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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스 블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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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멧돼지
작품등록일 :
2022.05.18 23:24
최근연재일 :
2022.06.29 16:29
연재수 :
29 회
조회수 :
4,792
추천수 :
301
글자수 :
137,131

작성
22.05.28 11:11
조회
126
추천
10
글자
9쪽

12. 좀비 (5)

DUMMY

12.


- 여자 쪽이 조금 더... 신체능력이 우수하군... 내 숙주는 네가 적격이다... 남자는 권속으로 삼아 주지...


이원과 아라가, 문어와 곤충을 섞어 놓은 듯한 괴생명체로부터 텔레파시를 받고 정확하게 20분 후.


“자. 여기, 생포해 왔어.”


두 사람은 이미 퍼플호크 호스피털에서 빠져나와, 도미니티카 제 6마법병단과 마주하고 있었다.


우우우웅-


이원의 양 손 사이에서 빙글빙글 돌아가는 투명한 정육면체. 그 신발 상자만한 정육면체 안에는 작게 줄어든 ‘과아나크 좀비 사태의 원흉’이, 마치 시간이 멈춘 것처럼 미동도 없이 갇혀 있었다. 바로 [공간 박리]. [공간 절단]에 이은 이원의 두 번째 능력이었다.


“역시 예상대로, 이번 일은 이원 도련님께서 맡는 게 적격이셨습니다.”


“아라가 다 했지 뭐. 난 가두기만 한 거고.”


“겸손하시기까지... 멋있어... 하아...”


“...”


아라가 눈을 가늘게 뜨고 깊은 숨을 내쉬는 델마를 노려보는 가운데, 이원이 땀을 흘리며 말했다.


“그나저나 루이스. 슬슬 나 [공간 박리] 유지하는 거 힘들어지는데, 이거 따로 넣어둘 데 없어?”


“아. 죄송합니다. 바로 특제 전자기 펄스 케이지를 준비하겠습니다. 도련님.”


스윽-


루이스의 손짓에 제 6병단은 신속히 움직이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어디서 났는지도 모를 코끼리도 담을 만큼 거대한 금속 우리를 가져왔다. 병단 내에서 그래도 짬이 좀 차 보이는 남자가, 자신만만한 어투로 이원에게 말했다.


“이 안에다 넣어주시면, 그 이후는 저희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아. 그럼 사양 않고.”


웃으며 대답한 이원이 우리 안에다가 정육면체를 넣고, 자신의 마나를 회수하기가 무섭게.


치이이이이이익!


- 감히 이 [마리오네트]님을 가두다니!


괴물은 순식간에 엄청난 크기로 부풀어 오르더니, 촉수들을 날카롭게 세웠다.


“서... 선배님? 저희가 알아서 한다 하셨는데 어떻게...”


“이... 일단은-”


쿵! 쿠웅!


격하게 반항하는 괴물을 케이지 안에 가둬 보겠다고 루이스와 델마를 제외한 제 6마법병단 부대원 9명이 모두 몰려들어 낑낑대는 동안, 이원은 루이스에게 웃으며 말했다.


“아무튼 루이스. 이걸로... 우리 거래는 성립된 거지?”


“물론이죠. 말씀하신 대로, 일이 터지는 그 즉시 연락드리겠습니다.”


“그래. 그럼 즐거운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난 이제 슬슬 가 볼게-”


“저기요오. 도련니임~”


이원이 돌아서려던 그 때, 델마가 갑자기 간드러지는 목소리로 그를 불러세웠다.


“어. 델마 누나. 왜?”


“그... 있잖아요... 저 임무 끝나서 지금부터 오프인데... 행성 유토피아에... 그 새로 생긴 레스토랑이... 스테이크가...”


부른 것 까지는 기세가 넘쳤으나, 막상 얼굴을 마주하니까 말이 안 나오는 델마. 그녀가 긴 생머리를 배배작배배작 꼬며 횡설수설하는 와중에, 이원이 그녀의 손가락을 보며 한 마디 했다.


“델마 누나. 또 손톱 깨물었구나.”


“아... 아니. 이건 저... 그...”


“손톱 깨물지 말라니까. 이거 모양 망가지면 어떻게 하지도 못하는데-”


말을 하던 와중에 갑자기, 아라에게 강하게 손목을 붙잡힌 이원. 그녀가 별다른 표정 변화 없이 말했다.


“선장님. 저녁 먹어야죠. 루비 씨 짐도 풀어야 하고 할 거 많아요.”


“어... 음. 그러네. 아라 너 말이 맞네. 델마 누나. 미안. 난 바빠서 이만 가 볼게.”


“아... 아니. 도련님... 그...”


“미안! 다음에 얘기하자! 그럼 잘 지내! 루이스 씨도 잘 지내고!”


“예! 도련님! 다음에 만날 때까지 건강하십시오!”


간단한 인사를 남긴 채, 루비, 아라와 후다닥 떠나가는 이원.


“선배님! 저 죽어요오옷!”


“야! 치... 침착하고!”


대장과 부대장이 전력에서 빠진 6마법병단이 아직까지도 괴생명체를 케이지 안에 넣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가운데, 이원이 떠나가는 뒷모습을 지켜보던 델마가 또 손톱을 깨물며 중얼거렸다.


“이거... 기억해... 주셨네...”


---


블루스 호로 돌아온 이원, 아라, 루비.


[ 살균을 시작합니다. ]


치이이이-


소독실에서 간단한 방역 절차를 거치고, 아라가 저녁 준비를 위해 대형 욕실을 먼저 사용하는 가운데.


[ 목적지 설정중... ]

[ 목적지가 ‘행성 마리너스’의 ‘아쿠아리아’로 설정됩니다. ]

[ 예상 소요 시간을 계산 중입니다. ]

[ 계산 완료! ]

[ 예상 소요 시간 - 27시간 54분 51초 ]


다음 행선지를 입력한 이원이, 블루스 호의 새로운 선원 루비를 어느 한 방으로 데려갔다.


덜커덕-


“자. 여기가 이제부터 루비 니가 쓸 방이야.”


“여... 여기가... 제 방이라구요?”


“어. 맘에 들지?”


이원의 말에 루비가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우지 못하고, 방 안을 다시 한 번 둘러보았다. 방 자체가 좁거나 한 건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엄청나게 넓었다. 단지 그 넓은 공간이 겹겹이 쌓인 스마트팜 모듈로 가득해 우주선 안의 작은 농장이나 다름없었을 뿐.


“사실 이 방이 우리 우주선에서 제일 넓고, 공기도 제일 좋은 방이야. 명당이라 할 수 있지.”


‘아니. 지금 방이 넓고 공기 좋은 게 문제가 아니잖아! 잠자리 옆에 풀밭이 있다고!’


한편 이원은 루비가 어떻게 느끼든 말든 신경도 안 쓰는지, 방 소개를 계속했다.


“이 방에 작은 욕실도 있으니까 맘대로 쓰면 되고... 잠자리는 저기 설치된 간이 침대 쓰면 되고... 벽에다 못질하는 건 우주선이니까 당연히 안 되지만 가구 같은 건 맘대로 사서 넣어도 상관없어. 물론 루비 니 돈으로 사야겠지만.”


“...”


“아무튼 곧 저녁 먹을 거니까, 얼른 짐 풀고 빨리 씻어. 나도 이만 씻으러 간다.”


달칵-


그리 말하고서는 문을 닫고 나가버리는 이원. 방 안에 혼자 남은 루비가 멀뚱멀뚱 식물 재배 키트 가득한 방을 둘러보다가.


“에휴. 씨발. 어쩌겠어. 까라면 까야지.”


이내 한숨과 함께 짐을 풀기 시작했다.


스윽- 스윽- 덜컥-


흐느적흐느적 노트북 설치하고, 옷가지 대충 걸어 놓고, 안고 자는 인형이랑 액자도 세워 놓으며 짐을 어느 정도 다 푼 루비. 그녀가 이제 슬슬 씻어야지 하며 준비하는 가운데, 문득 한 가지 사실이 스쳐지나갔다.


‘근데 냉정하게 생각해 보면... 행성 과아나크에 살 때보다 좋아진 거 아닌가?’


생활공간이 좀 좁아지긴 했지만 그렇다고 불편할 정도로 좁은 건 아니고, 사실 원래 살던 집은 혼자 살던 것치고는 너무 넓었다.


원래 주변 이웃들이랑은 아예 교류하지 않았으니 혼자 된 것도 별 문제가 안 되고, 하숙비라는 명분으로 월 1만 크레딧이나 뜯어가는 것도 따지고 보면 이전 집 월세, 물세, 전기세, 가스비, 또 도미니티카 ‘국가형 기업 회원 비용’으로 나가던 이런저런 잡다한 것까지 고려하면 총 지출은 오히려 줄었다고 봐야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살아남았다. 그 빌어먹을 좀비 소굴에서 말이다!


‘흠이라면 이 폭발하는 목걸이긴 한데... 이것도 사실 내가 딴맘만 안 먹으면 아무 일 없는 거고, 돈 갚으면 바로 풀어준다고도 했고... 생각보다 괜찮은데?’


갑자기 기분이 좋아진 루비.


스윽-


약간은 밝아진 얼굴의 그녀가 씻기 위해 겉옷을 벗은 바로 그 때.


“들어간다?”


덜커덕-


갑작스레 문고리가 돌아가더니, 이원이 방에 들어왔다.


“꺄아아아악!”


순간 화들짝 놀라 욕실로 뛰어들어가 몸을 숨긴 루비. 그 모습을 본 이원이, 미간을 확 찌푸리며 말했다.


“아니. 루비 너 여태 안 씻었어? 대체 뭐 했냐?”


“지... 짐 풀었는데... 아니! 지...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잖아요! 서서서서선장님이 왜 갑자기 여자 방에 들어오시는 건데요!”


“아라가 상추랑 토마토 따오래서 들어왔다. 뭐.”


“...”


루비가 어안이 벙벙해하는 가운데, 이원은 스마트팜 모듈로 다가가더니.


[ 14번 모듈을 열었습니다. ]


푸슈우-


정말로 방울토마토랑 쌈채소를 몇 개 뜯곤.


“빨리 씻기나 하셔. 밥 다 차렸을 때 식탁에 안 앉아 있으면, 아라 화내.”


덜커덕-


라 말하고는 그대로 방을 나가버렸다.


“이... 이씨이... 뭐... 뭐야. 진짜?”


전혀 예상치 못한 경우로 속옷차림을 보인 루비. 욕실에 쪼그려 앉은 그녀가 얼굴이 잔뜩 붉어진 채 울먹이며 중얼거렸다.


“저... 절대 안 괜찮아. 반드시, 반드시 최대한 빨리 돈 갚아서 이 미친 우주선에서 탈출해야 해!”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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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3. 목적 (1) 22.05.29 140 8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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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11. 좀비 (4) 22.05.27 143 8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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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9. 좀비 (3) 22.05.25 144 7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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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5. 도박 (5) 22.05.21 171 10 11쪽
4 4. 도박 (4) +1 22.05.20 217 13 12쪽
3 3. 도박 (3) +1 22.05.20 299 14 12쪽
2 2. 도박 (2) +3 22.05.20 420 2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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