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ㅠㅠ

스페이스 블루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SF

가시멧돼지
작품등록일 :
2022.05.18 23:24
최근연재일 :
2022.06.29 16:29
연재수 :
29 회
조회수 :
4,797
추천수 :
301
글자수 :
137,131

작성
22.05.23 10:47
조회
176
추천
13
글자
9쪽

7. 좀비 (1)

DUMMY

7.


- 저기요? 두 사람 다 저 보이죠? 제발 보인다고 말해줘요! 제바아아알!


난데없이 튀어나온 붉은 머리 여자의 홀로그램. 그녀의 절규에, 소파를 가운데에 두고 이원과 대치하던 아라가 수건을 꾹 쥔 채 말했다.


“선장님. 저 여자는 또 언제 어느 행성에서 찝적거리셨던 여자죠.”


“아니. 나 저 여자 처음 보는데... 그보다 아라야. 그거 좀 내려놓고 얘기하면 안 될까?”


“이게 뭐요. 평범한 수건인데요.”


“아라 니가 들면 수건도 채찍이잖아. 포크로도 사람 죽이는 여자인데.”


“... 그 때 제가 안 그랬으면 선장님이 죽었을 걸요. 그보다, 빨리 와서 그냥 한 대 맞으세요. 일주일간 맨밥만 먹기 싫으시면.”


“반찬이 우엉조림에 가지볶음뿐이면 사실상 맨밥-”


- 만세! 나 보이나 보다! 씨발! 드디어 연결됐다! 살았다!


아라와 이원이 유치한 콩트를 찍고 있음에도, 전혀 개의치 않고 자기가 보인다는 사실에 좋다고 소리치는 붉은 머리의 여자.


순간 블루스 호의 두 사람도 ‘근데 이건 뭐 하는 년이지?’하는 눈으로 지켜보다가, 이원 쪽에서 입을 열었다.


“... 그쪽은 누구?”


- 아! 저는 행성 과아나크의 루비라고 해요! 그쪽은 ‘덴탈 마스크’로 현상금 걸린 분 맞죠? 3D 몽타주보다 훨씬 잘 생기셨네요! 동행하시는 여자 분도 몽타주보다 훨씬 예쁘시고요! 근데 있잖아요. 잘생기고 예쁜 사람들은 보통 인성도 좋던데, 혹시 두 분 시간 되시면 저 좀 구해주시지 않을래요?


“구해달라고?”


- 네네네네네! 지금 제가 있는 곳이 과아나크 거주지역 D-11인데, 갑자기 도시 전체에 좀비 사태가 발생했거든요?


“... 좀비 사태?”


- 네! 덕분에 2주째 지하실 밖으로 나가지도 못하고 있어요. 식량도 거의 다 떨어져 가는 터라 얼마 못 버틸 것 같은데... 제발 도와 주셨으면...


루비의 말에 이원과 아라가 조용히 눈으로 대화했다.


‘흐음... 뭔가 좀 이상한데?’


‘뭐가요?’


‘저 여자 하는 말은 영락없는 개소린데, [진실의 눈]은 거짓말 아니래.’


‘그럼 그냥 조현병? 그런 거 아닐까요. 자기 망상을 사실로 믿는-’


- 저저저저 저 미친 여자 아니에요! 이... 이것들 좀 보세요!


띠링-! 띠링-! 띠링-!


루비의 손짓에 호응하듯, 블루스 호에 홀로그램 창들이 하나둘 떠올랐다. 전부 CCTV 영상 같은 것들이었다.


- 카아아악!

- 사람 살려! 아아악!

- 캬아아악!

- 아아악! 군부는 뭐 하는 거야!


거리에서 쫓고 쫓기고, 서로를 물어뜯고 파먹는 사람들. 그 광경은 루비 말대로 정말 ‘좀비 사태’를 연상케 했다.


“... 진짜 좀비네.”


“... 그러게요.”


- 그... 그렇다니까요? 그보다 커뮤니티에서 보니까 두 분 상당한 실력자신 것 같던데... 예쁘고 잘생기신 분들이 부디 자비를 베풀어서 저를 구해 주신다면... 정말정말 감사할 것 같은데... 헤헤헤...


루비가 열심히 알랑방귀를 뀌는 동안, 진지한 표정으로 영상을 쳐다보던 이원이 조심스레 중얼거렸다.


“... 근데 아라야.”


“네. 선장님.”


“행성 과아나크에 좀비 사태가 발생했으면, 상식적으로 우린 거기 가면 안 되는 게 아닐까?”


“그렇죠. 돈이 되는 것도 아니고.”


“그렇지? 그게 맞지?”


- 자자자자잠깐만요! 두 분 해적이시잖아요? 아티팩트 사냥꾼! 제게 엄청 귀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제법 괜찮은 아티팩트가 있거든요? 잠시만요?


순간 자리를 비웠는지 루비의 홀로그램이 잠시 사라졌다가, 몇 초 지나지 않아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그런 그녀의 손 위에는 은색 오르골이 들려 있었다.


- 바로 이거에요! [드림 캐처]라는 아티팩트인데, 절 구해 주신다면 이걸 두 분께-


“[드림 캐처]? [드림 캐처]라면...”


“이거네요.”


그리 말한 아라가 테이블 위에서 무언가를 집어서 이원에게 건넸다. 바로 루비가 들고 있는 것과 똑같이 생긴 오르골, [드림 캐처]였다. [드림 캐처]를 몇 번 만져보던 이원이 혼잣말하듯 중얼거렸다.


“[드림 캐처]. 이거... 사실상 ASMR 재생기잖아. 잠 진짜 어지간히 안 올 때 가끔 트는.”


“원래는 마나로 사람 뇌파 조종하는 장치지만... 사실 그런 용도로밖에 못 쓰죠. 실전에서 사용하기엔 제약이 워낙 심한 아티팩트니까.”


“그치. 닥터 슈마허가 한번에 13개나 만든 물건이라, 구하는 것도 별로 어렵지 않은 아티팩트고.”


“게다가 과아나크는 유서 깊은 도미니티카 제국령이에요. 초창기부터 포함돼 있던 28개 행성 중 하나죠. 이 정도 사태가 터졌다면, 곧 도미니티카 군부가 알아서 하지 않을까요?”


“그렇겠지? 여기서 과아나크까지 워프 비용도 꽤 들지 않나.”


“장난 아니죠.”


- 아...


두 사람이 내뱉는 한 마디 한 마디마다 루비의 얼굴에 드리운 절망의 그림자가 점점 짙어지는 가운데, 이원이 들고 있던 [드림 캐처]를 다시 테이블 위에다 올려놓으며 말했다.


“미안. 구해주는 건 좀 무리겠다. 너무 수지가 안 맞네.”


“미안해요.”


두 사람의 사형 선고와도 같은 발언에, 얼굴이 사색이 된 루비. 그녀가 무릎을 꿇고 싹싹 빌며 말했다.


- 이... 이러지 마세요! 저... 저 꽤 실력 있는 해커거든요? 못 뚫는 보안도 거의 없고, 기업이나 시설에서 정보 파올 수 있는 것도 많아요!


“해커...? 그럼 아까 우리 홀로그램 통신기 맛탱이 갔던 게, 루비 너가 해킹해서 그랬던 거야?”


- 네? 네! 맞아요! 제가, 제가 진짜 사전정보 하나도 없이 두 분 홀로그램 통신기 해킹할 정도로 유능하거든요? 그러니까 이 지옥에서 구해만 주신다면-


“이 여자 이거 괘씸한 여자네. 쌩판 모르는 남의 통신기를 함부로 해킹해?”


- ... 예?


“너 때문에 괜히 아라한테 혼났잖아!”


이원의 일갈에 혼이 나간 듯한 표정을 짓는 루비. 그녀가 어버버거리며 말했다.


- 아... 아니. 저 진짜 능력 있는 해커인데...


“미안하지만 여기서 행성 과아나크까지 가는 워프 비용이면, 업계 탑급 해커 열 명은 고용할 수 있어.”


- ... 지... 진짜 평생 목숨 바쳐서 일할게요! 무상으로!


“그래? 그러면 그냥 구해 줬다 치고, 거기서 목숨 바친 셈 치자. 그럼 됐지?”


- ... 아... 안 돼요...


“아니. 돼.”


털썩-


울먹이다가 좌절한 듯 쓰러지는 루비. 그래도 좀 안됐다는 눈치로 지켜보는 아라와 달리 이원은 이미 완전 등 돌려 무시하던 바로 그 때, 루비가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 ... 이렇겐 못 죽어...


“그래. 희망의 끈을 놓지 말고 잘 기다려 봐. 도미니티카 군부에서 곧 사람 파견할 테니까.”


- 군부 같은 소리 하네! 그 새끼들을 어떻게 믿어!


갑자기 미친 여자처럼 소리치는 루비. 그녀의 홀로그램이 순간 자리에서 사라지더니.


타다다다닥-!


통신기에선 자판 두들기는 소리만이 울려왔다. 그리고 몇 초 지나지 않아, 블루스 호의 조종간에서 하나의 창이 떠올랐다.


띠링-!


[ 블루스 호가 ‘유랑 모드’에서 ‘주행 모드’로 변경됩니다. ]


“뭐... 뭐야?”


- 뭐긴 뭐야! 니네 우주선 통째로 해킹했다! 개새끼야!


띠링-! 띠링-! 띠링-!


[ 목적지 설정중... ]

[ 목적지가 ‘행성 과아나크’로 설정됩니다. ]

[ 예상 소요 시간을 계산 중입니다. ]


“야. 너 미쳤어? 기다려 보라니까?”


- 그래! 미쳤다! 살려면 뭘 못해! 그리고 도미니티카 군부가 뭐 어째? 걔네는 2주째 코빼기도 안 비쳐! SOS를 존나 쳐도 반응조차 안 한다고!


띠링-! 띠링-! 띠링-! 띠링-!


[ 계산 완료! ]

[ 예상 소요 시간 - 31시간 15분 33초 ]

[ 대상 목적지가 멀어, 워프게이트를 경유합니다. ]

[ 이용료 : 2100만 크레딧 ]


워프 비용이 2100만 크레딧. 순전히 이동하는 데만 중립 우주정거장에 자가 마련도 가능한 액수가 소모된다는 알림창에, 아라가 살기등등한 목소리로 말했다.


“... 루비 씨. 이렇게 나오시면 저희가 행성 과아나크 가도, 당신은 저희 손에 죽을 텐데요.”


- 그래? 그래! 응~ 죽여! 죽더라도 사람 손에 죽고 말지!


“...”


허나 아랑곳 않는 루비.


- 씨발! 난 절대! 절대 밖에 있는 저 괴물들한텐 못 죽어!


그녀가 절규하듯 외치던 바로 그 순간.


[ 운행을 시작합니다. ]


우우웅-!


거대한 엔진음을 내며, 블루스 호는 우주 저편 어딘가로 출발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3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스페이스 블루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9 29. 변화 (4) +2 22.06.29 104 7 10쪽
28 28. 변화 (3) 22.06.27 76 6 11쪽
27 27. 변화 (2) +3 22.06.22 90 6 12쪽
26 26. 변화 (1) +4 22.06.20 88 5 12쪽
25 25. 벌레 (8) +2 22.06.16 103 5 10쪽
24 24. 벌레 (7) +1 22.06.14 90 7 12쪽
23 23. 벌레 (6) +2 22.06.13 116 7 12쪽
22 22. 벌레 (5) +3 22.06.11 115 8 11쪽
21 21. 벌레 (4) +4 22.06.10 115 8 9쪽
20 20. 벌레 (3) +2 22.06.08 117 7 9쪽
19 19. 벌레 (2) +1 22.06.07 116 7 10쪽
18 18. 벌레 (1) +1 22.06.06 122 8 10쪽
17 17. 목적 (5) +2 22.06.05 115 9 9쪽
16 16. 목적 (4) +1 22.06.02 139 10 9쪽
15 15. 목적 (3) +1 22.06.01 132 9 10쪽
14 14. 목적 (2) +2 22.05.30 138 13 11쪽
13 13. 목적 (1) 22.05.29 140 8 9쪽
12 12. 좀비 (5) 22.05.28 127 10 9쪽
11 11. 좀비 (4) 22.05.27 143 8 10쪽
10 10. 좀비 (3) +2 22.05.26 164 10 10쪽
9 9. 좀비 (3) 22.05.25 144 7 10쪽
8 8. 좀비 (2) +2 22.05.24 161 8 10쪽
» 7. 좀비 (1) +3 22.05.23 177 13 9쪽
6 6. 도박 (6) 22.05.22 180 11 11쪽
5 5. 도박 (5) 22.05.21 171 10 11쪽
4 4. 도박 (4) +1 22.05.20 217 13 12쪽
3 3. 도박 (3) +1 22.05.20 299 14 12쪽
2 2. 도박 (2) +3 22.05.20 420 27 12쪽
1 1. 도박 (1) +3 22.05.20 679 40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