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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도행 님의 서재입니다.

외계신공(外界神功)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무협

무도행
작품등록일 :
2023.10.09 16:36
최근연재일 :
2023.11.10 21:15
연재수 :
25 회
조회수 :
13,684
추천수 :
194
글자수 :
138,660

작성
23.10.18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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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4
추천
6
글자
12쪽

8편 사천당가 (2)

DUMMY

허리에 검을 찬 당소소가 마차에 올랐다. 역시 남장한 여시종 한 명이 그녀를 따랐다.


당소소가 탄 마차의 창이 열리며 시종이 외쳤다.


“아씨께서 출발하라십니다!”


그러자 위 총관이 우렁찬 목소리로 명했다.


“출발한다!”


“이랴!”


히히힝!


마부가 채찍을 내리치자 두 필의 말이 멋들어지게 울음소리를 냈다.


탕명과 탁부 노인은 비단이 들어있는 커다란 짐을 하나씩 짊어지고, 마차 뒤를 따라 이동하기 시작했다.


사천에서 가장 큰 도시인 성도로 이사 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진나라의 수도 낙양을 구경하게 되었다.


이 모든 것이 고촉국의 신물인 현촉검을 얻었기에 가능한 일이 아닐까?


그리고 현촉검을 몸에 지니고 다녀서 그런지 예전보다 힘이 넘쳤고, 아무리 힘든 일을 해도 자고 일어나면 몸이 솜털처럼 가벼웠다.


그러나 탕명의 첫 상단길은 마냥 좋지만은 않았다.


상단 중에서 탕명이 가장 어린 짐꾼이기도 했고, 별로 힘든 기색을 보이지 않아서 그런지 온갖 심부름은 탕명의 몫이었다.


잠시 행렬이 멈춰서자 짐꾼들도 짐을 내려놓고 길가에 흩어져 지친 몸을 그늘에 뉘었다.


하지만 탕명은 쉴 틈이 없었다.


마차 창문이 열리며 당소소의 몸종 채련이 탕명을 불렀다.


“얘! 왕눈아! 이리와.”


순간 탕명의 눈알이 튀어나왔다.


‘아니 저것이!’


전생이었다면 절대 참지 않았을 것이다.


그때는 무공이라도 있었지만, 새로이 시작된 이번 생에는 아무 밑천도 없는 무수저다.


‘다 경험이라 생각하고 일단 수그리고 들어가자.’


당소소의 몸종 채련은 나와 비슷한 나이다. 채련은 확실히 당소소보다는 예쁘지 않다.


하긴 여자였던 나의 눈에 저것들이 이뻐 봤자 나에게는 큰 감흥이 없다.


“나?”


“그래. 너. 아씨가 목이 마르시데. 물 좀 떠와!”


채련이 마차 창문으로 가죽 포대를 내밀었다.


탕명이 어이없어 머뭇거리자 채련이 채근했다.


“뭐해? 빨리 갔다 와!”


“알았어!”


몹쓸 당소소 때문에 탕명은 쉬지도 못하고 가죽 포대를 들고 물을 구하러 다녀야 했다.


그런데 물을 떠다 받치고 갖가지 심부름을 해 주어도 당소소는 물론이고, 몸종 채련조차도 탕명에게 고맙다는 말 한마디가 없었다.


‘도대체 당현자와 당웅은 후손들을 어찌 가르쳤기에 당무적이나 저 조그만 계집애 당소소 모두 이렇게 건방진 거야?’


속으로 투덜거렸지만 어쩔 도리가 없다.


“이런 제길!”


‘싸가지 없는 것들. 내가 짐꾼이지 자기네 집 종놈인가? 암튼 당가 연놈들은 하나같이 못돼먹었어.’


탕명은 나중에 꼭 버릇을 고쳐놔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렇게 엄청난 비단을 실은 상단은 처음 나흘 동안은 평탄한 길을 갔다.


그래서인지 당소소의 온갖 심부름을 빼면, 멋들어진 풍광을 구경할 수 있어서 탕명은 꽤나 만족했다.


게다가 탁부 노인은 평생을 짐을 짊어지고, 이곳저곳을 다녀서 그런지 정말 아는 것이 많았다.


행렬이 도착하는 곳마다, 들어가는 객잔마다, 노인이 거쳐 가지 않은 곳이 없었기에 탁부 노인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시간 가는 줄 몰랐다.


그러나 상단이 출발한 지 닷새째가 되니 상황은 달라졌다.


점점 길이 좁아졌고, 험준한 지형이 앞을 가로막자 당소소도 타던 마차를 돌려보내고 말을 타야 했다.


탕명은 당소소 같은 부잣집 소녀가 사서 고생하며 왜 먼 낙양까지 짐꾼들과 동행하는지 선뜻 이해가 되지 않았다.


협곡에 진입하자 닷새 동안은 꼼짝없이 노숙하며 협곡을 헤쳐나갔다.


이제 상단이 성도를 출발한 지 열흘이 지났다.


탁부 노인은 이제 이 마지막 협곡만 빠져나가면, 장안으로 가는 길목인 한중이 코앞이라 알려줬다.


“오늘은 여기서 야영한다!”


위 총관이 야영을 명하자, 짐꾼들이 수레에서 짐을 내리기 시작했다.


탕명과 짐꾼들은 당소소와 위 총관이 묵을 천막을 설치하고, 주방장은 솥을 걸고 저녁밥을 지었다.


저녁을 먹고, 지친 몸을 누이며 한참 꿀잠을 자고 있는데 새벽녘쯤 주변이 소란해졌다.


쉭쉭!


카악!


히히힝!


나무에 묶어두었던 말들이 앞발을 높이 세우며 여기저기서 울어대기 시작했다.


스스슥!


“으악! 뱀이다.”


순식간에 여기저기서 뱀에 물린 짐꾼들과 무사들이 고통스러워하며 뒹굴었다.


“총관님! 누가 뱀을 풀어놨습니다.”


무사 중 하나가 소리치자 위 총관이 천막에서 나오며 명령했다.


“적살사를 뿌려라!”


무사들이 서둘러 붉은 가루를 여기저기 뿌리기 시작했다.


지지직!


쉬악!


붉은 가루를 맞은 뱀들이 붉은 연기를 뿜으며 죽어갔고, 희한하게도 뱀들은 붉은 가루가 무서웠는지 슬금슬금 사라지기 시작했다.


“어르신! 괜찮으십니까?”


탕명은 우선 탁부 노인이 괜찮은지 살펴봤다.


“난 괜찮네.”


다행스럽게도 탕명과 탁부 노인 그리고 탁부 노인 옆에서 자던 짐꾼은 뱀에 물리지 않았다.


그런데 뱀들이 사라지자 순식간에 한 무리의 검은 모자와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이 피리를 불며 나타났다.


삐리리릭!


아마도 피리를 부는 자들이 뱀을 풀어 놓았을 것이다.


스르릉.


당소소가 검을 뽑아 들고는 당차게 외쳤다.


“흥! 감히 사천당가를 공격하다니 네놈들이 간이 배 밖으로 나왔구나!”


상대방 중 우두머리로 보이는 남자가 당소소를 보며 냉소했다.


“오호! 사천당주의 여식이 직접 나섰군. 내 특별히 너의 목숨만은 살려줄 터이니 가져온 비단을 놓고 돌아가거라!”


“사룡방! 이놈들!”


스르릉.


위 총관이 분기탱천하여 검을 뽑아 들자 사천당가 무사들이 사룡방 무리를 향해 쏜살같이 달려들며 공격했다.


“죽여라!”


챙! 챙! 카강!


“윽!”


“으악!”


순식간에 피를 튀기는 혼전이 일어났다.


혈투를 보니 피가 끓어 오른 탕명이 칼싸움을 넋 놓고 바라보았다.


놀란 탁부 노인이 탕명의 소매를 끌고 바위 뒤에 숨었다.


“위험해! 정신 차리게.”


“어르신. 저놈들은 누군가요?”


“사룡방이네. 저놈들이 작정하고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군. 그러나 저 정도로는 사천당가를 이기기 어려울 것이야. 위험하니 머리 내밀지 말게!”


탁부 노인의 상황 파악은 정확했다.


사룡방이라는 놈들은 기습으로 인해 잠시 우위를 점하는 듯했다.


그러나 탕명이 보기에도 사천당가 무사들의 수준이 한 단계 높다.


무림인도 아닌 탁부 노인의 침착한 상황 판단이 한편으로 놀라웠다.


탕명은 전생에 사천당가와 인연이 있었기에 아무래도 사천당가를 응원하는 마음이 강했다.


챙! 챙! 카강!


싸움은 점점 격렬해졌다.


“결국, 두 앙숙 간의 싸움이 났군!”


“앙숙이요?”


“그래. 사천당가와 사룡방은 사천지역에서 제각기 세력을 키우고 있는데, 사천당가가 사천 비단에 대한 판매권을 독식하니 그것이 불만인 사룡방이 공격해온 것이지. 걱정하지 말게! 우리는 가만히 있으면 돼!”


“그냥 가만히 있으라고요?”


“그렇지! 누가 이기던 짐을 옮길 짐꾼은 필요하니, 우리를 헤치지는 않을 것이야.”


“그렇군요.”


확실히 일리 있는 말이었다.


다다닥!


탕명 옆에 있던 짐꾼이 갑자기 왔던 방향으로 달아나기 시작했다.


“안돼!”


탁부 노인이 짐꾼을 만류하려 소리쳤으나, 짐꾼은 이미 저만치 달아나고 있었다.


쉭!


“으악!”


어느새 화살이 날아와 달아나던 짐꾼의 등을 꿰뚫었다.


사천당가 무사가 화살을 날려 달아나는 짐꾼을 죽인 것이다.


“도망가는 놈은 죽는다!”


짐꾼들이 도망가는 것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것을 확실히 보여준 것이다.


탁부 노인이 탄식했다.


“쯧쯧쯧! 그저 살려고 도망가는 것뿐인데 저리 악독하게 굴다니.”


역시 탁부 노인의 경험은 금보다 값어치가 있었다.


챙! 챙! 카강!


그 와중에도 두 진영 간의 싸움은 계속되었다.


달빛이 밝아오자 무사들이 엉키어 싸우는 모습을 자세히 볼 수 있었다.


당소소도 검을 뽑아 들고 사룡방 무리와 제법 용감히 싸우고 있었다.


결코, 탕명이 생각했던 나약한 소녀의 모습이 아니었다.


‘훗! 제법이군.’


쒹!


으악!


털썩!


데구르르.


당소소의 검에 사룡방 무사의 목이 떨어져 탕명 쪽으로 굴러왔다.


땅에 떨어져 데굴데굴 구르는 사룡방 무사의 목을 보니 반듯하게 잘려나간 것이 당소소가 제대로 검법을 배웠음을 알 수 있었다.


‘사천당가 가주의 딸이라 그런지 무공이 꽤 쓸만하군.’


탕명은 비록 전생의 무공을 모두 잃었으나 보는 눈만은 여전히 살아있었다.


챙! 챙! 카강!


어느덧 날이 밝아오자 두 진영 간 혈전의 우위는 명백해졌다.


휘이이익!


“철수한다!”


탁부 노인의 예상대로 사룡방 무리가 휘파람을 불며 도망가기 시작했다.


“아이고!”


적들이 물러가자 뱀에 물려 뒹굴고 있는 사람들의 치료가 급선무였다.


“해독제를 나눠주어라!”


위 총관이 명령하자 무사들이 뱀에 물린 사람들에게 해독제를 먹게 하였다.


사천당가는 무림에서는 사룡방과 더불어 독을 사용하는데 일가견이 있는 문파란다.


그들은 뱀의 독을 해독하는 해독제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뱀에 물려 쓰러진 짐꾼들과 무사의 상태를 둘러보던 당소소와 위 총관이 탕명과 탁부 노인에게 다가와 물었다.


“너희 두 사람은 물리지 않았느냐?”


탁부 노인이 대답했다.


“네. 저희는 괜찮습니다.”


당소소가 이상하다는 듯이 탕명을 노려보았다.


“이상하군! 다른 짐꾼들은 모두 뱀에 물렸는데 어찌 너희들만 멀쩡한 것이지?”


“.........!”


그러고 보니 그랬다.


‘그러네. 왜 우리만 멀쩡한 거지?’


“왕눈이! 이놈이 수상하다. 사룡방의 첩자일 수 있으니 몸을 뒤져보아라!”


“뭐?”


당소소가 명령하자 무사 하나가 탕명의 몸을 뒤지기 시작했다.


시커먼 남자의 손길이 몸을 더듬자 탕명은 확 짜증이 났다.


‘제기랄!’


탕명은 벌레가 몸으로 기어 다니는 느낌이 들었으나 아까 짐꾼을 죽이는 것을 보았기에 참을 수밖에 없었다.


“아씨! 특별한 것은 없고, 작은 단도 하나가 있습니다.”


“이리 가져와!”


‘저것이!’


탕명의 현촉검을 잠시 살펴보던 당소소가 명령했다.


“독사 한 마리를 가져오너라!”


무사가 항아리 하나를 들고 오자 당소소가 명했다.


“땅에 풀어놔라!”


카악!


무사가 항아리에 들어앉은 뱀을 땅에 풀어놓자 뱀은 똬리를 틀고는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며 당장에라도 달려들 태세였다.


푹!


카악!


당소소가 단검을 뱀 앞에 꽂자 희한하게도 뱀이 기겁하며 반대 방향으로 물러나는 것이 아닌가?


당소소는 땅에 박힌 검을 뽑아 다시 뱀이 가려는 방향에 검을 꽂았다.


푹!


카악!


역시 이번에도 뱀은 검을 피해 다른 방향으로 이동했다.


“흐음. 뭐지? 신기하군.”


이렇게 중얼거린 당소소가 탕명의 단검을 가지고 가는 것이 아닌가?


“내 검을 돌려줘!”


탕명이 당소소에게 달려들자 옆에 서 있던 무사의 매서운 주먹이 날라왔다.


퍽!


“윽!”


바닥에 뒹구는 탕명을 본 당소소가 말했다.


“왕눈이! 내가 좀 더 살펴보고 돌려주겠다!”


‘으······! 뭐 저런 게 다 있어?’


남의 것을 맘대로 가져가고, 게다가 무지막지하게 폭력을 쓰다니.


꼭지가 돌 일이었으나 딱히 지금 상황에서 탕명이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으으으으! 분하다!’


탁부 노인이 탕명을 일으키며 위로했다.


“저 단검이 귀한 물건인가? 돌려준다니 기다려보게. 더 나섰다가는 큰 봉변을 당할 것이야.”


현명한 탁부 노인이 이렇게 당부하며 만류하니 탕명으로서도 방법이 없었다.


뱀에 물린 사람들을 치료하고, 죽은 자들을 땅에 묻는데 반나절을 보낸 상단은 오후가 되어서야 다시 한중을 향해 출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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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25편 청동가면과 현촉쌍검 (1) 23.11.10 314 7 12쪽
24 24편 현촉검의 비밀 (3) 23.11.09 330 6 13쪽
23 23편 현촉검의 비밀 (2) 23.11.08 313 7 12쪽
22 22편 현촉검의 비밀 (1) 23.11.07 339 6 12쪽
21 21편 새장에 갇힌 제갈언 (4) 23.11.06 327 6 12쪽
20 20편 새장에 갇힌 제갈언 (3) 23.11.03 344 6 12쪽
19 19편 새장에 갇힌 제갈언 (2) 23.11.02 361 7 12쪽
18 18편 새장에 갇힌 제갈언 (1) 23.11.01 380 7 13쪽
17 17편 비무 대회 (3) 23.10.31 382 7 12쪽
16 16편 비무 대회 (2) 23.10.30 386 8 11쪽
15 15편 비무 대회 (1) 23.10.27 402 8 12쪽
14 14편 현무관 (3) 23.10.26 425 9 12쪽
13 13편 현무관 (2) 23.10.25 435 7 11쪽
12 12편 현무관 (1) 23.10.24 476 9 12쪽
11 11편 신물의 비밀 (3) 23.10.23 509 8 12쪽
10 10편 신물의 비밀 (2) 23.10.20 488 9 12쪽
9 9편 신물의 비밀 (1) 23.10.19 494 8 11쪽
» 8편 사천당가 (2) 23.10.18 525 6 12쪽
7 7편 사천당가 (1) 23.10.17 591 6 13쪽
6 6편 석굴 속 신물 (2) 23.10.16 655 7 13쪽
5 5편 석굴 속 신물 (1) 23.10.13 696 8 12쪽
4 4편 내 이름은 탕명 (2) 23.10.12 795 7 14쪽
3 3편 내 이름은 탕명 (1) 23.10.11 976 9 12쪽
2 2편 청동 귀걸이 (2) 23.10.10 1,082 10 14쪽
1 1편 청동 귀걸이 (1) +2 23.10.09 1,660 1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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