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ㅠㅠ

스페이스 블루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SF

가시멧돼지
작품등록일 :
2022.05.18 23:24
최근연재일 :
2022.06.29 16:29
연재수 :
29 회
조회수 :
4,804
추천수 :
301
글자수 :
137,131

작성
22.05.29 13:51
조회
140
추천
8
글자
9쪽

13. 목적 (1)

DUMMY

13.


“이씨이... 내가 꼭! 올해 안에 4000만 크레딧 모아서 이딴 우주선 탈출하고 만다!”


최대한 빨리 돈을 모아 블루스 호를 떠나겠다고 결심한 루비.


허나 식사를 마친 이후, ‘말단 선원’으로서의 설거지를 할 때 즈음엔.


‘... 그냥 여기 눌러 살까? 사모님 밥 디게 맛있네...’


이미 그녀의 결심은 벌써부터 금이 쩍쩍 가고 있었다.


드르륵- 드르륵-


한편 식사를 마치자마자 소파에 누워, 손에서 주사위를 굴리고 있는 이원. 아라가 그런 이원의 옆에 사뿐 앉으며 말했다.


“밥 먹고 누워서 생각만 하지 마시고, 운동도 좀 하시라니까요.”


“... 어? 응. 아라야. 내일부터 할게, 내일부터.”


“... 어휴. 맨날 내일부터, 내일부터. 그러니까-”


“그러지 말고, 아라 너도 누워.”


이원이 팔목을 잡자, 아라는 괜히 주방 쪽을 바라보며 말했다.


“무... 무슨 소리에요. 루비 씨도 있는데.”


“뭐 어때? 우리 이러는 건 일상 같은 건데. 그럼 반대로 말해서, 아라 넌 루비 저 여자 나갈 때까지 계속 아무 것도 안-”


스윽-


이원의 말이 채 끝나기 전에, ‘그... 그건 아니죠...!’라 몸소 대답하듯 소파에 눕는 아라. 이원이 피식 웃으며 그런 아라를 뒤에서 끌어안았다.


“어차피 이럴 거면서.”


“... 그냥 차라리 아무 말도 하지 마세요.”


나란히 누운 두 사람. 아라가 이원이 들이쉬고 내쉬는 한 호흡 한 호흡마다 두근거리며 반응하는 가운데, 이원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 생각보다 일이 너무 잘 풀렸어. 루이스가 이제 곧 있을 도미니티카 황위 계승, 그러니까 다음 후계자 결정에 대해서 적극 협조하겠대.”


“... 잘 됐네요. 선장님이 오래 전부터 세워 둔 계획대로 흘러갔으니까요.”


“그치. 잘 됐지. 근데 오히려 그게 문제야. 내 팔자에 일이 이렇게 잘 풀릴 리가 없잖아? 아라 넌 알잖아. 내 불운이 얼마나 심각한지.”


“하아... 그쵸. 선장님 불운은 정말... 정말 타고 났죠.”


“그치?”


“그... 아. 설마... 이번에 아쿠아리아 가는 것도, 그것 때문이에요?”


“역시 아라 눈치 하난 알아 줘야 해. 맞아. 어떻게든 변수를 줄이려면, [휴머니티]에 대한 정보가 필요하거든.”


“... 갑자기 [휴머니티]는 왜요. 설마 루이스 씨가, 이번 좀비 사태가 [휴머니티] 짓이라고 했던 것 때문에요?”


“응. [휴머니티] 녀석들 키메라나 군용 안드로이드 만들어서 납품하는 작은 군수업체라고만 생각했는데, 왠지 생각보다 더 큰 일을 계획하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느낌이 들어서. 때마침 아쿠아리아에 그쪽 정보 제공해 줄 만한 사람이 있거든.”


“... 이번엔 또 어떤 여자를 만나러 가는 거죠.”


“와. 너무한데? 아라야. 내가 아는 사람은 다 여자야?”


“... 경험상 열에 아홉은 여자던데요.”

“물론 이번에도 여자긴 해.”


“...”


앞에 있던 아라가 고개만 살짝 돌려 노려봤지만, 이원은 전혀 개의치 않고 하던 말을 이었다.


“근데 나이 한참 많은 노교수님이셔. 엠마.J.로젠탈이라고, 나 매버릭스 아카데미 다닐 때 담당교수님. 한참 전에 아쿠아리아 의원 돼셨대서 한 번 인사라도 드리러 가야 한다 생각했는데, 물고기 보러 가는 겸 인사도 드리고, 정보도 얻고.”


“... 그놈의 물고기 타령.”


“왜. 물고기 보는 거 싫어?”


“... 싫다고는 안 했어요.”


한편 설거지를 마친 루비. 싱크대에다가 고무장갑을 널어놓다가 우연히 소파 위에 두 남녀가 껴안고 있는 광경을 보게 된 그녀가, 인상을 확 쓴 채 속으로 중얼거렸다.


‘으... 밥 처먹자마자 드러누워서... 꽁냥꽁냥... 꼴도 보기 싫다. 진짜.’


---


대략 28시간의 비행 끝에 행성 마리너스에 도착한 블루스 호. 육지라곤 찾아볼 수 없이 온통 푸르른 별에서.


위이잉-


해변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이윽고 물의 나라였다.


[ 해저도시 아쿠아리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

[ 즐거운 시간 보내십시오! ]


보호막 생성기가 만들어낸 반구형의 투명하고 큰 돔. 그 위로 연푸른색 바다, 또 그 위에 희미하게 비치는 태양빛.


신혼부부의 워너비 허니문 장소 투표를 하면 항상 1위에 뽑히는 수중도시 아쿠아리아.


“주문하신 홍차 한 잔, 아이스 아메리카노 두 잔, 캬라멜 프라푸치노 1잔에 티라미수 나왔습니다.”


이원 일행은 물빛이 비치는 카페에서 엠마.J.로젠탈을 마주하고 있었다. 백발이 지긋한 엠마. 그녀가 푸근하고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후후... 내가 제자 하난 잘 뒀지. 딱 차가 마시고 싶은 타이밍에 차 한잔 하겠냐고 묻는 제자를 말이야.”


“하하. 오랜만에 뵙네요. 엠마 교수님. 그간 잘 지내셨어요?”


“잘 지냈지. 그나저나 다른 제자들은 이곳 의원이 되니까 찾아오던데, 원이 너는 의원 임기가 끝날 때가 되니까 찾아오는구나.”


“하하하하... 그간 좀 바빴어요. 못 찾아봬서 죄송해요. 교수님.”


“뭐라 하려던 건 아니야. 원래 젊을 때는 좀 바빠야 제대로 사는 거니까. 뭘 하든지간에 말이야.”


그리 말한 엠마가 이원 옆의 두 여자를 살짝 훑어보았다. 한 명은 다소곳이 앉아 있는 가운데, 다른 한 명은 걸신들린 것마냥 케이크를 퍼 먹고 있다. 이내 두 여자로부터 다시 이원 쪽으로 시선을 돌린 엠마가,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나저나 원이 너라면 내게 인사나 하려고 왔을 리는 없고... 뭔가 부탁이라도 하러 온 거겠지?”


“아하하... 교수님은 여전히 예리하시네요.”


“그러엄~ 그리고 의원 일 하면서 늘어난 게 뭐겠니? 눈치 보는 것만 늘었지. 사람들 화나게 하는 거랑.”


그리 말한 엠마는 홍차를 한 번 휘저어서 작게 한 모금 마시더니, 웃으며 말을 이었다.


“아무튼, 내가 돌려 말하는 거 싫어하는 건 원이 너도 잘 알지? 나 앞으로 살아갈 날도 얼마 안 남았는데, 괜히 쓸데없는 사족으로 시간 낭비하지 말고, 본론만 이야기하렴. 부탁할 일이 뭐니?”


“아. [휴머니티]에 대한 정보가 필요해서요.”


이원의 말에, 다시금 차를 입으로 가져가려던 엠마의 손이 멈췄다. 그리고는 등받이에 깊게 누우며 되물었다.


“일단 얘기하기에 앞서... [휴머니티]는 이전에 내 스폰을 해 주려 했던 기업이야. 그건 알고 있지?”


“예. 그래서 교수님을 찾아왔거든요.”


“... 흐음. 알면 됐다. 혹시 모르나 해서 물어본 것뿐이야. 그래. 원아. [휴머니티]에 대해서 무엇을 알고 싶니?”


“전부 다요.”


“흐음... 내가 교수 생활, 의원 생활 하면서 본 사람 중 손에 꼽을 정도로 똑똑한 원이한테서 이런 멍청한 대답이 나온다는 건, 아무래도 내 질문이 잘못됐다는 의미겠지?”


“아하하... 교수님 그 말씀 하시는 거 정말 오랜만에 듣네요.”


“네가 졸업한지 벌써 5년이나 지났으니까. 후후.”


그리 말한 손수건을 꺼내 안경을 닦기 시작했다.


“일단 질문을 바꾸자. 자. 원아. [휴머니티]에 대해서 어디까지 알고 있니?”


“음... 겉으로는 제약 위주의 바이오 기업이지만, 실상은 분쟁지역에다가 세균병기랑 생체병기, 생물병기나 안드로이드 팔아먹는 군수기업이라는 것 정도. 딱 이 정도만 아는 것 같네요.”


“나랑 비슷한 수준으로 알고 있구나. 좋아. 이제 제대로 된 질문을 할 수 있겠어.”


어느새 안경을 다 닦은 엠마. 그녀가 안경을 한 번 호 불고는, 그녀의 코 위에 얹으며 물었다.


“자. 원아. 너는 내가 뭘 알고 있을 거라 생각해서 찾아왔니?”


그런 엠마의 모습에, 이원 또한 자기가 뭘 물어봐야 할지를 깨달은 듯 고개를 끄덕였다.


“네. 교수님. 저도 이제 제대로 된 질문을 할 수 있겠네요. [휴머니티]. 이 기업의 목적이 뭐죠?”


“후후. 역시 제대로 된 질문을 해야, 제대로 된 대답이 돌아오고, 제대로 된 대화가 되는 법이지.”


흐뭇한 표정으로 홍차를 한 모금 마시는 엠마.


“원아. 너도 알다시피 모든 기업의 목적은 이익을 내는 거야. 그건 기업의 정의이기도 하지. 허나 그 이익이 돈에서 멈추는 기업들이 있고, 돈을 이용해서 그 이상의 것을 노리는 기업들도 있어.”


“당연히 [휴머니티]는 후자일 거고요.”


“그래. 사실 내게 호의를 베풀려 했던 기업을 욕하는 건 나도 별로 내키지 않지만... 이 녀석들은 선을 넘었어. [휴머니티]가 연구하고 있는 건 세균병기나 생물병기 따위의 군수물자가 아냐. 이 녀석들이 진짜 원하는 건-”


말을 하던 엠마가 핸드백에서 마나 타블렛을 꺼내려던 그 순간.


타앙-!


아쿠아리아를 감싼 돔에, 총성이 울려 퍼졌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스페이스 블루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9 29. 변화 (4) +2 22.06.29 104 7 10쪽
28 28. 변화 (3) 22.06.27 76 6 11쪽
27 27. 변화 (2) +3 22.06.22 90 6 12쪽
26 26. 변화 (1) +4 22.06.20 88 5 12쪽
25 25. 벌레 (8) +2 22.06.16 103 5 10쪽
24 24. 벌레 (7) +1 22.06.14 90 7 12쪽
23 23. 벌레 (6) +2 22.06.13 116 7 12쪽
22 22. 벌레 (5) +3 22.06.11 115 8 11쪽
21 21. 벌레 (4) +4 22.06.10 116 8 9쪽
20 20. 벌레 (3) +2 22.06.08 117 7 9쪽
19 19. 벌레 (2) +1 22.06.07 116 7 10쪽
18 18. 벌레 (1) +1 22.06.06 122 8 10쪽
17 17. 목적 (5) +2 22.06.05 115 9 9쪽
16 16. 목적 (4) +1 22.06.02 139 10 9쪽
15 15. 목적 (3) +1 22.06.01 132 9 10쪽
14 14. 목적 (2) +2 22.05.30 138 13 11쪽
» 13. 목적 (1) 22.05.29 141 8 9쪽
12 12. 좀비 (5) 22.05.28 127 10 9쪽
11 11. 좀비 (4) 22.05.27 143 8 10쪽
10 10. 좀비 (3) +2 22.05.26 165 10 10쪽
9 9. 좀비 (3) 22.05.25 145 7 10쪽
8 8. 좀비 (2) +2 22.05.24 161 8 10쪽
7 7. 좀비 (1) +3 22.05.23 177 13 9쪽
6 6. 도박 (6) 22.05.22 180 11 11쪽
5 5. 도박 (5) 22.05.21 172 10 11쪽
4 4. 도박 (4) +1 22.05.20 217 13 12쪽
3 3. 도박 (3) +1 22.05.20 300 14 12쪽
2 2. 도박 (2) +3 22.05.20 420 27 12쪽
1 1. 도박 (1) +3 22.05.20 680 40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