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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사육사 님의 서재입니다.

아카데미의 수수께끼 전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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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사육사
작품등록일 :
2021.10.24 15:11
최근연재일 :
2022.01.23 19:00
연재수 :
6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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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14,378

작성
21.12.27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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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51화. 식인아귀호 오버드라이브 -1-

DUMMY

식인아귀호는 딥웨이브사(社)의 4세대 심해유인잠수정으로 모험가인 엘리엇 팩스턴의 소유였다.


그러나 엘리엇이 심근경색으로 급사하고 식인아귀호는 어마어마한 빚과 함께 하나뿐인 딸에게 남겨졌다.

빚과 고철덩어리 잠수정을 유산으로 물려받은 딸은 바로 보니 펙스턴.

당시 나이 15세.

아카데미의 촉망받는 학생이었던 보니는 학업을 깔끔하게 때려치우고 식인아귀호에 올랐다. 마치 그것이 원래 그녀의 운명이었던 것처럼.


-끼기긱 끼긱


함교 천장에서 쇠가 긁히는 소리와 함께 간섭력 콘솔 조종대가 내려왔다. 아무리 닦고 조이고 기름칠해도 식인아귀호는 언제나 삐걱거렸다.

식인아귀호는 간섭력 반응 콘솔을 최초로 이식한 프로토타입 기체다.

이제는 딥웨이브사에서도 더 이상 생산하지 않는 타입이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좀처럼 팔리지가 않았으니까.

간섭기술을 쓸 수 있는 고급인력이 잠수정 따위를 조종할 리 없었기 때문이다.


“후우우우우···.”


보니는 엑박 게임기 컨트롤러 형태의 간섭력 콘솔을 움켜잡았다.

어딘가로 빠져드는 감각과 함께 서늘한 감촉이 몸을 휘감는다.

보니가 콘솔을 붙잡자 순식간에 눈앞에 검푸른 심해가 펼쳐졌다. 정신이 식인아귀호와 완벽하게 동화되며 시야가 공유된 것이다.


-우우우우웅


선내로 전해지는 작은 진동. 식인아귀호가 보니의 간섭력에 반응하며 선미에 달린 초롱에서 푸른 불빛을 짙게 뿜어냈다.


-간섭력 식인아귀호에 링크

-수치 안정


몰려오는 타이탄비스트들의 수가 제법 많았다.

적어도 50미터에 가까운 타이탄비스트 다섯 마리가 식인아귀호로 빠르게 헤엄쳐오고 있었다.

엄청난 압박감이다. 고속도로에서 대형트럭 행렬을 두고 역주행하는 꼴이다.

어지간해서는 빠져나갈 틈이 보이지 않았다.


“무지막지하군.”


보니는 식인아귀호와 시야가 공유되니 타이탄비스트 무리 앞에 맨몸으로 맞선 기분을 느꼈다. 오금이 저렸다.


“평소와 같은 방식으로는 안돼.”


타이탄비스트와 같은 거체가 움직이니 해류의 흐름마저 엉망으로 바뀌고 있었다.

자칫 잘못하다가는 휩쓸려서 부딪힌다.

저런 놈들과는 살짝만 스쳐도 식인아귀호는 박살이 날 것이다. 질량 차이가 너무 극심했다. 게다가 타이탄비스트의 몸에 달라붙어있는 패러사이트들도 문제였다.

역주행하는 트럭?

보니는 떠올렸던 비유를 머릿속에서 지웠다. 타이탄비스트들을 트럭 따위와 비교할 수 없었다. 오히려 항공모함에 더 가까웠다.


보니는 이를 앙다물었다.


“모크. 제 2형태!”

“헤에엑? 선장님 무리하는거 아닙니까?”

“저번에도 며칠간 앓아누웠잖습니까? 위험합니다 선장!”


보니의 외침에 보리스와 그랜트가 하얗게 질려 만류했다.

하지만 보니는 아예 안대를 벗어젖히며 두 눈을 부릅떴다. 어스름한 함교 아래, 가려졌던 눈동자가 파랗게 안광을 뿌렸다.


“하! 선장의 관록을 보여주마. 이것들아! 입 다물고 보기나 해! 모크, 어서!”


-아이아이 맴!

-드라이브 인!


식인아귀호가 보니의 간섭력을 빨아들였다.

순간 선체의 표면이 들썩이며 비늘처럼 열렸다. 식인아귀호의 선미가 실제 어류의 꼬리마냥 꿈틀거렸다.


-쿠구구국


외관뿐만이 아니라 내관도 변화를 일으켰다. 함교의 벽과 계기판 모두 빙글 뒤집히며 모니터 패널로 변경됐다. 모니터 패널은 바깥 심해를 비췄다.


“이, 이건!”


함교에 타고 있던 주디는 그 모습에 탄성을 질렀다. 마치 맨몸으로 바닷속에 있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큭···.”


식인아귀호가 간섭력을 빨아들이자 보니는 다리에 힘이 풀려서 쓰러질 뻔했다. 심한 현기증이 나며 귓가에 이명이 들렸다.


“후우, 여기서 꺾이면 바다사나이가 아니지.”


-철썩!


보니는 자신의 뺨을 후려치며 정신을 부여잡았다.

여기서 기절하면 끝장이다.


“간다! 꽉 잡아!”


-슈슈슈슈슉


식인아귀호는 말 그대로 살아 있는 아귀처럼 강철 지느러미와 꼬리를 움직이며 헤엄쳤다. 속도는 약 300노트. 평범한 잠수정으로는 흉내조차 못 낼 속도였다.


“가즈아아아아!”


보니는 아찔한 속도감에 호쾌한 함성을 내질렀다.


-쿠르르르르르르


식인아귀호 쪽으로 무서운 속도로 헤엄쳐 오는 타이탄비스트는 팔다리가 달린 상어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녀석은 송곳니가 잔뜩 난 거대한 입을 쩍 벌렸다.

이대로면 놈의 뱃속으로 골인해버린다.


“이야아아앗!”


보니가 콘솔을 쥐고 몸을 틀었다.

식인아귀호가 타이탄비스트가 만들어낸 해류를 타고 스치듯 옆구리로 지나갔다.

엄청난 진동이 식인아귀호를 뒤흔들었다.


“끄아아아아아악!”


함교에 비명이 울려 퍼졌다.

타이탄비스트는 분명 피했지만 거체에 타고 있던 패러사이트들이 식인아귀호에게 달려들었다. 가오리와 닮은 패러사이트들이 스쳐지나가는 식인아귀호를 향해 갈퀴손을 뻗었다.


“흐앗차아!”


식인아귀호는 절묘하게 몸을 틀며 쇄도하는 패러사이트들의 손아귀에서 벗어났다.


“으억, 쏠린다···.”


그랜트는 입을 틀어막으며 구역질을 억눌렀다.

사방이 투명하다보니 속도감이 필터링 없이 전해졌다. 무뚝뚝한 보리스도 눈물을 찔끔 흘리며 좌석의 손잡이를 움켜쥐고 있었다.


“으하하하! 감히 식인아귀호에게 깝쳐? 백년은 이르다 괴물놈아!”


한편 보니는 지금까지 봤던 그 어떤 때보다도 높은 텐션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녀는 식인아귀호와 연결된 뇌파 싱크로가 너무 깊어서 콘솔을 잡은 채로 물고기가 헤엄치듯 몸을 꿈틀거리고 있었다. 넘어지지 않는 것이 용해보였다.

참고로 석상처럼 굳은 성운은 발이 바닥에 용접이라도 해둔 듯 꼿꼿한 자세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함교는 아비규환. 누구도 성운의 상태를 신경 쓰고 있지 않았다.


“식인아귀가 나고, 내가 곧 식인아귀다!”


머리에 피가 몰린 보니가 눈을 희번덕거렸다.


-슈우우우우우우


식인아귀호의 미친 역주행은 계속됐다.

식인아귀호는 타이탄비스트의 옆을 스쳐지나갈 때마다 요동을 쳤지만 용케 충돌은 피했다. 패러사이트들도 끈덕지게 달라붙으려 했으나 스치지도 못했다.

하지만 다른 문제가 발생했다.


-경고

-원자력 엔진 2호 과열

-원자력 코어 가동 중지

-교체 요요요요마망망마마마마망 요오오오망!


고물 잠수정이 마침내 오버히트된 것이다.


“큭···.”


보니는 입술을 깨물었다.

1호 엔진은 남아 있어서 나름의 속도를 유지하고는 있다. 이미 가속도도 더해져서 아직까지는 충분하다.


-스스스스···.


바닷속을 비추던 모니터 패널 몇 개가 다시 뒤로 뒤집혔다.

보니의 간섭력을 출력으로 전환하는 제2 원자력 엔진이 가동을 멈췄다.

이 상태로는 계속해서 몰려오는 타이탄비스트들의 역주행을 피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식인아귀호의 힘찬 꼬리움직임이 서서히 느려지고 있었다. 선미의 초롱도 빛이 옅어졌다.


“크헥, 여분의 코어는 격납고에 있습니다! 그, 그런데···.”

“코어 교체는 모든 엔진을 멈추고 해야 한다는 거죠.”


원자력 엔진실은 엄청난 열기를 뿜어낸다. 납으로 마감한 두터운 철문과 특수제작 방열막이 열기를 막아내고 있다.

그러나 지금 같은 상황에서 코어를 갈아 끼우기 위해 엔진실에 들어갔다가는 산채로 통구이가 돼 버릴 것이다.


“방열복을 입으면 되지 않을까?”

“아니.”


보리스는 무겁게 고개를 저었다.


“방열복은 임시방편용이야. 어디까지나 잔열이 있을 때 입는 거라고.”


상황은 긴박하게 흘러갔다.

일단 보니는 필사적으로 식인아귀호를 조종하며 역주행에 집중했다. 이를 지켜보는 보리스와 그랜트는 손톱을 깨물며 안달내고 있었다.


“내가 할게.”


그때 주디가 굳은 얼굴로 나섰다.

죽음이 두렵지는 않았다. 하지만 무방비 상태인 쵸즌을 위험에 빠트릴 수는 없었다. 아무리 초인이라 할지라도 식인아귀호가 침몰한다면 절대 무사할리 없기 때문이다.


“미쳤어?! 방열복이라도 안 된다고!”

“간섭실드를 더하면 돼.”

“그, 그게 될까?”

“지금 이러고 있을 시간 없어! 못 들었어? 바다사나이라면 가리지 말라고!”


주디의 외침에 그랜트와 보리스가 피식 웃었다.


“흥, 바다에서 며칠 굴렀다고 말본새가 제법인데? 좋아, 아가씨. 근성을 보자구.”

“이쪽이다.”


주디는 그랜트와 보리스는 도움으로 방열복을 착용하고 묵직한 원자력 코어를 손에 들었다.

두툼한 은박지를 몸에 두른 우스꽝스러운 차림은, 영락없이 우주에서 온 외계인 같은 모습이었다. 이것마저 없으면 문을 열자마자 노릇노릇하게 구워져 버릴 것이다.


“알겠어? 간섭실드가 더해지면 조금은 버틸 수 있겠지만 그래봐야 5분이야. 5분 안에 코어를 갈아 끼워야만 해.”

“문제없어.”


-턱


주디의 어깨에 보리스의 큼지막한 손이 얹어졌다. 그는 진심으로 걱정하는 눈빛으로 주디를 바라봤다.


“무운을 빈다.”

“내 해적이름이나 정해두고 있어. 사실 제시는 너무 약한 거 같아서 마음에 안 들었거든.”

“멋들어지는 예명을 하나 준비해두지.”


보리스와 그랜트는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함교로 향했다. 주디가 엔진실을 열면 이 근처의 온도가 무지막지하게 상승할 것이기 때문에 자리를 피해야 했다.


“후우우···.”


주디는 숨을 크게 들이 내쉬고 엔진실 손잡이를 잡았다. 벌써부터 뜨끈한 온도가 손바닥으로 전해졌다.

정신을 집중해서 간섭실드를 최대로 전개했다.

정삼각형으로 이뤄진 주디의 간섭실드는 학년 중 제일 견고하기로 유명했다.

더군다나 그녀의 특기는 신체강화. 칠드런은 대인전에 특화된 주디의 특성을 보고 일찍이 조직으로 영입했다.

그러나 과연 원자력 엔진실에서 뿜어내는 초고열을 견딜 수 있을까?


“흥, 어디 한번 해보자고!”


주디가 묵직한 납문을 열어젖혔다.


-쿠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


“꺅!”


눈알이 익어버릴 것 같은 열기가 주디를 덮쳤다.

방열복은 열을 반사하거나 차단했다. 그럼에도 엔진실에서 뿜어내는 열기를 막기에는 여전히 역부족이었다.

여기에 간섭력이 없었으면 방열복을 입은 상태로 쪄졌을 것이다.


“흐아아아아앗!”


주디는 힘겹게 한발씩 내밀어 엔진에 다가갔다. 차단막을 해제하자 방금과는 비교도 안 되는 열기가 전해졌다.

벌써부터 피부 표면이 익으며 벗겨지고 있었다. 숨을 쉴 수가 없었다.

주디는 이를 악물었다.

반드시 코어를 갈아 끼워야 한다. 지금은 그 생각뿐이었다.


“으아아아아아아아!”


주디는 기능을 정지한 제 2원자력 엔진 코어에 손을 뻗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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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61화. 모양 빠지게 걸어 갈 수는 없잖아? 22.01.16 112 3 11쪽
61 60화. 위기에서 개같이 부활 -3- 22.01.15 106 3 9쪽
60 59화. 위기에서 개같이 부활 -2- +1 22.01.14 100 6 10쪽
59 58화. 위기에서 개같이 부활 -1- +1 22.01.09 123 4 10쪽
58 57화. 재주 많은 매는 발톱을 감춘다 -2- +1 22.01.08 121 9 10쪽
57 56화. 재주 많은 매는 발톱을 감춘다 -1- +1 22.01.07 150 8 10쪽
56 55화. 위험한 산책 +2 22.01.01 201 9 13쪽
55 54화. 패널티의 정체 21.12.31 189 11 12쪽
54 53화. 사회적 거리두기 회의 21.12.30 188 10 15쪽
53 52화. 식인아귀호 오버드라이브 -2- +2 21.12.28 242 12 10쪽
» 51화. 식인아귀호 오버드라이브 -1- +1 21.12.27 245 11 11쪽
51 50화. 로렐라이의 노래 -3- 21.12.25 280 12 12쪽
50 49화. 로렐라이의 노래 -2- 21.12.24 241 11 11쪽
49 48화. 로렐라이의 노래 -1- +1 21.12.23 283 10 12쪽
48 47화. 그래서 뭐 어쩌라고? +3 21.12.21 307 14 14쪽
47 46화. 누구인지 물으신다면 -2- +1 21.12.20 287 14 11쪽
46 45화. 누구인지 물으신다면 -1- +1 21.12.18 294 14 12쪽
45 44화. 타임어택은 언제나 즐거워 +1 21.12.17 302 1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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