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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스 블루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SF

가시멧돼지
작품등록일 :
2022.05.18 23:24
최근연재일 :
2022.06.29 16:29
연재수 :
29 회
조회수 :
4,812
추천수 :
301
글자수 :
137,131

작성
22.06.20 17:18
조회
88
추천
5
글자
12쪽

26. 변화 (1)

DUMMY

26.


도미니티카 제 12마법병단 단장이자 이원의 기준에서 후계 서열 5위, 이설화. 그녀가 아쿠아리아의 의회 건물에서 빠져나오며 혼자 중얼거렸다.


“진짜 원이 말이 맞았어. 하마터면 눈 뜨고 코 베일 뻔 했네... 씨발년놈들.”


[ 11번대 대장과 이영화, 이영원 형제가 손을 잡은 정황이 포착됐습니다. ]


중립도시 아쿠아리아에 보호군 명목으로 주둔하게 됐었던 이설화와 제 12마법병단. 처음엔 별 생각 없었는데, 이원의 말을 듣고 뒷조사를 해 보니 정말로 다른 형제들이 그녀를 본토에 못 오게 하려고 수작을 부린 증거가 하나둘씩 나오고 있었다.


“... 다른 형제들이 벌써부터 후계 경쟁을 준비하고 있을 줄이야. 하긴 원이가 갑자기 모습을 드러냈을 때부터, 눈치를 챘어야 했는데...”


이설화는 마나 타블렛을 꺼내 통신 버튼을 누르자, 이전에 채 완전히 닫히지 않은 창이 떠올랐다.


[ ‘이원’님께 연락하시겠습니까? ]


그렇게 떠오른 화면을 보며 한참을 고민하던 그녀는, 머리카락을 쥐어뜯으며 소리쳤다.


“... 씨발. 이게 맞냐고!”


겉으로는 드세고 막말하는 모습만 비치지만, 사실 그 누구보다 신중하고 겁 많은 성격의 이설화. 그녀는 이 후계 경쟁에서 자신에게 승산이란 처음부터 없었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리고 회장, 즉 왕이 되지 못한다면 그녀가 할 수 있는 선택은 단 하나.


‘줄을 잘 서야 해. 이상한 놈한테 기대거나, 이상한 놈이 왕이 돼 버리면 나 말고 우리 엄마랑 삼촌이랑 우리 외가 사람들 그냥 싹 다 숙청당해 죽는 거야.’


그런 의미에서 이설화는 후계 경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서열 1위인 이영웅에 기댈 준비가 만반이었고, 그리 하리라 일말의 의심도 없었건만.


“아니. 원이 얘는 왜 갑자기 나타나서 날 혼란스럽게 하냐고! 얘가 그냥 아무 근거도 없이 모습 비칠 놈이 아닌데!”


계획에 없던 선택지가 갑자기 등장하는 바람에, 그녀는 한동안 머리가 아플 예정이었다.


---


블루스 호의 거실.


“아. 이게 아닌데... 이거 이렇게 놓으면 진짜 너무 별로 같아 보이는데...”


타다다닥-


테이블 위에 노트북을 올려놓은 루비가 연신 혼잣말을 연발하며 ‘주식회사 블루스’의 홈페이지를 꾸미고.


스윽- 스윽-


아라는 빨래를 개는 동안, 이원은 홀로그램 통신기를 통해 에드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 그래서 전왕과의 일은 잘 마무리된 거야?


“응. 그 인간도 생각이란 걸 할 줄 아는 사람이니까, 아마 한 달 정도만 기다리면, 알아서 이성길의 약점이 될 만한 정보들을 바리바리 싸들고 올 걸.”


- 유후. 그거 잘 됐네! 우리 원격으로 축하 파티라도 할까?


“음... 그것도 좋지만 일단 일 얘기부터 하자고. 하드쉬 할라 맥주 축제에서, 괜찮은 아티팩트 껀수 있다 하지 않았어?”


- 아... 그거...?


이원의 말에 시선을 피하며, 말꼬리를 흐리는 에드. 이원이 눈을 매섭게 뜨며 물었다.


“... 에드 너, 설마 나 말고 다른 놈한테 정보 팔았냐?”


- 아니! 무슨 소리야! 난 자기 말고 다른 해적들이랑은 거래 안 해! 애초에 이 일 시작한 것도 자기 때문인걸!


“그럼 왜 죄지은 사람마냥 그러고 있어.”


- 아니. 그게 있잖아... 아무래도 내가 정보를 수집하다가 꼬리를 밟힌 모양이야. 이번 하드쉬 할라 맥주 축제 건... [슈퍼노바] 놈들이 냄새 맡고 움직이기 시작한 것 같아.


“흐음. 그런 거였구만.”


에드가 양 검지손가락을 꼼지락대고 이원은 손에서 주사위를 굴리며 궁리하는 가운데, 어느 순간부터 일은 안하고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루비가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사모님. [슈퍼노바]가 누구에요?”


“각성자로 이루어진 7인조 해적이에요. 실력은 그냥저냥 괜찮은데, 아티팩트를 챙기기 위해서라면 민간인도 막 죽이는 악질 중의 악질인지라 해적 커뮤니티나 브로커들 사이에서도 배척당하는 놈들이죠.”


“그... 그런 놈들이 있다구요?”


듣는 것만으로도 루비가 몸을 덜덜 떠는 가운데, 생각보다 어둡지 않은 표정으로 고민하던 이원이 입을 열었다.


“에드. 원래 이번 건, 어떤 일이었어?”


- 응? 아. 원래는 하드쉬 할라 맥주 축제에서 공연하기로 한, 카노 사바라는 가수가 가진 아티팩트 [아이기스]에 대한 건이였어. 자기도 알지? 일정 속도 이상으로 무언가가 접근하면 바로 보호막 전개하는 반지, 저격 방지 시스템, [아이기스].


“... 당연히 알지. 내가 제일 구하고 싶은 물건 중 하나였으니까.”


그리 말하고서는 순간 아라의 허벅지 쪽으로 눈을 돌리는 이원. 그의 시선을 눈치챈 아라가 자세를 고쳐 앉으며 물었다.


“... 선장님. 눈빛이 뭔가 음흉하신데요.”


“아니. 그냥. 다리가 예뻐서.”


“... 뭐래요. 진짜.”


지금은 반바지를 입고 있어 눈에 띄지 않지만, 아라의 허벅지 깊은 곳엔 총상이 하나 있었다. 이전에 마피아들이 가진 아티팩트를 빼오려다가 생긴 자국이었다. 신체능력이라면 우주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아라가 총에 맞을 정도였으니,


‘항상 느끼는 거지만 방어용 아티팩트는 아무리 많아도 부족해. 이제 도미니티카 후계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그것보다 더 위험한 일이 자주 발생하게 될 거기도 하고...’


실제로 자기 아버지이자 현 도미니티카 회장 이명철이 후계가 됐을 땐, 다른 형제들은 대놓고 전쟁과 쿠데타를 벌이기도 했다. 게다가 [휴머니티]가 이곳저곳 괴물들을 푸는 지금 호신용 아티팩트의 존재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였다.


‘... 게다가 [슈퍼노바]놈들도 해적질 꽤 했으니, 놈들이 가진 아티팩트도 몇 개 있겠지. 그건 무조건 먹어야 해. 가능성은 낮지만 다른 형제들이 그 놈들을 잡아버릴 수도 있어.’


생각을 정리한 이원. 그는 웃으며 에드의 홀로그램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근데 [슈퍼노바]가 끼어서, 일이 오히려 잘 된 것 같은데?”


- ... 응? 뭐가?


“이제 우리 해적 아니고 용병회사 직원들이라, 카노 사바라는 가수 아티팩트를 그냥 뺏을 순 없단 말이지. 하지만 [슈퍼노바]가 뺏은 아티팩트를 다시 뺏는 건 별 문제가 안 되잖아?”


- ... 자기. 다시 생각해 봐. [슈퍼노바] 놈들은 그냥 뒤가 없는 새끼들이야. 그 놈들이랑 대립해서 좋을 거 없어. 그놈들은 진짜 무슨 짓을 할 지 모른다니까?


“그건 나도 알아. 다만 전에도 말했다시피 보물은 항상 위험한 곳에만 있는 법이고, 또...”


그리 말한 이원이 다시금 아라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이제 곧, 아라 생일이잖아.”


---


우우우웅-!


[ ‘하드쉬 할라 은하’의 ‘AC-02 우주정거장’으로 이동 중입니다. ]

[ 목적지까지 남은 시간 - 11시간 39분 44초 ]


하드쉬 할라 맥주 축제가 열리는 장소, AC-02로 향하는 블루스 호. 사실상 우주선 내부에 세팅된 주기대로라면 ‘새벽’이라 불리는 시간대에.


“무... 물...”


스마트팜 모듈 가득한 방에서, 곤히 자고 있던 루비가 갈증을 호소하며 깨어났다.


끼이이-


비몽사몽한 정신으로 거실로 나온 루비. 그런 그녀의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것은 소파에서 홀로그램창을 몇 개나 띄워 놓고, 밤늦은 시간까지 자지 않고 있는 이원이었다. 순간 그녀와 눈이 마주친 이원이


“응? 루비 너 여태 안 자고 뭐 했냐?”


“... 자다 목말라서 깬 거거든요... 선장님이야말로 안 주무시고 뭐 하시는데요.”


“나야 뭐... 이것저것 하고 있지. 맥주 축제에서 [슈퍼노바]놈들이 움직일 동선도 예측해 놔야 하고, [아이기스]를 가지고 있는 가수, 카노 사바...? 아무튼 걔 콘서트도 예매해 놔야 하니까.”


[ 카노 사바의 ‘큐티큐티 아뜰리에!’ 예매 준비중... ]

[ 카노 사바 콘서트 예약 개시까지 - 00 : 11 : 31 ]


이원이 가리킨 창을 본 루비. 그것을 이리 보고 저리 보던 그녀가, 양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 선장님. 그 콘서트 예매를요, 혹시 손으로 하시려는 건 아니죠?”


“그러려고 했는데, 왜?”


“아니. 카노 사바 정도의 가수면... 하아. 그냥 그 손 내려놓으시구요, 거기서 잠시만 기다려 보세요.”


그리 말한 루비가 자기 방에 들어가서 노트북을 꺼내와 이원 옆에 나란히 앉더니.


“아무리 선장님이 눈 좋고 손 빨라도, 콘서트 예매 프로그램이랑 싸워서는 절대 못 이겨요. 얘넨 창이 다 뜨기도 전에 클릭한다구요.”


타다다닥-


즉석에서 코딩을 시작하는 루비.


띠링-!


[ ‘루비’님께서 ‘예매.exe’ 파일을 보내셨습니다. ]

[ 카노 사바 콘서트 예약 개시까지 - 00 : 04 : 19 ]


루비는 채 10분이 안 돼 콘서트 예매용 매크로 프로그램을 하나 만들어 이원의 마나 타블렛으로 전송하곤, 졸리다는 듯 크게 하품하며 중얼거렸다.


“하암... 이 정도면 예약될 거예요. 굳이 시간 맞춰 누르실 필요도 없고, 그냥 예매 전부터 켜 놓으시면 알아서 얘가 예매해 놓을 거니까, 그동안 딴 일 하시면 돼요.”


“오. 좋은데? 루비 너 이런 것도 만들 줄 알고, 의외로 재주가 꽤 있구나?”


“... 당연하죠. 저 26년 치고는 우주 최고수준일걸요?”


자랑스럽게 이야기하는 루비. 그녀의 말을 들은 이원이, 순간 흠칫하며 물었다.


“... 26년? 뭐야. 루비 너 스물 여섯 살이었어?”


“... 네? 네. 스물 여섯 살 맞는데요? 그게 왜요?”


“... 아니. 그냥. 의외로 연상이라.”


“... 네? 여... 연상이요? 서... 선장님은 몇 살이신데요?”


“나? 나 스물 넷.”


“... 스물 넷?”


“어. 스물 넷.”


“...”


“...”


순간 둘 사이에서 어색한 기류가 흐르는 가운데, 먼저 입을 연 건 자리에서 일어난 루비였다.


“저... 저 들어가서 그냥 다시 잘게요...”


“어... 음... 그래... 잘 자라.”


---


[ 하드쉬 할라 맥주 축제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


‘하드쉬 할라 맥주 축제’는 우주정거장 AC-02에서 7일 동안 개최되며, 하드쉬 할라 은하에 위치한 인조 행성들 모두가 공통으로 준비하는 축제로 아이타 눈 축제, 파이락 안드로이드 축제와 더불어 우주 3대 축제로 불리는 이벤트였다.


“드리머스 맥주 드시고 가세요!”


“둘이 먹다 하나가 죽어도 모른다는, 캐벌리어스 소세지 시식해 보세요!”


공간이 넓기로 유명한 AC-02이지만 수도 없이 펼쳐진 천막과 노점, 그리고 첫날부터 몰려든 사람들 때문에 발 디딜 틈도 없는 가운데, 주위를 둘러본 아라가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별 일정도 없는 첫 날부터 사람들이 이렇게 많으면, 카노 사바 콘서트가 있다는 4일차에는 정말 얼마나 붐빌지 상상도 안 되네요.”


“그러니까요. 으... 사람 많은 곳은 약간 현기증 나는데...”


“인구 늘리려고 하는 축제가 다 그렇지. 뭐. [슈퍼노바]가 활동하기 전까지는 사실상 놀러 온 셈이니까, 그냥 편하게 즐겨.”


“즐기라고 하셔도, 뭘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는걸요.”


“음... 가령 저런 것도 한 번 해 본다던가?”


[ 트라흐너 맥주 많이 마시기 대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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