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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사육사 님의 서재입니다.

아카데미의 수수께끼 전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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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사육사
작품등록일 :
2021.10.24 15:11
최근연재일 :
2022.01.23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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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4,3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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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1.09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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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58화. 위기에서 개같이 부활 -1-

DUMMY

성운은 이졸데 아카데미 구기숙사의 지하 창고에 있었다.


지하 창고는 온갖 잡동사니로 채워져 있었다.

칠이 벗겨진 선반에는 버려지거나 고장 난 전화기, 선풍기 같은 물건이 놓여 있었다. 먼지가 도톰하게 덮여 있는 것이 상당히 오랫동안 방치돼 있었던 것 같았다.

여기까지는 흔하디 흔한, 낡은 기숙사의 지하 창고다.

그러나 다른 점이 있었는데, 바로 찌든 기름냄새와 진한 쇠냄새다.


청소도구함 라커에는 쓰레받기와 빗자루 대신 망치와 쇠집게, 줄톱 등 공구가 자리 잡고 있었다.

테이블에는 고정용 바이스가 그리고 옆 테이블에는 큼지막한 열처리용 전기오븐이 놓여 있었다.

심지어 대장간용 화로도 하나 있었는데, 그 옆에는 기름이 가득 찬 드럼통도 보였다. 쇠를 담금질할 때 사용하기 위한 것 같았다.


창고라기보다는 ‘공방’에 가까웠다.


그나마 바닥은 깔끔했는데, 그 모습은 마치 질서와 무질서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것처럼 보였다.

이게 흔히 정리 안하는 사람들이 말하는 ‘아, 내가 일부러 놔둔 거야’ 상태인가.


“···.”


성운 곁에 서 있는 렐은 무심한 눈으로 창고를 살펴봤다. 표정을 읽기 어려웠지만, 성운의 눈에는 렐이 창고겸 공방이라는 공간에 흥미를 보인 것으로 보였다.


“아주 멋들어지네.”


성운은 중세기사 쓸 법한 중갑 건틀렛을 들어 보이며 말했다.

아무리 봐도 직접 만든 물건이다. 이리저리 살펴봤는데, 그냥 중갑 건틀렛이 아니다. 성운은 시험 삼아 손에 착용해봤다.


-우웅


중갑 건틀렛이 진동하며 모서리부분이 밝게 빛이 났다.


“와, 이거?”


성운은 단단해 보이는 쇠파이프를 들어서 살짝 쥐어봤다.


-우드드득


힘을 별로 주지도 않았는데 쇠파이가 간단하게 우그러졌다.

성운은 놀라워하며 디귿자로 꺾인 쇠파이프를 에스벤에게 흔들었다.


“동력 장갑복의 암파츠를 시제품으로 만들어 본거야. 그런데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서 나머지 파츠는 못 만들었어. 으하핫.”


에스벤이 안경을 치켜 올리며 눈을 반짝였다.

동력장갑복? 그러니까 아이X맨이 사용하는 외골격 슈트 같은 걸 말하는 걸까? 동력원은 도대체 뭘까?

한국 나이로 따지면 기껏해야 16세에 불과한데, 이정도면 정말 실력이 좋은 편이었다. 아니, 천재라고 해도 과장된 표현이 아니었다.


“흥, 어차피 각성자들은 맨손으로도 충분히 낼 수 있는 힘이잖아. 아니, 오히려 떨어지지. 간섭력이 아니라 전력기반이라 타이탄비스트한테는 씨알도 안 먹혀.”


비비안은 양갈래 머리를 흔들며 코웃음쳤다.

그녀는 교복대신 상하의가 붙어있는 스즈키복으로 갈아입은 상태다. 이리저리 그을리고 검댕이가 뭍은 것이 훌륭한 공돌이의 모습이었다.


“으윽, 그렇기는 해. 그래도 나름 야심작이었···.”

“잘 와줬어 친구들.”


접이식 간이 의자에 앉아 있던 유리스가 끼어들었다.

덩치가 너무 커서 간이 의자의 틀이 조금 우그러져 있었다. 평소라면 우스꽝스러워 보이겠지만 지금은 어딘가 근엄한 분위기를 풍겼다. 풍채가 좋아서 무게를 잡으니 정말 무거웠다(?).

다만 낮에 있었던 서바이벌 수업 때, 미카엘라 교수에게 맞은 흡착식 고무 패드 화살 자국이 이마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


성운은 최대한 유리스의 얼굴을 보지 않기 위해 시선을 아래로 깔았다. 얼굴만 보면 실소가 나올 것만 같았다.


“흠흠, 그래 무슨 일이야?”

“오, 성쿤도 와줬구나. 우리 팀의 에이스가 함께하면 든든하지. 어? 같이 있는 꼬마아이는 누구야?”

“아 나도 아까부터 궁금하긴 했어. 어머~ 정말 인형같네. 헤헤, 이름이 뭐야? 언니는 비비안이라고 해.”


비비안이 렐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렐은 고개를 획 돌리고 성운의 뒤로 숨어버렸다. 그 모습이 더 사랑스러운지 비비안의 주근깨투성이 얼굴에서 미소가 피어올랐다.


“미쳤다. 미쳤어. 나도 여동생 갖고 싶다.”

“사촌 동생이야. 피치 못할 사정으로 잠깐 내가 데리고 있게 됐어.”

“원래 외부인은 절대 이 공방에 들어 올수는 없지만! 성운쿤의 친척이라면 어쩔 수 없지.”


에스벤과 비비안이 ‘그럼 그럼’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히 외부인은 출입이 금지겠지. 이정도로 아카데미 시설물을 멋대로 사용하고 있는 것을 들키면 바로 정학감이니까.


“자자, 그러면 어서 자리에 앉자. 굉장히 중요한 이야기를 해야 하니까.”


에스벤과 비비안은 익숙한 듯 대충 아무 상자를 끌고 와서 그 위에 걸터앉았다. 성운도 단단해 보이는 상자 위에 앉아, 렐을 무릎에 살포시 올려놨다. 무게도 느껴지지 않다.

유리스는 짐짓 심각한 표정을 하고 턱을 괴었다.


“오늘 서바이벌 수업으로 분명해졌어.”


성운은 오후에 있었던 미카엘라 교수의 수업을 떠올렸다.

미카엘라 교수와 직접적인 교전을 한(교전은 성운만 했지만) 유리스팀은 점수를 따기는 했다. 하지만 다른 아군의 동선을 파악하지 않아 함정에 빠트리고, 그 탓에 대처를 못해 점수를 크게 잃었다.

그래서 유일하게 점수를 획득한 곳은 새결팀뿐이다.


“우리 중간고사가 개같이 멸망할 위기야···.”


에스벤과 비비안의 낯빛이 어두워졌다.

확실히 이런 식으로 가다가는 중간고사 때도 낙점을 받을 상황이다.


아카데미의 1학년 중간고사는 필기와 실기가 치러진다. 여기서 실기는 다름 아닌 아대항전 선발대 종합 평가를 의미한다.

매번 실전 수업 때마다 낙점을 받는 유리스 무리에게는 상당히 부담 가는 평가 기준이었다.


“필기로 승부 보면 되잖아!”

“무리야. 필기 실기 둘 다 합격점을 얻어야 진급 학점이 충족된다구.”


비비안의 말에 에스벤은 주걱턱을 비틀며 낙담했다.

아대항전 선발대 종합 평가는 크게 체력검정, 전술전략 모의전 등 두 개로 나눠진다. 유리스 무리가 제일 자신 없어하는 부분이었다.


‘엄청 진지하네.’


성운은 렐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회의를 지켜봤다.

유리스와 에스벤, 비비안의 마음이 이해가 안 가는 것은 아니었다.

학생들에게 있어서 시험은 인생이 좌지우지되는 빅이벤트. 특히 프론테라 헌터 아카데미의 학생이라면 그 중압감은 더욱 심할 것이다.

하지만 윤혁은 언제 졸업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의 아저씨다. 학교의 시험은 인생을 살아가면서 그저 스쳐지나가는 수많은 사건 중 하나일 뿐이라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았다.


’중간고사를 망치면 기분 더럽긴 하지.’


윤혁은 인생의 모든 시험을 빠짐없이 다 망친 화려한 전적이 있어서, 이제 시험 망치는 것 따위로 낙담하진 않는다.

하지만 그런 마음가짐이 위험하다는 것은 누구보다도 잘 알았다.

패배주의에 물들면 본래 가지고 있던 빛나는 재능마저도 퇴색하기 마련이다.


“으으, 유급만은 절대로 안 돼. 개미지옥의 시작이라고··· 알레한드로 선배 알지? 지금 2년째 우리랑 같은 반이잖아.”


에스벤이 질겁하며 머리를 쥐어뜯었다.

프론테라의 아카데미는 한 학년당 최대 3년의 시간을 준다. 그 기간 안에 진학을 실패하면 자동 퇴출된다.


“난 유급하고 싶은 마음은 없어. 해볼 만큼 해보고 안 되면··· 그냥 자퇴해서 본가로 돌아갈 거야. 학비 축내는 식충이는 되고 싶지 않다구. 흐흥.”


비비안은 팔짱을 끼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나름 유서 깊은 조선소 집안 출신이었다. 아카데미를 무사 졸업하면 분명 가문의 영광이겠지만 큰 의미는 없었다.

졸업해도, 졸업하지 못해도 돌아가서 할 일은 언제나와 똑같이 배를 만드는 일을 할 테니까.


“아니, 우리에게 유급은 없다.”


유리스가 부스럭거리며 품속에서 꾸깃꾸깃한 포스터를 꺼냈다. 포스터에는 ‘헌터 전용병장 제작 공모전’이라고 적혀 있었다.


“이거라면 기회가 있어.”

“아, 맞다. 공모전이 있었지?”

“그래. 공모전에서 순위권에만 들면 진급 학점을 얻을 수 있어!”


확실히 무기 제작이라면 그들에게도 기회는 있었다.

그런데 비비안은 공모전 포스터에 적힌 제출 시기를 보고 눈썹을 들어 올렸다.


“어, 기간이 너무 촉박한데. 보름 정도 밖에 시간이 없잖아.”

“히힛, 기다려봐.”


유리스는 호들갑을 떨며 구석에 세워진 커다란 해머를 들고 왔다.

해머는 양손으로 들고 휘둘러야 할 크기였다. 망치 머리 중앙에는 동력원으로 보이는 큼지막한 구슬이 박혀 있었다.


“간섭력이 부족해서 테스트는 못 했지만, 일단 완성은 했잖아.”

“와, 이게 이렇게 쓰일 줄은 생각도 못했네.”

“오이오이 유리스쿤. 도대체 어디까지 봤던 거냐구!”


비비안과 에스벤이 박수를 치며 기뻐했다.

동력 해머(가칭).

유리스와 비비안, 에스벤이 1학기 기간 동안 꾸준히 만들었던 무기였다. 아무 생각 없이 취미삼아 했던 일이 활로를 열어 준 것이다.


“그런데 이걸 테스트 해줄 사람이 필요한데.”

“그러게 데이터는 충분해서 문제는 없겠지만···.”


유리스와 에스벤, 비비안이 성운을 힐끗 거리며 쳐다봤다.

그제서야 성운은 왜 자기를 여기에 불렀는지 눈치를 챌 수 있었다.


“성운이가 우리 중에 그나마 피지컬로나 간섭력으로나 제일 낫잖아.”

“고럼 고럼. 어떻게 했는지 모르겠지만 미카엘라 교수에게서 점수도 얻었지.”

“어때 성운아? 도와줄 수 있겠어?”


성운도 무임승차를 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성운은 렐을 옆에 내려놓고 벌떡 일어났다.


“당연하지. 우리는 깐부잖아.”


성운이 미소를 지으면서 망치의 손잡이를 붙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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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61화. 모양 빠지게 걸어 갈 수는 없잖아? 22.01.16 112 3 11쪽
61 60화. 위기에서 개같이 부활 -3- 22.01.15 107 3 9쪽
60 59화. 위기에서 개같이 부활 -2- +1 22.01.14 100 6 10쪽
» 58화. 위기에서 개같이 부활 -1- +1 22.01.09 124 4 10쪽
58 57화. 재주 많은 매는 발톱을 감춘다 -2- +1 22.01.08 121 9 10쪽
57 56화. 재주 많은 매는 발톱을 감춘다 -1- +1 22.01.07 150 8 10쪽
56 55화. 위험한 산책 +2 22.01.01 201 9 13쪽
55 54화. 패널티의 정체 21.12.31 190 11 12쪽
54 53화. 사회적 거리두기 회의 21.12.30 188 10 15쪽
53 52화. 식인아귀호 오버드라이브 -2- +2 21.12.28 242 12 10쪽
52 51화. 식인아귀호 오버드라이브 -1- +1 21.12.27 245 11 11쪽
51 50화. 로렐라이의 노래 -3- 21.12.25 280 12 12쪽
50 49화. 로렐라이의 노래 -2- 21.12.24 241 11 11쪽
49 48화. 로렐라이의 노래 -1- +1 21.12.23 283 10 12쪽
48 47화. 그래서 뭐 어쩌라고? +3 21.12.21 307 14 14쪽
47 46화. 누구인지 물으신다면 -2- +1 21.12.20 287 14 11쪽
46 45화. 누구인지 물으신다면 -1- +1 21.12.18 294 14 12쪽
45 44화. 타임어택은 언제나 즐거워 +1 21.12.17 302 1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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