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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멧돼지
작품등록일 :
2022.05.18 23:24
최근연재일 :
2022.06.29 16:29
연재수 :
29 회
조회수 :
4,802
추천수 :
301
글자수 :
137,131

작성
22.05.20 10:07
조회
299
추천
14
글자
12쪽

3. 도박 (3)

DUMMY

3.


“죠죠 그 양반 깐깐하기로 유명한데... 어쩌다 [진실의 눈]이 그 양반 손에 들어갔지? 확실한 정보 맞아?


- 거의 확실한 정보야. 도박사 커뮤니티의 정보에 따르면 죠죠 그 인간이 원래는 포커판만 가면 카드를 10상자씩 구기는 된장이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갑자기 백전백승, 무패행진이라 하더라구. 블러핑을 기가 막히게 잡는다나 뭐라나.


“... 그냥 돈 많이 잃다 보니 실력이 늘어난 걸 수도 있지 않나?”


- 그렇게 치기엔 좀 이상한 점들이 있어. 죠죠가 포커의 귀신이 된 시점이, 딱 행성 코우리가 도미니티카 제국의 손아귀에 들어간 시점이랑 정확하게 일치하거든. 행성 코우리의 독재자가 AC-3에서 숨어산다는 말들도 나오고 있고, 이 외에도 정황증거들이 수도 없이 많아.


에드의 말에, 이원이 3초 정도 주사위를 손에서 굴리다가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진실의 눈]의 원래 주인이었던 코우리의 독재자가 중립 우주정거장 AC-3으로 망명하면서, 그 대가로 [진실의 눈]을 죠죠에게 바쳤다... 이건가?


- 바로 그거야. 자기. 자기 역시 똑똑한 걸로는 알아줘야 해.


“별 의미도 없는 칭찬은 됐고, 중요한 건 [진실의 눈]은 죠죠 그 양반한테 있다. 이거네.”


- 그렇지? 그러니까 이번 건은 포기하는 게-


“좋아. 그럼 됐네. 아라야. 슬슬 준비할까?”


“... 일단 빨래부터 개구요.”


- 자... 잠깐만! 자기 진짜 하려고?


이원과 아라의 느긋한 언사에, 에드가 기겁하며 소리쳤다.


“당연히 해야지. 이 정도 되는 아티팩트가 어디 흔해?”


- 흔치 않지! 알지! 하지만 죠죠 그 인간 의심도 엄청 많고, 표독스럽기로는 우주에서 손에 꼽는 인간이야! 독사나 다름없다고!


“아니. 그럼 더더욱 내가 움직여야지. [진실의 눈]이 한낱 독사한테 있는 건 너무 범우주적인 손해잖아.”


- ... 자기 장난치는 거지?


“장난 아냐. 그럼 까고 말해서, 너가 준 리스트에 있는 것 중 [진실의 눈] 말고 뭐 노릴까? 저 뭐... 1/10 확률로 뒷면 나오는 동전이나 주우러 갈까?”


- 그... 그건 아니지만... 그래도 너무 위험하지 않겠어?


“당연히 위험하겠지. 하지만 이 일 하면서 배운 거라곤 보물은 확실히 위험한 곳에만 있다는 것, 그거 하나뿐이거든. 그치, 아라야?”


여유롭다는 듯 웃으며 이원이 아라의 어깨를 감싸 안자, 그녀가 반사적으로 입술을 살짝 핥았다. 허나 그녀는 재빨리 얼굴을 다시 무표정하게 바꾸곤, 이원의 무릎 위에 수건을 쌓아올리며 말했다.


“... 당연한 소리 그만 하구, 빨래 개는 거나 좀 도와요.”


---


사흘 후.


아라와 이원은 우주정거장 AC-03의 북쪽 섹터에 위치한 그레이하운드 경매장에 와 있었다.


“오랜만에 나들이하니까 어때? 좋지?”


“... 나쁘진 않네요.”


수많은 행성과 자치구에서 모인 VIP들 사이에서도 여유로운 모습을 비치는 두 사람. 그런 두 사람의 귀에 에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아아. 자기야? 아라야? 들려?


“들려요. 에드 언니.”


“나도 들려.”


- 좋아. 통신 상태 양호하고... 일단 작전 내용부터 다시 한 번 불러줄게. 일단 잠깐 왼쪽 봐 볼래? 너무 티나지 않게.


두 사람이 에드의 지시에 따라 고개를 돌리자, 수염이 거뭇하게 난 중년의 남성이 눈에 들어왔다.


[진실의 눈]을 가진 남자. 죠죠.M.더크였다.


“... 타겟이 보이네.”


- 그래. 지금 너희가 있는 그레이하운드 경매장은, 안면 없는 사람이 죠죠와 접촉할 수 있는 유일한 장소야. 아티팩트나 귀중품에 별 관심이 없는 죠죠가 거기 가는 이유는 단 하나! 매주 주말 자기가 운영하는 호텔에서 개최하는, VIP 전용 포커 파티에 초대할 부부를 찾기 위해서거든.


“유명하지. 열 부부가 들어가면 일곱이 이혼해서 나온다는, 전설의 썬피아 호텔 포커 파티.”


“...”


- 그래. 썬피아 호텔 포커 파티. 거기 가면 죠죠랑 은밀하게 독대할 기회가 생길지도 몰라. 그러니까 자기랑 아라는, 거기 경매장에서 신혼부부인 척 하면서 최대한 죠죠의 시선을 끌면 되는-


그 때였다.


저벅- 저벅-


저 멀리 있던 죠죠가, 난데없이 이원과 아라 쪽으로 다가오기 시작한 것이다. 두 사람은 마치 일상적인 이야기를 하는 듯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잠깐. 타겟이 지가 알아서 걸어온다.”


“교신 중단해야 할 것 같아요. 에드 언니.”


- 오케이. 두 사람 잘 해봐. 나는 변수 줄여야 하니까, 더 이상 아무 말도 안 할게.


그 말을 마지막으로, 두 사람의 귀에는 더 이상 에드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대신 다른 사람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잠깐 실례해도 될까?”


의외로 진중한 목소리의 죠죠.M.더크. 이원의 웃으며 그의 말을 받았다.


“얼마든지요. 죠죠 씨.”


“... 나를 아는가?”


“AC-3에 한 번이라도 들른 사람들 중에서, 죠죠 씨를 모르는 사람이 있겠습니까? 다른 섹터에 비해 북쪽 섹터가 훨씬 좋은 평가를 듣는 이유인데요.”


“흐흠. 빈말이라도 고맙군. 허허.”


이원의 칭찬을 받고 웃는 죠죠였지만, 기쁨의 웃음은 아니었다. 실제로 그의 눈은 아라 쪽을 살피고 있었으니까.


“근데... 이쪽 아가씨는 어떤 사이인가?”


“아. 제 안사람입니다.”


“거짓말하지 말게.”


노타임으로 받아치는 죠죠에, 이원 역시 내색하지 않고 그저께 맞춘 반지가 끼워진 왼손을 보였다.


“하하. 거짓말이라뇨. 농담이 지나치십니다. 죠죠 씨.”


“아냐. 농담이 아닐세. 자네는 거짓말을 하고 있어.”


단호하게 고개를 젓는 죠죠. 그 순간 이원의 머릿속에 에드가 줬던 정보가 떠올랐다.


[ 진실의 눈 ]

[ 인간이 통제할 수 없는 안면근육, 동공의 움직임을 통해 거짓과 진실을 구분하는 렌즈형 아티팩트. 유일한 단점은 거짓 정보더라도, 발화자가 그 진위를 모르거나 사실로 인식하고 있는 경우에는 참거짓을 구분할 수 없다. ]


“자기 자랑 같지만, 나는 살면서 단 한 번도 속아 본 적이 없네. 속아준 적은 있어도 말이지. 흐흐.”


‘지랄하는군. [진실의 눈] 없을 땐 포커판에서 연전연패 하던 양반이. 그나저나 근육의 움직임을 캐치하는 아티팩트인지라, 인면 마스크도 바로 걸러낸다 했었지. 남의 손에 있으면 상당히 귀찮은 물건이네.’


살면서 마음만 먹으면, 못 속여본 적이 없는 거짓말 도사 이원이었음에도, [진실의 눈] 앞에서는 얄짤없는 상황. 독사같이 웃던 죠죠가 그를 추궁했다.


“그나저나 자네... 왜 그런 거짓말을 했지?”


“...”


“흐음. 이제는 말을 아예 안 하시겠다?”


추궁은 짙어지는데, 거짓말을 하면 다 들통난다.


“굳이 속일 필요가 없는 개인 신상을 속인다라... 자네 좀 수상하군. 혹시 이 경매장에 온 이유가 나와 관계가 있는 건가?”


어떻게 해야 이 난관을 벗어날 수 있을까 이원이 고민하던 그 때.


“저... 저기요.”


옆에 서서 가만히 듣고만 있던 아라가,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응? 그래. 아가씨. 뭐지?”


“저희... 고... 곧 결혼할 사이에요.”


“...”


“흐음. 곧?”


“네... 아직은 아니지만...”


독사 같은 눈으로 아라를 살피는 죠죠. 그리고 몇 초 지나지 않아.


“하하하! 그랬구만!”


의심의 눈초리를 풀고 크게 웃어젖히는 죠죠.M.더크. 그가 이원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말했다.


“아니. 진즉 그렇게 말하면 되지. 왜 바로 들통 날 거짓말을 한 겐가? 하하!”


스윽-


이원이 일단 한 숨 돌렸다라고 속으로 안도하던 그때, 아라가 이원의 손가락을 주물렀다. 두 사람만의 수신호였다.


꾹. 꾹. 꾹. 꾹. 꾹. 꾹.


여섯 번의 만지작거림은.


‘거짓말. 하지 말 것. 진실. 할 것. 침묵. 상관없음.’


곧바로 여섯 단어로 치환됐고.


‘거짓말은 말고, 진실만 말하세요. 다만 필요 없는 정보는 말 안 하면 그만이에요.’


그 의미를 캐치하는 데까지는 채 0.5초도 걸리지 않았다. 이원은 빠르게 머릿속으로 할 말을 정리해, 웃음과 함께 내뱉었다.


“아하하하! 사실 이 사람 말대로, 저흰 아직 혼례를 올린 사이는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리 말했던 건, 단지 부부인 척을 해야 할 이유가 있어서 그랬던 거 뿐입니다.”


“이유가 있었다?”


“예. 우주정거장 AC-03의 북쪽 섹터의 실세 죠죠 씨 앞에서, 부부인 척을 해야 하는 이유가 뭐겠습니까?”


이원의 말을 들은 죠죠가, 잠시 고민하더니 실소와 함께 입을 열었다.


“... 내가 운영하는 썬피아 호텔의, 포커 파티인가?”


“바로 그렇습니다. AC-03의 명물이라 불리는 포커 파티. 반지도 그저께 맞췄겠다, 부부인 척을 하면 가뿐히 속여넘길 수 있지 않을까 했는데... 역시 죠죠 씨 앞에서는 어림없었군요. 하하하!”


“흠흠. 당연한 걸세. 이 죠죠.M.더크 앞에서 거짓을 논하는 자들은 다 걸리게 돼 있지.”


별다른 내색을 하진 않았지만, 죠죠의 입꼬리가 미세하게 떨리는 것을 캐치한 이원. 그는 고개를 90도로 숙여 얼굴을 보이지 않은 상태로 말했다.


“아쉽지만 포커 파티는 다음에 참여해야겠군요. 실례했습니다. 죠죠 씨. 저희는 이만 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아니. 가다니. 그게 무슨 말인가?”


“저희가 이미 부부가 아니란 걸 들킨 순간부터, 파티엔 참가할 수 없게 된 거 아닙니까? 부디 거짓말에 대한 사죄하는 마음만이라도 받아 주셨으면 합니다.”


일부러 고개를 들지 않은 채 이야기하는 이원, 그런 이원을 쳐다보던 죠죠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 고개 들게.”


“제 사과를 받아주시는 겁니까?”


“그래. 받아 줄 테니 일단 고개부터 들고 이야기하게. 물어볼 것도 있으니.”


그제야 이원은 고개를 들었다. 죠죠가 내색을 하지 않는 것을 캐치하자마자.


‘[진실의 눈]이 근육 움직임을 캐치할 수 있는 시간엔 한계가 있군. 아니. 변화를 캐치하는 거라 이미 한 거짓말을 뒤늦게 파악할 순 없는 건가? 사용할 때 주의해야겠어.’


아직 소유하지도 않은 아티팩트의 성능과 사용법들을 머릿속에 입력해 나가는 이원. 한편 죠죠는 그 사실도 모른 채, 자기가 하려던 말을 할 뿐이었다.


“사실 우리 포커 파티는 딱히 손님들에 대해 캐묻지 않네. 제국의 군벌, 부동산 딜러, 총기 매매상... 그런 거 따지다 보면 한도 끝도 없으니까. 허나 딱 두 가지의 사항에는 엄격하네. 하나는 방금 테스트했듯, 서로 믿을 수 있는 반려자가 있는 사람인지일세. 나는 의외로 혼인에 꽤 큰 의미를 두거든.”


‘개소리 하네. 유부녀 엮어먹을 생각밖에 없는 인간이.’


하고 싶은 말을 꾹 참는 이원. 다행히 [진실의 눈]은 그것까지 잡아낼 순 없었다.


“또 다른 하나는 바로... 돈일세. 인당 1억 크레딧. 일반인이라면 100명이 평생 모아도 못 모을 돈이지만, 우리 파티에서는 그저 하룻밤의 여흥으로 날리기 딱 좋은 액수지. 자네들은 그만한 돈이 있나?”


“네. 있습니다.”


“네...”


죠죠의 질문에 동시에 답하는 이원과 아라. 그 광경에, 죠죠가 흐뭇하면서도 비열한 웃음을 지으며 하나의 홀로그램을 띄우며 말했다.


[ 썬피아 호텔 포커 파티 입장 코드 : 3E1ABB90 ]


“주말에 봅세. 포커판에서 자네들이 날 속일 수 있을지... 기대가 되는군.”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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