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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사육사 님의 서재입니다.

아카데미의 수수께끼 전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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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사육사
작품등록일 :
2021.10.24 15:11
최근연재일 :
2022.01.23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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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4,3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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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1.15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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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60화. 위기에서 개같이 부활 -3-

DUMMY

구기숙사 뒷마당에서 벌어진 사고로 유리스와 에스벤, 비비안은 하루 동안 병동 신세를 져야 했다.


크게 다친 곳은 없었지만, 일시적으로 마비된 시력과 청력을 치료하고 후유증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입원해야 했다.

다행히 휴식을 취하니 별다른 후유증 없이 말끔하게 회복됐다. 게다가 큰 사고를 쳤음에도 불구하고 처분도 관대하게 치러졌다.


‘본 아카데미는 학생들의 진취적인 실험정신을 높게 평가한다. 그러나 파손된 기물을 복구하고 한 달간 구기숙사 뒷마당의 환경미화에 힘쓸 것.’ 이라나.


그래도 이정도면 제법 무난하게 일단락된 셈이다.

이제 진짜 큰 문제는 하나 밖에 없었다.


성운이 공모전에 출품해야 할 대파멸 망치를 부숴버린 것이다.


“에휴우우우우.”


유리스가 구기숙사 뒷마당에 핀 잡초가 흔들릴 정도로 한숨을 내쉬었다. 손에는 흙으로 더러워진 목장갑을 끼고 풀 베는 낫을 들고 있었다.


“하아아아아아.”


에스벤도 마찬가지로 목장을 낀 손으로 허리를 굽히고 쓰레기를 주웠다. 비비안은 열심히 삽으로 흙을 퍼내며 땀을 흘리고 있었다.


“으아아 힘들어 죽겠네 증말.”


비비안은 투덜거리면서 끊임없이 흙을 듬뿍 퍼내어 화단에 퍼 날랐다. 상대적으로 관대한 처분을 받은 터인지라 투덜거리면서도 달게 벌을 받아야 하는 형편이었다.

그래도 힘든 것은 힘든 것이다.


“휴우.”


성운은 묵묵히 무거운 돌과 파편을 한쪽에 치우고 있었다.

마음이 무거운 것은 성운도 마찬가지였다.

유리스와 에스벤, 비비안 모두 대파멸 망치가 망가진 것의 원인을 성운이라고 생각하고 있지 않았다. 단지 설계가 잘못돼서 코어가 폭주한 것이라고 착각하고 있었다.


‘진짜 힘 조절하는 걸 한번 본격적으로 연습하던가 해야지 원.’


대파멸 망치가 폭발한 가장 큰 원인은 뭐니뭐니해도 성운의 무식한 간섭력이었다. 초과출력해버리니 인터퍼리듐 코어는 견디지 못하고 오버히트 돼버렸다. 결과는 장대한 폭발.

그럼에도 유리스 무리는 그저 사고라고만 생각하니 마음이 더 불편했다.

파렴치한 사람이라면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넘어가겠지만, 성운은 아니었다.


‘아 진짜 존나 미안하네. 이걸 어쩌지?’


그냥 유나한테 의뢰해서 일류 제작자에게 부탁해서 새로운 전용병장을 구해올까.

그런데 저번에 본 유리스 무리의 열의를 보면 절대로 기뻐하지 않을 것 같았다. 여러모로 마음 한 켠이 죄책감으로 욱신거렸다.


“아아 리빙메탈. 리빙메탈만 있었어도!”


유리스가 탄식을 내며 거칠게 잡초를 뽑아냈다.

인터퍼리듐 코어에 간섭력을 전달하는 코일의 재질은 평범한 텅스텐이었다. 유리스 무리는 이것이 출력 조절을 실패해서 폭발했다고 예상했다.


“한 줌의 리빙메탈만 있었어도 이러한 수모는 없었을 것을.”

“하아, 아무도 다치지 않은 것만으로도 다행이지. 성운이는 멀쩡하지?”

“으음··· 운 좋게 별로 아픈 곳은 없네.”


성운은 돌을 옮겨서가 아니라 양심에 찔려서 진땀을 뻘뻘 흘렸다. 비비안은 흙이 무든 장갑으로 성운의 어께를 가볍게 두들겼다.


“그거면 됐어. 그거면 됐··· 크흡.”

“어어? 우, 울어?”


비비안이 목이 잠긴 목소리로 말하다가 울음을 참기 위해서 자신의 주먹을 깨물었다.


“흡··· 아니야. 다 우리가 부족한 탓이지. 훌쩍.”

“흑흑, 제기랄. 어째서 우리는 이렇게 멍청할까.”

“그냥 이대로 얌전히 유급해야 하는 걸까···.”


비비안뿐만 아니라 유리스와 에스벤의 눈시울도 붉어져 있었다.


와 진짜 미치겠네.


“야야 왜들 그래! 포기하지마. 아직 공모전 기간은 남았잖아. 그리고 공모전이 안 되면 철저하게 대비해서 중간고사 보면 되지! 특훈이라도 하면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


성운이 독려했지만 유리스는 눈물을 글썽이며 고개를 저었다.


“무리야. 새로 만드는 건 어렵지는 않다만, 만들 소재가 부족해. 인퍼리듐 코어도 우리 전재산을 넣은 거라구. 그리고 설사 돈이 있더라도 그런 희귀소재는 매번 얻을 수가 없어. 특히나 이런 작은 아크에서는 말이야. 그리고 특훈···?”


유리스가 잡초를 뽑다가 돌연 튀어나온 자신의 배를 양손으로 움켜잡았다.


“이 몸을 봐. 요새는 2층 계단 오르기만 해도 숨이 턱까지 찬다구.”


에스벤은 소매를 걷어붙였다. 앙상하기 짝이 없는 손목이 드러났다. 정말 툭 치면 부러질 것 같은 굵기다. 영양실조가 아닌지 의심이 될 상태였다.


“가끔은 연필도 무겁게 느껴질 때가 있어.”


비비안은 눈물로 얼룩진 안경알을 닦았다.


“난 지독한 난시야. 안경이 없으면 앞을 못봐. 사실 간섭력을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게 되면 이 망할 시력부터 강화할 생각이었거든.”


성운은 말문이 막혔다.

확실히 보름 안에 해결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소년만화의 ‘우오오옷 근성!’ 같은 것은 일종의 치트나 다름없었다.

그저 캐릭터들의 파워인플레이션을 빠르게 커버치려는 작가의 작은 속임수에 불과했다.

그렇다고 몇날 며칠 단련하는 장면으로만 진행하다가는 욕만 배부르게 처먹고 칼같이 연재 중단 당할 것이다.


“그래도 뭔가 방법이 있지 않을까? 그 대파멸 망치 말이야. 부서지기는 했어도 정말 엄청났다고!”


성운은 아이들의 기운을 북돋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사실 이 모든 책임은 성운에게 있었기 때문이다.

내적 잠재력은 충분한 아이들이다. 그러나 성향 상 신체단련을 좋아하지 않았고, 타고난 피지컬도 부족한 편이었다.

평화로운 세상이었으면 이런 식의 고민조차 필요치 않았을 것이다.

윤혁도 그리 운동을 좋아하지 않았다. 다른 사람이면 몰라도 윤현만큼은 아이들을 이해해줘야 했다.


“하아······.”


성운은 가슴이 답답한 나머지 깊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유리스나 에스벤, 비비안도 똑같은 타이밍에 땅이 꺼져라 한숨 쉬었다. 공기가 무거웠다.


“뭐··· 어쩔 수 없지. 나나 에스벤이나 비비안은 본가로 돌아가면 되니까. 하하, 그래도 당당히 졸업해서 자랑스러운 아들이 되고 팠는데. 성운에게도 미안하게 됐어. 하필이면 우리랑 엮이는 바람에···.”

“아니야. 그런 말 하지마. 내가 제대로 못 다룬 거니까.”

“성운쿤은 잘 해줬어! 대단했다구.”

“그래, 성운이 아니었으면 대파멸 망치는 평생 빛을 못 봤을지도 모르지.”


윽, 오히려 위로 받으니 더 찔린다.

성운은 뭐라 더 말을 못하고 돌을 옮겼다. 유리스도 다시 몸을 숙이고 묵묵히 잡초를 뽑았다.


“에효오오오··· 응?”


유리스는 다시금 풀을 뜯고 쓰레기를 소각장에 버렸다. 그러다가 우연히 쓰레기 더미 속에 버려진 포스터가 눈에 들어왔다.

평소였으면 아무 생각 없이 지나쳤을 것이다. 그러나 어째서일까? 어쩌면 버려진 것 치고는 너무 깔끔한 상태의 포스터여서인지도 모른다.

유리스는 조금 구겨진 포스터를 펼쳤다.


“경매장 유람선?”


그곳에는 멋들어진 여객선이 그려져 있었다. 중앙에는 대문짝만하게 ‘호화 경매장 유람선 뱅크시’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흐응··· 귀금속, 유물, 미술품, 고가구 등등 이라.”


유리스의 생기없는 눈이 포스터에 적힌 글자를 따라 움직였다. 그러다가 돌연 깜짝 놀랄 만한 문구를 발견했다.


“이, 이건!”


유리스는 깜짝 놀라 소리쳤다.

취급하는 품목 중에 최근 아크 춘향을 뒤흔들었던 타이탄비스트 ‘스톰혼’의 뿔 조각이 적혀 있었다. 하이라이트 품목이었다.


“얘들아! 얘들아!”


유리스가 포스터를 나부끼며 성운과 에스벤, 비비안을 향해 달려왔다.


“이거 봐! 이거!”

“뭐야 왜그래?”


방금 전 까지만해도 세상 다 잃은 듯한 분위기였던 유리스가 온갖 호들갑을 떨며 뛰어오자, 다들 영문을 몰라 했다.


“이거야, 이거! 호화 경매장 유람선 뱅크시!”

“으음··· 어?”

“잠깐. 스톰혼의 뿔 조각? 그 뿔 조각?”


에스벤과 비비안도 두 눈을 크게 치켜뜨며 포스터를 더 자세히 읽어 내려갔다.

뱅크시는 아크와 아크를 순회하며 귀중한 물건을 경매로 판매하는 대형 유람선이었다. 본래 시티급 규모 아크에서만 등장하는데 이번에 이례적으로 아크 이졸데를 지나가는 것 같았다.


“이게 이졸데를 왜 오는 거지?”

“몰라! 그러니까 신이 도운 거겠지.”


성운도 포스터에 적힌 문구를 천천히 따라 읽어갔다.


“이거 내일 오는데?”

“와 진짜?! 그러면 자금 문제만 어떻게 해결 하면 되겠네.”


그게 정말 될까? 경매장에 판매되는 물건이라면 학생들의 용돈으로는 턱없었다. 그러나 성운은 자금에 대해서는 자신이 담당하기로 결심했다.

문제는 다른 것이 있었다.


“으음. 그런데 이런 류의 유람선은 초대장같은 거 없으면 못 들어갈 텐데.”


에스벤이 안경을 치켜 올리며 지적했다.

확실히 맞는 말이다. 고가의 물건을 취급하는데 아무나 참석할 수 있을 리 없었다.

필시 경매장 외에도 파티라던가 높으신 분들이 즐길만한 행사가 같이 진행될 텐데 뜨내기가 참석해서 물을 흐려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부분도 성운이 해결할 수 있었다.


“나한테 맡겨.”


성운이 득의양양하게 미소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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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62화. 어두운 밤에 보이는 헛것 -1- 22.01.21 83 3 10쪽
62 61화. 모양 빠지게 걸어 갈 수는 없잖아? 22.01.16 112 3 11쪽
» 60화. 위기에서 개같이 부활 -3- 22.01.15 107 3 9쪽
60 59화. 위기에서 개같이 부활 -2- +1 22.01.14 100 6 10쪽
59 58화. 위기에서 개같이 부활 -1- +1 22.01.09 123 4 10쪽
58 57화. 재주 많은 매는 발톱을 감춘다 -2- +1 22.01.08 121 9 10쪽
57 56화. 재주 많은 매는 발톱을 감춘다 -1- +1 22.01.07 150 8 10쪽
56 55화. 위험한 산책 +2 22.01.01 201 9 13쪽
55 54화. 패널티의 정체 21.12.31 189 11 12쪽
54 53화. 사회적 거리두기 회의 21.12.30 188 10 15쪽
53 52화. 식인아귀호 오버드라이브 -2- +2 21.12.28 242 12 10쪽
52 51화. 식인아귀호 오버드라이브 -1- +1 21.12.27 245 11 11쪽
51 50화. 로렐라이의 노래 -3- 21.12.25 280 12 12쪽
50 49화. 로렐라이의 노래 -2- 21.12.24 241 11 11쪽
49 48화. 로렐라이의 노래 -1- +1 21.12.23 283 1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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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46화. 누구인지 물으신다면 -2- +1 21.12.20 287 1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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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40화. 아버지의 이름으로 -9- +1 21.12.11 333 8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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