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돌사육사 님의 서재입니다.

아카데미의 수수께끼 전학생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돌사육사
작품등록일 :
2021.10.24 15:11
최근연재일 :
2022.01.23 19:00
연재수 :
65 회
조회수 :
33,857
추천수 :
1,012
글자수 :
314,378

작성
21.12.13 19:00
조회
351
추천
14
글자
10쪽

41화. 아버지의 이름으로 -10-

DUMMY

사방이 물로 둘러싸인 광장.

그것이 성운이 아크 로렐라이의 챔버를 보고 느낀 첫인상이었다.

성운은 작게 혀를 찼다.


“이래서는 머릿속에 물이 가득 찬 것과 다를 바가 없어.”


챔버는 아크의 숨골이다.

도시의 모든 기능을 통제하는 신비한 공간. 파이프오르간을 통해 아크의 영혼인 마더와 소통하는 성소.

그런데 이런 꼴이라니.

챔버는 아크의 머리와 다름없었지만 지금은 비가 새는 셋방과 같은 신세다.


“도시가 해저 바닥에 가라앉지 않은게 용하다 용해.”


챔버의 가장자리로 가자 발목까지 물이 잠긴다.

바닥 위에 서서 아래를 유심히 살펴봤다. 일렁이는 수면 아래에는 철제발판이 놓여 있었다. 그런데 철제발판 외의 부분은 물색이 어둑어둑한 것이 유독 깊어보였다.

성운은 어리둥절했다.

야트막하게 물이 차있는 것이 아니었나? 어둑한 물속에 시선을 집중하자, 예의 설명문구가 오른쪽 상단에 나타났다.


[분석 중···]

[수심 깊이 약 50m]

[위험지역]

[주의요망]


“으엑···.”


성운은 UI로 나타난 수심 수치를 보고는 질색하며 혀를 내둘렀다.

발판이 있는 곳 외에는 모두 바닥을 알 수 없을 정도로 깊은 물이었다. 수영장의 깊은 곳이 2m정도다. 50m면 거진 빌딩 한 채가 물에 잠겼다고 생각하면 됐다.

물론 쵸즌이 빠져 죽을 일은 없다. 그렇다고 이런 알 수 없는 곳에서 물장구를 치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었다.


“······.”


트윈즈 유령이 성운의 소매를 잡아당겼다. 서늘한 기운이 옷소매를 타고 들어왔다. 유령에 닿으니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다.


“왜 그래?”


성운이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하자 트윈즈 유령이 더 세게 잡아당겼다. 얼씨구? 유령치고는 힘이 세다.

파이프오르간이 있는 곳으로 가자는 의미 같았다. 지금까지와는 달리 매우 강력하게 의사를 어필했다.


“후우 알았어, 알았다구.”


성운은 조심스럽게 철조발판을 따라 걸으며 파이프오르간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정말 더럽게 크네.”


성운은 주변 풍경에 대한 짤막한 감상을 내뱉었다.

현재 성운이 있는 곳은 3층으로, 그 아래 1층과 2층은 모두 침수되어 물에 잠긴 상태였다. 못해도 서른 개에 달하는 아원자력 코어를 갖추고 있던 설비였으니 납득이 가는 규모다.


“어디까지나 내 뇌피셜이지만......”


윤혁은 원래부터 소설을 읽으며 이런저런 가설을 세우는 것이 취미였다. 그런 버릇이 오랜만에 튀어나와버렸다.

성운은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챔버 중앙에 위치한 파이프오르간을 향해 걸었다.


“뭐야?”


파이프오르간이 있는 장소에 얼추 가까웠을 즈음, 성운은 새로운 광경을 발견할 수 있었다.

성운이 있던 위치에서 반대편에 하얀색 언덕 하나가 보였다.

언덕? 언덕이라고 표현하기도 애매했다.

마치 거대한···


“해, 해골?”


해골이었다. 거대한 해골의 머리 부분이 수면 위로 언덕마냥 솟아 올라와 있었다.

성운이 더 자세히 살피기 위해 눈을 게슴츠레 뜨자, 디지털폰트 문구가 자연스레 분석을 시작했다.


[재앙급 타이탄비스트 ‘히에로펀트(Hierophant)’의 유해(遺骸)]


“저게?!”


히에로펀트가 챔버까지 침입했던 거구나.

그러니 로렐라이가 심해까지 가라앉을 수밖에. 그런데 크기만으로 비교해보면 성운이 아크 춘향에서 싸웠던 타이탄비스트 ‘스톰혼’보다 조금 작은 편이었다.


“간섭효과로 중력을 다룬다고 했는데···.”


덩치가 조금 작을지언정 위험도는 스톰혼보다 훨씬 높았다.

소설 속 묘사만 봐도 굉장히 까다로운 상대였다. 최고위급 헌터인 다미앙 말레를 벼랑 끝까지 내몰았던 타이탄비스트이니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역시 작은 고추(?)가 무섭다는 격언은 결코 허투루 넘길 말이 아니다. 저 정도 고추면 제법 매콤했을 것이다.


“어찌됐든 지름길로 온 셈 이네?”


개꿀이다.

어차피 히에로펀트의 유해는 이번 에피소드에서 반드시 와야 했던 곳이다. 새결의 전용병장 샤쇠르가 바로 저 히에로펀트의 유해에 꽂혀있기 때문이다.

빠르게 트윈즈 유령 건을 해결하고 새결 이벤트로 넘어가면 만사 오케이다.

성가신 사이드 이벤트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아주 매끄럽게 일이 풀리고 있었다. 느낌이 좋다!


“어디히 보자아~ 뭐가 그리 한을 품었더냐아~”


성운은 아재 특유의 버릇인 괴상한 노래 부르면서 파이프오르간에 도착했다. 파이프오르간은 뒷면을 보이고 있었다.

그런데 상태가 별로 좋지 않았다.

몸체에 연결된 파이프는 군데군데 깨져 있었고, 다리 하나도 부러져서 나머지 세 개만 남아 위태롭게 지탱하고 있었다.

연주는커녕 소리조차 나지 않을 상태다.


“자, 그래서 뭐? 이제 어떻게 할···까?”


성운이 말꼬리를 흐렸다.

방금까지 곁에서 소매를 잡아당겼던 트윈즈 유령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유령다운 퇴장이다. 성운은 한숨을 내쉬고 파이프오르간에 다가갔다.


-쿠웅 우우웅 쿵 우우우우웅


그런데 갑자기 파이프오르간이 연주하기 시작했다.

파이프가 진동하며 바람 빠지는 소리가 챔버에 울려퍼졌다.

웅장하면서도 서글픈 음색이다. 원래도 특유의 불협화음이 심했지만, 지금은 바람소리가 심하게 나는 것이 금방이라도 멈출 것 같았다.


당황한 성운은 파이프오르간의 연주석이 있는 쪽을 살폈다.


“맙소사.”


파이프오르간 연주석에는 한 어린 소녀가 앉아있었다.

창백한 안색. 무표정한 얼굴. 트윈즈 유령과 같은 유럽 전통복 차림새. 다만 소년쪽 유령과 달리 복장이 남루했다. 다찢어진 옷감을 걸치고 있는 상태였다.

게다가 몸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기계 장치를 주렁주렁 달고 있었다.


바로 트윈즈 유령의 누나이자 여동생이었다.


“아.”


소녀는 성운을 발견하고 연주하던 손을 멈췄다.

트윈즈는 멍한 눈으로 성운을 살펴보더니 살짝 미소를 띠었다.


“안녕. 쵸즌.”


소녀의 음성이 울리자 마치 유령 남동생의 목소리도 따라 들리는 듯 했다.


# # #


새결은 기나긴 나선형 계단을 따라 내려와 챔버 앞에 도착했다.


바닥에는 물이 고여 있었고, 부분적으로 깊은 곳과 얕은 곳이 함께 있었다. 철조발판만 밟아서 걸어가야 했다.

행여 바닥을 잘못 디디면 물에 빠질 수 위험이 있었다.

새결은 조심스럽게 철조발판 위에 발을 내딛었다.


“찾았다.”


챔버 안으로 들어서자 거대한 히에로펀트의 유해를 발견할 수 있었다.

회귀 전 오딜리에가 말했던 장소다.


“드디어 찾았어···.”


목에 건 샤쇠르의 조각 팬던트도 강하게 진동했다. 동시에 새결의 심장도 빠르게 박동했다.

가슴이 벅차올랐다.

온갖 개고생으로 하면서 결국에는 아버지의 유산을 되찾을 수 있게 된 것이다.


“후우, 침착하자.”


새결은 애써 흥분감을 가라앉혔다.

사람은 원하던 목표를 목전에 두면 평점심을 잃고 실수하는 법이다. 그런 실수는 회귀 전에 신물이 날 정도로 했다.

더 이상의 실수는 안 된다.

새결은 주변을 철저하게 경계하면서 히에로펀트의 유해로 다가갔다. 그러나 걷는 속도를 늦추지는 않았다. 거의 뛰는 듯 걸었다.

그리고 마침내 히에로펀트의 유해 앞에 도착했다. 유해는 물 위에 둥둥 떠 있는 상태였다. 아무리 속이 빈 해골이라고 해도 무게가 상당할 텐데 가라앉지 않은 것이 신기했다.


“음, 중력이?”


새결인 유해 앞에 서자 물 위에 떠 있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유해를 중심으로 물방울이 공중에 떠다니고 있었다. 뿐만이 아니라 유해로 손을 뻗자 몸이 살짝 공중으로 떠올랐다. 히에로펀트는 죽어서도 특유의 반중력을 띠고 있던 것이다.


“엄청나군···.”


죽어서도 유해가 간섭효과를 머금고 있다니. 과연 재앙급이라는 타이탄비스트의 이명에 걸맞았다.

새결은 허리춤에서 준비해둔 암벽등반용 곡괭이 두 자루를 꺼냈다. 반중력이 있어서 더 수월하게 유해를 오를 수 있을 것이다.


“흡!”


새결은 뛰어올라 유해를 향해 곡괭이를 힘껏 찍었다.


-카각


곡괭이가 단단하게 뼈에 박혀 들어갔다. 다른 곡괭이는 조금 위로 뻗어 박아 넣었다. 예상대로 몸이 가벼워서 기어오르기 편했다.

새결은 연달아 곡괭이를 유해에 박아 넣으며 빠르게 등반했다.


“후우···.”


새결은 위에 올라서며 땀으로 흥건한 이마를 훔쳤다. 유해의 크기가 상당해서 꼭대기까지 기어오르니 자연스레 숨이 차올랐다.

반중력 상태가 아니었으면 고작 곡괭이 두 자루로 등반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샤쇠르는 유해의 정중앙, 정수리에 꽂혀 있었다. 크로스가드와 폼멜이 달린 평범한 롱소드의 형태였다.

고순도 리빙메탈로 벼려진 샤쇠르는 사용자의 간섭력에 반응해 형태가 자유롭게 변형한다. 간섭력 투과율은 무려 90% 이상.

그렇기 때문에 다미앙 말레는 샤쇠르 한 자루만으로도 홀로 타이탄비스트와 맞서 싸울 수 있었다. 사람들은 그런 그의 모습을 보며 경외감과 존경심을 품으며 이렇게 말했다.


천검(千劍, Thousand Sword).


수십 수 천개의 간섭력 칼날을 뽑아내서 괴수와 맞서 싸우는 그의 모습은 신화 속 영웅 그자체였다.

아직 새결의 간섭력은 미약해서 아버지와 동등함 힘을 낼 수는 없다.

하지만 샤쇠르를 손에 넣으면 봉인돼 있던 힘이 풀리며 막대한 간섭력을 손에 넣을 수 있다. 이 힘을 먼저 얻었더라면 세상의 종말을 분명 막을 수 있다. 아니, 막는다. 반드시 막아낸다.

새결의 목에 건 팬던트가 거세게 진동했다. 이제는 진동하는 것이 아니라 들썩이며 목줄을 끊고 튀어 나왔다. 그리고는 자석처럼 샤쇠르를 향해 날아갔다.


-끼잉!


금속이 맑은 소리를 내며 팬던트가 샤쇠르의 검날에 붙었다. 이내 스르륵 녹아내리듯 검과 하나가 돼버렸다.

새결은 그 모습에 홀린 듯 샤쇠르를 향해 다가갔다.


그리고, 그때였다.


- 쿠우우우우웅


격렬한 진동이 발바닥에 전해졌다.


작가의말

언제나 제 부족한 글 찾아와 주셔서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좋은 밤 되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4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아카데미의 수수께끼 전학생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중단 공지 22.01.27 99 0 -
공지 연재일정 변경 공지 22.01.07 69 0 -
공지 46화 47화 수정 사항입니다(스토리 변화 없음) 21.12.25 95 0 -
65 64화. 어두운 밤에 보이는 헛것 -3- +1 22.01.23 92 4 10쪽
64 63화. 어두운 밤에 보이는 헛것 -2- 22.01.22 84 3 10쪽
63 62화. 어두운 밤에 보이는 헛것 -1- 22.01.21 83 3 10쪽
62 61화. 모양 빠지게 걸어 갈 수는 없잖아? 22.01.16 112 3 11쪽
61 60화. 위기에서 개같이 부활 -3- 22.01.15 107 3 9쪽
60 59화. 위기에서 개같이 부활 -2- +1 22.01.14 100 6 10쪽
59 58화. 위기에서 개같이 부활 -1- +1 22.01.09 124 4 10쪽
58 57화. 재주 많은 매는 발톱을 감춘다 -2- +1 22.01.08 121 9 10쪽
57 56화. 재주 많은 매는 발톱을 감춘다 -1- +1 22.01.07 150 8 10쪽
56 55화. 위험한 산책 +2 22.01.01 201 9 13쪽
55 54화. 패널티의 정체 21.12.31 190 11 12쪽
54 53화. 사회적 거리두기 회의 21.12.30 188 10 15쪽
53 52화. 식인아귀호 오버드라이브 -2- +2 21.12.28 242 12 10쪽
52 51화. 식인아귀호 오버드라이브 -1- +1 21.12.27 245 11 11쪽
51 50화. 로렐라이의 노래 -3- 21.12.25 280 12 12쪽
50 49화. 로렐라이의 노래 -2- 21.12.24 241 11 11쪽
49 48화. 로렐라이의 노래 -1- +1 21.12.23 283 10 12쪽
48 47화. 그래서 뭐 어쩌라고? +3 21.12.21 307 14 14쪽
47 46화. 누구인지 물으신다면 -2- +1 21.12.20 287 14 11쪽
46 45화. 누구인지 물으신다면 -1- +1 21.12.18 294 14 12쪽
45 44화. 타임어택은 언제나 즐거워 +1 21.12.17 302 13 10쪽
44 43화. 아버지의 이름으로 -12- +1 21.12.16 302 14 12쪽
43 42화. 아버지의 이름으로 -11- +6 21.12.14 342 15 11쪽
» 41화. 아버지의 이름으로 -10- +4 21.12.13 352 14 10쪽
41 40화. 아버지의 이름으로 -9- +1 21.12.11 333 8 9쪽
40 39화. 아버지의 이름으로 -8- 21.12.10 334 10 12쪽
39 38화. 아버지의 이름으로 -7- 21.12.09 309 15 10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