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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스 블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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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멧돼지
작품등록일 :
2022.05.18 23:24
최근연재일 :
2022.06.29 16:29
연재수 :
2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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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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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1
글자수 :
137,131

작성
22.05.30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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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14. 목적 (2)

DUMMY

14.


난데없이 들려온 총성. 그것은 가까운 곳에서 들려온 게 아니었다.


“... 방금 총소리였지?”


“네. 꽤나 먼 곳에서 들렸는데요.”


감각이 민감한 이원과 아라만 희미하게 들었을 뿐이고.


“응? 웬 총소리요?”


티라미수를 허겁지겁 퍼먹던 루비나 엠마, 그리고 카페의 다른 손님들은 아예 눈치 채지도 못했을 정도. 허나 두 사람이 들은 총소리가 환청이 아니라는 듯, 이내 돔 내부에 방송이 울려 퍼졌다.


- 안내말씀 드립니다. 현재 베타-11 구역에서 사소한 문제가 발생하여, 방위군이 출동한 상태입니다. 곧 해결될 문제이니, 총성이 들려도 시민 여러분께선 당황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다시 한 번 안내말씀 드립니다. 현재 베타-11 구역에...


“... 방위군이 출동할 정도의 일이면, 사소한 문제가 아닌 거 아닌가요.”


“아쿠아리아는 관광으로 먹고사는 중립도시잖아. 핵폭탄이 떨어지더라도 저렇게 말해야지.”


“저... 저는 전혀 안심이 안 되는데... 서... 설마 여기서도 좀비가 나오는 건 아니겠죠?”


포크를 든 루비가 손을 덜덜 떠는 동안, 열심히 핸드백을 뒤지던 엠마. 그녀가 도무지 못 찾겠다는 듯 가방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어머. 원아. 어쩌지? 원이 네게 보여주고 싶은 영상이 있었는데, 아무래도 연구실에 타블렛을 놓고 온 듯 하구나.”


“아. 괜찮아요. 그냥 [휴머니티]가 뭐 하는 녀석들인지 얘기만 해 주셔도-”


“아냐.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내 연구실로 가서 직접 보고 가렴. 마침 ‘사건’도 터졌겠다, 어쩌면 그러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어.”


---


[ ‘Emma.J.Rosenthal’ 승인 됐습니다. ]


위이잉-


엠마의 연구실은 아쿠아리아에서 가장 높은 건물, 해저에서 해수면까지 이어지는 수중 마천루 ‘아틀란티스 타워’의 55층에 위치해 있었다.


하얀 외벽에 여기저기 위치한 로봇 팔, 통유리를 쓴 실험실까지. 일반적인 의원 연구실이 아니라 공학 교수의 연구실을 연상케 하는 정경 속에서, 엠마가 웃으며 말했다.


“연구실에 외부인을 들이는 건 오랜만이구나. 너무 지저분해서 어떡하지?”


“옛날 교수님 연구실 생각나서 좋은데요. 뭐.”


“오호호. 그러니? 아무튼 본론으로 돌아가서, [휴머니티]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에 일단 이것들부터 좀 보렴.”


그리 말하며 연구실 한 곳에서 마나 타블렛을 집어든 엠마. 그녀가 타블렛을 몇 번 만지자 허공에 홀로그램으로 영상들이 하나 둘 떠올랐다.


- 카아아악!

- 아우우우우우-

- 아옳옳옳옳?


영상에서 비치는 것들은 각각 다리 열여섯 개 달린 지네같은 고양이, 괴담에나 나올 법한 늑대인간, 생선 대가리에 개구리 뒷다리가 달린 어인 등등. 상식적으로는 존재할 리 없는 괴생명체들이었다.


철퍽-!


영상 속 괴생명체들은 전부 다 다른 장소에 있는 듯 했지만, 공통점은 무차별적으로 인간들을 공격하고 있다는 것. 잔인한 광경에 익숙하지 않은 루비가 헛구역질을 연발하는 가운데, 엠마가 웃으며 이야기했다.


“호호. 거기 피부 하얀 아가씨는 의외로 비위가 약하네. 여튼 원아. 지금 보고 있다시피, 요 근래 정체 모를 괴생명체들이, 요 근래 우주 곳곳에서 등장하고 있단다.”


“... 저도 근래 비슷한 놈들을 본 것 같네요.”


“그래? 그렇다면 이야기가 더 잘 통하겠구나. 단도직입적으로 이야기해서, 나는 이 우주 곳곳에서 발생하는 괴생명체들이, 전부 [휴머니티]에서 만들어낸 것이라고 생각한단다.”


아라가 행성 과아나크에서 있었던 좀비나, 콜로세움 호의 키메라를 떠올리고 고개를 끄덕인 한편, 이원이 잠시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


“교수님. 그럼 [휴머니티]는 저런 걸 만들어서, 대체 뭘 하려는 거라 생각하세요?”


“바로 그 질문이 나오길 기다렸단다. 이걸 보렴. [휴머니티]가 내게 스폰을 제안할 때의 영상이란다.”


띠링-!


이번에 떠오른 영상의 주인공은 엠마.J.로젠탈과 양복 입은 비즈니스맨이었다.


- 의원님. 저희 [휴머니티]가 원하는 것은 돈이나 권력 같은 사소한 것이 아닙니다.

- ... 그럼 뭐죠?

- 저희의 목적은 단 하나. 진화가 멈춰버린 인류라는 종(種)을, ‘다음 단계’로 끌어올리는 것이죠.


진지한 표정으로 황당한 소리를 내뱉는 비즈니스맨. 그 모습에 이원 일행이 다함께 미간을 찌푸렸다.


---


“오늘 시간 내 주셔서 고마워요. 엠마 교수님.”


“호호. 나야말로 젊은 사람들이랑 차 마실 수 있어서 좋았어. 노인네들이랑 차 마시면 칙칙하거든.”


“하하. 좋으셨다니 다행이네요. 그럼 저흰 이만 가 볼 게요. 안녕히 계세요.”


“그래. 잘 가거라. 건강하고... [휴머니티]에 대해선 너무 파고들지 말거라. 정신 나간 놈들과는 거리를 두는 게 상책이야.”


“아하하... 그건 좀 생각해 보고요.”


“... 그래. 원이 너는 똑똑한 아이니, 알아서 잘 할 거라 믿으마.”


위잉-


만났을 때처럼, 간단한 인사를 마지막으로 이원 일행은 엠마의 연구실에서 나왔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아틀란티스 타워의 아래층으로 이동하는 가운데, 아라가 어이없다는 듯 중얼거렸다.


“... 다시 생각해 봐도 황당하네요. [휴머니티]가 괴물들 만드는 게 돈 벌려고 그러는 거라고만 생각했는데, 인류를 진화시키기 위해서 그러는 거라니. 무슨 만화 속 악당도 아니고... 웃기지도 않네요.”


“그러니까요! 뭐? 인류를 다음 단계로 끌어올려? 그 말 같지도 않은 이유 때문에, 남이 사는 동네에 좀비를 풀어? 이... 개씨발 새끼들!”


“...”


아라가 저 혼자 씩씩대는 루비를 지켜보는 동안, 이원은 엘리베이터 유리벽 너머의 아쿠아리아의 물빛 정경을 지켜보며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의 머릿속은 꽤나 복잡했다.


‘젠장. 그럼 그렇지. 루이스가 도와준다고 좋아할 게 아니었어. 괜히 후계 경쟁에서 앞서가는 녀석들과 격차만 더 벌어지겠네.’


현 도미니티카 회장 이명철의 34명이나 되는 자식들 중에서, 이원은 자기 자신이 후계 결정 레이스에서 약 8등 정도를 달리고 있다 생각하고 있었다.


그의 기준으로 후계자 서열 1위는 장남이자 도미니티카 정복전쟁 최전선을 달리는, 제 1마법병단장 이영웅.


2위는 우주 곳곳에 퍼져 있는 워프게이트 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이정현.


3,4위는 각각 8,9 마법병단장을 맡고 있는 이영화, 이영원 쌍둥이 형제.


5위는 도미니티카 제 12마법병단장 이설화.


6위는 우주정거장 AC-04,05,06,07과의 무역을 꽉 잡고 있는 이성길.


그 다음이 바로 이원 본인이고, 나머지는 논외였다.


‘앉아 있는 자리만 보면 차이가 많이 나는 것 같지만... 다들 순수하게 자기 능력만으로 그 자리에 앉아 있는 건 아니야. 다 자기들 엄마 집안 빨로 거기 있는 거지. 실질적으로 보여준 건 이영웅과 이정현을 제외하면 다 거기서 거기야.’


도미니티카의 후계 결정 방식은 지극히 단순했다.


어떠한 형태로든, 순수한 자기 능력을 증명하는 것.


실제로 이원의 어머니가 병으로 죽기 전에 이원과 나눴던 대화도, 이와 비슷한 맥락이었다.


- 원아. 못난 어미라 미안하구나. 다른 이복형제들의 어미들과 달리, 나는 네게 아무것도 남겨줄 수가 없어서...


- 아니에요, 어머니. 제가 어머니 닮아서 얼굴 하난 잘 생겼잖아요. 다른 형제들에 비해 머리도 좋구요.


- 그리 말해 주니 고맙구나. 하지만 내가 배경이 없는 만큼, 내가 죽으면 그때부턴 네 이복형제들의 어미들로부터 널 지켜줄 수 있는 게 없단다. 너희 아버지도 다른 부인들 눈치를 안 볼 수가 없으니...


- 그렇겠죠. 그 여자들 지금도 저희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잖아요.


- 그래. 그러니... 원아. 어미가 내게 부탁이 하나 있단다.


- 부탁이요? 무슨 부탁이요?


- 내가 죽으면 도미니티카를 떠나거라.


- ... 예? 도미니티카를 떠나라고요?


- 그래. 이곳에 남아 다른 부인들과 이복형제들에게 괴롭힘 당하고 닳아 없어질 바엔, 차라리 더 넓은 세상으로 나가서 더 많은 기회를 잡는 게 나을 거야. 원이 너의 능력이라면 충분히 할 수 있을 거고. 이 모자란 어미의 마지막 부탁을 들어 주겠니?


- ... 아... 음... 어... 예. 알겠어요. 어머니. 그렇게 할게요.


- ... 고맙구나. 네게 이런 말밖에 못 남기고 가는 못난 어미를 원망해도 좋으니, 부디 강해지거라.


- ... 강해지긴 하겠지만, 원망은 안 할게요.


그 이후로 이원은 도미니티카를 떠나, 우주를 돌아다니며, 수많은 인맥을 쌓고, 돈으로는 절대 살 수 없는 진귀한 아티팩트들을 모았다.


스스로의 순수한 능력을 증명하기 위해서.


후계 경쟁에서 승자가 되어, 자신의 어머니가 옳았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


‘근데 이렇게 [휴머니티]가 도미니티카 내에 자꾸만 괴물들을 풀어버리면... 이미 도미니티카에서 한 자리 하고 있는 다른 형제들에 비해 압도적으로 불리해진다.’


아무리 아티팩트가 우주단위로 귀한 물건이라 하더라도, 내실을 다진 공로에 비하면 황위 경쟁에서는 그 가치가 떨어진다는 건 명백한 사실.


‘뭔가 대책을 세워야 하는데...’


“선장님.”


순간 들려오는 목소리에 이원이 고개를 돌리니, 자기를 빤히 쳐다보고 있는 아라가 눈에 들어왔다. 씩씩거리는 루비는 덤이었다.


“... 응? 왜.”


“무슨 생각을 그리 골똘히 하세요.”


“응? 아. 그냥... 슬슬 저녁때인데 뭐 먹을까 하는?"


아라가 거짓말 하지 말라는 듯 눈을 가늘게 뜨고 쳐다봤지만, 이원은 계속해서 너스레를 떨었다.


"아. 그 전에 약속대로 물고기부터 보러 가야 하나?”


“이 [휴머니티] 개 같은 놈들... 저녁? 물고기? 물고기!”


씩씩거리다 갑자기 벌떡 고개를 드는 루비. 그녀가 눈을 반짝반짝 밝히며, 생기가 확 도는 목소리로 물었다.


“물고기라면! 선장님! 혹시 우리 회 먹으러 가는 거예요?”


“어. 회 먹고 싶으면 먹어. 루비 니 돈으로 말이지. 물론 그 전에 빚부터 갚고.”


“... 치.”


루비가 입을 삐쭉 내미는 바로 그 순간, 어느덧 엘리베이터는 1층에 도착했고.


[ 문이 열립니다. ]


- 아옳옳옳옳?


그 문이 열렸을 때, 이원 일행이 마주한 건 엠마의 연구실에서 영상으로 봤던 괴물들 중, 머리통이 생선 대가리인 녀석들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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