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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스 블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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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멧돼지
작품등록일 :
2022.05.18 23:24
최근연재일 :
2022.06.29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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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29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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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변화 (4)

DUMMY

29.


투두두두-!


백화점에 난입한 빨강, 주황, 노랑 머리의 괴한들. 그들이 들어오면서 이야기한 대로 살아 움직이는 건 전부 쏴대는 가운데, 이원 일행은 운동화 매장 계산대 뒤에 숨어 상황을 관망하고 있었다.


“아... 아무래도 저 녀석들이 그 [슈퍼노바]인가 뭔가 하는 놈들인 것 같죠...?”


“빨주노 머리 색깔 보니까 그런 거 같네. 아무리 생각해도 쟤네는 이름을 레인보우로 지었어야 해.”


“그나저나 [슈퍼노바]는 일곱 명이라 들었는데, 쳐들어온 건 셋뿐이네요.”


“일단 좀 기다려보자고. 섣불리 움직였다가 뒤치기라도 당하면 귀찮아지니까.”


투두두두- 철컥. 철컥.


계속해서 울리던 총성이 헛발 치는 소리로 끝나자, 괴한들은 탄창을 갈아끼며 백화점이 쩌렁쩌렁 울리도록 소리쳤다.


“우리는 [슈퍼노바]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단 하나!”


“이틀 뒤 맥주 축제에서 공연할 카노 사바. 그 여자가 제 발로 걸어 나온다면 조용히 사라지겠다!”


여기저기 숨어 있던 백화점 점원들과 손님들이 작은 목소리로 웅성였다.


‘카노 사바? 그 유명한 가수?’


‘그 여자가 지금 여기 있다고?’


‘아니. 그보다 지금 이런 상황인데, 대체 왜 안 나가는 거야!’


이원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총기난사에 의해 기물들은 엄청나게 파괴됐지만, 정작 죽은 것은 [슈퍼노바]를 제지하러 움직였던 경비원들뿐. 처음부터 이런 반응을 의도한 게 틀림없다.


“나올 생각이 없나 보군. 그럼 여기 있는 모두가 죽는 수밖에.”


“...”


“...”


행여나 자기 쪽으로 총알이 날아올까봐 큰소리 내는 사람은 없었지만, 백화점에 있는 절대다수에게서 카노 사바에 대한 원망이 부글부글 끓어오르던 그 때.


“잠깐. 나왔다.”


화장품 진열대 쪽에서, 한 여자가 양 손을 들고 모습을 드러냈다.


“너가 카노 사바냐?”


“아니. 카노의 매니저 아사쿠라 유에다. 스타를 보려면 먼저 매니저를 통해야지.”


“이게 장난인 줄 아나 보군.”


투두두두-!


다짜고짜 아사쿠라 유에를 향해 총을 쏘는 [슈퍼노바]. 허나 총알들은 전부 그녀의 주변에 다가오자마자 마치 투명 플라스틱에 박힌 것처럼 느려지더니, 이내 힘없이 바닥에 떨어졌다. 아사쿠라 유에의 오른손 새끼손가락에는 검은색 반지가 끼워져 있다.


“... [아이기스]를 빌려 꼈군. 싸울 생각인 건가.”


“당연하지. 너희 같은 극성팬을 제지하는 것도 매니저의 역할이라서 말이야.”


그리 말한 아사쿠라 유에가 치고나갔음에도, [슈퍼노바] 쪽에선 빨간 머리의 남자만이 움직였다.


휙-! 휙-!


빨간 머리의 남자가 거칠게 주먹을 휘둘렀지만, 재빨리 움직여 공격을 모두 피한 아사쿠라 유에. 그녀는 그대로 남자의 팔을 잡아채.


쿵-!


그대로 땅에 메다꽂았다.


“끄으윽!”


“너희 같은 놈들, 한두 번 상대해 본 게 아니라서 말이야.”


아사쿠라 유에는 남자를 쓰러뜨린 걸로 멈추지 않았다. 곧바로 남자의 몸에 올라타 팔과 다리의 관절을 파괴하고, 순식간에 뒤를 잡고 백 초크로 목을 졸랐다.


“끄으으으윽...”


“어때. 이제 좀 후회가 돼?”


입에 거품을 문 채 신음하다, 이내 축 늘어지는 붉은 머리의 남자. 아사쿠라 유에는 상처 하나 없는 몸으로 일어나 남은 두 명의 [슈퍼노바]를 쳐다보며 말했다.


“다음은 누구? 빨리 하고 가자고. 우리 카노 다음 일정 있어서.”


허나 그들은 도발적인 아사쿠라 유에의 발언에도 그저 비웃음 가득한 표정으로 대꾸할 뿐이다.


“아직 안 끝났어. 언니.”


“뒤를 봐.”


“뭐? 뒤-”


퍼억-!


아사쿠라 유에가 뒤돌려던 찰나, 격렬한 타격음과 함께 그녀의 몸이 붕 떴다. 날아가는 그녀의 눈동자엔, 분명 쓰러져 있어야 할 붉은 머리의 남자가 멀쩡히 서 있는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으흐흐... 이게 ‘버그’... 짜릿하군.”


다만 눈깔이 돌아간 채로 말이다.


쿵-!


저 멀리 날아가 바닥에서 한참을 구른 아사쿠라 유에.


‘젠장. 팔 부러졌다. 갈비뼈도 나갔고, 유리조각 없는데서 구른 게 그나마 다행인가...’


쿵-!


그녀가 얼마나 상태가 안 좋은지 채 확인하기도 전에 붉은 머리가 다가와, 한 손으로 그녀의 목을 잡고 들어올렸다.


“어때. 이제 좀 후회가 돼?”


“크으윽!”


제대로 된 조르기도 아니었건만, 단순무식한 완력에 정신이 아득해져 가는 아사쿠라 유에.


‘내... 내가 이렇게 쓰러지면 안 돼. 그렇게 되면 카노가-’


그녀의 눈앞이 캄캄해져 가는 가운데.


“아사쿠라 유에 씨. 혹시 도움이 필요하지 않으신가요?”


대체 언제 어디서 나타난 건지 모를 한 명의 미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원이었다.


“크윽... 윽... 넌... 또... 누구...”


“아. 저는 여기 있는 [슈퍼노바]? 아무튼 이 수상한 녀석들이랑은 저~언혀 관계없는, 신원 확실한 사람입니다. 혹시 용병회사 블루스라고 들어는 보셨나요?”


“처... 처음... 듣... 아니. 그보다... 이거... 으그극...”


“아. 그럼 이제부터 들으시면 됩니다. 저는 이제 용병회사 블루스의 대표이사 이원이라 하고요-”


“... 넌 뭐야? 안 꺼-”


붉은 머리의 남자가 웃으며 이원을 향해 남은 한 손을 휘두르려는 순간.


퍼억-! 쿵!


둔탁한 타격음과 함께 그의 신형이 무너졌다.


타악-


“이크.”


공중에서 떨어진 아사쿠라 유에를 이원이 받았고, 쓰러진 남자의 뒤에서 나타난 하이킥 자세의 아라. 그녀가 다리를 접으며 꾸벅 인사했다.


“블루스에서 실장직을 맡고 있는, 아라에요. 잘 부탁드려요.”


“이... 인턴 루비도 있어요!”


일단 살긴 살았는데, 정작 지금의 상황이 대체 어떻게 된 건지는 몰라 어안이 벙벙한 아사쿠라 유에. 그런 그녀를 안고 있던 이원이 싱긋 웃으며 말했다.


“어려운 이야기 할 거 없이, 도와달라는 말 한 마디만 하시면 바로 도와드리는 건 가능합니다.”


---


명품 백화점 주차장에서 출발해, 우주정거장 AC-02에 있는 유일한 7성급 호텔 ‘시에스타 하드쉬 할라’로 향하는 한 대의 리무진.


그 안에는 카노 사바와 그녀의 매니저 아사쿠라 유에, 그리고 용병회사 블루스의 3인방까지 총 다섯 명이 타고 있었다.


“그러니까... [아이기스]를 조건으로 우리 카노의 경호 계약을 맺고 싶으시다 이거죠?”


“그렇습니다.”


“잠시만요. 도와주신 것과 별개로... 회사일은 회사일이니까요. 그쪽 회사 이름이... 용병회사 블루스라 하셨죠?”


카노 사바의 매니저 아사쿠라 유에는 마나 타블렛으로 용병회사 블루스의 홈페이지를 살폈다.


[ 용병회사 블루스를 만나고 내 인생이 진짜 달라졌다! ]

[ 진짜 즐겁다 ]

[ 마참내 드디어! ]


홈페이지의 디자인을 보고 순간 말문이 턱 막혀 버렸지만, 그녀는 냉정하게 생각하기로 했다.


‘이 사람들, 홈페이지는 장난 같지만 실력은 절대 장난이 아니야.’


불과 30분 전 백화점에서, 자기 두 눈으로 보지 않았던가.



- 후후... 그럴 줄 알았어. 하지만 레드 녀석은 우리들 중 최약체지.

- 우리 오렌지와 옐로우는 놈보다 몇 배, 몇십 배나 강하-


자기가 상대한 남자보다 훨씬 강하다고 자칭한 자들을 단 한 방에 처리했다. 자기가 봐도 움직임부터가 수준이 다른 존재들이었다.


‘비록 [아이기스]를 수임료로 요구해오긴 했지만... 그쯤은 줘도 돼. 듣자하니 [슈퍼노바]는 넷이나 더 있다고 했어. 당장 카노의 목숨이 위험한데 아티팩트 하나가 대수야? 그리고 이번 콘서트의 중요성이랑 카노의 안전을 생각하면 무조건 고용해야 돼.’


완전히 마음을 정한 아사쿠라 유에. 그녀는 조악한 홈페이지가 띄워진 마나 타블렛을 덮어놓고, 이원 쪽으로 손을 내밀었다.


“좋아요. 이번 콘서트 기간 동안 카노의 경호는 용병회사 블루스에게 맡기도록 하죠.”


“잘 생각하셨습니다.”


“다만 [아이기스]는, 이번 콘서트가 끝나면 드려도 되겠죠? 그 동안은 카노가 가지고 있는 게 경호일에도 더 도움이 되기도 할 거구요.”


“물론입니다.”


“좋네요. 남은 이틀간 잘 부탁드려요.”


웃으며 이원과 악수하는 아사쿠라 유에. 허나 그녀는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놓치고 있었다.


“...”


리무진에 탄 이후로 계속 고개를 푹 숙인 그녀의 담당가수 카노 사바가, 사실 자꾸 곁눈질로 이원의 얼굴을 힐끔힐끔 쳐다보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어쩌면 아사쿠라 유에가 놓치는 게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눈앞의 남자가 잘생기긴 했지만, 카노는 여태껏 소속사에 차고 넘치는 미남들에게도 눈길 한 번 준 적이 없으니까.


하지만 이원은 달랐다. 끝없이 미(美)를 추구해오고, 명품 구경이 취미인 만큼 아름다움에 민감한 그녀에게 있어.


‘정말 아름답다...’


이원은 조금 더 특별한 존재로 다가왔기 때문.


“근데 사모님. 우리 큰 계약도 딴 것 같은데... 오늘 저녁은 뭐예요?”


“글쎄요. 냉동고 상태 확인해 봐야 하는데... 선장님은 뭐 드시고 싶으세요.”


“나? 나는 아무거나.”


“제가 아무거나라 하지 말랬죠. 그럼 선장님은 가지볶음 드셔야 해요.”


“아. 왜 그래, 아라야. 가지는 음식 아니잖아. 기호식품이지. 술이나 담배 같은.”


“풉...”


얼굴 본 지 얼마나 됐다고, 이원이 하는 말이라면 별 시답잖은 소리에도 웃음이 나오고 마는 카노 사바. 아사쿠라 유에는 그것도 모른 채 이원 일행에게 말했다.


“미안하지만 맛있는 저녁식사는 다음에 하셔야겠군요. 상황이 좋지 않은 만큼, 여러분들은 24시간 카노에게 붙어서 경호하셔야 해요.”


“... 예? 24시간이라면...”


“네. 콘서트 전날까진 호텔 안은 물론이고, 잘 때도 계속 카노의 안전을 지켜 주셔야 한다는 말씀이에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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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24. 벌레 (7) +1 22.06.14 91 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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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21. 벌레 (4) +4 22.06.10 116 8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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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14. 목적 (2) +2 22.05.30 138 1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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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9. 좀비 (3) 22.05.25 145 7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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