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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멧돼지
작품등록일 :
2022.05.18 23:24
최근연재일 :
2022.06.29 16:29
연재수 :
2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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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08
추천수 :
301
글자수 :
137,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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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14 2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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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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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글자
12쪽

24. 벌레 (7)

DUMMY

24.


이원의 증거 인멸 시도에도 불구하고, 여기저기 흩날린 요리책 페이지를 이미 봐버린 아라. 그녀가 이원을 향해 눈을 흘겼다. 딱히 별 말 하지 않았건만, 제 발 저린 이원이 먼저 뒷머리를 긁었다.


“아하하... 미안.”


“... 괜찮아요. 그보다 이거요. 이거 설마 우주선에 데려가서 취조하시려는 건 아니겠죠.”


“당연하지. 애초에 그런 일 하기 최적화된 장소가 바로 앞에 있는데, 굳이 우주선까지 갈 것도 없잖아?”


그리 말하며 어딘가를 가리키는 이원. 모두의 시선이 그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곳으로 향했다.


[ 호텔 필 ]


---


[ 907호 ]


털썩-


“어우. 진짜 운동 부족인가...”


이빨이 다 나가버린 약쟁이 청년을 러브호텔 침대에 던져버리고, 자신도 침대에 걸터앉는 이원. 그가 잠시 숨을 고르고 주위를 둘러보던 그가.


“그나저나 당신은 왜 은근슬쩍 따라오고 있는데?”


자신의 뒤를 따라 호텔방까지 따라온, 용병대 대장이자 안대형 아티팩트 [이글 아이]를 낀 남자에게 물었다. 그는 덩치에 안 맞게 ‘나 말인가?’하는 표정으로 자신을 검지로 한 번 가리키더니, 이내 헛기침을 하며 답했다.


“흠흠... 내가 호텔비 계산할 땐 별 말 안 하다가, 지금 이러니 조금 당황스럽군.”


“... 그건 그거고.”


“여튼 나도 성녀에게 의뢰를 받은 입장인 만큼 뭐라도 알아가야 하지 않겠나. 방해되지 않게 가만히 있을 테니, 부디 함께하게 해 주시게.”


“뭐. 별 상관은 없지만... 이상한 짓은 안 하는 게 좋을 거야.”


“... 명심하겠네. 그보다 우리 통성명이라도 하는 건 어떤가? 나는 떠돌이 용병일을 하는 제트라고 하는데-”


“됐어. 무슨 통성명이야. 한 번 보고 말 사이인데.”


“... 흠흠... 알겠네.”


순식간에 찾아오는 적막. 두 남자, 아니. 쓰러진 청년까지 포함해 세 남자가 말없이 호텔방에서 가만히 있고서 몇 분이나 지났을까, 누군가가 방문을 똑똑 두들겼다. 문을 열어보지 않아도, ‘도넛과 츄러스’로 취조에 도움이 될 만한 물건들을 사러 갔던 아라와 루비였다.


덜컥-


“선장님! 시키신 대로 수갑이랑 이것저것 사 왔어요.”


“아으으... 다... 다음부턴 이런 심부름 시키지 마세요...”


아라가 모기 기어가는 목소리로 이원과 눈도 못 마주치는 가운데, 이원에게 봉투를 하나 건네는 루비. 그 속을 살피던 이원이 황당하다는 듯 중얼거렸다.


“... 야. 루비 넌 무슨 수갑을 털 달린 걸로 사 왔냐?”


“그 가게에서는 원래 그런 것들만 취급한다던데요? 그게 덜 쓸리고 덜 아프다나 뭐라나. 아무튼 그렇대요.”


“그래? 그럼 어쩔 수 없지.”


“...”


철커덕-!


제트가 어이가 없다는 눈빛으로 지켜보는 가운데, 털 달린 수갑으로다가 약쟁이 청년을 침대에다 구속하는 이원. 그러고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 허어어억-!”


약쟁이 청년은 요란한 소리와 함께 깨어났다.


“허억...! 허억...!”


그는 격렬하게 숨을 들이쉬고 내쉬며 주변을 확인하더니.


“허억... 흐흐... 흐흐흐... 흐하하하!”


갑자기 미친 인간처럼 웃기 시작했다. 쥐도 새도 모르게 루비가 아라의 등 뒤로 숨어들어간 가운데, 남자는 웃음을 뚝 멈추고선 이원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 야. 너.”


“왜.”


“... 나 목말라. 물.”


“물. 뭐.”


“... 물 달라고.”


“갖다 먹어.”


“...”


“...”


유치하기 짝이 없는 대화. 허나 이원은 나름 계산해서 한 대답이었다.


‘이렇게 오락가락하는 녀석한테 대화의 주도권을 빼앗기면 귀찮아지기 마련이지.’


계속해서 정적이 흐르는 사이, 먼저 입을 연 건 묶여 있던 청년 쪽이었다.


“... 나 같은 약쟁이를 아무 이유도 없이 이렇게 묶어뒀을 필요는 없고... ‘버그’가 필요한 거였다면 기절한 사이 이미 가져갔을 테고... 그것도 아니라면... 역시 [수도자]님에 대한 정보가 필요한 건가?”


“잘 아네. 그럼 말해.”


“... 물부터 줘. 그럼 말할게.”


남자의 말에 이원은 호텔 냉장고에서 생수 한 병을 꺼내더니.


“먼저 말해. 그럼 줄게. 물.”


뚜껑을 따서 침대 옆의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묶여 있는 남자는 이원의 얼굴과 물병을 번갈아서 노려보다 입을 열었다.


“... 그분에 대해서 뭘 알고 싶지?”


“그 녀석, 어디 있지?”


“나도 몰라. 그분께선 애초에 이곳 유희성대에 오신 적도 없거든. 내게 연락할 주소를 남겨 주신 적도 없고.”


남자의 말을 듣자마자, 루비가 소리쳤다.


“거짓말! [수도자]가 법회라고 해서, 유희성대 곳곳에서 개똥철학 설파하고 다녔다고 이미 다 들었거든?”


“... 법회에서 연설한 건 그분이 아니라 나야. 유희성대에 버그를 나누어준 것도 나고. 난 그분의 제자로서, 그분의 뜻을 따라, 그분이 시키는 대로 행동했을 뿐.”


“... 제자라고?”


“그래. 나는 그분의 열두 번째 제자... 막투 다 옛살럽이다.”


“막투... 뭐시기? 사모님. 쟤 뭐래요? 발음 새서 못 들었어요.”


“... 저도 못 들었는데요.”


“... 막투. 다. 옛살럽. 고립되고 슬픈 자라는 뜻으로, 그분께서 지어주신 이름이다.”


그리 말하고는 두 여자에게 이빨이 다 나간 웃음을 비치는 막투 다 옛살럽. 루비와 아라가 동시에 미간을 찌푸리는 가운데, 막투 다 옛살럽은 고개를 돌려 이원에게 말했다.


“야.”


“... 뭐.”


“말했으니까 이제 줘. 물.”


“... 자. 먹어라.”


손수 막투의 입에다가 생수병을 물려주는 이원. 벌컥벌컥 생수 한 통을 금세 비운 그는, 입가에 물을 질질 흘리며 채로 이원에게 말했다.


“... 그거 알아? 나를 이곳에 보내기도 전부터, 그분께서는 이 순간을 ‘예언’하고 계셨어. 네가 내게 물병을 물려주시는 것까지 전부 말이지.”


“...”


“너 따위는 나 말고 그분이나 다른 제자들에게는 상대도 안 돼. 근데 니가 지금 이러고도... 무사할 수 있을 것 같아? 당장 이거 풀어.”


협박 아닌 듯 협박하는 막투 다 옛살럽. 바로 그 순간, 조용히 듣고만 있던 이원이 순간 진심으로 웃음이 터져 큭큭댔다.


“... 웃어?”


“미안. 좀 웃겨가지고. 핑크 털수갑으로 묶인 채로 그런 말 하는 것도 그렇고, 자기 지인들 가지고 허세부리는 게 딱 내 다른 형제들 생각이 나서 말이야. 정작 본인은 별 거 없는데 말이지.”


“... 이 새끼가...”


“야. 아무튼 결론은 [수도자]라는 놈은 지금 여기 없고, 이곳 유희성대에 ‘버그’를 유통한 새끼는 너다 이 말이지?”


“... 그렇다.”


“그럼 됐네. 아라야. 전왕이랑 마가렛한테 연락해. 의뢰한 놈들 잡았으니까, 이리로 오라고.”


“네. 선장님.”


“자... 잠깐!”


아라가 조용히 마나 타블렛을 꺼내자, 여태껏 광기를 넘치던 모습을 보이던 막투 다 옛살럽이 당황한 듯 소리쳤다.


“잠깐 뭐.”


“내... 내 얘기 못 들었어? 내가 사라지면 [수도자]님이 널 가만히 둘 것 같아? 당장이라도 내 복수를 하기 위해-”


“너 진짜 좀... 멍청하구나? 아직도 모르겠냐? 너 이용당한 거야. 그 [수도자]인가 뭔가 하는 놈한테 버림패로 말이지.”


“... 뭐?”


“니 말대로라면 너 [수도자]라는 놈한테 연락할 수단도 없다며? 니가 그렇게 중요한 패면 일이 어떻게 흘러가는지는 계속 연락을 받겠지. 혹시라도 문제가 생기면 시정을 해야 할 수도 있는 거고. 근데 넌 그런 것도 없이 그냥 시키는 거 하고 있던 거잖아. 그 인간의 ‘예언’이란 것만 철썩 믿으면서 말이야.”


“...”


“애초에 너 약쟁이잖아. 누가 약쟁이를 신뢰하겠냐? 그냥 한 번 이용해먹고 버리는 거지.”


“그... 그럴 리 없... 으... 으흐으...”


말을 하다가 갑자기, 얼음물에 빠진 것마냥 몸을 덜덜덜 떠는 막투 다 옛살럽. 말은 안 했지만 마나를 느낄 줄 아는 이원과 아라, 제트는 그의 힘에서 마나가 점점 사라져 가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고, 그 말은 곧.


“버... 버그... 버그를 줘... 추워...”


‘버그’를 복용하기 전의, 아무 힘도 없는 일반인으로 돌아오고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힘이 점점 빠져가며 혈색이 나빠지는 그리 유쾌하지 않은 모습을 지켜보던 이원이, 얼굴을 찡그리며 물었다.


“... 얘 드디어 약기운 다 떨어졌네. 그나저나 아라야. 전왕한테 연락은 했어?”


“방금 딱 됐어요. 곧 사람을 보내겠대요.”


“그럼 슬슬 전왕이 보낸 사람들 도착하면 바로 움직일 수 있게, 슬슬 갈 준비 하자. 뭐. 그쪽은 이름이... 제트라 했나? 이 녀석에게 더 볼일 있고?”


“음... 음? 아니. 없다. 사실 이 녀석을 성녀에게 넘기면 추가금을 받기로 했지만... 이 놈을 잡은 건 내가 아니니까.”


“그래. 잘 생각했어. 세상엔 돈보다 중요한 게 많으니까. 목숨이라던가.”


“...”


“아. 근데 선장님, 선장님. 아까 수갑 사러 가서 봤는데요. 사모님이 아무래도 고양이 속옷에 관심이 있으신 것- 읍!”


“... 저... 전혀 없어요. 착각이에요. 착각.”


이원 일행이 서로서로 이야기를 하며 옷도 챙겨입고 떠날 준비를 하며 추스르는 가운데.


“... 추... 추워... 어두워...”


침대에 홀로 누워 덜덜 떠는 막투 다 옛살럽. 그 광경을 슬쩍 쳐다본 이원이 작게 중얼거리며 고개를 돌렸다.


“막투 다 옛살럽. 고독하고 쓸쓸한 자라... 그 [수도자]라는 양반이... 정작 본인이 어떻게 될 지는 예언해주지 않았나 보네.”


---


한편 행성 에덴.


“허억- 허억-!”


이전에 수중도시 아쿠아리아에서 이원 일행에게 도움을 청했던 소년, 드미트리 아시모프는 살던 영지에서 한참 멀리 떨어진, 곤충형 괴물들에게 장악당한 지역을 달리고 있었다.


- 촤아아악!

- 촤아악!


여기저기서 초대형 사마귀들이 그의 뒤를 쫓는 와중에도, 그의 머릿속은 한 가지 생각으로 가득했다.


‘서... 설마... 세르게이 형님이 반란을 일으킬 줄이야...’


이원이 예상한 대로, 에덴에서는 형제 싸움이 발발했다.


새어머니가 데려왔다는 두 자식 중, 왕위를 계승할 수 없는 차남 세르게이 아시모프는 빌려 온 안드로이드로 자기 형 알렉세이 아시모프를 죽였고, 어머니 나탈리아 아시모프와 아버지 블라디미르 아시모프까지 죽였다.


드미트리만이 낌새를 눈치채고 어찌저찌 아시모프가의 영지 밖으로 빠져나오며 안드로이드 군대의 추격을 따돌렸지만.


- 촤아아악!

- 촤아악!


세르게이가 그의 뒤를 쫓지 않는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허억-! 허억-! 윽!”


털썩-


온 힘을 다해 달리다 그만, 부서진 아스팔트에 걸려 넘어지는 드미트리. 넘어져 있는 그 짧은 순간에 이미 주위는 곤충형 괴물에게 포위당한 상황. 죽음 직전의 상황에서 드미트리의 머릿속에 갑자기 떠오른 건.


- 네 새어머니랑 아버지, 형들이 싹 다 죽으면, 드미트리 너가 에덴의 지배자가 되는 건가?


이전에 이원이 그에게 했었던, 조금은 뜬금없는 질문이었다.


‘그... 그 분은 이것까지 보고 계셨던 거야. 도와줄지 물어보셨던 것도 이걸 다 예상해서...’


허나 후회하기엔 이미 벌레들에게 포위돼, 너무 늦어버린 상황. 드미트리가 삶의 미련을 놓아버리고 눈을 질끈 감은 바로 그 때.


- 촤아악...

- 촤아아아악...


주위에 있던 벌레들이 흩어지더니, 한 마리도 빠짐없이 싹 다 모습을 감추었다.


“뭐... 뭐지?”


난데없는 기현상에 눈이 휘둥그레진 드미트리. 그가 어안이 벙벙해진 채 다리에 힘이 풀려 엉거주춤한 자세로 겨우 선 가운데.


- 이옐럽 주 드니르. 새벽에 눈뜨는 자여. 무사한가?


그의 앞에, 정체를 알 수 없는 안드로이드 한 구가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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