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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스 블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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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멧돼지
작품등록일 :
2022.05.18 23:24
최근연재일 :
2022.06.29 16:29
연재수 :
2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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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93
추천수 :
301
글자수 :
137,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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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08 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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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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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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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20. 벌레 (3)

DUMMY

20.


“다른 사람과 착각하신 게 아닌지. 저는 당신 같은 사람 처음 봅니다만.”


- 지랄하지 마! 이거 보여? 니 년이 내 드레스에 피 닦은 자국이야! 내가 니 년 때문에 몇 날 몇 밤 동안 잠을 설쳤는지 알기나 해?


“사람 정말 잘못 보신 것 같아요. 저는 피만 봐도 기절하는 성격인지라.”


- 뭐? 피를 보면 기절해? 야. 우리 애들이 너한테 당한 이후로 니 몽타주만 봐도 기절을 해!


아라는 마가렛의 홀로그램과 말싸움을 하고 있고, 루비는 은근슬쩍 방 안으로 기어들어갔는지 보이지 않다. 대충 상황을 파악한 이원이 한숨을 작게 쉬고는, 식탁 위에다가 블라디미르로부터 받아온 마나석 담긴 술 MNS-17을 올려놓으며 물었다.


“아라야. 나 다녀왔어. 근데 오늘 저녁 메뉴는 뭐야?”


“고기 잔뜩 샀으니까 오늘은 고기 요리해 드릴게요. 루비 씨한테 일단 뭐 좋아하는지 물어 보고...”


- ... 야! 이 년놈들이 지금! 니들 지금 나 무시해? 다 죽어 볼래?


“으... 마가렛 넌 괜히 소리지르지 말고, 용건이나 말해. 시끄러 죽겠다.”


이원이 낮게 깐 목소리로 말하자, 순간 움찔하는 마가렛. 그녀가 눈을 표독스레 뜨고 물었다.


- ... 용건이나 말하라고? 야. 너희들 내 물건 훔쳐간 도둑놈들이야. 내가 너희들한테 볼 일이 있을 것 같아? 갈가리 찢어 죽여도 모자랄 판에?


“그냥 죽이고 싶은 거였으면 이미 커뮤니티에다가 현상금도 건 마당에, 직접 연락은 안 하고 현상금 사냥꾼들을 썼겠지. 뭔가 우리한테 볼 일 있으니까 연락한 거 아냐?”


- ... 이게 진짜, 야. 너희들 내가 우스-


한 번 이를 까득 간 마가렛이 소리치던 그 순간.


- 훌륭하십니다. 무력만 있는 게 아니라, 통찰력 또한 다분하시군요. 덴탈 마스크, 아니. 용병회사 블루스의 대표이사, 이원 씨.


블루스 호의 거실에 홀로그램이 하나 더 나타났다. 대충 50대 후반 정도로 보이는 깔끔한 인상의 남자. 이원이 그에게 물었다.


“... 당신은 누구지?”


- 제 소개가 늦었군요. 제 이름은 알프레드 헤럴. 여태 두 분과 이야기하던 마가렛의 애비 되는 사람입니다.


- ... 아빠! 지금은 제가 이야기하고 있잖아요!


“... 아빠?”


“... 콜로세움 호의 마가렛은 스물두 살로 알고 있는데, 참 나잇값 못 하는 여자네요.”


아라와 이원이 어이가 없다는 듯 지켜보는 와중에, 홀로그램 통신기 너머의 알프레드가 마가렛에게 조목조목 짚어주듯 말했다.


- 애야. 네가 이분들에게 [밤안개]를 빼앗겨서 화가 난 건 알겠다. 허나 누누이 이야기하지 않았니? 우리 업계에서는 속은 사람이 바보고 죄인이니, 절대 속지 말라고.


- 아니. 아빠. 그게 어떻게 된 거냐면요...


- 마가렛. 우선 질문에 대답하거라. 돈놀이하는 사람이라면 늘 속은 사람이 바보라 생각해야 한다고. 아빠가 그리 말을 했니, 안 했니?


- ... 하셨어요.


- 그래. 그럼 네 물건을 빼앗긴 건 누구 잘못이지?


- ... 제 잘못이요.


- 그래. 게다가 너도 이분들에게 ‘이번 일’을 맡겨보기로 한 것에는 이미 동의했잖니? 그런데 지금 마가렛 네 화법은 전혀 비즈니스적이지 않구나. 그렇게 감정적으로 사람을 대했다가는 아무도 너와 거래하지 않을 거다. 잘못한 걸 인정하니?


- 네... 잘못했어요. 죄송해요... 히끅.


알프레드의 훈계에 미친년처럼 소리치던 콜로세움 호의 요녀는 온데간데없고, 소녀처럼 울먹이는 마가렛. 알프레드가 그런 마가렛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이야기했다.


- 울지 말거라. 마가렛. 훗날 이 우주의 뒷세계를 지배할 여자가 고작 이런 일로 기가 죽으면 안 돼지. [밤안개]는... 다음 생일 때 더 좋은 아티팩트로 사주마.


- 네. 아빠. 훌쩍.


“... 뭐야. 여기 무슨 마트 장난감 코너 앞이야?”


자기 방으로 숨어들었던 루비가 심상치 않음을 느끼고 방문 사이로 얼굴만 빼꼼 내민 가운데, 알프레드가 아라와 이원에게 고개를 숙였다.


- 죄송합니다. 돈보다 귀한 것이 시간인데, 여러분들의 귀한 시간을 뺏고 말았군요.


“아. 예... 그보다, 저희에게 연락한 이유가 뭡니까.”


- 용병회사 블루스에 정식으로 의뢰를 하고 싶습니다.


“미안하지만 저희는 아무한테나 의뢰를 받지 않습니다. 회원제기도 하고, VIP들만 받는 용병단체인지라.”


- 회원제에 VIP들만 받는다...? 홈페이지에 그런 내용은 적혀 있지 않던데요.


“방금 행성 에덴에서 진상 한 명 한테 데인 이후로, 그렇게 하기로 했습니다.”


- ... 크흠... 그렇군요. 근데 사실 제가 본명인 알프레드 해럴보다는 다른 이름으로 유명합니다. 유희성대(遊戱星帶)의 전왕(錢王)이라고...


“유희성대의 전왕!”


콰당-!


몰래 엿듣다가 저 혼자 자빠지는 루비.


그도 그럴 것이 네뷸라 은하의 유희성대(遊戱星帶)라 하면 음주, 도박, 섹스, 약물 등의 말초적인 쾌락을 팔아대는 유흥업소 함선, 우주선 수천 대가 모여 마치 소행성대(小行星帶)처럼 관측되는 곳으로, 우주에서 모르는 이가 없는 환락가였으니까.


그리고 그런 유희성대를 지배하는 네 명의 큰 손 중 하나가 바로 사채업과 도박업의 대부 전왕(錢王). 어지간하면 남들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는 그가, 이원 앞에 모습을 드러낸 셈이었다.


- 알프레드 헤럴이 아니라, 유희성대의 전왕으로서 의뢰하고 싶은데, 그래도 안 되겠습니까?


어지간하면 감정을 표현하지 않는 아라도 약간은 놀란 기색을 비쳤지만.


‘니가 유희성대의 전왕인데 어쩌라고. 기껏해야 사채업자지.’


아버지가 현 우주 최고 크기의 국가형 기업 도미니티카의 회장이고 형누나들도 다 알 만한 사람인 이원은 그저 [진실의 눈]으로 거짓인지 아닌지만 파악하고는, 시큰둥한 표정으로 대꾸할 뿐이다.


“유희성대의 전왕? 회원가입 최저 요건은 맞추셨네요. 일단 무슨 의뢰인지 들어는 보겠습니다.”


- ... 하하. 다행이군요. 그럼 일단 의뢰 내용부터 설명 드리죠. 잠시 이것 좀 보시겠습니까?


띠링-!


홀로그램 통신기 너머의 알프레드가 손짓하자, 블루스 호의 거실에 사진이 하나 떠올랐다. 쌀 한 톨 사이즈만한 하얀 칩(chip)의 사진이었다.


- 이건 ‘버그’라고 현재 유희성대에서 새롭게 인기를 끌고 있는 약인데, 혹시 들어 보신 적이 있으십니까?


“아뇨. 저희들은 그 쪽 분야엔 문외한인지라.”


- 그러시군요. 여튼 이게 요즘 유희성대 어느 곳을 가도 볼 수가 있는 물건인데, 문제는 이게 약제(藥帝)의 손을 통해 유통되는 물건이 아닙니다. 그냥 어느 순간 갑자기 나타나더니, 급속도로 퍼지기 시작한 물건이죠. 게다가 그 효과가 조금... 치명적입니다.


“효과가 치명적이라고요? 어떻길래요?”


어느새 이원과 아라 옆에 앉은 루비가 질문을 던지자, 알프레드가 진지한 표정으로 답했다.


- ‘버그’를 복용하게 되면... 도박도, 섹스도, 술도, 담배도, 약도 안 하는 사람이 됩니다.


블루스 호의 세 사람이 ‘이게 뭔 소리지?’하는 표정을 지었지만, 알프레드는 심각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 이해하기 힘드실 것 같지만, 사실입니다. 아무리 심각한 알콜중독자라도 ‘버그’를 삼키고 10분이 지나면 술을 갖다 줘도 거절하는 사람이 돼 버리죠. 물론 하루 정도 지나 약효가 떨어지면 다시 원래의 중독자로 돌아오긴 하지만, 또 ‘버그’를 복용하면 정상인이 돼버립니다. 저희 유희성대의 매출에 큰 문제를 발생시키는 약인 셈이죠.


“...”


- 결국 유희성대의 상인연합이 고민 끝에 이 ‘버그’를 퇴출시키기로 결정했는데... 문제는 저조차도 이 ‘버그’가 어디서 흘러들어오고 있는 건지 모른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그 ‘버그’라는 약을 파는 놈들을 잡아달라... 이 말씀이십니까?”


- 바로 그거입니다. 역시 머리 회전이 빠르시군요. 하하!


루비가 ‘이게 머리 회전이 필요한 일인가?’하는 표정으로 멀뚱멀뚱 상황을 지켜보는 가운데, 이원이 잠시 고민하다 입을 열었다.


“그래서 의뢰에 대한 보상은... 어떻게 지불하실 생각입니까?”


- 요구하시는 내용에 최대한 맞춰 드리겠지만... 이 ‘버그’가 흘러들어온 이후로부터, 유희성대 전체의 매출은 무려 80%나 줄었습니다. 회복되는 데에도 시간이 좀 필요하겠지요. 부디 그 점을 감안해 주셨으면 합니다.


“괜찮습니다. 저는 많은 걸 원하지 않으니까요. 받고 싶은 건 딱 하나뿐입니다.”


- 하나...? 그게 무엇입니까?


“따님을 제게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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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24. 벌레 (7) +1 22.06.14 90 7 12쪽
23 23. 벌레 (6) +2 22.06.13 116 7 12쪽
22 22. 벌레 (5) +3 22.06.11 115 8 11쪽
21 21. 벌레 (4) +4 22.06.10 115 8 9쪽
» 20. 벌레 (3) +2 22.06.08 117 7 9쪽
19 19. 벌레 (2) +1 22.06.07 116 7 10쪽
18 18. 벌레 (1) +1 22.06.06 122 8 10쪽
17 17. 목적 (5) +2 22.06.05 114 9 9쪽
16 16. 목적 (4) +1 22.06.02 139 10 9쪽
15 15. 목적 (3) +1 22.06.01 132 9 10쪽
14 14. 목적 (2) +2 22.05.30 138 13 11쪽
13 13. 목적 (1) 22.05.29 140 8 9쪽
12 12. 좀비 (5) 22.05.28 127 10 9쪽
11 11. 좀비 (4) 22.05.27 143 8 10쪽
10 10. 좀비 (3) +2 22.05.26 164 10 10쪽
9 9. 좀비 (3) 22.05.25 144 7 10쪽
8 8. 좀비 (2) +2 22.05.24 161 8 10쪽
7 7. 좀비 (1) +3 22.05.23 176 13 9쪽
6 6. 도박 (6) 22.05.22 180 11 11쪽
5 5. 도박 (5) 22.05.21 171 10 11쪽
4 4. 도박 (4) +1 22.05.20 217 13 12쪽
3 3. 도박 (3) +1 22.05.20 299 14 12쪽
2 2. 도박 (2) +3 22.05.20 420 27 12쪽
1 1. 도박 (1) +3 22.05.20 679 4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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