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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스 블루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SF

가시멧돼지
작품등록일 :
2022.05.18 23:24
최근연재일 :
2022.06.29 16:29
연재수 :
29 회
조회수 :
4,794
추천수 :
301
글자수 :
137,131

작성
22.06.27 10:10
조회
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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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글자
11쪽

28. 변화 (3)

DUMMY

28.


한편 우주정거장의 AC-02 한 폐건물. 인테리어는커녕 제대로 된 가구 하나 없는 건조하고 황량한 공간 속에는 이전의 트라흐너 맥주 마시기 대회의 3등, 문신한 글린 족의 전사가 있었다.


그는 홀로그램 통신기를 통해, 탱크탑에 숏팬츠를 입은 보라색 머리의 여자에게 크게 비웃음당하고 있었다.


- 푸하하하하! 뭐? 2등도 아니고 3등? 나였으면 쪽팔려서 자살했다! 푸하하하!”


“... 웃을 일이 아냐. 비록 맥주 마시기 대회였지만, 두 사람 다 상당한 실력자란 걸 느낄 수 있었다. 그 노인은 특히...”


- 아하. 그러셔? 혹시 지고 나서 쪽팔리니까, 상대 올려치기하는 거 아냐? 푸훕.


“... 그럴지도. 하지만 변수를 발견했다면 미연에 방지해 두는 것이 상식이지. 미옐룬. 내가 너에게 연락한 이유도 그 때문이다.”


- ... 설마 도와달라고?


“그래. 이번 일은 [수도자]님께서 직접 지시하신 일이다. 실패는 용납될 수 없어.”


문신한 남자의 말에, 보라색 머리의 여자가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


- 예틀럽 너가 이번에 받은 임무가... ‘영웅 되기’지? [슈퍼노바]라는 해적놈들이 우주 대스타 ‘카노 사바’를 납치감금했을 때, 너가 구출해서 영웅 행세하는 거.


“그렇다.”


- 악당 역할 할 [슈퍼노바]도 미리 준비 됐잖아?


“그렇다. 이미 ‘버그’를 잔뜩 먹여, 내 말이라면 자기 내장도 뜯어먹을 상태로 대기중이지. 신체능력 상승은 덤이고.”


- 그래. 준비 만반이네. 근데 뭐가 문제야?


“말하지 않았나? 이미 이 우주정거장 AC-02에는 엄청난 고수일지도 모르는 사람이 최소 둘이나 있다. [슈퍼노바]만으로는 화력이 모자랄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 아~ [수도자]님과 우리를 영웅으로 만들어줘야 할 악당 [슈퍼노바]가 다른 사람들 영웅으로 만들어주는, 남 좋은 일만 할지도 모르니까 내가 악당에 힘을 좀 실어줘서 밸런스를 맞춰 달라... 이거야?


“정확하다. 미옐룬 너의 능력이라면 정체도 드러나지 않을 거고, 설령 강자를 만나더라도 죽지는 않을 테니 악역으로는 제격이지.”


- 쳇. 죽지만 않으면 다야? 괜히 나만 씨발년 되는 스토리잖아. 더럽네.


“... 그래서 안 할 건가?”


- 아니. 해야지. 사실 고분고분한 년보다는 썅년 쪽이 더 적성에 맞거든.


미옐룬이라 불린 여자는 비릿하게 웃더니, 이내 문신의 남자에게 물었다.


- 그보다 일은 언제 시작하려고?


“바로 내일. ‘카노 사바’는 항상 콘서트 이틀 전에, 변장을 하고 명품 백화점에 들르는 루틴이 있지. 그 때 [슈퍼노바]를 풀어서 납치할 예정이다.”


---


한편 술판이 벌어졌던 블루스 호.


“음냐... 나도 사모님 같은 여자랑 결혼하고 싶다... 쿠울...”


고작 맥주 세 잔 마시고 만취한 루비는 속옷 차림으로 제 방에서 이불조차 덮지 않은 채 쿨쿨 잠들어 있었지만, 이원과 아라는 아직 끝나지 않은 술자리를 계속하고 있었다.


분명 루비를 껴서 셋이 마시고 있을 땐 식탁에서 먹고 있었건만, 지금은 묘하게 장소가 옮겨져 소파 위. 이원이 상품으로 받아온 5L짜리 케그는 이미 동난지 오래였기에, 두 사람은 각자 이슬이 맺힌 캔맥주를 하나씩 들고 있었다. 물론 두 사람에게 있어 맥주는 탄산수와 큰 차이가 없었기에, 아무리 먹어도 취할 일은 없었다. 분위기에 취한다면 모를까.


[ 천상의 목소리, 카노 사바에 관한 101가지 TMI - by 에드 ]

[ 해적단 ‘슈퍼노바’의 행적 정리 - by 에드 ]


이원이 에드가 보내준 여러 문서들과 영상들 홀로그램으로 띄워 놓고 살피고 있는 가운데, 그런 그의 옆에 쪼그려 앉아 맥주를 홀짝이던 아라가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 선장님.”


“응. 왜.”


“아까 그거 어떠셨어요.”


“아까 그거?”


“... 안주로 만들어드린 햄 샐러드 말이에요.”


“아. 그거? 적당히 먹을만 하던데.”


“... 그냥 맛있었다 하세요.”


“너무너무 맛있었어.”


“... 정말...”


성의 없는 대답에 아라가 뾰로통한 표정으로 눈을 흘겼지만.


“그나저나 [슈퍼노바]가 카노 사바라는 여가수를 노린다라...”


이원은 에드가 보내준 정보들을 읽느라 여념이 없다.


“...”


“아무리 놈들이 미련해도 콘서트가 시작되고 작전을 개시할 리는 없고...”


아라가 계속해서 뚫어져라 쳐다봤지만 전혀 반응이 없는 이원. 이원은 원래 이렇게, 뭔가 하나에 몰두하면 도무지 옆을 볼 줄 모르는 성향이 있었다. 물론 아라는 그런 이원의 그런 점을 싫어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좋아했다.


지금만큼은 아무리 빤히 쳐다보고 있어도 모를 뿐더러.


스윽-


이렇게 은근슬쩍 팔에 머리를 기대도 모른다는 점에서 특히.


두근- 두근-


감각이 예민한 아라는 팔에 기대고 있는 것만으로도 이원의 심장소리가 들렸다. 두 사람이 함께한 시간이 어느덧 4년. 그냥 이러고 있는 것만으로도 아라는 자기도 모르게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한편 그렇게 3분쯤 지났을 무렵.


“... 아.”


스윽-


이원이 짧게 내뱉은 한 마디에서 무언가 낌새를 눈치 채고 원래의 자세로 원상복귀하는 아라. 그 속도는 이원이 정신 차리는 차리는 것보다도 빨랐기에, 이원은 아라가 여태 뭘 하고 있었는지도 모르는 채로 고개를 돌렸다.


“아라야. 우리 내일... 응? 뭐야. 아라 너 얼굴 많이 빨간데? 벌써 취했어?”


“아... 아니에요. 좀 더워서 그런 것뿐이에요. 그보다 내... 내일 뭐... 하시려던 말씀 있으시던 거 아니에요...?”


“아. 우리 내일 쇼핑이나 가는 건 어떨까 해서.”


“... 쇼핑이요?”


“응. 쇼핑. 연예인도 만날 겸.”


---


[ 아스트리아 백화점 ]


이튿날, 이원 일행이 찾은 곳은 하드쉬 할라 맥주 축제장과는 멀찍이 떨어져 무인택시를 타고도 2시간 반을 이동해야 하는 명품 백화점이었다.


백화점 내부는 ‘나 귀부인이오’ ‘나는 재벌2세요’ 하는 것처럼 명품들을 몸에 치렁치렁 감은 손님들로 가득했지만, 가장 시선을 끄는 것은 평범하게 후드티와 운동복 차림으로 나온 이원 일행이었다.


‘아무리 연예인들이어도 명품 백화점에 저따구로 입고 와? 이곳엔 드레스 코드도 없어?’


‘와. 대박이다. 맥주 축제장에 연예인 잔뜩 왔다더니... 오늘 눈호강하네.’


손님들이나 점원들이나 이원 일행을 보며 묘한 착각을 하는 가운데, 루비가 심드렁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옷들이 하나같이 다 더럽게 비싼 것들 밖에 없네요. 여기서 제일 싼 걸로 내 후드티 열 벌도 사겠네.”


“그러게요. 여기 이 가디건 한 벌에 4만 6000 크레딧... 저희 우주선 넉 달치 식비가 넘네요.”


“왜. 아라 곧 생일인데 한 벌 사 줘?”


“아뇨. 그냥 한 번 해 본 소리에요.”


“다행이네. 나도 그냥 한 번 해 본 소리였거든.”


“...”


세 사람의 이야기를 몰래몰래 엿듣던 남자손님들이 ‘그럼 그렇지, 저 남자 얼굴만 잘 생겼지 돈은 별로 없나 보군.’ 하면서 비웃음과 함께 고개를 돌렸지만, 실상은 아라가 가진 1억 3000만 크레딧만으로도 이곳 백화점 손님들 중 상위 1%는 됐고, 아라보다 몇십 배는 부자인 이원은 말할 것도 없었다.


단지 아라는 ‘소원 들어주기’를 위해 100억을 모아야 했고, 이원은 도미니티카 후계 경쟁을 위해서 언제 어떻게 돈을 써야 할 지 모르니 쓸데없는 지출을 최소화하려 하는 것뿐이었다. 물론 루비는 가진 돈 한 푼 없이 빚뿐이었고 말이다.


한편 그렇게 백화점 내에서 이원 일행에 대한 관심이 거의 다 사그라졌을 무렵, 아라가 조용히 물었다.


“그래서 이곳 백화점에 카노 사바가 변장하고 올 거고, [슈퍼노바]는 그걸 노릴 거다... 이 말씀이시죠.”


“응. 하드쉬 할라 맥주 축제장 근처에서, 여기가 가장 가까운 명품관이거든. 에드가 보내준 정보에 따르면 카노 사바는 항상 콘서트 이틀 전에 변장하고 쇼핑한다는 말이 있기도 했고.”


“근데 이 많은 사람들 중에서 변장한 카노 사바를 대체 어떻게 찾죠.”


“그건 이제 카노 사바의 특성을 고려해서-”


“어... 선장님. 사모님. 굳이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 없을 것 같은데요?”


그리 말하며 백화점 한구석을 가리키는 루비. 그곳에는 한여름치고는 너무 껴입은 복장에 숄더백, 빵모자에 색깔 들어간 큰 안경, 그리고 마스크. 마치 ‘나 변장 중이오.’라고 홍보라도 하는 듯한 패션의 여자가 이원 일행만큼은 아니어도 엄청나게 튀는 패션이었다.


“저거 카노 사바 아니에요?”


“... 카노 사바네.”


“... 카노 사바네요.”


---


고작 24살의 나이로 우주 대스타라는 불리는 천재 싱어송라이터 카노 사바. 행실도 정숙하고 사생활 문제 하나 없는 그녀의 유일한 취미는 의외로 ‘명품 백화점 탐방’이었다.


허나 그녀의 명품 백화점 탐방은 사치스러운 물품을 사기 위해 돈을 흥청망청 쓰는 그런 의미가 아니었다. 단지 의류, 쥬얼리, 악세사리 등등 이런저런 명품들을 눈으로 조목조목 구경하면서.


‘아... 이거 디자인을 이렇게 한 게 이런 의미구나. 이걸 노래로 표현하면...’


그 속에 숨어 있는 우주 초일류 디자이너들의 의도를 읽어내고, 시각적 미(美)를 청각적 미(美)로 재해석하는 것. 그녀가 어린 나이에 우주대스타라 불릴 정도로 성공한 원동력은 바로 이 취미 때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물론 천상 예술가 카노 사바의 이런 취미는.


“... 그나저나 저 여자는 아무것도 안 살 거면 대체 백화점엔 왜 온 거야?”


“그러게요. 아이쇼핑 할 거면 집에서 갤럭시넷으로 보는 게 나을 텐데.”


“근데 [슈퍼노바]? 아무튼 걔네들은 언제 나타난대요?”


예술과는 거리가 먼 블루스 호의 실리주의자 3인방에게는 그냥 어슬렁대는 것으로밖에 비치지 않았다.


한편 백화점 내부를 몇 시간이고 돌아다니다가, 7층 가구 코너에 있는 한 의자에서 발걸음을 멈춘 카노 사바. 그리고 몇 분 지나지 않아, 그녀 앞에 날카로운 눈매에 비즈니스 정장 입은 한 여자가 나타났다.


카노 사바의 매니저 겸 경호, 아사쿠라 유에였다.


“카노. 가자. 시간 다 됐어.”


“... 네.”


위잉-


매니저와 함께 백화점을 빠져나가려고 에스컬레이터에 몸을 실은 카노 사바.


‘오늘 여기 있는 물건들은 약간... 좀 실망스러운 거 같아. 뭔가 하루 종일... 진짜 아름다운 무언가는 전혀 못 본 그런 느낌이고...’


어느덧 1층에 도착한 그녀가, 약간은 불만족스럽다는 표정으로 백화점 출구 쪽으로 향하던 바로 그 순간.


저벅저벅-


“타깃은 저격 방지 시스템 [아이기스]를 가지고 있다.”


“일단 보이는 건 다 쏘고, 살아있는 것만 추궁하면 되겠군.”


전투복 차림의 덩치 좋은 남자 세 명이, 백화점 안으로 들이닥쳤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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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26. 변화 (1) +4 22.06.20 88 5 12쪽
25 25. 벌레 (8) +2 22.06.16 103 5 10쪽
24 24. 벌레 (7) +1 22.06.14 90 7 12쪽
23 23. 벌레 (6) +2 22.06.13 116 7 12쪽
22 22. 벌레 (5) +3 22.06.11 115 8 11쪽
21 21. 벌레 (4) +4 22.06.10 115 8 9쪽
20 20. 벌레 (3) +2 22.06.08 117 7 9쪽
19 19. 벌레 (2) +1 22.06.07 116 7 10쪽
18 18. 벌레 (1) +1 22.06.06 122 8 10쪽
17 17. 목적 (5) +2 22.06.05 114 9 9쪽
16 16. 목적 (4) +1 22.06.02 139 10 9쪽
15 15. 목적 (3) +1 22.06.01 132 9 10쪽
14 14. 목적 (2) +2 22.05.30 138 13 11쪽
13 13. 목적 (1) 22.05.29 140 8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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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10. 좀비 (3) +2 22.05.26 164 10 10쪽
9 9. 좀비 (3) 22.05.25 144 7 10쪽
8 8. 좀비 (2) +2 22.05.24 161 8 10쪽
7 7. 좀비 (1) +3 22.05.23 176 13 9쪽
6 6. 도박 (6) 22.05.22 180 11 11쪽
5 5. 도박 (5) 22.05.21 171 10 11쪽
4 4. 도박 (4) +1 22.05.20 217 13 12쪽
3 3. 도박 (3) +1 22.05.20 299 14 12쪽
2 2. 도박 (2) +3 22.05.20 420 2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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