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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스 블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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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멧돼지
작품등록일 :
2022.05.18 23:24
최근연재일 :
2022.06.29 16:29
연재수 :
29 회
조회수 :
4,800
추천수 :
301
글자수 :
137,131

작성
22.05.21 13:00
조회
171
추천
10
글자
11쪽

5. 도박 (5)

DUMMY

5.


“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이겠네. 일단 특실로 갈까?”


“아. 죄송합니다. 죠죠 씨. 이동하기 전에, 잠시만 기다려 주시겠습니까?”


그리 말한 이원은 귀에 꽂힌 인이어에 손을 얹더니.


“어. 아라야. 들었지? 나 죠죠 씨랑 한 게임 하고 올게.”


라 말했다.


- ... 네?


- 뭐 해? 원아. 미쳤어?


연결돼 있던 두 사람이 놀라서 중얼거리는 와중에, 죠죠 또한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인이어...? 자네 왜 그런 걸 차고 다니는 건가?”


“아. 제가 아라 목소리를 워낙 좋아해서요.”


“... 아라? 아라가 누구지?”


“그... 전에 보지 않으셨습니까? 경매장에서.”


“아. 그 자네 안사람 될 아가씨 말이로군.”


‘이 새끼 진짜 나만 보고 있었군.’


구역질나는 걸 참으며, 이원은 ‘계획’을 계속 진행했다.


“아무튼 저는 종종 이렇게 사람 많은 곳에 오면, 떨어져도 언제든 이야기할 수 있도록 인이어를 차고 오곤 합니다. 아라야. 죠죠 씨한테 인사드려.”


[ 스피커 모드로 전환합니다. ]


- 아... 안녕하세요. 죠죠 씨.


“흠흠... 안녕하네. 잠시 자네 남편 될 사람 좀 빌려가겠네.”


“어. 죠죠 씨 말 들었지? 일단 나 게임 한 판 하고 올 테니까, 자기도 다른 데 가서 게임이라도 하고 있어. 알겠지?”


- 아. 네...


아라의 목소리를 들은 죠죠가, 납득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허허. 참 닭살 커플이로구먼. 아내 될 사람을 그렇게 사랑하니, 결혼하면 앞으로 참 금슬 좋은 부부가 되겠어.”


“그럴 지도 모르겠네요. 하하하!”


크게 웃은 이원은 이내, 인이어를 주머니에 넣으며 말을 이었다.


“아무튼 아라한테도 미리 얘기도 해 둬야 하고, 죠죠 씨랑 승부하기 앞서 벗어 놔야 할 것 같았습니다. 이런 거 끼고 있으면 문제가 될 지도 모르니까요.”


“클클... 그렇지. 부정이 될 만한 요소는 미리 없애 두는 게 맞지. 포커는 신사의 게임이니까.”


“신사의 게임이라... 그렇죠. 그런 게임이죠.”


---


쿵-!


죠죠가 준비한 특실의 문이 닫혔다. 문이 있는 방향을 제외한 벽면마다 그림이 하나씩 걸려져 있고, 가운데에는 호화로운 포커 테이블 하나가 덩그러이 놓여진 구조였다.


“사용하시던 인이어나 물품은 제가 맡도록 하겠습니다.”


“아. 고마워요.”


‘거기다 CCTV가 4개에 경호원은 총 열한 명인데... 각성자는 없군. 플랜 A 그대로 가도 되겠어.’


인이어를 경호원 중 한 명에게 넘기는 그 짧은 시간 사이, 방 구조와 상황을 모두 파악한 이원. 그런 이원에게, 죠죠가 홀로그램창 하나를 띄우며 말했다.


[ 가상계좌 코드 : A31 - F116 - 774231 ]


“그래. 게임에 앞서 일단 칩부터 서로 갖춰야지. 얼마로 시작할 건가?”


“일단 첫 판이니... 가볍게 5억 정도가 어떻습니까?”


“5억. 좋지. 딱 적당한 액수구먼. 허허.”


비열하게 웃는 죠죠에게, 이원은 싱긋 웃어 보이며 가상계좌에 5억 크레딧을 입금했다. 입금이 확인되자마자 경호원 중 한 명이 이원에게 산더미같은 칩을 건넸고, 죠죠는 조금 놀랐다는 듯 말했다.


“그 나이에 그런 큰 돈을 가지고 있다니... 부모님이 꽤 잘 사시나 보군?”


부모님이란 단어에 이원이 순간 움찔했지만, 이내 평정을 되찾고 웃으며 대꾸했다.


“자수성가형입니다. 하하하!”


“허허. 대단한 친구로군. 그럼 이제 칩도 준비했으니... 개강할까?”


“그러시죠. 하하.”


촤락- 촤락-


당연하게도, 둘의 포커 게임은 일방적으로 흘러갔다.


“높은가?”


“높죠.”


“허허. 내가 볼 땐 전혀 그렇지 않아 보이는구먼. 따라갔네.”


“...”


이원이 블러핑을 하면 하는 족족 잡혔고.


“흐음... K가 꽂힌 듯 한데?”


“남의 패 다 보고 치십니까?”


“클클... 그런 소리 자주 듣지. 죽었네.”


블러핑인 척 사실을 말하면 귀신같이 알아채고 죽어버린다. 산더미같이 쌓여 있던 이원의 칩은 채 2시간이 안 돼 모두 사라졌다. 이원이 다시 한 번 가상계좌에 5억 크레딧을 입금하고 확인을 기다리던 그 때, 카드를 섞던 죠죠가 클클 웃으며 말했다.


“벌써 오링인가? 자네 자신만만했던 것 치고는 영 힘을 못 쓰는 것 같구먼?”


“그러게 말입니다. 패가 영 그럭저럭이네요.”


“흐흐. 그래. 패가 잘 뜨는 수밖에 없지. 내 앞에서 블러핑치는 건 다 잡히니 말이네. 흐흐흐...”


“...”


촤라라라락-


다시 한 번 이원의 앞에 쌓이는 칩. 허나 상황은 반전되지 않았다.


“흠... 죽어야겠습니다.”


“죽겠습니다.”


“죽습니다.”


마치 돈 딸 생각이 없는 것처럼 계속 죽기만 하는 이원의 칩은 또 야금야금 줄어만 갔으니까.


그렇게 세 시간 쯤 지났을까. 죠죠가 패를 섞으며 놀리듯 중얼거렸다.


“허허. 자넨 젊은 사람이 죽을 생각밖에 안 하나?”


“... 제가 아는 사람이 그랬는데, 살고자 하면 죽을 거고 죽고자 하면 살 것이라더군요.”


“호오. 그래? 그래서 그 사람은 어떻게 됐나?”


“... 죽었습니다. 지금은요.”


“하하하! 그렇게 말해 놓고, 정작 본인은 정말 어지간히도 살고 싶었나 보군!”


“...”


“그래. 자네 한 번 오늘 죽을 각오로 덤벼 보게. 그 사람 말이 맞다면 자네가 이기겠지.”


그렇게 또 30분이 지나고.


하암-


관전하던 경비원들도 하나둘 하품을 할 무렵.


“레이스.”


새로 칩을 받은 이후로 콜 아니면 죽기만 하던 이원이 처음으로 승부에 나섰다. 허나 그 상황에서, 죠죠는 의아하다는 듯 되물을 뿐이었다.


“레이스? 카집 상대로?”


“예.”


“허허. 자네 정말 죽으려고 작정-”


말하다가 순간 움찔하는 죠죠. 그가 이원의 패를 유심히 살폈다. 오픈된 패는 이리 봐도 저리 봐도 플러시지만, 뒤집어진 2장. 그 2장이 관건이었다. 죠죠가 떠보듯 물었다.


“스티플... 혹시 자네 혹시 하트 3,4 들고 있나?”


“그렇습니다만.”


그리 말하는 이원의 포커페이스는 완벽에 가까웠으나.


[ 거짓 ]


[진실의 눈]을 착용하고 있는 죠죠에게는, 그가 거짓말을 했다는 사실이 뻔히 보였다.


“흠흠... 그렇구먼.”


“그냥 곱게 죽으시죠.”


“아니. 나는 살고자 하면 산다는 주의라서 말이네. 따라가겠네.”


“... 따라오신다고요?‘


“그렇다네. 뭐. 지더라도 하루 종일 따기만 했으니 한 판 정도는 크게 잃어 줘야 하지 않겠나?”


“... 오시죠.”


그렇게 두 사람의 레이스 전쟁이 시작됐다.


“1억.”


“1억 받고 2억.”


“2억 받고 5억.”


프리배팅이라 판돈은 순식간에 2배, 4배로 불어났고.


“20억 받고 40억. 들어오겠나?”


마지막 히든카드를 받기 직전엔 이미, 처음 산 칩들은 거의 의미가 없는 수준으로 변질된 상황. 죠죠의 마지막 베팅을 들은 이원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 저는 그만한 돈은 없습니다. 마지막은 빼시죠.”


“그런가? 그렇다면 내가 재밌는 제안 하나 할까 하는데... 들어보겠나?”


“... 재밌는 제안 말입니까?”


“내가 넣은 돈은 그대로 두고... 내가 이기면 자네가 내 노예가 되는 거네.”


“... 노예 말씀이십니까?”


“그래. 기라면 기고, 핥으라면 핥고, 사랑하라면 사랑하는 노예 말이네. 물론 자네 결혼할 사람이랑과도 관계를 끊어야겠지. 노예에게는 그럴 자유조차 없으니까.”


“...”


망설이는 이원의 모습에, 죠죠가 군침을 삼키며 첨언했다.


“그럼 이렇게 하지. 내 쪽에서 20억을 더 넣고, 자네가 내 노예가 되는 것도 1년으로 줄여 주겠네. 어떤가?”


“...”


“남자는 기회가 생겼을 때 잡아야 하는 법이네. 1000만 크레딧 주면 10년 동안 감방 생활 하겠다는 사람들도 차고 넘치지만, 정작 기회가 없어서 못 하는 세상이야. 그에 반하면 자네가 목도한 이 기회는 얼마나 매력적인가? 이기면 대박이고, 지면 고작 1년 노예 생활 하는 게 전부. 이런 기회는 삶에서 흔치 않네.”


“...”


“게다가 설령 아직 완성이 안 된 패라 하더라도, 아직 한 장 더 받을 수 있지 않나? 기세로 밀어붙여야지.”


죠죠의 말에 이원은 한참을 더 고민하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하겠습니다.”


이원의 승낙을 듣자마자 ‘옳지!’하고 소리칠 뻔한 걸 겨우 참은 죠죠. 그가 입을 슬쩍 가리며 웃었다.


‘후후후... 아직 어려서 그런지 자기 가치를 모르는군. 그깟 푼돈 좀 걸렸다고 진짜 인생을 집어던져?’


유부녀 사냥꾼이라 불리는 남자 죠죠.M.더크. 사실 그의 취향은 유부녀가 아니라 ‘망가져가는 과정’이었다.


서로 찐하게 사랑하는 신혼부부, 꿈으로 가득찬 야심가, 사회적으로 높은 지위를 가진 유명인사.


그런 빛나는 인간들이 인간 이하의 존재로 추락해가는 과정을 실시간으로 지켜보는 것이, 죠죠의 유일한 낙이었다.


그리고 현재 죠죠의 눈앞에 있는 남자는 작은 건물 몇 채를 사고도 남는 돈을, 어린 나이에 자수성가로 번 남자다. 분명 언젠가 빛나는 보석이 될 게 확실시되는 아름다운 원석.


그런 원석이 망가져갈 과정을 상상하며, 죠죠는 군침을 삼켰다.


‘1년? 3개월이면 충분하지. 철저하게 망가뜨려서, 돼지나 다름없는 수준으로 떨어뜨려 주마. 우선 빛도 소리도 없는 암실에 한 달정도 감금시켜 놓고-’


“패 안 돌리십니까?”


“... 아. 미안하네. 잠시 딴 생각을 하느라.”


“승부 중에 딴 생각을 하시다니, 대단하시군요.”


“... 허허. 그런가?”


‘아주 자기 명줄을 재촉하는구나. 그래. 넌 오늘부터 내 노예다.’


스윽-


카드 뭉치에서 한 장을 집은 죠죠.


“그래. 부디 행운의 여신이 자네 손을 들어 주기를.”


그가 이원에게 마지막 패를 주기 위해 손을 쭉 뻗은 그 때였다.


“잠깐.”


“... 응?”


이원이 순식간에 의자를 박차고 포커 테이블 위로 올라가더니.


타악- 뚜두둑-!


“으아아악!”


패를 돌리려던 죠죠의 손목을 낚아채 거의 부러뜨릴 기세로 꺾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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