕명에게 그런 것이 중요한 게 아니다.


“훗! 그럼 그렇지. 너 혼자 좋아한 거구나? 제갈언은 태자비가 된 것을 내심 좋아하고 있을 수도 있어.”


“뭐라고?”


“탕명. 여자 마음을 순진한 네가 어찌 짐작이나 하겠니?”


‘내가 왜 몰라. 나도 여자였거든!’


일반적인 여자라면 태자비가 되는 것을 바랄 수도 있다. 하지만 탕명이 아는 제갈언은 결코 그럴 리가 없다.


당소소에게 그간의 사정을 모두 들었기에 탕명이 당소소와 실랑이할 이유가 없었다.


“간다!”


당소소가 탕명의 뒤통수에 대고 말했다.


“말 두 필은 네가 가져! 수고비야!”


챙길 건 챙겨야 한다.


“그래. 알았어!”


막상 사천당가를 빠져나오니 곧 후회가 밀려왔다.


그나마 당소소가 허탈한 탕명의 마음을 이해해주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휴···. 이제 어쩐다?”


탕명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스승님을 뵈러 현무관에 갔다.


끼이이익.


현무관 문을 열고 들어가니 역시나 염강 스승님이 빗자루를 들고 서 계셨다.


염강 스승님은 빗질하는 것이 취미인 모양이다.


“탕명! 웬일이냐?”


“스승님!”


탕명이 꾸벅 인사를 하고 툇마루에 털썩 앉았다.


“제갈언 소식을 들었구나?”


“네.”


탕명이 염강을 바라보며 하소연하였다.


“어떻게 아버지가 딸에게 이럴 수가 있나요? 제갈언은 분명 태자비가 되고 싶어 하지 않습니다.”


염강이 뭐라 말하려는데 때마침 관식과 장포가 들어왔다.


탕명은 관식과 장포라면 답답한 자신의 마음을 이해해줄 것으로 생각했다.


“장포! 제갈언 만나봤어?”


“응. 어제 사부님께 인사하러 왔더라. 그때 봤어.”


탕명이 아미산에 간 사이에 제갈언이 작별인사하러 현무관에 왔던 것이다.


‘제길. 이럴 줄 알았으면 아미산에 가는 게 아니었는데.’


“그래서? 언이가 뭐래?”


염강 사부님의 눈치를 보던 장포가 탕명의 옷 소매를 끌며 말했다.


“탕명! 어디 가서 탁주나 한 사발 하자!”


“그···. 그래.”


장포와 관식을 따라 근처 객잔으로 들어가 자리에 앉았다.


탕명은 제갈언의 생각을 빨리 듣고 싶었다.


“어서 말해봐! 언이가 뭐래?”


크아!


장포가 탁주 한 사발을 들이키고는 말했다.


“언이는 아버님 뜻에 따르겠데.”


“그게 무슨 소리야! 정말 언이가 태자비가 되겠다고 했어?”


관식이 답답하다는 듯 말했다.


“탕명! 이미 결정된 일이야. 우리가 어찌할 수 있는 일이 아니야.”


“그럼. 너희들은 제갈언이 낙양으로 가는 것을 보고만 있겠다고?”


관식이 타이르듯 말했다.


“탕명! 제갈언은 아직 태자비가 된 게 아니야. 태자비 후보 두 명이 최종적으로 낙양에서 황제와 황후의 면접을 봐야 해. 그러니 아직 태자비가 되었다고 할 수 없어.”


벌컥!


관식의 말은 탕명에게 전혀 위로가 되지 않았다. 예쁘고 똑똑한 제갈언이 뽑힐 것은 당연했다.


탕명이 다시 탁주 한 사발을 벌컥벌컥 들이켰다.


커억!


“그럼 언이는 언제 떠나는 거야?”


“아마 내일 떠날 거야!”


“그렇게 빨리?”


탕명이 자리를 박차고 벌떡 일어났다.


“이럴 수는 없어! 나는 언이에게 직접 들어야겠어!”


“탕명. 도대체 왜 이래?”


생각보다 차분한 관식과 장포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은 탕명은 더는 그들과 얘기하고 싶지 않았다.

“태자비! 태자비는 언이가 원하는 삶이 아니야!”


객잔을 박차고 나와 혼자 터덜터덜 걷고 있는데 누군가 탕명의 등을 툭 쳤다.


‘아이씨! 누구야?’


돌아보니 낙양까지 비단을 짊어지고 동행했었던 탁부 노인이었다.


“허허! 젊은 친구가 왜 이리 축 처져 있어?”


“아···. 안녕하세요.”


탕명은 누구라도 잡고 얘기하고 싶었기에 탁부 노인이 반가웠다.


“어르신! 탁주 한잔하시겠어요?”


“탁주? 좋지!”


탕명은 탁부 노인이 즐겨 간다는 객잔에 따라 들어갔다. 작고 낡은 객잔에서 쿰쿰한 냄새가 났다.


소박한 탁부 노인이 자주 찾는 객잔으로 저렴한 가격에 푸짐한 안주도 먹을 수 있단다.


“어르신. 여기 자주 오세요?”


“음···. 한 40년 됐지.”


탁부 노인은 40년을 이곳을 드나들며 모진 세월을 겪었을 것이다.


40년이란 말에 문뜩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어르신은 촉나라가 망할 때 성도에 계셨어요?”


“당연하지! 촉나라가 망한 게···. 내가 아마 33살 때였었지.”


“그럼 그때. 제갈량, 유비, 관우, 장비, 조운의 후손들은 어떻게 됐나요?”


“음······!”


탁부 노인이 옛 기억을 더듬기 시작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었지.”


“왜요?”


“촉나라 황제였던 유선은 낙양으로 가서 호의호식하며 살다가 죽었고, 그 아들들도 지금 낙양에서 잘살고 있다고 들었네.”


“그 안락공이라는 사람 말인가요?”


“호. 자네도 견식이 많이 늘었군. 그렇지. 그 안락공. 편안하고 즐겁게 살다 죽으라고 관직 이름을 ‘안락’이라고 지었다는군.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지.”


“그럼 제갈량의 후손들은 어떻게 됐는데요?”


“내 알기로 관우와 조운의 후손들이 가장 피해가 컸지. 관우와 조운 후손들은 대부분 그때 몰살당했고, 제갈 씨는······.”


“제갈 씨는 어떻게 되었는데요? 지금 무후사 옆에 살고 있잖아요?”


“제갈 씨는 워낙 성도 백성들의 존경을 받아서 큰 화를 입지 않은 것으로 아네.

아! 그러고 보니 그 집 따님이 태자비가 된다지. 곧 낙양으로 간다던데.”


“네.”


“근데 자네 표정이 왜 그런가?”


탕명은 탁부 노인에게 속마음을 말해도 될 것 같아 하소연하듯 전후 사정을 얘기했다.


“허···. 그런 일이 있었군.”


노인은 탁주 한 사발을 들이켰다.


“그래 자네는 어찌할 생각인가?”


“죽더라도 못 가게 막고 싶습니다.”


“죽더라도?”


“네.”


“허 참···.”


탁부 노인은 탕명을 한참이나 바라보다 물었다.


“자네. 오해하지 말고 듣게.”


“네.”


“만일 그 아씨가 자네가 이러는 것을 원치 않는다면 어쩔 텐가?”


탁부 노인도 당소소와 같은 얘기를 하는 것이다.


“그럴 리가 없습니다. 생전 보지도 못한 13살짜리 꼬마에게 시집가는 게 뭐가 좋겠습니까?”


탁부 노인이 탕명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고 탕명의 말에 동의하는 표정은 아니었다.


“대의를 위해서나 집안을 위해서 본인이 결정한 것이라면 어쩔 텐가?”


“네? 대의요?”


탕명이 어리둥절해 하자 탁부 노인이 탁주를 가득 부어주었다.


“마시게!”


벌컥!


탕명이 잔을 비우기를 기다린 탁부 노인이 말을 이었다.


“세상에는 여러 종류의 사람이 있다네. 그중에는 대의라는 것에 자신의 일생과 목숨을 거는 사람들도 있지.”


제갈언이 얘기했던 대사형 조영이 한중에 가는 이유가 떠올랐다.


“내가 듣기로 제갈언의 아버지 제갈충은 결코 평범한 사람이 아니라고 들었네. 분명코 무슨 목적이 있어 딸을 태자비로 만들려는 것이지, 그저 부귀영화나 바라고 그러지는 않을듯싶네.”


탁부 노인의 얘기를 들으니 머릿속의 안개가 조금은 걷히는 기분이었다.


‘그래. 장포 말이 제갈언이 아버지의 뜻에 따르겠다고 했다잖아. 분명 자신을 희생하려 하는 거야! 그럼 더욱 막아야 하는 게 아닌가?’


“아무튼, 잘 생각해서 처신하게! 자네 할아버지도 위험해질 수 있는 일이야. 저들은 사람 목숨을 개, 돼지 목숨처럼 생각하네.”


탁부 노인은 이렇게 단단히 경고하고 먼저 일어섰다.


이제 상황은 어느 정도 이해되었지만, 탕명은 어떡해야 할지 혼란스러웠다.


객잔에 혼자남은 탕명은 정신이 몽롱해질 때까지 탁주를 들이켰다.



********


크으으으!


아침에 일어나니 지난밤 어떻게 집에 왔는지 기억에 없었다.


팔봉이 물 한 사발을 주며 물었다.


“괜찮아? 무슨 술을 그렇게 많이 마셨어?”


“으···. 머리야. 몰라. 어떻게 집에 왔는지 기억이 안 나.”


“그래. 제갈언은 만나봤어?”


“아니. 군사들이 집을 에워싸고 있어서 못 만났어.”


“속상해서 술 퍼마셨구나?”


순간 어제 관식의 말이 떠올랐다. 제갈언이 오늘 떠날 거라고 했었다.


“아! 팔봉. 지금 몇 시야?”


“해가 중천이야! 점심때 다됐지.”


“뭐? 말···. 말 어딨어?”


“마당에 묶어놨지.”


“알았어!”


탕명은 서둘러 옷을 주워입고, 말을 몰아 제갈언의 집으로 달려갔다.


제갈언의 집에 도착하니 제갈언은 이미 낙양으로 출발한 후였다.


서둘러 뒤를 쫓아 한참을 달리니 제갈언을 호위하고 가는 군사행렬이 보였다.


‘그래. 낙양까지 가는 길은 멀잖아? 괜히 덤볐다가는 허무하게 죽을 수도 있어. 저들이 쉬는 틈을 이용해 접근해야겠다.’


침착하게 대응해야 한다. 그런데 너무 급하게 나오다 보니 수중에 돈이 하나도 없었다.


“아이참! 집에 갔다 와야 하나?”


난감한 처지에 놓였다. 그때 멀리서 탕명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탕명!”


팔봉이 말을 몰고 달려오고 있었다.


히히힝!


“팔봉! 날 따라온 거야?”


“응. 너 돈도 안 가지고 나갔잖아! 내가 같이 가야지 불안해서 안 되겠더라.”


역시 팔봉은 둘도 없는 친구다.


“고마워. 팔봉!”


“흐흐흐! 나밖에 없지?”


“그래. 너밖에 없다.”


“탕명! 군사들이 저렇게 많은데 대체 어쩌려는 거야?”


일단 팔봉 덕에 한시름 놓았지만, 탕명은 좀 더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야 했다.


“아직 모르겠어! 빈틈을 노려봐야지.”


“만나서 뭐라고 할 건데? 같이 도망이라도 가자 할 거야?”


팔봉도 탕명이 제갈언을 연모해서 이런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아니. 난 단지 언이가 원해서 가는 것인지 강제로 가는 것인지 그것이 알고 싶어.”


“허걱! 만일 자기가 원해서 가는 거라면?”


“그···. 그럼 하는 수 없지.”


“강제로 간다면?”


“그럼, 당연히 구해내야지!”


“우리 둘이서? 그게 가능하다고 생각해?”


“몰라. 일단 만나야겠어.”


“어휴···.”


팔봉이 답답해했지만, 답답하기는 탕명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이렇게 찜찜한 마음으로 제갈언을 떠나보낼 수는 없었기 때문에 이대로 돌아설 수는 없었다.


탕명은 지난번 사천당가의 비단을 싣고 낙양으로 갔었던 때가 생각났다.


‘그래. 한중까지 가려면 분명 협곡에서 노숙할 거야. 그때를 노려야겠다.’


어차피 한중으로 가는 길은 뻔했다. 탕명과 팔봉은 제갈언 일행이 노숙해야 하는 장소에서 그들을 기다리기로 했다.


탕명은 제갈언 일행을 앞질러 가며 상황을 살펴보았다.


아버지 제갈충은 말을 타고 앞서갔고, 제갈언이 탄 마차가 뒤따라가고 있었다. 군사들은 앞뒤로 마차를 호위하고 있었다.


탕명은 마차를 지나쳐갈 때 일부러 목소리를 높여 조영이 객잔에서 불렀던 노래를 불렀다.


“검각 굽이굽이 산길은 험하기만 한데, 예부터 촉으로 가는 길을 하늘 오르는 것에 견주었네···.”


이 노래는 위나라 장수 등애가 촉나라의 마지막 방어선 검각을 우회해 성도를 공격한 것을 못내 아쉬워하는 내용이다.


촉나라를 그리워하는 시인이 만들었단다.


탕명이 조영이 불렀던 노래를 부르자, 역시나 마차의 창이 열렸다.


‘헉!’


탕명을 발견한 제갈언이 놀라서 눈이 휘둥그레졌다.


“탕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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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25편 청동가면과 현촉쌍검 (1) 23.11.10 314 7 12쪽
24 24편 현촉검의 비밀 (3) 23.11.09 330 6 13쪽
23 23편 현촉검의 비밀 (2) 23.11.08 313 7 12쪽
22 22편 현촉검의 비밀 (1) 23.11.07 338 6 12쪽
» 21편 새장에 갇힌 제갈언 (4) 23.11.06 327 6 12쪽
20 20편 새장에 갇힌 제갈언 (3) 23.11.03 344 6 12쪽
19 19편 새장에 갇힌 제갈언 (2) 23.11.02 361 7 12쪽
18 18편 새장에 갇힌 제갈언 (1) 23.11.01 380 7 13쪽
17 17편 비무 대회 (3) 23.10.31 381 7 12쪽
16 16편 비무 대회 (2) 23.10.30 385 8 11쪽
15 15편 비무 대회 (1) 23.10.27 401 8 12쪽
14 14편 현무관 (3) 23.10.26 424 9 12쪽
13 13편 현무관 (2) 23.10.25 435 7 11쪽
12 12편 현무관 (1) 23.10.24 475 9 12쪽
11 11편 신물의 비밀 (3) 23.10.23 508 8 12쪽
10 10편 신물의 비밀 (2) 23.10.20 488 9 12쪽
9 9편 신물의 비밀 (1) 23.10.19 494 8 11쪽
8 8편 사천당가 (2) 23.10.18 524 6 12쪽
7 7편 사천당가 (1) 23.10.17 590 6 13쪽
6 6편 석굴 속 신물 (2) 23.10.16 654 7 13쪽
5 5편 석굴 속 신물 (1) 23.10.13 696 8 12쪽
4 4편 내 이름은 탕명 (2) 23.10.12 794 7 14쪽
3 3편 내 이름은 탕명 (1) 23.10.11 976 9 12쪽
2 2편 청동 귀걸이 (2) 23.10.10 1,082 10 14쪽
1 1편 청동 귀걸이 (1) +2 23.10.09 1,660 1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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