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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사육사 님의 서재입니다.

아카데미의 수수께끼 전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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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사육사
작품등록일 :
2021.10.24 15:11
최근연재일 :
2022.01.23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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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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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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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14,3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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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1.22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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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0쪽

63화. 어두운 밤에 보이는 헛것 -2-

DUMMY

남자처럼 짧은 단발머리를 한 여성이 인파를 헤치고 나타났다.


그녀는 주변에 둘러싼 사람들 사이에서도 머리가 보일 정도로 키가 컸다. 보통 성인 남성에 비해 한 뼘은 더 큰 것 같았다.

키 뿐만이 아니다. 몸의 프레임자체가 넓었다. 팔이 얼마나 두꺼운지 입고 있는 양복 상의의 팔 부분이 꽉 껴보였다.

얼굴은 생각보다 곱상한 편이었으나, 오른 눈에서 뺨까지 길게 이어지는 칼자국이 그런 어려보이는 인상을 자연스럽게 감춰줬다.


그녀는 두 눈을 크게 치켜뜨고 경호원을 노려봤다.


“뭐하는 짓거리야. 내가 통제하라고 했지 방문객과 싸우라고 했나!”

“티, 팀장님. 손님 한 분이 소란을 일으켜서···.”


에르네스토의 검을 빼앗으려 한 경호원이 팀장이라 부른 여성에게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나 말을 모두 마치기도 전에, 팀장이 솥뚜껑만한 주먹으로 경호원의 복부를 후려쳤다.


-퍽!


“크억···.”


주먹에 맞은 경호원이 몸을 굽히며 바닥에 쓰러졌다. 그는 이를 앙다물고 침을 질질 흘리며 좀처럼 일어나지 못했다.


“어우, 장난 아니네.”


성운은 혀를 내둘렀다. 무지막지한 바디블로우였다.


“또 헛소리 씨부릴 놈이 있으면 나와라.”

“···.”


팀장이 으름장을 내놓자 경호원들이 고개를 푹 숙이고 뒤로 물러섰다.

그녀는 거칠게 콧김을 뿜으며 옷깃을 정리했다. 그런 모습에 에르네스토가 두 손을 번쩍 들었다.


“어, 저는 누님한테 덤빌 생각이 없어요. 항복이요.”

“이졸데 아카데미의 에르네스토 쿠다이베르겐님. 저는 엑시투스의 현장 책임자를 맡고 있는 다리아 아헤자코바입니다.”


팀장은 에르네스토에게 깊게 허리를 굽히며 머리를 숙였다.


“제가 분명 귀빈 리스트를 확인해두라고 했는데··· 사과드립니다.”

“아뇨. 저도 너무 과민반응했네요.”

“팀원들이 경솔했습니다. 최근에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해서 호들갑을 떨었군요.”

“도대체 무슨 일 때문에 이렇게 엉망인거죠? 직원 교육을 어떻게 했길래!”


사스키야는 다시금 튀어나와서 다리아에게 삿대질을 했다. 다리아의 가슴팍까지 밖에 오지 않는데도 좋은 패기였다.

그럼에도 다리아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다시금 고개를 숙였다.


“으음, 사죄의 의미로 솔직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만. 정체불명의 괴한이 습격을 예고했던지라 다들 신경이 곤두서있습니다.”


다리아의 침착한 설명에 사스키야도 조금 진정하며 한 발 물러섰다.

다른 경호원들은 빠르게 상황을 수습하며 다시금 방문객들을 뱅크시 안으로 인도했다.


“담이 큰 강도로군요. 엑시투스가 비호하는 배를 습격하겠다고 예고를 하다니.”


리처드가 주변 눈치를 보며 목소리를 낮췄다. 다리아는 고개를 가볍게 끄덕였다.


“예. 그래서 평소보다 추가적으로 인원을 늘리고 팀장인 제가 직접 현장을 지휘하고 있습니다. 모쪼록 이번 일은 너그러이 넘어가주시길 바랍니다. 어서 입장하시지요. 뱅크시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다리아는 가볍게 목례하고 다시금 현장을 통제했다.

리처드 무리도 경호원들의 인도에 뱅크시 안으로 향했다.


“휘우, 살벌하네. 그래도 엑시투스는 소문하고 다르게 외부인에게는 제법 친절한데요?”

“키히힛, 모르는 소리 마라 꼬맹아. 저놈들이야 말로 돈에 살고 돈에 죽는 진짜배기 용병들이야. 무서운 형아들이지. 우리 같은 해적 조무래기들은, 어쿠쿠 눈치 살살 살펴야 한다고.”


그랜트가 조용한 목소리로 귀띔했다.

그의 말 대로였다. 다리아 아헤자코바, 성운의 HUD로 분석된 바로는 간섭력이 평균 3에 달했다.

아무리 황금세대니 뭐니 떠받들 져도 저런 전투의 프로에게는 상대도 안 된다.

성운 일행은 눈치를 살피며 엑시투스 경호원들의 인도에 따라 얌전히 뱅크시 안으로 들어갔다.


# # #


뱅크시 내부는 예상대로 화려했다.


입구 중앙 홀에 들어서자 제일 먼저 보인 것은 아기 천사와 성녀로 꾸며진 분수대였다.

천장에는 크리스탈 샹들리에가, 원목 바탕의 벽에는 화려한 문양의 테페스트리가 장식돼 있었다. 바닥에는 고급스러운 붉은 카펫이 빈틈없이 깔려 있었다.


“꽤 호화롭네.”


성운은 다소 심드렁한 마음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인테리어가 대단히 멋지기는 했지만 지나치게 고풍스럽다랄까. 나쁘게 말하자면 고리타분했다.

포장지를 뜯기 전에 미리 내용물을 알아버리면 재미가 없듯, 뱅크시도 딱 그런 느낌이었다.


“와, 역시 금수저. 이 정도로는 눈 하나 깜짝 안하는구나?”

“그러게? 성운이는 안 신기해?”

“흠, 아카데미도 이 정도잖아.”


성운에게 있어 차라리 뱅크시보다 이졸데 아카데미의 임팩트가 더 컸다. 사실 지금도 잘 적응이 안 될 정도였다.

반면 성운의 평가에 아이들의 반응은 격렬했다.


“말도 안 돼! 아카데미에 비교하는 건 좀 아니지.”

“성운쿤! 그건 이 멋들어진 배에 대한 모욕이야.”

“하핫, 농담이 심하네~”


아이들은 격렬하게 고개를 저었다.

성운은 어깨를 한번 으쓱할 뿐 별 다른 말을 하지는 않았다. 사람마다 취향은 다르니까 말이다.


성운 일행은 북적거리는 인파를 헤치며 뱅크시 내부를 구경했다.


“경매까지는 아직 시간의 여유가 많다.”

“그래 꼬맹이들! 배고프지 않냐? 식당은 안쪽에 있으니까 들어가 보자고, 케헤헷, 배를 좀 채워야 경매도 승리하지.”


보리스의 말에 그랜트가 아이들을 이끌고 좀 더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커다란 문을 지나 다음 칸으로 넘어가자, 처음에 심드렁했던 성운도 깜짝 놀랄 수밖에 없는 광경이 펼쳐졌다.


“뭐야?”


다음 칸은 방금 전과 달리 수풀로 뒤덮여 있었다.

바닥에는 카펫 대신 부드러운 잔디밭이 깔려 있었고, 주변에는 온통 희귀한 꽃이 자라고 있었다.


“맞네. 아카데미하고는 확실히 다르네.”


성운은 연못 속에서 헤엄치는 팔뚝만한 잉어들을 보며 중얼거렸다.

풀 속에는 원숭이나 다람쥐, 사슴 같은 동물 형체의 3d 영상이 떠다녔다. 유람선이 아니라 비디오아트 전시관에 온 듯한 광경이었다.


“1천개 가량의 객실이 섹터마다 테마로 묶여 있다구. 이제 뱅크시의 대단함을 알 것 같아?”

“설마 뭐 사막이나 북극 같은 곳도 나오는 거 아니지?”

“후훗, 어떨 것 같아?”


에스벤의 의미심상한 말에 성운은 다시금 놀라워했다. 이건 굳이 오타쿠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놀랄만한 스펙이었다.

일행은 천천히 주변을 구경하며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가는데도 이집트 피라미드와 유럽의 대성당 테마 공간을 지나야했다. 고작 밥 먹으러 가는데 무슨 세계여행이라도 한 기분이었다.


레스토랑 입구에는 댄디한 올백 헤어의 백인 남성이 있었다.


“어서오십시오. 아르 데시아(Art Decia)입니다. 인원은 총 여섯 명일까요? 이쪽으로.”


웨이터는 능숙하게 일행을 이끌어 자리로 안내했다.

식당의 분위기도 범상치 않았다.

굵직한 선으로 그려진 기하학 패턴의 카페트, 그에 맞춰 각이 살아 있는 식탁과 바 테이블. 은은하게 비추는 노르스름한 조명이 레스토랑의 분위기를 더욱 고급스럽게 연출했다.

레스토랑의 무대 위에서는 마릴린 먼로를 연상케 하는 금발의 여인이 재즈에 맞춰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웨이터는 쨍하게 푸른 밸뱃 의자를 빼서 일행을 앉혔다.


“주문하실 때 되면 언제든 다시 불러주십시오.”


웨이터가 멀어지자 성운은 참았던 숨을 내쉬었다.


“으억, 부담스러워.”


성운은 괜히 눈치를 보며 불편한 듯 몸을 비틀었다. 어째 큼지막한 테이블에 둘러앉으니 레스토랑 분위기 때문에 마피아라도 된 듯한 분위기였다.


일행은 적당히 메뉴판을 보다가 스테이크와 프렌치프라이로 통일했다. 주변 분위기에 압도되어서 메뉴를 길게 고민하지 못했다.


“후우, 혹시 모르니 차선책을 생각해보자.”


유리스는 물을 모두 들이키고 계획을 이야기했다.

아무리 스톰혼의 뿔 조각이 비주류 경매 물품이라지만, 리스크를 최소화해야 했다.


“1천 크래딧 이상이면 물러서야 돼. 알지? 성운이가 꽤 많은 돈을 보태줘서 이정도야. 아, 경매장 초대권을 구해준데다가 자금도 대줘서 고마워 성운.”

“아, 뭐. 나도 중간고사는 중요하니까···.”


대파멸 망치를 망가트린 것이 찔려서였지만 성운은 대충 얼버무렸다.

이를 모르는 아이들은 고개를 연신 끄덕이며 성운에게 고마움을 표현했다.

사실 돈이라면 얼마든지 더 낼 수 있었다. 하지만 아이들은 아무리 그래도 친구 빌붙어먹을 생각은 전혀 없다며 한사코 거절했다.


“와우, 꼬맹이들 용돈이 제법 풍족한가보네. 하룻밤 만에 1천 크레딧이라니.”

“그럼요! 무엇보다도 스톰혼의 뿔 조각이면 ‘그것’을 만들 수 있을 테니까요.”

“푸후후, 그것 말이지?”

“아아, 그래 맞아. 이번 기회라면 정말 가능 할지도!”


아이들은 의기를 불태웠다. 어찌나 의욕이 넘쳤는지 스테이크를 써는 나이프가 그릇까지도 썰어낼 기세였다.


하지만 성운은 여전히 마음 속 한 켠이 불안했다.


‘너무 순조로워.’


아무래도 유나가 경고했더 어둑시니 건이 불안했다. 그래도 엑시투스들이 쌍심지를 켜고 철저하게 경호하고 있으니 의외로 잘 넘어갈지도 모르겠다는 안일한 생각이 들기도 했다.


“아마 스톰혼의 뿔조각 보다는 ‘그슨대의 가면’에 몰릴 거야. 그러니 걱정 없지.”

“그슨대의 가면?!”


성운이 깜짝 놀라 물었다. 이건 무슨 물건인지 성운도 알고 있었다.

바로 이야기에서 어둑시니가 살해당했을 당시, 앱솔루트에게 도난당한 물건이었기 때문이다.

유리스가 스테이크를 우물거리며 대답했다.


“성운이도 들어 봤지? 차원 충돌 직후 성립된 이세계 마법사와 지구의 과학자가 협력해 만든 아티펙트···. 한 마디로 로스트 테크놀로지의 정수지. 어디까지나 설일 뿐이지만. 믿는 사람은 많아.”


성운은 감이 왔다.

어둑시니가 노리는 것이 저 물건이다. 어쩌다 보니 향후에 있을 이야기의 복선에 끼어버린 것이다.


‘어째 놀아나고 있는 기분이야.’


성운은 인상을 구기며 스테이크를 썰었다. 더러운 직감이 왔다. 오늘 밤 반드시 무슨 일이 터질 것이다.


그리고 성운의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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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3화. 어두운 밤에 보이는 헛것 -2- 22.01.22 84 3 10쪽
63 62화. 어두운 밤에 보이는 헛것 -1- 22.01.21 83 3 10쪽
62 61화. 모양 빠지게 걸어 갈 수는 없잖아? 22.01.16 112 3 11쪽
61 60화. 위기에서 개같이 부활 -3- 22.01.15 106 3 9쪽
60 59화. 위기에서 개같이 부활 -2- +1 22.01.14 100 6 10쪽
59 58화. 위기에서 개같이 부활 -1- +1 22.01.09 123 4 10쪽
58 57화. 재주 많은 매는 발톱을 감춘다 -2- +1 22.01.08 121 9 10쪽
57 56화. 재주 많은 매는 발톱을 감춘다 -1- +1 22.01.07 150 8 10쪽
56 55화. 위험한 산책 +2 22.01.01 200 9 13쪽
55 54화. 패널티의 정체 21.12.31 189 11 12쪽
54 53화. 사회적 거리두기 회의 21.12.30 187 10 15쪽
53 52화. 식인아귀호 오버드라이브 -2- +2 21.12.28 242 12 10쪽
52 51화. 식인아귀호 오버드라이브 -1- +1 21.12.27 244 11 11쪽
51 50화. 로렐라이의 노래 -3- 21.12.25 280 12 12쪽
50 49화. 로렐라이의 노래 -2- 21.12.24 241 11 11쪽
49 48화. 로렐라이의 노래 -1- +1 21.12.23 283 10 12쪽
48 47화. 그래서 뭐 어쩌라고? +3 21.12.21 306 14 14쪽
47 46화. 누구인지 물으신다면 -2- +1 21.12.20 287 14 11쪽
46 45화. 누구인지 물으신다면 -1- +1 21.12.18 294 14 12쪽
45 44화. 타임어택은 언제나 즐거워 +1 21.12.17 302 13 10쪽
44 43화. 아버지의 이름으로 -12- +1 21.12.16 301 1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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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41화. 아버지의 이름으로 -10- +4 21.12.13 351 14 10쪽
41 40화. 아버지의 이름으로 -9- +1 21.12.11 332 8 9쪽
40 39화. 아버지의 이름으로 -8- 21.12.10 334 10 12쪽
39 38화. 아버지의 이름으로 -7- 21.12.09 309 15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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