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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사육사 님의 서재입니다.

아카데미의 수수께끼 전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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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사육사
작품등록일 :
2021.10.24 15:11
최근연재일 :
2022.01.23 19:00
연재수 :
6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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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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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14,378

작성
21.12.10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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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39화. 아버지의 이름으로 -8-

DUMMY

주디 미라이는 선천적으로 체구가 작았다.


부모님은 평범했다. 평균 체형에 평균 키. 저주받은 유전자를 넘겨준 범인은 아마도 그 윗세대의 조상들 중 한명 일 것이다.

그러나 주디는 작디작은 체구를 타고났음에도 절대로 나약하지 않았다.


오히려 반대다.


태어나서 단 한 번도 몸살이나 잔병을 앓아 본적 없었다. 다친 적도 손에 꼽았다.

근력은 또래 여자아이들은 물론이고 남자아이들보다도 월등히 셌다. 지구력은 말할 것도 없다. 10km를 20분 만에 주파했다.

또한 잠을 자지 않고도 열흘 가까이 전투훈련을 감내할 만큼 강인한 체력을 소유하고 있었다.체격이 작을 뿐이지 육체는 그 어떤 십대 청소년들 보다 뛰어났다.


“호옵!”


주디가 몸을 낮게 숙이며 길게 오른손 스트레이트를 날렸다.

톤파를 쥔 손에 묵직한 충격이 전해졌다.


-퍽!


주디의 공격에 맞은 패러좀이 일직선으로 튕겨서 물가로 나가떨어졌다. 마치 공성추에 맞은 것 같았다.


-캬으으으으 크으


촉수로 식인아귀호의 장갑판을 파내고 있던 패러좀들이 주디를 인식했다.

역겨운 생명체다.

인간의 시체에 달라붙어 기생하는 그 모습은 정말이지 ‘패러사이트’라는 이름과 똑 닮았다.

주디는 톤파를 손잡이에서 빙글 돌리며 자세를 잡았다. 역겨운 모습의 적이었지만, 한편으로는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은 본래 인간이었고, 인간으로서 눈을 감아야 했다. 허나 지금은 패러사이트에 의해 몸도 마음도 정신도 모두 빼앗긴 상태다.


“위대한 어머니의 의지를 따르겠나이다.”


주디는 비밀조직 칠드런의 맹세를 읊조리며 앞으로 튀어나갔다. 타고난 신체능력에 간섭력까지 더해지니 육안으로 쫒기 힘들 정도로 빨랐다.


-휘이이이이잉 뻐억!


그 한방에 몰려오던 패러좀들이 돌풍에 휩쓸린 듯 식인아귀호 밖으로 떨어져나갔다.


-퍼억 퍽 빠악!


쓰러진 패러좀 너머로 놈들이 더 많이 몰려왔다. 주디는 톤파가 빙글빙글 돌리다가 그대로 후려쳤다.

둔탁한 타격음이 이어지며 패러좀이 속절없이 쓸려나갔다.

간혹 단단한 따개비 갑각으로 주디의 공격을 막으려 했으나 소용없었다. 간섭력에 반응한 톤파는 따개비를 간단히 박살내버리며 패러좀의 허리를 분질러버렸다.


“후우우우···.”


어느새 식인아귀호 위에는 주디 홀로 서 있었다. 주디는 톤파에 뭍은 채액과 살점을 털어내며 허리춤에 찔러 넣었다.

주디는 칠드런 내부에서도 말단에 불과했으나, 그 전투능력만큼은 높게 평가받고 있었다. 주니어 때 이미 각종 기관에서 헤드헌팅 제안을 받은 인재.


그것이 ‘군견’ 주디 미라이의 본 모습이다.


주디는 무표정한 얼굴로 가볍게 목례했다. 단순히 식인아귀호 밖으로 밀어낸 것 같았지만, 모두 일격에 즉사시켰다. 그것이 그녀가 할 수 있는 죽은 자에 대한 예우였다.

패러좀을 모두 정리한 주디는 식인아귀호로 내려갔다.


“뭐야? 벌써 다 정리했어?”


샷건을 들고 있던 그랜트가 깜짝 놀라 물었다. 무기를 정비하고 마악 올라가려는 사이었다.


그런데 올라간 지 5분이 채 안 됐는데 벌써 끝나서 돌아왔다.


“또 언제 무슨 일이 있을지 모르니 경계를 게을리 하지 마세요.”

“와우, 도대체 당신네들 정체가 뭐야? 꼬맹이라고 얕보면 안 되겠네.”


그랜트는 낄낄거리며 함교로 돌아갔다.

보니도 놀란 눈치다. 하지만 대충 주디가 보통내기가 아닐 거라고 예상은 했다. 그녀도 아카데미에 다니며 소위 시니어 생활을 해봐서 안다.

주디의 기백은 보통 학생의 그것이 아니었다.


“좋아, 든든하네. 또 문제가 생기면 부탁한다고.”

“문제가 안 생기게 하는 게 제일 좋죠.”


주디가 눈을 얇게 뜨며 대답했다.

보니의 꼬드김에 낚여서 오게 됐는데 영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터널의 상태가 이상했다. 깨지거나 손상돼 있긴 했으나 전등에 불이 들어와 있었다. 이는 확실히 내부에 전력이 돌고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마더가 아직 살아 있는 걸까? 그렇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마더를 숭배하는 칠드런의 일원으로써 그냥 내버려 둘 수 없었다. 이는 반드시 유나에게 보고해야 할 일이다.


“걱정 말라고, 이정도 난관은 정말 신물이 날 정도로 겪었다니까.”


보니는 거창하게 운을 띄우며 지금까지 그녀가 겪었던 사건들을 늘여놓기 시작했다.


“한번은 말이지··· 그래, 템플러의 성채!”

“음, 지옥이었죠.”


보리스가 고개를 가볍게 주억거렸다. 그랜트도 어깨를 부르르 떨며 머리를 내저었다.


“우히이잇··· 그땐 우리가 미쳤지. 하필이면 한 달간 일감이 없었던 바람에···.”

“맞아. 어쩐지 보수가 너무 쌨어.”


일은 여느 평범한 보급품 운송이었다. 문제는 목적지였다.

바로 뱅가드 헌터 ‘나이트킹(Knight King)’ 알랙산더가 있는 아크 기네비어. 통칭 ‘템플러의 성채’다.

기네비어는 요새화 된 아크로 365일 24시간 초경계 태세를 유지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살면서 그렇게 많은 타이탄비스트는 처음 봤어.”


타이탄비스트와 패러사이트의 습격이 끊이질 않기 때문이다.

졸지에 식인아귀호는 보급품을 전달하는 과정 중에 온갖 험한 꼴을 다 겪어야 했다. 사람들이 기피하는 일거리는 다 이유가 있다는 것을 그때 몸소 깨우쳤다.


“닷-씨는 아크 기네비어랑 연관된 일은 안 하기로 했어. 식인아귀호도 거의 침몰할 뻔 했다고!”


보니는 진저리를 냈다. 템플러의 성채에서 복무하는 헌터들은 도대체 무슨 정신으로 버티는지 알 수 없었다.


“아, 그리고 인양을 하다가 말이야 눈폭풍이 몰아쳐서···.”


보니는 인양을 하던 중 벌어졌던 불상사 썰을 이어서 풀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이야기를 마저 다 할 수 없었다.

갑작스레 함교에서 노란빛이 번쩍였기 때문이다.


-움직임 감지

-전방에서 접근 중


모크가 경고했다.

느긋했던 함교에 다시금 긴장감이 감돌았다. 이미 한차례 패러사이트의 습격을 겪은 탓이다.

주디는 언제든 톤파를 꺼내들 수 있도록 옷자락을 치웠다.


“물체 크기는?”

“케헷? 꽤 큰뎁쇼? 거의 소형 잠수정만해요.”


잠수정만한 크기라면 절대 심상치 않은 일이다.

그때 계기판을 보던 보리스의 두 눈이 서서히 커졌다.


“이거 물속에서 오는 게 아닙니다. 날아다녀요!”

“일단 잠항해!”


-긴급 잠항, 긴급 잠항


식인아귀호가 빠르게 물 아래로 들어갔다.

레이더로 표시된 정체불명의 물체는 빠른 속도로 다가왔다. 이제 벌써 코앞이다.


“잠망 카메라 개시.”


식인아귀호에서 길쭉한 막대기 하나가 올라와 수면 밖으로 드러났다. 막대의 끝에 달린 카메라가 수면 위를 비췄다.

아직 어떤 것도 나타나지 않았다. 하지만 몇 초 뒤, 기묘한 진동음과 함께 거대한 그림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뭐야, 저 괴물은?”


잠수함 내부가 경악으로 물들었다. 일행들은 눈을 부릅뜬 채 말을 잃어버렸다.

30미터는 거뜬히 넘을 거체에 길쭉한 타원형의 몸뚱이.

구물거리는 도끼형 발에 역겨운 관모양의 입.

그리고 좌우로 벌어진, 갑옷과도 같은 두 장의 갑각.


“홍합···?”


보니가 어처구니 반, 두려움 반이 섞인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뜬금없는 소리일지 몰라도 보니의 감상은 생각보다 꽤 정확했다. 주디도 보니의 말을 듣고 보니 나타난 기괴한 생명체의 모습이 홍합처럼 보였다.

당연히 홍합은 아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주디는 알아볼 수 있었다.


“타이탄비스트 유체(幼體)다.”


홍합의 껍질을 닮은 검은 갑각. 그 사이로 드러난 속살은 마치 인간의 뇌와 닮았다. 그 아래로 척추와 신경계 다발이 늘어져서 징그럽게 꼼지락 거렸다.

놈은 허공을 바다 속처럼 유영하고 있었다.


“조용··· 조용히 있어.”


식인아귀호 일동은 숨소리조차 나지 않도록 천천히 호흡했다.

크기로 보건데 아직 위협급 까지는 아니었다. 제일 낮은 단계인 전조급이다. 그러나 다 자라지 못한 타이탄비스트이더라도 충분히 위험하다. 싸우면 목숨을 걸어야 했다.


-우우우우웅 우우우웅 우웅


놈이 식인아귀호 위를 지나자 주변이 진동했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발생했다.

사령관석에 앉아 있던 보니의 몸이 서서히 공중에 떠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보니 뿐만이 아니다. 그랜트와 덩치 큰 보리스 까지 둥둥 떠올라 함교 천장에 달라붙었다. 주디도 마찬가지였다.

깜짝 놀란 그랜트는 팔과 다리를 허우적거렸다. 보리스가 그런 그랜트의 어깨를 꽉 붙잡았다.


“···.”


보리스가 험상궂은 표정으로 눈짓했다. 그랜트는 보리스가 말을 하지 않아도 뭐라고 하는지 알 것 같았다.

진정하고 입 닥치라는 눈치다.


-우우우우우웅


새끼 타이탄비스트가 식인아귀호를 지나서 어두운 터널 뒤편으로 사라졌다.

그제야 공중에 떠올랐던 식인아귀호 일당들도 다시 바닥에 내려 올 수 있었다.


“푸하앗! 뭐야, 빌어먹을 도대체!”

“저거 뭡니까? 선장님은 뭔지 아십니까?”

“젠장, 내가 어떻게 알아!”


승조원들은 긴장감이 풀렸는지 큰소리로 떠들어댔다.


“하아···.”


주디가 땀이 흥건한 손바닥을 펼쳤다. 엄청난 긴장감이었다.


“음, 저기 한번 보십쇼.”


숨을 돌리기도 전에 보리스가 함교 스크린에 비춘 물 위 터널 모습을 가리켰다. 새끼 타이탄비스트가 지나온 길을 따라 기묘한 것이 발견됐다.


“구멍? 구멍이 뚫려 있는데?”


자연적으로 발생한 구멍이 아니었다. 굴착기로 파낸 흔적도 아니다. 마치 압착 프레스로 짓눌러서 뭉개놓은 구멍이었다.

그것도 딱 새끼 타이탄비스트가 지나갈만한 크기였다.


“가까이 가봐.”


식인아귀호가 기묘한 형태의 구멍으로 다가갔다. 보니는 그랜트가 들고 있던 샷건을 뺏어 들고 해치를 열었다.


“뭐하십니까?”

“뭐하긴 임마, 모험을 왔으면 모험을 해야지. 안 그래?”


보니는 그렇게 말하고 식인아귀호 바깥으로 튀어나갔다.

밖으로 나오니 스크린으로 봤던 터널보다 좀 더 어두웠다. 보니는 조심스럽게 발을 옮겨서 구멍에 다가갔다.

스크린으로 봤던 대로다. 자연스럽게 생긴 구멍이 아니었다. 그 증거로 우그러진 철골, 파이프, 각종 전선이 삐져나와 있었다.


“보리스! 너도 올라와봐!”


보니가 해치 구멍 아래로 머리를 내밀고 외쳤다. 보리스는 대충 제킷 하나만 걸치고 바깥으로 나갔다.


“어때? 접속할 수 있겠어?”

“해봐야죠.”


보리스가 짧게 대답하고 식인아귀호로 돌아가서 휴대용 단말기 패드 하나와 접속 단자를 들고 나왔다.

궁금증을 이기지 못한 주디도 함께 보리스를 따라 나왔다.


“뭐하는 거에요?”

“보물찾기.”


주디가 보니의 대답에 어리둥절해 하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보니는 씨익 웃으며 안대를 다른 쪽 눈으로 돌려썼다.

그러는 사이 보리스는 구멍 안에서 손전등을 비추며 적절한 선을 찾아 살폈다. 간혹 전선의 피복을 벗겨서 벤치로 이리저리 휘거나 구부리기도 했다.

문외한인 주디는 영문도 모르고 그 광경을 지켜봐야 했다.


“어때?”

“신기하네요. 전산망이 아직 살아 있어요. 전력도 꽤 원활하게 돌아가고 있고요.”


보리스는 전선에 눈을 때지 않으며 열심히 커다란 손을 꼼지락 거렸다. 그러더니 곧 휴대용 단말 패드와 연결하고 다시금 빠르게 손가락을 놀렸다.

그러더니 어느 순간 보리스의 손이 멎었다.


“됐습니다.”

“좋아! 조아쓰! 아주 좋아!”


보니가 구멍 안이 쩌렁쩌렁 울릴 정도로 흥분에 차 외쳤다.

주디는 힐끔하고 보리스가 들고 있는 휴대용 단말기 패드 패널을 살펴봤다.


화면에는 큼지막하게 ‘아크 로렐라이 : 마지막 로그’라는 글씨가 쓰여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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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62화. 어두운 밤에 보이는 헛것 -1- 22.01.21 83 3 10쪽
62 61화. 모양 빠지게 걸어 갈 수는 없잖아? 22.01.16 112 3 11쪽
61 60화. 위기에서 개같이 부활 -3- 22.01.15 107 3 9쪽
60 59화. 위기에서 개같이 부활 -2- +1 22.01.14 100 6 10쪽
59 58화. 위기에서 개같이 부활 -1- +1 22.01.09 124 4 10쪽
58 57화. 재주 많은 매는 발톱을 감춘다 -2- +1 22.01.08 121 9 10쪽
57 56화. 재주 많은 매는 발톱을 감춘다 -1- +1 22.01.07 150 8 10쪽
56 55화. 위험한 산책 +2 22.01.01 201 9 13쪽
55 54화. 패널티의 정체 21.12.31 190 11 12쪽
54 53화. 사회적 거리두기 회의 21.12.30 188 10 15쪽
53 52화. 식인아귀호 오버드라이브 -2- +2 21.12.28 242 12 10쪽
52 51화. 식인아귀호 오버드라이브 -1- +1 21.12.27 245 11 11쪽
51 50화. 로렐라이의 노래 -3- 21.12.25 280 12 12쪽
50 49화. 로렐라이의 노래 -2- 21.12.24 241 11 11쪽
49 48화. 로렐라이의 노래 -1- +1 21.12.23 283 10 12쪽
48 47화. 그래서 뭐 어쩌라고? +3 21.12.21 307 14 14쪽
47 46화. 누구인지 물으신다면 -2- +1 21.12.20 287 14 11쪽
46 45화. 누구인지 물으신다면 -1- +1 21.12.18 295 14 12쪽
45 44화. 타임어택은 언제나 즐거워 +1 21.12.17 302 13 10쪽
44 43화. 아버지의 이름으로 -12- +1 21.12.16 302 1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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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41화. 아버지의 이름으로 -10- +4 21.12.13 352 14 10쪽
41 40화. 아버지의 이름으로 -9- +1 21.12.11 333 8 9쪽
» 39화. 아버지의 이름으로 -8- 21.12.10 335 1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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