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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스 블루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SF

가시멧돼지
작품등록일 :
2022.05.18 23:24
최근연재일 :
2022.06.29 16:29
연재수 :
29 회
조회수 :
4,807
추천수 :
301
글자수 :
137,131

작성
22.06.02 2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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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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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글자
9쪽

16. 목적 (4)

DUMMY

16.


“대... 대장님! 여기 ‘안티 그래비티- 억!”


“아가리 좀 닥치고 있어 봐. 이 새꺄.”


콰당탕-!


함선에서 원반 같이 물건을 들고 나온 부단장의 얼굴을 밀쳐내는 이설화. 그녀가 심각한 목소리로 물었다.


“... 야. 이원. 이거 니 짓이냐?”


“와. 설화 누나. 우리 그런 식으로 부르는 사이였어? 살짝 서운하네.”


“... 말 돌리지 말고 내가 하는 질문에나 대답해. 이거 니 짓이냐고.”


“뭐가.”


“이곳 아쿠아리아에 괴물들을 푼 거! 니가 한 짓이냐고!”


순간 루비가 ‘이 년 진짜 정신병자인가?’하는 표정을 지었지만.


‘원이 얘라면... 충분히 가능해. 실력적으로나, 성격적으로나... 얘가 도미니티카에 반감 제대로 품었으면 까다로운데...’


이설화는 정말로 진지하게 고민해서 던진 질문이었다. 실제로 냉기 마법을 쓰는 그녀의 주위는, 이미 차갑게 서리가 맺히고 있는 상황.


허나 이원은 그저 웃으며, 너스레를 떨듯 이설화의 질문에 답할 뿐이었다.


“무슨 소리야. 누나. 나 지금 이 걸어다니는 물고기들이랑 싸우느라 피투성이인 거 안 보여? 그리고 내가 벌인 일이면 애초에 누나 앞에 모습 드러내지도 않았지. 내 성격 알잖아?”


“... 그럼 대체 너가 이곳 아쿠아리아엔 왜 와 있는 건데?”


“나? 아~ 나 그냥. 매버릭스 아카데미 다닐 때 담당교수님도 만나 뵐 겸, 애인들이랑 놀러 왔어.”


“애인... 들?”


“응. 여기 있잖아. 내 애인들.”


그리 말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루비와 아라에게 동시에 어깨동무를 하는 이원. 이원이 ‘이런 일’하는 것에 워낙 익숙한 아라는 바로 이설화에게 꾸벅 인사를 하는 반면, 루비가 이원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며 입모양만으로 물었다.


‘... 저기요. 선장님. 사모님은 그렇다 쳐도 제가 왜 선장님 애인 소리를 들어야 하죠.’


‘지금은 닥치고 장단 맞춰. 니가 갚아야 할 돈에서 10만 크레딧 변제해 줄 테니까-’


“옵빠! 루비 너무 무서워쪄요! 훌쩍! 여기 막 피도 튀어쪄요!”


10만 크레딧이란 단어를 듣자마자 돌변하는 루비. 이원이 ‘이 여자는 중간이란 게 없나?’ 하고 순간 미간을 살짝 찌푸리는 가운데, 그 말을 들은 이설화는 콧방귀를 한 번 뀌더니 비아냥과 나긋나긋의 중간 쯤 되는 목소리로 물었다.


“아~ 우리 원이 도미니티카 나가자마자, 명문 매버릭스 아카데미 들어가서 2년 만에 졸업하고 뿅하고 사라졌는데, 졸업하고 하는 일이 고작 여자들 만나면서 노는 거였구나? 그렇구나?”


“아하하하... 뭐, 그렇지? 인생 짧잖아? 피곤하게 살 거 없이 즐겨야지.”


“으응~ 그래애~? 즐긴다고?”


허나 웃는 것도 거기까지였다. 이설화는 순간 눈을 부릅뜨고선.


“우리 원이는 그렇게 웃으면서 말하면 내가 ‘아~ 그렇구나~ 우리 원이 허송세월하면서 꿈도 야망도 다 접고 즐기면서 살고 있었구나~’ 하고 넘어갈 줄 알았나 보네? 응?”


“아. 그건...”


“야. 이원! 이 새끼야. 내가 너를 아는데, 그딴 거짓말에 속아 넘어갈 줄 알아? 이 새끼 내가 병신인 줄 아네?”


점차 격양된 목소리로 소리쳤다. 허나 이원은 당황하지도, 화를 내지도 않고 그냥 평범하고 일관된 톤으로 이야기할 뿐이었다.


“에이. 설마. 누나가 날 아는 만큼 나도 누나를 아는데.”


“그럼 왜 그딴 개소리를 해? 너 뒤지고 싶어?”


“누나. 나랑 싸워서 이길 자신 있어?”


당돌한 질문에 순간 당황했는지 입술을 깨물고, 뒤에 있는 자기 휘하 병사들을 은근슬쩍 곁눈질로 살피는 이설화. 그런 그녀의 반응에 이원은 그저 손사래를 치며 말을 이을 뿐이었다.


“아이. 그냥 해 본 소리인데 뭘 그렇게 진지하게 받아들여?”


“...”


“그리고 난 단지 다른 형제들이 혹시나 물어보면 그렇게 말해 줬으면 해서 그런 거지. 어차피 누나라면 나 뭐 하고 다녔는지 뒷조사 계속 했을 거 아냐? 다른 형제들도 내 조사 하고 있을 거고.”


“... 솔직히 말해. 원이 너 여기 그냥 온 거 아니지?”


“아니. 교수님 만나러 온 것도, 놀러 온 것도 진짜야. 이번 일에 엮인 건 순전히 우연이라고.”


“... 그럼 놀러 왔으면 쳐 놀다가 적당히 사라질 것이지, 왜 내 눈에 띄려고 거기서 대기를 타고 있어? 뒤질래?”


“응? 왜긴. 설화 누나 걱정돼서 그렇지.”


“... 걱정?”


“누나. 아쿠아리아 의원이신 내 전 담당교수님이 그러셨는데, 여기에 도미니티카 군대 주둔시키기로 했다며?”


“... 맞아. 그래서 뭐?”


“그런데 누나가 여기 주둔군 지휘관이면... 당분간 본토에 못 돌아가겠네?”


순간 뭔가 깨달은 듯, 안 그래도 굳은 표정이 한 층 더 딱딱하게 굳어버리는 이설화. 이원이 그녀 쪽으로 천천히 다가가며 말을 이었다.


“누나는 진짜 복 받은 거야. 이렇게 집 나가서도 누나 신경 써 주는 동생이 있으니까. 솔직히 이런 동생이 어딨어?”


“...”


“아무튼 다음에 아쿠아리아 놀러 올 땐, 맛있는 거 사들고 올게. 누나 차가운 스위츠, 입가에 안 묻는 종류 좋아하지?”


어느새 함선 간이계단까지 올라간 이원이, 웃으며 이설화의 어깨에다가 피 묻은 손을 올렸다. 원래 성격대로라면 옷이 더러워진 순간 빼액 소리를 질러야 할 이설화는, 그저 이원을 째려보다 입을 열 뿐이었다.


“... 상황 봐서 연락할 테니까, 내가 연락하면 무조건 받아라.”


“연락은 언제든지 해. 근데 누나 연락하면 나도 상황 봐서 받을게.”


“... 야.”


“왜.”


“... 아니다. 이원 너 여기서 딱 기다려. 나 여기 의회 놈들 만나야 하거든? 만나고 와서 너 나랑 얘기 좀 하자.”


“아니. 그건 안 될 것 같아.”


“... 왜?”


“아. 나 슬슬 저녁 먹어야 돼 가지고.”


“장난하냐?”


“장난 아님.”


“... 야. 그냥 꺼져. 죽여버리기 전에.”


그리 말하고서는 간이 계단을 내려와 구두에 피가 묻든 말든 신경도 안 쓰고, 그대로 아틀란티스 타워로 향하는 이설화.


“대... 대장님!”


“아... ‘안티 그래비티’ 사용하셔야-”


“됐어! 이 쓰레기 새끼들은 뭐 하나 제때제때 가져오는 경우가 없네! 빨리 따라오기나 해!”


제 12 마법병단이 헐레벌떡 그녀의 뒤를 따라 타워 안으로 들어가는 가운데, 이원도 루비와 아라에게 말했다.


“야. 우리도 일단 빨리 우주선으로 돌아가자. 설화 누나 아쿠아리아 의회랑 볼일 끝나면 무조건 우리 뒤쫓을 거야.”


---


블루스 호로 돌아가는 길목에선 의외로 어인들은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물론 한 마리 한 마리 나타날 때마다.


“저... 저기! 저기저기저기 생선대가리!”


“... 야. 루비 너 땜에 더 몰려오겠다.”


루비가 호들갑을 떠는 것은 여전했지만, 수가 적은 것은 사실이었다.


한편 아끼는 티셔츠에 미련이 많이 남은 건지 연신 옷 냄새를 맡아 보던 아라가, 문득 걱정스럽다는 듯한 말투로 물었다.


“그나저나 이설화를 자극한 거, 잘 한 걸까요? 괜히 급발진하거나 하는 건 아닐지...”


“설화 누나가 그러진 않을 거야. 그 누나가 의외로 겁도 많고, 여러모로 신중하거든. 나랑 그렇게 사이가 안 좋은 것도 아니고.”


“... 저기요. 선장님. 자기 굴욕사진 찍었다고 언론사 하나를 날려버린 여자가, 겁이 많고 신중하다고요?”


“그건 이제 언론사가 사진을 너무 웃기게 잘 찍어서 생긴 문제지.”


“...”


루비가 이게 뭔 소리야 하는 표정으로 지켜봤지만, 이원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넘기며 이야기를 계속했다.


“아무튼 중요한 건 그게 아니라, 설화 누나 사고의 밭에 불안감의 씨앗을 잘 심어 두었다는 거지. 다른 형제들이 본토에서 열심히 작업할 텐데, 나 여기 오래 있으면 후계 경쟁에서 뒤쳐지는 건 아닐까 하는 그런 불안감.”


“... 그 씨앗이 꽃이 펴야 할 텐데요.”


“상황 봐서 연락한다잖아? 그럼 이미 반은 핀 셈이지. 뭐. 빨리빨리 돌아가기나 하자. 늦으면 설화 누나가 우리 우주선도 얼려버릴-”


하던 말을 채 끝마치지 못하는 이원. 그도 그럴 것이, 세 사람이 우주선 보관소에 돌아왔을 때 블루스 호는 이미.


- 아옳옳옳옳?

- 아옳옳?


열 마리도 넘는 어인들에게 둘러싸여 있었기 때문.


“저것들 왜 저러냐.”


“... 저야 모르죠.”


“우... 우리 우주선 저러다 박살나는 건 아니겠죠?”


다른 우주선들도 많은데 하필이면 블루스 호에만 어인들이 몰려 있는, 게다가 마치 우주선을 뒤집어 엎으려는 듯 전부가 주둥이를 바닥에 대고 있는 그 이상한 광경 속에서.


“누... 누가 좀 도와주세요!”


블루스 호 밑에서, 아직 변성기가 채 오지 않은 어린아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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