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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조 아들이 인조를 찢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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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닌
작품등록일 :
2024.07.22 15:58
최근연재일 :
2024.09.0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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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5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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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충성스러운 애국노 (2)

DUMMY

‘어찌해야 하는가?’


세자가 시간을 내어줌에 따라 혼자만의 시간을 갖게 된 최명길의 고민은 깊어져 갔다.


일단 한양에서 출발하며 생각한 모든 것은 의미가 없어졌다.

예측한 것과 상황이 완전히 달랐으니까.


이 사절단의 중추는 잉굴다이가 아닌 세자.

반드시 부왕이 자신을 제거하리라 여기는 세자.

박로를 통해 전한 부왕의 패로 쓰이겠다는 말은 진심이 아님이 명백해졌다.


그러면 조선을 적대할 것인가?

본인은 그럴 리 없다고 말하였고, 금상이 세자를 차마 건드리지만 못하게 된다면 그 말은 사실이 될 것이다.

그렇게만 되면 조선은 당연히 그의 것이 되니.


따라서 세자의 행보는 금상에겐 위협적일지언정 조선에는 위협적이지 않다.

오히려 아비가 아들을 해치는, 그 상도를 무너뜨리는 일이 방지되어 외관상으로나마 나라의 도리를 보존할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최명길이 본 것처럼, 세자가 스스로 말한 것처럼 청에서 군왕에 비견되는 지위와 대우를 누린다면, 이는 외교적으로 엄청난 무기가 된다.

청 황제가 조선은 진정으로 믿을만한 나라라고 여기게 하는 데 이보다 더 나은 패가 어디 있겠는가?


그렇다면 파병은 어떠한가?

분명 병자년 전쟁의 피해가 남아있고, 근래 가뭄이 들기 시작해 군을 내는 건 나라에 부담이다.


하지만 이는 그저 수탈에 불과할 적의 이야기.

이전에 그가 심양에 갔을 때 청 황제가 얘기했던 막연한 큰 선물보다는 훨씬 구체적인 내용이 세자에게 보장되어 있다.

지금까지의 파병 요구가 수탈이라면, 이제는 거래다.


따라서 청이 올해 원정으로 성과를 얻는다는 전제만 성립된다면, 세자는 안전해지고 나라는 믿음과 이익을 산다.

당장 인마를 동원하는 수고로움은 그에 미달하는 비용이리라.


‘문제는 금상이다. 그리고···.’


최명길은 이 일의 걸림돌로 그가 똑똑히 본 왕의 의심과 현재 조선 조정에서 청을 상대로 은밀히 쉬쉬하고 있는 사안을 떠올렸다.


‘이에 대한 답만 있다면, 눈 한번 질끈 감는 것이야 못할 것도 없으리라.’


오명 속에서 살아가는 것 따위는 최명길에게 이미 충분히 익숙해진 일이었다.


중요한 것은 오직 국익뿐.

훗날 자신이 나라 사이의 신의를 외면한 것을 넘어 불효도 방관한 탁류의 대명사로 쓰인다 해도 최명길에게 이는 딱히 거슬릴 일이 아니었다.


***


“저하, 다시금 주변을 물려주시옵소서.”


해가 뉘엿뉘엿 기울 때가 되어서야 고민을 마치고 내 앞에 다시 선 최명길은 자못 비장한 목소리로 독대를 청했다.

이에 내가 눈짓하자, 잉굴다이는 옅은 한숨과 함께 다시 수하들을 우르르 이끌고 밖으로 나갔다.


이로써 둘만 남게 되자, 최명길은 방 곳곳을 돌며 혹시 듣는 귀가 남아있는지 꼼꼼히 확인하고는 내 앞에 예를 갖추었다.


“그래, 결심이 서셨소?”


“마음에 걸리는 세 가지에 답을 주신다면, 신은 방관할지언정 막아서지는 않겠나이다.”


돕는 것도 아니고 방관, 그런데 답은 또 세 가지라?

누가 윗전인지 헷갈릴 지경이다 싶은 소리였지만, 대신으로서 국사에 조심스러운 것이라 보면 이해하지 못할 건 없었다.


“첫째로는 작금의 이 사달이 난 원인, 환향한 부인들의 일을 앞으로 어찌하고자 하시옵니까?”


첫 질문은 환향녀 이슈였다.


“이는 일찍이 전하께서 신의 청을 가납하시어 이혼을 불허하심으로써 진정된 일이었나이다. 하온데 저하께서 지적하시어 다시 일이 커졌으니, 어찌 처결이 없겠나이까?”


“이는 국사가 아니오? 내가 처결함이 경에게 즐거운 일이겠소?”


이는 외교 사안으로 비화되긴 했지만, 결국 국내에서 결정될 일이다.

그리고 이는 오직 군주의 관할이니, 날 왕으로 여기지 않고서야 물을 수 없다.


“대리청정하시는 와중도 아니니 저하께 묻는 것은 실례라 할 것이옵니다. 하오나 장차 대통을 이으실 저하께서 일론 내어주시는 것이 어찌 큰 과오가 되겠나이까?”


내가 장차 왕이 될 것이다.

아들이 아비 못지않게 아비를 의심하고 적대하는데도.


따라서 이는 일종의 긍정적인 답변.

그렇기에 내가 답을 줘야 할 이유는 충분했다.


“경이 말한 부왕의 처결은 응당 본이 되어야 할 것이오. 하물며 전례를 보아도 선묘조(宣廟朝)에 왜놈들에게 끌려갔다가 살아 돌아온 부녀자들의 이혼을 금하였고, 이에 당대 재상과 학자들 가운데 그 누구도 반발하지 않았잖소?”


이 나라가 전란을 한 번 겪은 것도 아니고, 이미 환향녀 이슈는 선조 시절에도 있었다.

하지만 이는 사회적 문제가 되지 않았고, 왕명 한 번에 여러 붕당의 지도자들이 모두 수긍하여 일단락되었다.


그런데 왜 인조 시절엔 달랐는가?

이유야 다양하겠지만,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임진왜란은 어쨌든 이겼지만, 병자호란은 졌으니까.

일본과는 다시 대등한 관계를 맺었지만, 청에는 머릴 숙였으니까.

끝내 이겨내고 구한 여인과 지키지 못해 버렸는데 돌아온 여인은 사람들 마음에 일으키는 감상이 다른 것이다.


“그러니 이를 운운하는 것은 본인들 사조에 반하는 일이고, 나라의 상례를 외면하는 일이며, 심지어는 제 주인을 해하는 일이오. 즉, 역도란 말이지.”


나는 이미 환향녀의 정절을 운운하는 건 인조와 나의 대통을 부정하는 것이라 천명했다.

그런데도 떠든다면 죽을 각오는 해야지.


“물론 이는 강압으로 해결하는 것이니, 실상 덮어두는 것에 불과하오. 그러니 원칙을 천명하되 이혼은 각 집안이 바라는 대로, 오직 정리(情理)만을 살펴 허하는 것이 좋지 않겠소?”


“이는 말로만 대의를 지킬 뿐, 실상 모두에게 내자를 버리라 권하는 길이 될 것이옵니다.”


“이제까지와 같은 방식의 이혼이라면 그럴 것이오. 하지만 이는 특수한 사례이니, 고작 갈라서는 것으로 그치게 할 수는 없소.”


“하오면 무엇을 다르게 하실 것이옵니까?”


“부부간의 정리가 어긋나고 사세가 바뀌게 된 것은 모두 나라의 책임이니, 부녀자들을 모두 왕실에서 거둬 궁인으로 삼게 하시오.”


어차피 못 살겠다는 남편과 살게 해봤자 마찬가지로 괴로울 뿐이다.

그러니 나라가 거두어 평생 먹이고 재워야 하지 않겠는가?


“그리되면 궐의 재정에 큰 부담이 될 것이옵니다.”


“더불어 이는 고작 정리를 문제 삼은 그 부군 되는 이의 죄요. 그를 문제 삼지 않는다면, 응당 그에 갈음하는 벌전이 있어야 하지 않겠소? 아들이 포로로 잡혀가면 천금도 아깝지 않다고 하는 자들이 집안 대를 원만히 지키고자 하면서 재물을 아끼랴?”


그리고 그 모든 재정은 위자료 명목으로 각각의 양반가에서 뜯는다.

물론 이것마저도 불만스럽겠지만, 그럼 왕과 국가 정통성을 놓고 한판 붙어보든가.

목이 한 1천 개쯤 된다면 권해보겠다.


“그리고 이마저 피할 명목으로 다른 죄를 운운하며 이혼을 청할 수도 있으니, 환향한 이들의 집안은 나라에서 긍휼히 여겨 살핀다는 명목으로 수시로 들여다보게 합시다.”


그리고 이혼하지 않은 집안은 수시로 살핀다.

자연히 집안 사정이 나라의 눈에 들어오게 될 것이니.


“그리하면 부왕께서 흡족해하지 않으시겠소?”


본인을 욕하는 자들이 있을까 항시 근심하는 지금의 인조에게 다른 명분으로 한양 사대부들을 감시할 기회는 마다할 이유가 없다.


“그 뜻을 사족들이 모를 리 없으니, 필시 더한 반발이 있을 것이옵니다.”


“이를 어찌 왕명으로 행하겠소? 당연히 저것으로 하여야지.”


나는 우리가 독대하고 있는 방에 있는 청나라 깃발을 가리키며 말했다.


“용장이 이번 일로 길길이 날뛰며 반발하는 사대부들을 모두 잡아가려 수천 기병을 내겠다는 것을 자체 감독으로 갈음하기로 하였다 하면 달리 뭐라 하겠소? 그들이 직접 병장기를 쥐고 압록강으로 달려갈 결기가 있는 자들이오?”


그럴 리가.

그럴만한 자들은 이미 심양에서 죽거나 조정에서 쫓겨나 지방으로 가 있다.


“그리고 이는 내시부 인원들과 이혼하여 들어온 궁인들을 쓰면 될 것이오. 왕의 수족과 환향으로 인한 차별에 가장 민감한 자들이니 어찌 감독을 소홀히 할까?”


“···더불어 저하의 은혜를 입은 자들이니 장차 저하의 눈과 귀가 되겠나이다.”


최명길은 굳이 내가 짚지 않은 부분까지 짚으며 말했다.


“그것이 불만스럽소?”


그런데 그래서 뭐.

그럼 내가 내 위신을, 내 업적을 흔드는 자들과 하하호호 웃으며 지낼 줄 알았는가?


“하오면 이미 저하를 의심하며 두려워하기 시작하신 전하의 마음은 어찌 돌리실 것이옵니까?”


그러자 최명길은 더 묻지 않고 다음 화제로 넘어갔다.


“경은 방관할지언정 막진 않겠다고 하였소. 돕겠다 한다면 일익을 맡길 겸 상세히 논할 수 있겠지만, 아무런 보탬도 없을 것인데 들어 무엇 할까? 이는 내가 굳이 답해야 할 질문이 아닌 듯한데?”


“···하오면 마지막으로 한 가지, 이것만큼은 반드시 답을 주어야 신이 길을 정할 수 있을 것이옵니다.”


방법을 더 캐묻는 걸 포기한 최명길은 그가 가장 우려하고 있는 화제를 꺼내기 시작했다.

내가 주변을 물렸음에도 꼼꼼히 살핀 이유를 말이다.


“현재 석성도(石城島)에 진 도독이 은밀히 주둔하며 한양 조정에 연통하고 있나이다.”


진 도독이란 명나라 장수인 진홍범(陳洪範)을 말한다.


“그가 조선 조정에 무관 등용과 도움을 요구하는 것은 물론, 설사 돕지 못한다고 하여도 청에 군병과 주사(舟師, 수군 장교. 즉, 사실상 수군)는 내어주지 말라 겁박하고 있나이다.”


청과 싸울 용기는 터럭만큼도 없으면서 명나라와의 의리를 강조하는 자들이 한양에 가득한 이유.

최명길은 그 대명의리의 실체를 화제로 올렸다.


후대 현대인들은 조선 사람들이 무슨 대명의리라는 신앙에 심취해 눈앞에 칼이 번뜩이는데도 명나라 만세만 외친 건 줄 안다.

하지만 실제는 명이 청에 요동을 뺏기고 가도의 모문룡마저 죽었음에도 어떻게든 조선과 닿으며 영향력을 유지하려 한 데 있다.


진홍범은 이 시기 그러한 명나라의 의도를 수행하던 인물.

그는 수군이 열악한 청나라의 사정을 이용해 은밀히 요동 인근의 군도를 오가며 조선에 연락했고, 과거 모문룡이 했던 것과 같은 해상 견제 세력을 구축하려 했다.

즉, 조선이 명에 의리를 지켜야 하는 이유는 임진왜란 때 도와서가 아니라 쟤들이 칼 들고 협박하기 때문이다.


“그런 가운데 청은 여전히 산해관을 넘지 못하고 있고, 기껏해야 초원을 돌아 화북을 약탈하는 데 그치고 있나이다. 군자가 부족해 조선에서 조금이라도 더 뜯어내려 안달인 청이 과연 이를 견디고 살아남아 명의 보복을 막을 수 있겠나이까?”


그리고 이전에도 말했듯 조선 사람들은 청의 승리에 회의적이다.

만주는 언제나 생산력이 부족하고, 단 한 차례라도 패하는, 아니, 약탈 실패 정도만 해도 크게 휘청일 수 있으니까.


“막아내고, 심지어 승리할 수 있다면 내 모든 선택이 나라에 이로울 것이나, 반대의 경우가 걸린다는 말이구려. 그런데 경은 내가 부왕께 고한 전말 모두를 알지는 못하는 것이오?”


“저하께서 청에 영합하시어 최대한 역할을 할 것이나, 조선 조정에서는 이를 괘념치 말라 하시지 않았나이까? 조정의 선택이 달라 겪는 고초는 감수할 것이니, 조선은 저하의 안위를 염려하여 그 행보에 영향을 받지 말라···.”


“내 마지막으로 권한 바는 이러했소. 청이 승세를 탄다면 이는 조선과 나 모두의 이로움일 것이고, 패배한다면 아들 하나 버림으로써 의리를 바로 세우고 나라를 보존하시라.”


“그 말씀은···?”


“그대도 그리하시오. 내 이를 위하여 봉림에게는 허물이 닿지 않게 하고 있고, 또 원손은 한양에 안전하게 머무르고 있지 않소? 내가 살고자 하는 것은 세자로서 죽고자 함이지 아비를 해하기 위함이 아니오.”


나를 버릴 권한을 인조뿐만 아니라 최명길에게도 약속한다.


그리고.


“더불어 나는 그럴 경우에도 도모할 바를 구상하고 있소. 이는 그대가 물었으나 함구한 부왕을 설득할 바에도 닿는 일이지.”


“그것이 무엇이옵니까?”


“불효를 도모하는 자가 신의 저버리는 일은 꺼리겠소?”


나는 옅은 미소와 함께 최명길의 의문을 해소해주었다.


“장차 청 황제가 살아 있음이 곧 나와 조선의 부담이 되는 날엔, 그가 내게 내린 모든 은혜와 보상이 그의 목을 겨눌 것이오.”


물론 그럴 일이야 없겠지만, 청이 진다면 당연히 홍타이지를 노릴 것이다.

내가 언제 청과 홍타이지가 좋아서 그 마음을 구하려 애썼던가?


“물론 그럼 십중팔구 나는 죽을 것이고, 요행히 살더라도 청에 영합하더니 배신한 자라며 위명이 바닥에 떨어지겠지. 하지만 그 공적으로 조선은 살 것이고, 이를 능히 해낼 경이 봉림과 원손만큼은 지켜주지 않겠소?”


물론 원 역사에서 그런 일은 없었다.

그리고 나는 내 손으로 나와 내 처자식의 것을 되찾을 것이니, 그런 일이 있게 할 생각도 없다.


하지만 자고로 살신성인이란 유자들의 마음에 깊은 울림을 주는 법이니, 나라를 살리고자 본인의 명예를 오물에 처박은 최명길에게는 더욱 남다르리라.


과연 내 질문에 최명길은 눈만 동그랗게 뜰 뿐, 차마 답을 하지 못했다.


“허허, 경은 피는 못 속이는 법이라 내가 부왕과 생각하는 바가 같으리라 여긴 모양이나, 나는 다르오. 나는 나와 내 후대가 아우를 백성과 이를 가능케 할 정통을 위해 명성과 지위, 목숨을 언제든 던질 준비가 되어 있으니.”


한 번 죽었던 목숨이다.

다시 얻은 삶을 이렇게 열심히 사는 것은 오직 내 것을 지키기 위해, 그리고 내 처자식이 본디 누렸어야 할 것을 누리게 하기 위해서다.


“어떻소? 이만하면 답이 되었소? 명이 그리 걱정되면 세자가 방자하여 국력을 기울여 쓰는 바람에 말릴 수 없었다 연통하시오. 내 길을 터주리다. 내가 돕지 않아도 그럴 요량이었을 테니.”


“저하···.”


최명길은 그답지 않게 말끝을 흐리며 한참 입술을 달싹거렸다.

그러던 그는 겨우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신이··· 돕겠나이다···.”


방관 아니면 방해만을 말하던 그는 나를 돕겠다며 말을 끝맺었다.

그리고 그 목소리에서 느껴지는 감정에 나는 직접 몸을 일으켜 그에게 다가갔다.


“고맙소.”


나는 그의 어깨를 쓸며 감사를 표했다.

나라를 위해 나라를 파는 매국노는 그렇게 둘이 되었다.


***


최명길이 평양에서 돌아온 뒤로 한양 조정은 꽤 어수선해졌다.


“명을 치기 위해 마련한 군마를 돌려서라도 기어이 죄를 묻겠다며 길길이 날뛰는 것을 겨우 달래었나이다. 신이 성심을 다하여도 미진하였으나, 다행히 저하가 청인들의 마음을 산 것이 적지 않아 겨우 절충한 것이옵니다.”


환향녀 문제 처분과 관련하여 세자가 말했던 바를 그대로 조정에 고한 최명길은 묵묵히 고개를 숙였다.


“왕명에도 불구하고 차마 따를 수 없는 자들에게는 그 비용을 얻어 여인들을 보듬고 군자를 마련하며, 따르는 자들 역시 속내를 알 수 없으니 정분이 진실로 두터운지 수시로 살피라···.”


최명길의 보고에 저마다 한마디씩 보태려던 신료들을 함구시키며 꺼낸 인조의 말은 그렇게 끝이 흐려졌다.


타방의 일개 장수가 국사에 개입한 것은 분명 불쾌한 일이다.

하지만 논하지 말라 한 일을 다시 꺼내는 건 물론 은밀히 왕명을 어긴 자들에게 재물을 빼앗고, 또 언제 반역할까 두렵던 자들을 감찰할 명분이 생긴 것은 나쁘지 않다.

무엇보다도 이는 저 청나라 오랑캐들이 무도하여 그런 것이라 할 수 있지 않은가?


생각이 여기까지 이른 인조는 속으로 미소를 삼키며 비통한 표정을 지었다.


“이미 용장이 나라 깊숙이 든 마당에 어찌 달리 행하겠는가? 일단은 들어주고 후에 사세를 보도록 하라.”


지금은 눈치가 보이니 따라주고, 언젠간 그 처분을 없애주겠다는 말이었다.

하지만 인조 본인에게 감시의 필요성이 없어질 때까지는 폐하지 않을 게 분명했다.


“그럼 사절단이 다시 한양으로 향하는 것인가?”


“예, 전하. 신과 시차를 그리 길게 두지 않고 출발할 것이라 하였으니, 인근에 다다랐을 것이옵니다. 서둘러 맞이하게 하옵소서.”


그리고 드디어 왔다.

청나라 사절단이. 아니, 그 청나라를 다독여 북방의 환호를 이끌어낸 세자가.


실로 오랜만에 아들을 마주할 일에 인조는 미소 대신 식은땀이 솟아오르는 걸 느꼈다.


작가의말

사육사 님, 소중한 후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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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있어야 할 곳으로 돌아가는 길 +13 24.08.30 2,431 132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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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신사년의 밀담 (2) +11 24.08.24 2,648 118 13쪽
34 신사년의 밀담 (1) +15 24.08.23 2,751 141 17쪽
33 세자의 사람들 (2) +9 24.08.22 2,872 125 13쪽
32 세자의 사람들 (1) +15 24.08.21 2,937 129 13쪽
31 명-청 책봉 경쟁 (2) +19 24.08.20 3,007 132 16쪽
30 명-청 책봉 경쟁 (1) +13 24.08.19 3,035 136 16쪽
29 무인사변(戊寅事變) (5) +15 24.08.18 3,127 145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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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무인사변(戊寅事變) (2) +8 24.08.15 3,206 135 13쪽
25 무인사변(戊寅事變) (1) +8 24.08.14 3,497 143 13쪽
24 전쟁을 기다리며 (2) +11 24.08.13 3,480 154 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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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복귀 (2) +16 24.08.11 3,766 155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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