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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스 블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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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멧돼지
작품등록일 :
2022.05.18 23:24
최근연재일 :
2022.06.29 16:29
연재수 :
29 회
조회수 :
4,805
추천수 :
301
글자수 :
137,131

작성
22.06.01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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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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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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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15. 목적 (3)

DUMMY

15.


- 아옳?


엘리베이터가 1층에 도착하자마자, 생선 대가리가 상반신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어인을 마주한 이원 일행. 어인의 주둥이는 핏물로 붉게 물들어 있고, 슬쩍 보이는 날카로운 이빨들 사이에는 사람 손가락이 끼워져 있다.


“이... 이씨이... 좀비한테 도망치니까 이... 이건 또 뭐- 흡!”


“조용히 해. 밖에 몇 마리나 더 있을 줄 알고.”


이원이 억울하다는 듯 울먹이던 루비의 입을 틀어막는 한편, 아라는 사태를 파악하자마자 입고 있던 스키니진과 속옷 사이의 홀더에서 단검을 꺼냈다.


어인이 상체를 한 번에 물어뜯으려는 듯 입을 크게 벌린 그 순간.


푸욱-


아라는 어인의 아가미 쪽 틈새로 단검을 깊숙이 찔러 넣었다.


털썩-!


단말마조차 내뱉지 못하고 쓰러지는 어인. 피비린내와 생선비린내가 확 올라오는 가운데, 세 사람은 엘리베이터에서 나와 건물 로비를 둘러보았다. 수많은 시체들 중에서 상체가 뜯겨나간 경비원들 세 구가 특히 눈에 띄었다.


- 다시 한 번 안내 방송 드립니다. 현 1층과 지하 매장에 사소한 문제가 발생하였으니, 추후 공지가 있을 때까지 손님 여러분들께선 전원 고층에서 대기해주시길 바랍니다. 고객 여러분들께 불편을 끼쳐드려 죄송합니다. 다시 한 번 안내 방송...


“... 아무래도 저희가 연구실에 있는 동안, 일이 터진 것 같네요.”


“그러게. 왠지 55층에서 내려가는데 아무도 안 탄다 싶더라. 엠마 교수님 조용한 거 좋아하시는 건 알았지만 방음이... 장난 아니네.”


“으... 구... 굳이 회는 안 먹어도 될 것 같아요... 우웩...”


루비가 헛구역질을 연발하는 동안, 아라는 널브러져 있는 사체의 옷에다가 단검을 닦으며 말했다.


“... 물고기는 더 이상 보고 싶지 않으니, 슬슬 우주선으로 돌아가죠. 선장님.”


“그래. 가서 밥이나 먹자. 루비 회 먹고 싶대.”


“...”


허나 세 사람이 아틀란티스 타워 바깥으로 나왔을 땐, 블루스 호로 돌아가는 길이 그리 순탄치는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수중도시 아쿠아리아는, 더 이상 인간의 터전이 아니었으니까.


---


- 아옳옳옳?

- 아옳옳옳옳!


이전에 행성 과아나크에서 상대했던 좀비들과 달리, 어인들은 온몸이 비늘로 덮인 만큼 훨씬 더 강한 내구도를 자랑했다. 어인들 대부분이 몸 군데군데 총 맞은 자국이 있었음에도, 멀쩡하게 움직이고 있었을 정도.


“얘넨... 좀 빡센데?”


스극-


실제로 몇 번 주먹질을 해 본 이원은 이건 주먹으로 안 되겠다 싶었는지, 금방 포기하고 [공간 절단]으로 상대했고.


“... 그러니까 운동 좀 하시라니까요.”


푸욱-!


아라도 단검을 휘두르기보다는 약점인 아가미에 일일이 꽂아 가며, 한 마리씩 처리하는 방향으로 움직였으며.


“서... 선장님! 사모님! 화... 화이팅! 힘내라! 힘!”


루비는 방해가 되지 않도록 멀찍이 떨어져 응원했다.


푸욱-! 털썩-


30분 정도의 전투 끝에, 아틀란티스 타워 앞을 서성거리던 마지막 어인을 찔러 잡은 아라.


주변에 더 이상 살아 있는 물고기가 없다는 것을 확인한 그녀가, 무심코 땀을 닦으려다 자기가 입고 있던 흰 티가 새빨갛게 물들어버린 걸 확인해버리고 말았다.


그녀는 피 묻은 옷 냄새를 한 번 맡아 보더니, 약간 속상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 이 옷, 돌아가면 버려야겠네요.”


“그 옷 버리게? 그거 아끼는 옷이잖아.”


“그렇긴 하지만... 이렇게 되면 버려야죠. 아무리 빨아도 냄새 안 빠질 거예요.”


“... 그럼 어쩔 수 없지. 나중에 AC-04로 옷이나 사러-”


띵디리딩딩~


순간 요란하게 울리는 이원의 마나 타블렛. 아라가 흘끔 화면을 보는 시늉을 하며 물었다.


“누구에요?”


“응? 엠마 교수님. 통화 좀 할게.”


톡-


[ 통화를 시작합니다. ]


“네. 교수님.”


- 원아. 지금 창 밖에 보이는 거 너희니? 방금까지 괴물들이랑 싸우던 거? 어디 다치진 않았지?


“네? 아. 네. 아마 저희 맞을 거예요. 다치진 않았어요.”


- 휴우. 안심이구나. 연구실에 있는데, 갑자기 물고기 괴물들이 아쿠아리아를 돌아다닌다는 연락을 받고 어찌나 놀랐는지...


“교수님도 무사하신 것 같 다행이네요.”


- 아니. 다행이라 할 순 없단다. 벡터 11구역에서 발생한 저 생선 대가리 괴물들 때문에, 아쿠아리아 방위군이 전멸했어. 아무리 수중도시가 군 예산을 최소화하기 위한 도시 양식이라곤 하지만, 그래도 명색이 방위군이라는 것들이 이 정도로 수준이 낮을 줄은 몰랐다.


“아하하... 그렇군요.”


- 원이 너도 남 일이라고 웃을 때가 아냐. 아쿠아리아 의회가, 이미 여우를 몰아내기 위해 사자를 집 안에 들이는 결정을 내렸다.


“네? 여우를 몰아내기 위해, 사자를 들인다는 것이... 아. 설마-”


이원이 순간 무언가를 깨달은 듯 말꼬리를 흐리는 바로 그 순간.


우우우우웅-!


아쿠아리아로 들어오기 위한 해저 터널에서, 한 대의 소형 전함이 빠져나왔다. 그리고 전함에 측면에 새겨진 문양은 분명 도미니티카의 것이었다.


- 그래. 원이 네가 생각하는 그 설마야. 이번 사건으로, 아쿠아리아에 도미니티카 군대를 주둔시키기로 결정했다.


“... 중립구역에 제국군을 들인다니, 어불성설이네요.”


- 어쩌겠니. 괴물한테 다 죽으면 중립이고 뭐고 없는데. 그리고 이전부터 잘 나가는 도미니티카에 붙는 게 어떠냐고 말하는 의원들이 한둘이 아니었단다. 긴급회의가 열리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거의 만장일치로 날치기 통과시켜 버렸지.


“... ‘사소한 문제’ 터진 지 세 시간도 안 지났는데요.”


- 나도 의원이지만, 의원들이라는 족속이 원래 이럴 때만 빠르단다.


이원은 엠마의 말을 들으며 하늘의 함선을 자세히 살폈다. 도미니티카 로고 그 옆엔 황금색으로 적힌 12. 도미니티카 각성자 부대 제 12마법병단의 상징이었다.


슈우우우-


허공에 오래 머무르지 않고, 곧바로 이원 일행이 있는 아틀란티스 타워를 향해 날아오는 함선. 그 광경을 지켜보던 이원 희미하게 웃으며 말했다.


“좋은 정보 감사해요. 교수님.”


- 그래. 그나저나 나는 의회가 소집돼서, 이만 끊어야 할 것 같구나.


“예. 나중에 제가 다시 연락드릴게요.”


뚜-


이원이 엠마와의 통화를 끊고 마나 타블렛을 주머니에 넣을 무렵, 어느덧 도미니티카의 소형 함선은 그들 바로 앞까지 다가와 착륙을 준비하고 있었다.


푸슈우우우우-


함선이 고도를 낮추며 거센 바람이 불어오는 가운데, 아라가 포니테일로 묶은 머리를 휘날리며 말했다.


“제 12마법병단의 함선이면... 이설화가 타고 있겠네요.”


“그렇겠지.”


“으... 바람이 무슨... 잠깐. 이설화? 이설화라면 그... 자기 굴욕사진 찍은 언론사 통째로 얼려버리고, 자기가 무슨 세상에서 제일 예쁜 여자인 줄 아는... 개싸이코패스 공주병 과대망상증 환자 아니에요?”


“아니. 루비야. 개싸이코패스 공주병 과대망상증 환자라니. 설화 누나가 비록 이복형제긴 해도 엄연히 내 가족인데, 그렇게 객관적 사실만 말하면 내가 기분이 좋겠어?”


“어... 음... 사... 상당히 좋아 보이시는데요?”


“... 제가 봐도 웃고 있는 것으로밖에 보이지가 않네요. 선장님.”


“아라도 참. 내가 웃고 있다니 무슨 소리야. 착시현상이야, 착시현상.”


“...”


생글대는 이원을 아라와 루비가 묘한 표정으로 지켜보는 가운데, 어느새 착륙을 마친 도미니티카의 함선은 간이계단 설치마저 끝낸 상태였다.


위잉-


그리고 함선의 문이 열리면서 가장 먼저 나온 것은, 황금빛 자수가 새겨진 남색 제복을 입은 날카로운 눈매와 긴 생머리의 여자.


“으... 냄새. 분명 이전에 놀러 왔을 때는 아름다운 도시였는데, 이제는 청소부터 아주 새로 해야겠네.”


이설화였다.


코를 부여잡은 채 계단을 내려가는 이설화. 그녀가 어인의 시체가 널브러진 주위를 둘러보고선, 뒤따르는 12병단에게 신경질적으로 소리쳤다.


“야. 이 쓸모없는 새끼들아! 주변 보고 뭐 느끼는 거 없어?”


“예? 예? 뭐... 뭐 말씀이십니까?”


“뭐긴 뭐야! 주위를 봐! 피투성이잖아! 내 300만 크레딧짜리 구두에 피 묻히며 걸으라는 거야? 이 머저리 같은 새끼들을 그냥-”


“다... 당장 ‘안티 그래비티’ 꺼내오겠습니다! 야! 비켜!”


“어휴. 엄마는 대체 이 느려터진 쓰레기 머저리 돌대가리들만 모아놓은 부대에서 대체 뭘 하라는 거야. 진짜.”


부대장처럼 보이는 남자가 황급히 함선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보며, 짜증난다는 듯 중얼거리는 이설화. 그런 이설화를 향해, 아틀란티스 타워 앞 계단에 걸터앉아 있던 이원이 반갑게 손을 흔들며 인사했다.


“설화 누나. 안녕?”


“응? 어떤 씹새끼가 내 이름을 막 불...”


이원과 눈을 마주친 바로 그 순간, 말을 잇지 못하는 이설화.


“오랜만이네. 7년만인가?”


현 도미니티카 황위 계승 서열 5위이자 도미니티카 제 12마법병단장이자 냉기 마법의 실력자, 이설화의 표정이 세상에서 가장 딱딱하게 굳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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