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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스 블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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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멧돼지
작품등록일 :
2022.05.18 23:24
최근연재일 :
2022.06.29 16:29
연재수 :
29 회
조회수 :
4,798
추천수 :
301
글자수 :
137,131

작성
22.06.10 09:50
조회
115
추천
8
글자
9쪽

21. 벌레 (4)

DUMMY

21.


- ... 제가 방금 잘못 들었던 것 같군요. 마치 제 딸 마가렛을 달라고 한 것 같은데...


“정확하게 들으셨습니다.”


- 이 개새끼가! 야! 이 어디서 굴러먹었는지도 모를 새끼가 감히 내 딸을 달라 해? 용병 나부랭이 주제에 이게 미쳤나 지금!

- 아빠! 지금은 비즈니스잖아요! 비즈니스 화법! 비즈니스 화법!

- 놔라! 지금 비즈니스가 문제야? 이런 막돼먹은 새끼는 그냥 우주에서 말살시켜야 해!


“...”


이원 일행이 마가렛의 아버지이자 유희성대(遊戱星帶)의 전왕(錢王)인 남자와 이성적인 사업 이야기를 하고, 정확하게 5시간 44분이 지난 시점.


푸슈우우-


[ 유희성대 상인연합 소속의 우주선, ‘그 때 그 시절, 우리의 핑크빛 꿈’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

[ 입장료로 1000 크레딧이 결제되었습니다! ]

[ 우주선 보관료는 하루 500 크레딧입니다. 즐거운 시간 보내십시오! ]


그들은 어느덧 네뷸라 은하의 유희성대에 도착해 있었다.


푸슈우우우-


세 사람이 블루스 호를 우주선 보관소에 맡기고 거리로 빠져나오는 가운데, 이원이 혼자 불평불만 가득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에휴. 유희성대의 전왕이면 알 만한 양반인데, 그냥 어디까지 줄 수 있나 하고 한 번 떠본 것 까지고 되게 화내네.”


“그러니까요. 돈 못 갚으면 사람 장기 떼다 파는 것도 서슴지 않는다는 전왕이, 그런 팔불출 딸바보인 줄 누가 알았겠어요.”


“어... 그... 그게 지금 두 분이 하실 말씀은 아닌 것 같은... 아... 아니에요!”


두 사람의 레이저같은 시선에 루비가 쥐새끼마냥 깨갱하는 가운데, 이원이 주변을 살피며 중얼거렸다.


“아무튼 의뢰비는 일 마치고 나중에 청구해도 되는 거니까 그때 고민하고... 우선 ‘버그’를 유통하는 놈들부터 찾아보자고.”


“예. 전왕 말대로라면 ‘버그’가 유희성대 전역에 퍼져 있다 했으니까, 일단 아무 가게나 들어가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요.”


“나쁘지 않은 생각이네. 가령... 저런 곳이라던가?”


[ 도넛과 츄러스 ]


순간 이원이 분홍빛 간판에 전체적으로 인테리어가 붉은 가게를 가리키자.


“... 근처에 편의점도 있고, 음식점도 있는데, 왜 하필 성인용품점에 가서 찾아보자는 거죠.”


“그러게요... 그리고 가게 이름도 참...”


루비와 아라가 질색하듯 중얼거렸다. 그런 두 여자에게, 이원이 진지한 어투로 대꾸했다.


“그야 애초에 여기 있는 가게들 90%가 다 저런 류의 가게들이기도 하고... 그리고 아무리 이곳이 유희성대라 하더라도, 뭐 편의점이나 음식점에서 마약 딜러들을 찾기는 좀 어려울 것 같은데.”


“... 선장님 말이 맞네요. 그럼 지체할 거 없이 빨리 가죠.”


이원의 이야기가 설득력이 있다고 판단하자마자, 앞장서서 ‘도넛과 츄러스’를 향해 성큼성큼 발걸음을 옮기는 아라.


“어서오십시오!”


“아...”


허나 그녀는 정작 가게 안의 물건들을 보자마자 얼굴이 새빨개져버리더니.


“와. 씨. 이건 진짜... 너무 큰데요?”


“이게 커? 이 정도면 큰 거야?”


“으... 남자들 허세란... 사모님. 빨리 한 마디 해 주세요.”


“모... 몰라요...”


결국 실내에선 제대로 말도 못 하고 이원과 눈만 마주쳐도 고개를 돌리는 둥, 그저 루비와 이원 두 사람을 따라만 다니고 있을 뿐이다.


“근데 여기 있는 이 마사지기는 왠지 낯이 익은데... 아. 이거 루비 너도 갖고 있는 물건 아냐?”


“이거요? 아. 그러네요? 근데 저는 의자 오래 앉아 있다보니까 찌뿌둥해서 산 거지, 여기서 산 놈들과는 다르다는 것만 알아 두시라고요.”


“...”


한편 루비와 이원이 2층까지 올라와 신기하다는 듯 이것저것 물건들을 살피던 가운데, 세 사람을 지켜보던 한 손님. 낡은 모자를 깊게 눌러쓴 장발의 남자가 그들 곁으로 다가오더니, 마사지기 하나를 집어들며 들으라는 듯 중얼거렸다.


“후후... 하찮군, 하찮아. 젊음을 낭비하기엔 너무 하찮은 쾌락들이야.”


“... 뭐야. 당신은?”


“그렇게 경계할 거 없어. 나는 그저 너희들에게 최고의 쾌락을 팔고자 하는 것 뿐이니까.”


그리 말한 남자는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바로 쌀알같이 흰 알갱이가 담긴 봉투들. 이원 일행이 찾고 있던 물건이었다.


“... 버그?”


“알고 있군. 가격은 한 봉에 2000 크레딧, 세 봉에 5000 크레딧. ‘버그’가 주는 무한한 아름다움을 생각하면 절대 비싸다고 생각되지 않을-”


‘버그’를 꺼내든 남자가 음침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하던 바로 그 순간.


스긍-


“뭐... 뭐야?”


“쉿. 움직이면 죽는다. 이상한 소리 내도 죽는다.”


가게에서 있는 내내 화끈화끈 달아오른 볼을 양 손으로 감싸고 있던 아라가, 언제 그랬냐는 듯 냉정한 표정으로 속옷과 바지 사이에서 단검을 꺼내 남자의 목에 갖다 대었고.


탁-!


그에 질세라, 이원 또한 남자의 손목을 움켜쥐고, ‘버그’가 담긴 봉투들을 낚아챘다.


“흐음. 이게 ‘버그’구만. 진짜 아무데서나 구할 수 있네.”


“너희들... 뭐 하는 놈들이지? 상인연합 끄나풀들인가?”


“미안한데 질문은 너가 아니라 내가 하는 거야. 이건 대체 어디서 났지?”


이원의 질문에 남자는, 목에 단검이 대어진 상태에서도 비릿하게 웃었다.


“후후... 너희들이 이렇게 협박한다 해서, 그걸 내가 순순히 말해줄 거라 생각했다면 큰 오산이다.”


“그래? 이래도?”


뚜두둑-


이원이 무심한 듯 말하며 힘을 살짝 주자, 순간 장발 남자의 손목이 180도 꺾이며 손등이 팔에 닿았다.


“아아악! 내 팔! 아악!”


“엄살은. 야. 그냥 이렇게 된 거, ‘버그’가 어디서 난 건지 말 하지 마. 계속 입 다물고, 비밀 유지해. 나는 너가 말 안 해도 아무 상관없거든.”


“아악! 아아악! 죄... 죄송합니다! 수도자! 수도자님이 주셨습니다! 아아악!”


“...”


고통에 못 이겨 ‘버그’를 받아온 장소를 바로 불어버리는 장발의 남자. 루비가 ‘약쟁이 새끼들이 그럼 그렇지.’ 하는 눈으로 남자를 바라보는 가운데, 그의 목에 단검을 대고 있던 아라가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수도자? 그건 누구죠?”


“그... 그건...”


순간 뜸을 들이며 눈치를 보는 장발의 남자에게, 이원이 웃으며 이야기했다.


“순순히 말하기 싫으면 말 안 해도 돼. 사실 나는 그냥 니가 차라리 아무 말도 안 했으면 좋겠으니까.”


“그... 그냥 순순히 말하겠습니다! 수... 수도자님은 유희성대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버그’를 무료로 나누어주시는 분입니다!


“버그를 무료로 나눠준다고?”


“네! 네! ‘법회’라고 해서 수도자님이 연설하시는 걸 30분 정도 듣기만 하면, 정말로 버그를 잔뜩 나누어 주십니다! 저도 저번 주에 그렇게 얻었고요!”


“... 법회에서 그 양반이 뭐라 연설하길래, 한 봉지에 2000크레딧 짜리 마약을 막 나눠줘?”


“기...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사... 사실 저는 법회 때 졸아서...”


“기억이 안 난다면 어쩔 수 없지. 기억이 나게 해 주는-“


“기억났습니다! 기억났습니다! 분명 저번 주 법회 때 수도자님께서 말씀하시기를, ‘버그’는 진화가 멈춰버린 썩어빠진 인류를 ‘다음 단계’로 끌어올리기 위한 약이라고...”


진화가 멈춰버린 인류를 ‘다음 단계’로 끌어올린다. 그 말을 듣자마자 이원이 황당하다는 듯 중얼거렸다.


“... 뭐야. 또 [휴머니티] 놈들 짓이야?”


---


“아악! 수도자님이 다음에 언제 오실지는 저도 모릅니다! 어디로 오는지요? 그것도 몰라요! 저도 저번 법회엔 우연히 참석하게 된 거라- 아아아악! 아악! 몰라요! 모른다구요! 모르는 데 어떻게 말해요! 아아악!”


애석하게도 남자로부터 더 이상 얻을 수 있는 정보는 없었기에, 그저 ‘버그’만을 빼앗아 블루스 호로 돌아온 세 사람. 이원이 약봉지에 담긴 ‘버그’를 지켜보며 중얼거렸다.


“일단 이 ‘버그’란 게 정확하게 뭐 하는 약인지는 알아둬야 하지 않을까? 그래야 생산라인 쪽도 파악하기 쉬울 거고.”


“허억! 서... 설마 무식하게 그걸 드시려는 건 아니... 죠?”


“... 내가 미쳤냐? 마약을 먹게? 이런 거 다 분석해 줄 사람은 따로 있다고.”


이원이 눈을 가늘게 뜬 채 루비를 노려보는 가운데, 홀로그램 통신기를 켜는 아라. 그녀가 익숙한 코드를 입력하자.


뚜우- 뚜우-


- 어머. 웬일이야 자기? 자기가 먼저 연락을 다 하고?


블루스 호의 거실에, 에드의 홀로그램이 떠올랐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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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26. 변화 (1) +4 22.06.20 88 5 12쪽
25 25. 벌레 (8) +2 22.06.16 103 5 10쪽
24 24. 벌레 (7) +1 22.06.14 90 7 12쪽
23 23. 벌레 (6) +2 22.06.13 116 7 12쪽
22 22. 벌레 (5) +3 22.06.11 115 8 11쪽
» 21. 벌레 (4) +4 22.06.10 116 8 9쪽
20 20. 벌레 (3) +2 22.06.08 117 7 9쪽
19 19. 벌레 (2) +1 22.06.07 116 7 10쪽
18 18. 벌레 (1) +1 22.06.06 122 8 10쪽
17 17. 목적 (5) +2 22.06.05 115 9 9쪽
16 16. 목적 (4) +1 22.06.02 139 10 9쪽
15 15. 목적 (3) +1 22.06.01 132 9 10쪽
14 14. 목적 (2) +2 22.05.30 138 13 11쪽
13 13. 목적 (1) 22.05.29 140 8 9쪽
12 12. 좀비 (5) 22.05.28 127 10 9쪽
11 11. 좀비 (4) 22.05.27 143 8 10쪽
10 10. 좀비 (3) +2 22.05.26 164 10 10쪽
9 9. 좀비 (3) 22.05.25 144 7 10쪽
8 8. 좀비 (2) +2 22.05.24 161 8 10쪽
7 7. 좀비 (1) +3 22.05.23 177 13 9쪽
6 6. 도박 (6) 22.05.22 180 11 11쪽
5 5. 도박 (5) 22.05.21 171 10 11쪽
4 4. 도박 (4) +1 22.05.20 217 13 12쪽
3 3. 도박 (3) +1 22.05.20 299 14 12쪽
2 2. 도박 (2) +3 22.05.20 420 27 12쪽
1 1. 도박 (1) +3 22.05.20 679 4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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