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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스 블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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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멧돼지
작품등록일 :
2022.05.18 23:24
최근연재일 :
2022.06.29 16:29
연재수 :
29 회
조회수 :
4,806
추천수 :
301
글자수 :
137,131

작성
22.05.20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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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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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4. 도박 (4)

DUMMY

4.


포커 파티의 입장 코드를 받은 이후에도, 이원은 죠죠와 조금 더 대화를 나눴다. 코드를 받자마자 휙하고 가버리는 것도 이상했고, 죠죠에 대해 더 알아 둘 필요도 있었으며, 무엇보다 [진실의 눈]이 가진 특징들을 더 파악하기 위함이었다.


“사실 초대받은 건 기쁘지만... 자신이 없습니다.”


“내가 볼 땐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네만.”


“아. 질 자신이 없단 뜻입니다. 하하!”


“하하. 이 사람 농담은.”


“...”


농담 속에 진실과 거짓을 섞어 가며 [진실의 눈]을 테스트하는 이원. 괜히 옆에서 듣고 있던 아라의 얼굴만 창피함으로 점점 붉게 물들어 갔다.


그렇게 10분 정도 대화를 나눴을까, 죠죠가 시계를 확인하며 말했다.


“흐음.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됐군. 난 이만 가 봐야겠네. 다음 일정이 있어서 말이야.”


“아. 그러십니까? 안녕히 들어가십시오. 죠죠 씨! 오늘 정말 감사했습니다!”


“감사할 것 까지야. 주말에 봅세.”


그렇게 그레이하운드 경매장을 빠져나가는 죠죠. 그가 완전히 시야에서 사라질 무렵, 아라가 담담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십년감수했네요.”


“후우, 그러게 말이야... 아라 너 아니었으면 일이 꼬일 뻔 했네. 잘 했어.”


스윽-


그리 말한 이원이 아라의 머리 위에 손을 올리자, 아라는 반사적으로 입꼬리가 올라가는 것을 막기 위해 입술을 입 안으로 말아넣었다. 그리고는 약간 뜸을 들이고서, 천천히 이원의 손을 걷어냈다.


“그만 하세요. 이제 애도 아닌데.”


“애 아니니까 이러지. 난 여섯 살 때부터 애들이랑은 상종도 안 했어.”


“... 요즘은 어릴 때부터 친구가 없었다는 말을 그렇게 하나 보네요.”


“뭐 어때? 친구는 없어도 곧 결혼할 사이인 사람은 있- 으윽!”


순간적으로 발에서 느껴지는 고통에 얼굴을 찌푸리는 이원. 그의 발을 꾹 밟은 아라가, 눈을 째릿하며 말했다.


“저 그만 놀리시구, 얼른 다음 단계나 준비하러 가죠. 선장님.”


---


블루스 호로 돌아온 이원과 아라는 곧바로 에드에게 연락해, 일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설명했다. 경위를 전해들은 홀로그램 속 에드가 우락부락한 얼굴을 이원에게 들이밀었다.


- 그래서 포커 파티 초대받기 작전은 완벽하게 성공했다 이거지? 훌륭해!


“어. 뭐. 그렇지. 그보다 에드, 아무리 홀로그램이여도 좀 많이 부담스러우니까, 그만 들이대 줄래?”


윙크하면서 뒤로 빠지는 에드의 모습에, 이원이 힘겹게 헛구역질을 참으며 말을 이었다.


“... 아무튼 파티엔 초대받았으니까, 이제 파티장에서 어떻게 죠죠로부터 [진실의 눈]을 탈취할 지 생각해 보자고.”


“그냥 죽이고 빼가죠.”


“죽이고 빼가기. 일반적으로 쉽고 빠르고 훌륭한 방법이지만 이번만큼은 기각.”


“... 왜죠.”


“왜긴. 죠죠.M.더크는 평범한 동네 큰손이나 지방 유지가 아니니까.”


- 원이 말이 맞아. 죠죠는 중립 구역인 우주정거장 AC-03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사람 중 하나야. 그런 죠죠를 죽였다간, 수많은 국가형 기업들의 표적이 돼. 도미니티카 제국을 포함해서 말이야.


“그리고 그럴 거였으면, 애초에 아까 경매장에서 진즉 죽이고 빼갔으면 됐지. 안 그래? 아라야.”


“...”


아라가 뚱한 표정으로 이원을 노려보았다. 자신의 의견이 묵살당해서가 아니라, 이원이 이런 식으로 자신의 의견을 묻는 건 항상 자기한테 무리한 부탁을 하기 전에 밑밥 까는 것이란 걸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나한테 하나 좋은 방법이 있긴 한데... 하. 이거 해도 되나 모르겠네. 아라 너한테 너무 부담 주는 것 같기도 하고...”


실제로 아라의 시선을 피하며, 들으라는 듯 중얼거리는 이원. 한참 동안 시선으로 술래잡기를 하던 두 사람 중, 먼저 백기를 든 건 아라 쪽이었다.


“... 하아. 어디 한 번 들어나 볼 테니까, 말해 보세요.”


“아. 내가 생각한 건 이걸 쓰는 거야.”


잘그락-


그리 말한 이원이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그 무언가란 바로 이전에 콜로세움 호에서 탈취했던 아티팩트이자, 신경 기생충 드론을 사람 몸에 심어 조종하는 목걸이, [밤안개]였다.


“이걸 죠죠 몸에 심어서, 녀석이 자기 손으로 우리한테 [진실의 눈]을 바치게 하는 거지.”


“... 뒤처리는 어쩌고요.”


“사실 죠죠 쯤 되는 거물이면, 역으로 [진실의 눈]을 잃어버려도 말을 못 해. 중립구역의 큰손이 거짓말 잡아내는 렌즈를 사용하며 지내왔다? 괜히 얘기 꺼냈다가 암살이나 안 당하면 다행이지.”


- 원이 말도 일리가 있어. 실제로 도미니티카 군부 세력 중에서, 죠죠가 운영하는 포커판에서 몇십억씩 깨진 녀석들도 있거든. [진실의 눈] 챙겨서 파티장만 무사히 빠져나가면, 죠죠가 할 수 있는 것도 기껏해야 커뮤니티에 현상금 거는 게 전부일 거야.


“그게 본질이지. 그리고 이 [밤안개]의 드론만 녀석 몸에 심을 수 있다면, 별다른 소동 없이 파티장에서 빠져나가는 건 일도 아냐.”


씨익 웃으며 [밤안개]를 흔드는 이원. 그런 이원에게, 에드가 하나 놓치고 있다는 듯한 뉘앙스로 말했다.


- 근데 자기. [밤안개]의 신경 기생충은 정말 어지간히 방심한 상대가 아니라면 심을 수 없을 텐데? 죠죠는 상당히 의심이 많은 사람이야. 그럴 기회가 없지 않을까?


“방법이야 있지.”


- 대체 뭔데?


에드는 아직도 이원의 계략을 모르는 눈치였지만, 콜로세움 호에서 마가렛이 [밤안개]를 어떻게 사용하려 했는지 두 눈으로 똑똑히 봤던 아라는 그저.


“... 저 미인계는 처음이니까, 이번 건은 제 몫 두 배로 받을 거예요.”


싸늘하게 이원을 노려보며 중얼거릴 뿐이었다.


---


시간은 흘러흘러 포커 파티 당일.


“3E1ABB90... 승인됐습니다. 즐거운 시간 보내시길 바라겠습니다.”


“예. 수고하세요.”


“...”


평범하게 눈에 띄지 않는 양복을 입은 이원과, 가릴 덴 다 가린 검은색 드레스를 입은 아라. 두 사람이 죠죠가 준 입장 코드로 썬피아 호텔의 파티장 입구를 통과했다.


목걸이를 안쪽에 넣어 가슴께가 불편한지 연신 옷매무새를 가다듬던 아라가, 자신감 없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 이렇게 수수하게 입어도 괜찮을까요?”


“[밤안개]를 안 들키려면 그 옷이 베스트야.”


“... 그래도 일단 제가 죠죠의 눈에 띄어야 작전이 성공하잖아요.”


- 에이, 아라야. 쓸데없는 걱정할 필요 없어. 옷걸이가 예쁘면 담요만 걸쳐도 눈에 띄는 법이라니까?


에드의 말을 들은 아라가 당연히 담요만 걸치면 눈에 띄지 않을까 하며 미간을 찌푸리는 가운데, 그녀 옆에 있던 이원이 한 마디 더했다.


“그리고 유부녀‘만’ 좋아하는 새끼들치고 야하게 입은 여자 좋아하는 경우 별로 없어.”


- 오. 생각해 보니까 그러네. 원이 너 잘 짚었다?


“... 두 사람은 그런 걸 또 어떻게 알아요.”


- 음... 경험상?


“사람 심리가 거기서 거기지. 자. 빨리 들어가기나 하자.”


“...”


파티장 안쪽은 ‘초대규모 포커 파티’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을 정도의 규모였다. 포커 테이블 숫자는 웬만한 카지노와 비견될 수준. 참가한 사람들의 절반 이상이 테이블에 앉아 있는 가운데, 이원이 아라의 귀에다가 작게 속삭였다.


“일단 흩어져서 죠죠를 찾자. 아라 네가 찾으면, 콜만 하고 바로 작전 시작해.”


“... 알았어요.”


그리 말한 두 사람이 각자 정해진 방향대로 움직였다. 눈에 띄어야 하는 아라는 포커 테이블 사이사이를 전전했고, 이원은 포커보단 파티 그 자체를 즐기는 사람들 사이로 섞여들어갔다. 샴페인 잔이 부딪히는 소리가 요란한 가운데, 양복 입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들려왔다.


“도미니티카가 쉴 라를 무너뜨린 뉴스 봤나?”


“봤지. 이걸로 벌써 여덟 개째인가? 하긴 도미니티카가 보유한 기술의 수준부터가 여타 국가형 기업과 수준이 다르긴 하지.”


술 마시고 하는 얘기들은 역시 정치 얘기가 대부분. 이원은 쓸모없는 정보의 홍수들 속에서 그나마 쓸 만한 정보들만 골라 들으며 파티장을 둘러보았다.


그렇게 한 10분 정도가 지났을까, 이원의 귓가에 아라의 목소리가 울렸다.


- 선장님. 찾았어요?


“아직 못... 잠깐. 찾았다.


- 찾았어요? 어디에요. 그리로 갈게요.


“여기가 어디냐면... 잠깐. 녀석이 내 쪽으로 오는데?”


- 네?


“지금 딱 눈 마주쳤어. 더 이상은 대화 못... 아니. 죠죠 씨 아니십니까? 이틀 만에 또 뵙는군요. 하하하!”


코를 비비는 척 입을 가리고 얘기하다가, 순식간에 표정을 바꾸며 죠죠를 반가운 척 맞이하는 이원. 죠죠는 그런 이원과 악수를 한 번 주고받은 뒤, 입을 열었다.


“그래. 딱 이틀만이군. 잘 지냈나?”


“하하. 사실 이런저런 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빴습니다.”


“그래 보이는군. 허허. 그나저나 파티에 오고 싶다고 해서 초대했더니, 생각보다는 못 즐기고 있는 모양인데?”


“제가요? 아닙니다. 충분히 즐거운데요.”


“허허. 전에도 말하지 않았나? 내 앞에서 하는 거짓말은 다 들통이 나기 마련이라고.”


‘다행히 이 녀석, 지금 [진실의 눈]을 끼고 있군. 없었으면 재미없을 뻔 했는데.’


속으로 쾌재를 부른 이원이, 머쓱함을 연기하며 말했다.


“아하하. 그렇게 티가 났습니까? 사실 상황이 생각보다 재미있진 않네요.”


“아무것도 안 하고 있으니 그렇지 않은가. 파티에 왔으면 술을 마시던가, 게임을 하던가 해야지.”


“아. 그게 원래는 게임을 하려고 했는데...”


“했는데?”


“판돈이 좀 작아서요. 1억 크레딧 따위는 눈에 차지도 않아서 말입니다.”


“... 1억이 작아?”


“예. 제가 돈이 좀 많거든요. 그리고 사실, 1억 크레딧 개인한테나 큰돈이지, 기업 단위로 가면 푼돈 아닙니까? 그럼 푼돈이죠.”


농담처럼 들리는 소리였지만, 이원은 확신했다. [진실의 눈]은 분명 자신의 말을 거짓이 아니라고 인식하고 있을 것이란 걸 말이다. 실제로 죠죠가 잠시 말을 잇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 자네 1대1 포커를 마사지라 부르는 것 아나?”


이원은 보았다. 죠죠가 뜬금없는 이야기를 내뱉기 전에, 침을 꿀꺽 삼키고 입술 주위를 살짝 적시는 것을.


‘그러고 보니 죠죠 이 자식, 아라가 어디 갔는지조차 묻지 않는군.’


수상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지만, 이원은 내색하지 않고 죠죠의 질문에 답했다.


“마사지. 예. 알고 있습니다.”


“그래. 실제로 1대1 포커는 마사지처럼 주무르는 맛이 있지. 진짜 고수가 무조건 이기는 게임이야.”


“그렇군요. 그럼 제가 다 이기겠군요.”


꿀꺽-


죠죠가 침 삼키는 소리는 파티장에서도 선명하게 들렸고, 그는 잠시 이원을 응시하다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래서 말인데... 자네 나랑, 마사지로 큰 판 한 번 해보지 않겠나?”


그 순간, 죠죠가 경매장에서 아라에게 거의 눈을 주지 않았다는 사실이 떠오른 이원. 여타 정황증거들을 종합한 그의 머릿속에서 한 가지 결론이 도출됐다.


‘죠죠.M.더크. 이 새끼 이거... 유부‘녀’만 노리는 게 아니었구만? 좀 더 다채로운 씹새끼였네?’


기껏 세워놨던 미인계가 박살이 났으면 좀 아쉬워하기라도 할 법한데, 제깍제깍 새 작전을 세우는 이원.


“할 건가 말 건가?”


그는 재촉해오는 죠죠 앞에서 일부러 잠시 고민하는 척을 하다가, 웃으며 입을 열었다.


“아. 이거 원래 이럴 생각이 전혀 없었는데... 이렇게 되면 계획을 변경해야겠네요. 하하!”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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