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ㅠㅠ

스페이스 블루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SF

가시멧돼지
작품등록일 :
2022.05.18 23:24
최근연재일 :
2022.06.29 16:29
연재수 :
29 회
조회수 :
4,809
추천수 :
301
글자수 :
137,131

작성
22.06.06 21:30
조회
122
추천
8
글자
10쪽

18. 벌레 (1)

DUMMY

18.


[갤럭시넷] 커뮤니티에서 떠도는 소문에 의하면, 우주에는 3명의 천재 해커가 존재한다.


첫째는 오로지 공익을 위해서만 움직이며 자신의 기술과 능력을 절대 사사로운 이득에 사용해선 안 된다고 생각하는, 신념을 가진 천재. CODE: 13E5T.


둘째는 CODE: 13E5T와는 정반대로 자신의 이득만을 생각하고 돈이 된다면 수천 명의 사람들을 길거리에 나앉게 하는 일도 서슴지 않는, 타락한 천재. CODE: W0R5T.


마지막 셋째는 CODE: 13E5T, CODE: W0R5T에 맞먹을 수준의 기술을 가졌지만, 겁이 많아 보복당할 일은 거의 못 하고 싫어하고 일하는 걸 귀찮아하며 커뮤니티에서 키배 뜨는 것 빼고는 딱히 관심이 없는, 게으른 천재. CODE: LU13Y.


그 CODE: LU13Y는 지금 현재.


“... 씨발...”


블루스 호라는 소형 우주선의 스마트팜 모듈 가득한 방에서, ‘수틀리면 폭발하는 전자목찌’를 찬 채로 용병회사 홈페이지나 만들고 있었다.


타다다닥-


회색 후드티에 팬티만을 입은 채 쪼그려앉아, 소다맛 풍선껌을 씹으며 작업하는 루비.


- 용병회사 블루스를 만나고 내 인생이 달라졌다!

- 즐겁다

- 마참내!


그녀는 자기가 만들어낸 홈페이지를 보며, 약간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흠... 너무 올드한가? 여기를 조금 더 세련되게 손볼 순 없나-”


“괜찮네요. 예쁘게 잘 만드셨어요.”


“꺄아아아악!”


기척도 없이 나타난 아라 때문에 루비가 우주선이 떠나가라 비명을 질렀지만, 아라는 그저 담담한 표정으로 손에 있던 플라스틱 컵을 루비에게 건넬 뿐이었다.


“사과 주스를 만들어서 좀 드리려 한 건데... 의도치 않게 놀라게 한 모양이네요. 미안해요.”


“하아- 하아- 괘... 괜찮아요. 주... 주스 잘 마실게요. 사모님.”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느라 숨을 몰아쉬며, 주스가 담긴 컵을 받은 루비.


‘아. 근데 나 사과는 별로 안 좋아하는데... 몰라. 씨발. 그냥 주는 대로 먹자.’


꼴깍-


‘뭐지? 나 사과 좋아했나?’


한 입 마시자마자 눈이 휘둥그레진 채 주스가 담긴 잔을 쳐다보는 루비. 한편 아라는 그런 루비를 조용히 지켜보다, 큰 결심이라도 한 듯 천천히 입을 열었다.


“루비 씨.”


“존나 맛있... 예? 예. 사모님. 왜요?”


“이전의 일은 사과할게요. 미안해요.”


“사과요? 뭘요?”


“저희 처음 만났을 때, 루비 씨 죽이려고 했던 거요.”


아라의 말을 듣고 나서야, 이전에 과아나크에서의 일이 떠오른 루비. 그 일은 이미 전에 몸을 박박 씻으면서 잊어버리기로 한 터라, 루비는 그저 손사래를 치며 답할 뿐이었다.


“... 아. 그거요? 전혀 미안해하실 필요 없어요! 오히려 제가 죄송하죠! 남의 우주선 하이재킹하는 건 원래 총 맞아도 할 말 없을 만한 짓이니까...”


“...”


“사실은 지금 그 좀비 소굴에서 빠져나오게 해 주신 것만으로도 두 분께는 감사하고 있는 상태에요. 어차피 죽을 목숨이었는데요. 뭐...”


주스를 홀짝이며 대답하는 루비. 마치 새끼 다람쥐같은 그녀의 모습에 아라가 희미하게 웃으며 말했다.


“루비 씨가 그리 말해 주니까 고맙네요. 그나저나 우주선 생활은 어때요? 좀 불편한 감이 없잖아 있죠?”


“아뇨아뇨아뇨! 진짜 편해요. 밥도 엄청 맛있고, 방도 지낼 만 하고, 따뜻한 물도 잘 나오잖아요. 굳이, 진짜 굳이 조금 거슬리는 게 있다면...”


“노크도 안 하고 갑자기 덜컥덜컥 들어오는 선장님이랑, 목에 있는 폭발하는 초커죠?”


목을 툭툭 치며 이야기하는 아라. 루비가 그 사실을 어떻게 아냐는 듯한 눈으로 쳐다보자, 아라가 다시 한 번 살짝 웃으며 이야기했다.


“루비 씨 심정 이해해요. 저도 처음에는 루비 씨랑 비슷한 처지였으니까요.”


“자... 잠깐만요. 사... 사모님도 이 목줄 차셨었다고요? 어쩌다가요?”


“그... 그게...”


루비의 질문에 아라가 답할까 말까 머뭇거리던 바로 그 순간, 선내에 방송처럼 알림음이 들려왔다.


[ 목적지 ‘행성 에덴’에 도착했습니다. ]

[ 착륙을 시작합니다. ]


“... 크... 큰일났다! 아직 홈페이지 다 못 만들었는데...”


“루비 씨. 그보다, 빨리 바지부터 입는 게 좋을 거예요.”


“네? 바지는 왜-”


아라의 말에 루비가 고개를 갸웃하던 바로 그 때.


덜컥-!


“두 사람 다 방금 방송 들었지?”


이원이 방문을 확 열어젖히며 소리쳤다. 루비가 황급히 후드를 무릎까지 내려 봤지만.


“... 야. 루비 넌 여태 옷도 안 입고 뭐 했냐? 아무튼 곧 착륙하니까, 빨리 나갈 준비나 해.”


라 말하고는 평소답지 않게, 조용히 문을 닫으며 나가는 이원.


“... 이씨이...”


“... 몇 번 더 당하면 익숙해 질 거예요.”


아라가 조용히 루비의 등을 두드렸다.


---


우우웅-


행성 에덴의 상공을 비행하는 블루스 호. 에덴은 아직 테라포밍이 완전하지 않아, 사람이 살 수 있는 구역이 많지 않았는데.


- 끼엑!

- 끼이이이엑!


그마저도 몇 개 도시는 초대형 사마귀처럼 생긴 벌레 괴물들이 바글바글했다. 우주선 창문을 통해 그 광경을 지켜보던 아라가 한 마디 했다.


“... 해충 박멸에 며칠은 걸리겠네요.”


“그러게. 첫 의뢰부터 너무 빡센 거 받았나?”


“어... 저 많은 게 며칠만에 다 정리가 될까요...?”


"노오오오력을 하면 가능하지. 누구와는 달리 말이야."


"..."


푸슈우-


세 사람이 맥락없는 만담을 주고받는 가운데, 어느덧 에덴의 유일한 지배세력, 아시모프 가의 성에 착륙하는 블루스 호.


위이잉-


문이 열리고 이원 일행이 우주선 밖으로 나오자마자, 우렁찬 인사소리가 들려왔다.


“정말 와 주셨군요! 감사합니다!”


인사를 한 건 몇 시간 전 아쿠아리아에서 이원 일행의 도움을 받은 열 살 언저리의 소년, 아시모프 가의 3남 드미트리 아시모프였다. 이원은 간이계단을 내려가, 드미트리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말했다.


“우리만 믿어. 드미트리 니가 부탁한 대로, 벌레 괴물들은 우리가 다 퇴치해 줄 테니까.”


“그... 근데 말입니다. 문제가 좀 생겼습니다.”


“... 문제?”


“예. 그게... 실은... 저희 아버지께서...”


드미트리가 말꼬리를 흐리던 바로 그 때.


“드미트리 이 멍청한 녀석!”


우주선 보관소 한곳에서, 수염이 굵직하고 짙은 한 명의 남성이 나타나 소리쳤다. 현 아시모프가의 당주, 블라디미르 아시모프였다.


“내가 분명 아쿠아리아에 병사를 빌려오라 했지, 저런 출신도 성분도 모르는 잡배들을 데려오라고 했더냐?”


“아버님. 이미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아쿠아리아의 방위군들은 이미 물고기 괴물들에게 전멸당했다고요! 그리고 이 분들은 제 생명의 은인이십니다!”


“듣기 싫다! 네 큰형 세르게이는 럭스미아의 싸이킥 부대를 데려왔고, 작은형 알렉세이는 행성 테슬라에서 안드로이드들을 100구나 빌려 오기로 했다! 근데 드미트리 넌 그게 뭐냐! 아쿠아리아 방위군이 죽었으면 죽은 병사들이라도 데려왔어야지!”


“...”


“쓸모없는 놈! 너 같은 녀석은 그냥 아쿠아리아에서 물고기 밥이 됐어야 했다!”


“아버님...”


“됐다. 네 처분은, 네 형들이 데려온 군대가 벌레들을 싹 쓸어버린 이후에 정하도록 할 테니 그리 알거라!”


저 혼자 씩씩거리며 우주선 보관소를 빠져나가는 블라디미르 아시모프. 그 모습에 드미트리는 잠시 고개를 떨구었다가, 정신 차리라는 듯 스스로의 뺨을 두 번 치고는, 웃으며 이원 일행에게 말을 걸었다.


“죄송합니다. 귀한 손님들께 그만 못 보일 꼴을 보이고 말았군요.”


“아니. 뭐. 난 익숙해서 괜찮아.”


“하하... 아무튼 일이 이렇게 됐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아버지께서 저를 아쿠아리아로 보낸 이유가, 아무래도 저를 공개적으로 망신주기 위함이었던 것 같네요.”


드미트리의 말에, 루비가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


“응? 네 아빠가, 뭣하러 너를 공개적으로 망신주려 해?”


“아... 그... 사실 제 친어머니는 6년 전에 돌아가셨습니다. 알렉세이, 세르게이 두 형님들은 아버님이 재혼할 때, 새어머니께서 데려오신 자식들이죠.”


“어... 음... 그... 그래? 어우. 에덴 날씨 되게 좋네.”


루비가 괜한 걸 물어봤다는 듯 멋쩍어하는 가운데, 이원이 드미트리의 말에 덧붙였다.


“드미트리 너의 새어머니가 자기 자식들이 이곳 아시모프 가를 집어삼키기를 바라는 거네. 아버지는 너보다 새어머니 편을 들어주고 있는 거고.”


“예. 그렇습니다. 사실 이런 식으로 망신당하는 게 한두 번은 아닌지라...”


순간 말꼬리를 흐린 드미트리는.


“아무튼 그것과는 별개로, 여러분들은 제 은인이십니다!”


밝은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밖의 벌레 괴물들은 제 형님들이 데려온 군대가 퇴치할 테니, 여러분들은 그냥 먼 길 오신 김에 에덴에서 편히 쉬다 가시면 될 것 같습니다. 하하하!”


열 살 먹은 소년이 애써 웃는 모습에, 이원의 표정이 순간 차갑게 식었다. 알량한 정의감 때문이 아니었다.


‘이 녀석... 어린 나이에 벌써 발톱을 숨길 줄 아네.’


단지 현재 드미트리의 모습이 도미니티카에서 이원 본인이 했던 행동들과 비슷했고.


‘... 쓸모 있는 놈이야.’


그것은 곧 이원의 ‘계획’에 이용가치가 있다는 의미였으니까. 한편 그 사실을 모르는 드미트리는 그저 웃으며 하던 말을 계속할 뿐이었다.


“아! 물론 사전에 이야기했던 의뢰비용과 우주선 수리비는 꼭 드릴 테니, 준비되는 대로-”


“됐어. 애들 코 묻은 돈 빼앗아서 어따 쓰냐. 그보다 뭐 하나만 물어봐도 돼?”


“... 예? 예. 뭐... 아무거나 물어보셔도 상관없습니다.”


“그럼 말이야. 네 새어머니랑 아버지, 형들이 싹 다 죽으면, 드미트리 너가 에덴의 지배자가 되는 건가?”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스페이스 블루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9 29. 변화 (4) +2 22.06.29 104 7 10쪽
28 28. 변화 (3) 22.06.27 76 6 11쪽
27 27. 변화 (2) +3 22.06.22 90 6 12쪽
26 26. 변화 (1) +4 22.06.20 88 5 12쪽
25 25. 벌레 (8) +2 22.06.16 103 5 10쪽
24 24. 벌레 (7) +1 22.06.14 91 7 12쪽
23 23. 벌레 (6) +2 22.06.13 116 7 12쪽
22 22. 벌레 (5) +3 22.06.11 115 8 11쪽
21 21. 벌레 (4) +4 22.06.10 116 8 9쪽
20 20. 벌레 (3) +2 22.06.08 117 7 9쪽
19 19. 벌레 (2) +1 22.06.07 116 7 10쪽
» 18. 벌레 (1) +1 22.06.06 123 8 10쪽
17 17. 목적 (5) +2 22.06.05 115 9 9쪽
16 16. 목적 (4) +1 22.06.02 140 10 9쪽
15 15. 목적 (3) +1 22.06.01 133 9 10쪽
14 14. 목적 (2) +2 22.05.30 138 13 11쪽
13 13. 목적 (1) 22.05.29 141 8 9쪽
12 12. 좀비 (5) 22.05.28 127 10 9쪽
11 11. 좀비 (4) 22.05.27 143 8 10쪽
10 10. 좀비 (3) +2 22.05.26 165 10 10쪽
9 9. 좀비 (3) 22.05.25 145 7 10쪽
8 8. 좀비 (2) +2 22.05.24 161 8 10쪽
7 7. 좀비 (1) +3 22.05.23 177 13 9쪽
6 6. 도박 (6) 22.05.22 180 11 11쪽
5 5. 도박 (5) 22.05.21 172 10 11쪽
4 4. 도박 (4) +1 22.05.20 218 13 12쪽
3 3. 도박 (3) +1 22.05.20 300 14 12쪽
2 2. 도박 (2) +3 22.05.20 420 27 12쪽
1 1. 도박 (1) +3 22.05.20 680 40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